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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 수영만 야외상영관. 어둠이 내리고서야 살아나는 스크린이 있는 이곳을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11시간을 바라본다. 스크린이 살아나면 배우들이 살아나고 스탭들 또한 살아난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면서 말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살아나는 스크린과 관객들을 바라본다. 행복한 마음으로.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4일, 수영만 야외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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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뒤몽 감독은 <플랑드르>(2006)로 99년에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혹독할 정도로 건조한 <플랑드르>는 상징과 암시로 가득한 영화로, 풍성한 플랑드르의 녹색 아름다움과 전쟁이 벌어지는 사막의 누런 황폐함이 대조를 이룬다.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방문한 그를 만나 올 부산에서 상영되는 <플랑드르>와 그의 영화 작업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플랑드르>의 이야기 중심에는 플랑드르가 있다. 왜 그곳을 선택했는가.
=이야기를 떠올리기 전에 영화의 장소를 먼저 결정한다. 이야기도, 연출방식도 그곳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플랑드르에 살고 있는 배우를 출연시켰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조화가 이루어진다. 배우와 풍경, 이야기간의 균일성도 가질 수 있고.
-플랑드르의 풍요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주인공을 사막의 전쟁터로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철학적인 이야기, 여기서 철학적이라는 말은 인간적이라는
<플랑드르> 감독 브루노 뒤몽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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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도 없는 4시 반 기상을 해야 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곳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 가는 이유는 친구가 부탁한 '그것'을 얻기 위함이었다. 어떤 이는 그것을 얻기 위해선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고 했고, 어떤 이는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자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 나는 그 곳에 도착했다. 나름대로 대중교통이 다니기 전 시간에 그 곳에 도착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미로와 같이 생긴 그 곳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 헝클어진 머릿결, 체온 유지를 위해 웅크린 채 누워있는 자세로 미루어보아 지난 밤을 이 곳에서 보냈음이 틀림없었다. 결코 만만한 경쟁상대들이 아니다.
어느 덧 해가 떠오르고, 내 앞에 있는 경쟁자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기 시작한다. 8시가 되자 셔터가 올라가고 나보다
민용근의 부산유랑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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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부산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 2006)가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해운대 그랜드호텔 2층에서 열린다. ‘로케이션’과 ‘인더스트리’로 이루어진 BIFCOM 2006의 핵심 테마는 디지털 시네마. 디지털 촬영과 후반작업을 비롯해 마스터링과 전송, 배급에 이르는 디지털 시네마 제작 전과정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 ‘인더스트리’는 ARRI가 35mm 필름 카메라와 동일한 형식으로 제작한 D-20, <마이애미 바이스> 촬영에 쓰인 톰슨 그래스 밸리의 바이퍼 카메라,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 촬영에 쓰인 뒤부터 가장 널리 보급된 소니의 F900R 등의 시연회가 열린다. 이밖에도 한국의 할리우드필름레코더와 일본의 이마지카가 디지털 영화의 후반작업 기술과 시스템에 관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의 디지털 시네마의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세미나도 열린다. 이 세미나에는 한국의 CJ CGV와 중국의 화룡디지털필름프
영화산업박람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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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필름마켓(AFM)이 10월15일 오전 11시 그랜드호텔 1층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일정에 들어간다. 11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의욕적으로 신설한 아시안필름마켓은 그동안 큰 성과를 얻어온 PPP(부산프로모션플랜), BIFCOM을 확장해 파이낸싱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토털 마켓’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40개국 4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150여개 업체가 차린 133개 부스가 운영되는 등, 28억원의 비교적 적은 예산을 들인 이 행사는 규모 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는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아시안필름마켓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진다.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인 도호토와 컴퍼니, 쇼치쿠 코퍼레이션, 중국의 베이징 폴리보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홍콩의 에드코필름스, 셀레셜 픽처스, 포커스 필름, 골든 네트워크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사가 대거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스튜디오 카날, 와일드 번치, MK2
아시아 영화 발전을 위한 시장이 열리다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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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는 동등해야 돼요.” 한 페미니스트의 이야기에 그와 인터뷰 중이던 카자흐스탄 TV리포터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낄낄 웃는다. 그리곤 그들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우리 정부 소속 과학자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보다 뇌가 작다고요.” 이번에는 전직 국회의원과의 인터뷰 자리. TV리포터는 전 의원에게 치즈를 권한다. “이건 우리 마누라가 직접 만든 치즈라고요.” 의원이 “아주 맛있어요”라고 예절 바르게 말하자 리포터가 말을 덧붙인다. “우리 마누라가 자기 젖을 짜서 만든 거거든요.”
정말 카자흐스탄 TV에는 이런 내용의 방송이 나오냐고? 글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보다 훨씬 정신 나간 내용들이 담긴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상영되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가 그 영화다. 보랏 사그디예프란 이름의 한 카자흐스탄 TV리포터가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조국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프로듀서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다양한 문
미국의 편견과 야만성에 관한 황당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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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포 주인 태한은 몸도 마음도 왜소한 사내다. ‘씨발’이라는 욕설을 내뱉지도 못하고 낙관으로 새길 뿐인 태한은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아무 말 없이 조그만 가방을 챙겨, 아내의 애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고자 길을 떠난다. 그 남자 중식(정보석)이 모는 택시를 대절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깃털 빠진 수탉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연적을 응시하는 남자. 팔이 너무 가늘어 여름에도 반팔 웃옷을 입는 일이 없다는 박광정은 지나치게 더워 보이는 셔츠와 긴바지를 입고, 마음속의 질투만큼이나 뜨겁게 이글거리는 햇빛을 받으며, 작은 남자 태한이 되어 여행을 떠났다. “그 남자가 바보같고 불쌍했다. 힘도 없으니까 차마 중식을 두들겨 패지도 못하고(웃음). 이상한 일이다. 보통 남자들은 아내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피가 거꾸로 솟을 텐데. 그래서 치정살인도 일어나는 것 아닌가. 아마도 태한은 약한 사람이어서, 아내의 남자를 훔쳐보는 듯하다.”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배우 박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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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가 있는 '콘서트파티'가 10월13일 밤10시30분부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바 ‘Charlie’s’에서 있었다. <씨네21>과 청년필름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파티는 김광수 청년필름 대표의 진행으로 시작, 올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후회하지 않아> 예고편 상영 뒤 이송희일 감독, 이한, 이영훈 등 배우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씨네21>과 KTNG 상상마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작은영화보기 캠페인’ 소개 뒤에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프롤로그 상영과 노동석 감독과 주연배우 유아인의 무대인사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김지운, 이재용, 김대승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유지태, 엄지원, 김옥빈, 이켠, <씨네21> 김상윤 대표, 남동철 편집장, <매거진T> 백은하 편집장을 비롯해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공식 행사 마지막으로는 <달콤한 인생> <올드보이> <
춤과 노래, 스타가 있던 ‘콘서트 파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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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Half Moon
바흐만 고바디/이란/2006/90분/아시아 영화의 창
<반달>은 쿠르드족 음악가 부자(父子)의 여행을 담았던 바흐만 고바디의 2002년작 <고향의 노래>로부터 이어지는 듯한 영화다. 이란의 저명한 쿠르드족 음악가 마모는 버스에 열네명의 아들들로 이루어진 밴드를 태우고 사담 후세인의 몰락을 축하하는 콘서트를 열기 위해 이라크로 향한다. 그러나 길은 순탄하지 않아 곳곳이 검문소고, 이 아들 저 아들이 제각기 말썽을 피운다. 마모는 추방당한 여가수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들러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헤쇼를 찾아내지만, 버스에 숨어 여행하던 그녀는 이란 경찰에게 끌려가고 만다. 이란은 여성이 노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를 잃어버린 마모는 그만 돌아가자는 아들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여행을 계속한다.
“나는 점점 시나리오를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던 바흐만 고바디는 <반달>에서 섬광처럼 찾아오는 마모의 환
로드무비라를 넘어 온전한 길의 영화,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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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The Railroad
박흥식/ 2006/ 한국/ 107분/ 새로운 물결
한 여자가 지하철역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향한다. 그와 동시에 한 남자는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그녀와 엇갈린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두 사람이 속한 공간 역시 다르다. 그녀, 한나는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며, 그, 만수는 지하철 기관사다. 지금도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르지만 앞으로도 알고 지낼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경의선>은 나란히 이어진 철로처럼 평생 만나지 않을 것 같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포 선라이즈>처럼, 다시는 전과 같아지지 않을 전환점이 되는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남녀의 이야기.
만수는 성실하게 일한다. 승객들에게 매일 하는 안내방송에도 정성을 다하고 싶어한다. 한나는 독일 유학 때 함께 지냈던 선배이자 그녀가 일하는 대학 교수인 유부남과 불륜관계다. 그녀는 자신이 길거리를 매일 치우는 청소부같다는 자괴감에 젖어있다. 무리없
마법같은 순간, <경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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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익스프레스 Kabul Express
카비르 칸/인도/2006/106분/아시아 영화의 창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의 은거지로 아프가니스탄을 지목하자 파키스탄은 그동안 지원해온 탈레반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카불 익스프레스>는 파키스탄 군의 철수가 거의 끝나가던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다섯 명이 지프 ‘카불 익스프레스’를 타고 국경으로 향하는 로드무비다. 인도 저널리스트 슈엘과 카메라맨 제이는 가이드겸 운전사로 고용한 카비르의 안내로 탈레반을 인터뷰하려고 하지만 성과를 얻지 못한다. 카불을 배회하던 그들은 낙오된 파키스탄인 탈레반 임란에게 납치되어 파키스탄 국경으로 향하게 된다. 험한 길을 가던 도중에 세 사람은 임란을 제압할 뻔도 하지만 카불에서 만나 뒤를 따라온 미국인 저널리스트 제시카까지 덩달아 포로가 되고 만다.
낙오된 파키스탄 군인들의 이야기를 포함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감독 카비르 칸은 극영화로는 데뷔작인 &
절묘하게 촬영하고 편집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카불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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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행 편도 비행기표>는 한 입양아가 모국을 오가는 왕복티켓을 구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연출하고 등장한 인수 라드스타케 감독에게 그 티켓은 바로 자신을 낳아준 ‘생모’다. 지난 13일, 그는 매우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영화에 담지 못한 생모와의 첫 상봉이 다음 날에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처음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는 그는 “빨리 만나 나와 어디가 닮았는지 찾아보고 싶다”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 라드스타케 감독이 자신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은 것은 여타의 입양아들과 마찬가지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정체성은 당신은 무엇인가 혹은 당신은 무엇이 되어가는 가에 대한 해답”이라며, 그의 영화가 바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 행 편도 비행기표>는 그동안 인수 라드스타케 감독이 가졌던 한국과 입양문제에 대한 입장의 변화를 가져다 준 계
<암스테르담 행 편도 비행기표> 감독 인수 라드스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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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 갔다. 함께 갈 사람이 없어 혼자 갔다. 그 곳엔 굉장히 큰 스크린이 있었고,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TV에서만 보던 레드카펫도 깔려 있었다. 나는 (물론, 당연히) ‘레드카펫’대신 ‘보도블록’을 통해 나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양쪽에 있는 큰 화면엔, 레드카펫을 통해 등장하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놀라웠다! 모두들 TV로 볼 때랑 너무 똑같이 생겼다.
잠시 후,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이 너무도 많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도, 하늘에서 터지고 있는 수많은 축포들도, 이처럼 많은 연예인들을 직접 보는 것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크고 화려했다. 무대도 화려했고, 축포도 화려했고, 사람들도 화려했다. 그런데 왠지 현실감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개막식이 끝난 후, 잘 곳을 찾아 동네 찜질방을 찾았다. 텅 빈 탈의실의 TV 속에선 방금 보고 온 영화제 개막식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곳
민용근의 부산유랑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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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아이디어로 관객을 흥분시킬 영화를 찾아라
“깜짝 놀랄 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단의 기자회견이 13일 오전 10시 PIFF 파빌리온 컨퍼런스 룸에서 열렸다. 아시아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격려하는 뉴 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은 헝가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이 높은 이스트만 사보가 맡았으며, 심사위원으로는 <플랑드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브뤼노 뒤몽과 <요가황후>, <메이드 인 홍콩>을 제작한 홍콩 프로듀서 다니엘 유, 그리고 지난해 <나비드의 꿈>으로 부산영화제에 참여한 이란 감독 아볼파즐 잘릴리와 한국배우 문소리가 선정되었다.
이날 이스트반 사보 심사위원장은 “한해 세계적으로 약 7000편의 영화가 제작되지만, 관객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던지고 소통하는 영화는 몇 십 편 밖에 없다”며 “그런 영화를 발굴하는 게 영화제의 존재이유”임을 강조했다. 또한 심사기준에 대
이스트반 사보, 뉴 커런츠 부문 심사기준 밝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