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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기(氣)가 펄펄 넘치는 도깨비들이 등장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낮도깨비의 부릅뜬 시선, 울퉁불퉁 불거져 튀어나온 팔뚝의 힘줄, 두 주먹으로 한껏 움켜진 곤봉과 가시방망이 그러나 표정만큼은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다. 바로 민중화가 오윤의 트레이드 마크 낮도깨비다. 그의 도깨비는 민중의 전형이다. 마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무게를 이겨내면서도 짓누르는 불합리한 외세와 싸워나가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상징이다.
80년대 사회 변혁기에 등장한 민중미술은 판화가 오윤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20주기를 맞이하기까지 변변한 작가론 하나없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변방에 소외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마련된 대대적인 기념전은 현대미술사에 ‘작가로서의 오윤’, ‘민중미술의 새로운 정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나아가 이번 전시의 남다른 의미는 극소수의 특화된 집단의 이익이 아닌 ‘보통서민’인 민중의 생각과 의
낮도깨비로 승화한 민중화가 오윤의 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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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솔로 데뷔앨범 <Justified>을 내고 나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 전세계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도 기쁨이었겠지만 그의 욕심은 자신의 고상한 취향과 음악성을 평가받는 데 있었다. 복고팝 사운드에 대한 안목과 트렌드세터로서의 센스가 돋보인 데뷔앨범을 통해 그는 “마이클 잭슨의 뒤를 이을 만한 뮤지션”이란 엄청난 칭찬을 돌려받았다.
4년 만에 출시된 2집 <Futuresex/Lovesounds>는 사운드 신천지에 대한 팀버레이크의 실험 보고서라고 우선 표현할 수 있다. <Futuresex…>는 솔과 펑크, 록과 힙합의 일렉트로닉 하모니다.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의 탐구적인 혼용이고, 복고와 신세기를 아우르려는 야망의 결과물이며, 프린스와 마이클 잭슨의 후예 위치를 다지기 위한 자기 선언문 같은 앨범이다. ‘비트의 마술사’로 종종 불리는, 팀버레이크의 절친한 동료 팀발란드가 전체 프로듀스를 담당한 이번 앨범은 미드-
대중적 센스와 과잉된 자의식의 실험적 믹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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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0월14일(토) 밤 11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혹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가? 이것은 왜 영화를 만들고 보는지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질문과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을 갖고 있는 자는 거의 없으며 그것은 심지어 불가능해 보인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장 뤽 다르덴이 돋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적어도 그 질문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유의 과정은 영화가 서 있는 자본주의적 토대뿐만 아니라 감독 자신들의 뿌리까지 되돌아보게 종용하므로 감독들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도 고통을 안긴다. 그 고통이 영화라는 미학을 윤리로 나아가게 한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는 <약속> <로
어렴풋이 보이는 구원의 빛, <더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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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프랑스영화를 만나자. 대구시네마테크는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영화제를 개최한다.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로 명명된 이번 영화제는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엿새 동안 동성아트홀에서 열린다. 1927년 르네 끌레르가 연출한 <잠자는 파리>에서부터 1997년 알렝 레네가 만든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에 이르기까지 열세편의 상영작은 프랑스 영화사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도 있고 마르셀 카르네의 <인생유전>, 줄리앙 뒤비비에의 <망향>처럼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고전도 준비됐다. 이번 영화제는 대구 상영을 마친 후에는 서울, 부산, 광주에서 순회상영을 가질 계획이다. 더 자세한 상영작과 시간표는네이버 동성아트홀릭 홈페이지참조
프랑스영화를 대구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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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구미호 가족> 여보씨네 가족의 단식신화
[정훈이 만화] <구미호 가족> 여보씨네 가족의 단식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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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의 본업-배우 챙기기
9월8일 오후 3시 경기도 장흥 유원지의 한 모텔. 저 언덕 위에서 김혜수가 마구 달려오더니 막 도착한 박성혜 본부장을 덥석 끌어안는다. “아니, 촬영장에 웬일이래? 얼굴 보기 힘들더니.” 매니저 박성혜가 처음 만난 배우는 염정아였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시작한 배우는 김혜수다. 13년째 함께해왔으니 저렇게 반가워할 법하다, 했는데 김혜수가 달려내려온 건 연기의 끝 대목이었다.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대학생과 바람 피우다 남편에게 들통나 탈출하던 참이었다. 이윽고, 모니터 앞에 앉은 두 사람,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한참을 이야기한다. 이따금 박장대소들 터뜨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오래된 친구다.
매니저 박성혜와 손잡은 배우는 좀체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비결이 뭘까? 김혜수는 한때 충무로를 들썩였던 ‘장희빈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바람난 가족> 주연 계약을 맺었던 김혜수가 드라마 <장희빈>의 주연을 맡아 두
[이성욱의 현장기행] 매니저 박성혜가 사는 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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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 싸이더스 HQ
타깃_ 본부장 박성혜
취재기간_ 2006년 9월7~11일
취재 중에 만난 사람_ 이명세 감독, 김혜수, 김병철 더 맨 매니지먼트 대표 등
‘사자의 탈을 쓴 여우’일 거야. 멀찌감치서 봤던 매니저 박성혜를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그녀의 머리는 수사자의 갈기처럼 야성적으로 솟아 있다. ‘야성적으로’는 ‘공격적으로’로 바꿔도 무방하다. 시가 총액 3천억원을 웃도는 IHQ의 주력부대 싸이더스HQ 본부장이니 수줍지 않은 머리 스타일조차 괜히 위세가 넘치지 않겠는가. 위세가 허세가 아님은 그녀와 머리를 맞대고 사는 배우를 불러보면 된다. 김혜수, 전도연,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이종혁, 윤진서, 지진희, 염정아, 송혜교, 김성수, 하정우…. 그녀와 13년째 동고동락해왔거나 앞으로 해나가기로 작정한 배우들의 이름이다.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의 본부장은 예서 멈추지 않는다. 정우성, 전지현, 김선아, 이미연, 차태현, 조인성, 성유리…. 이들을 ‘관리’하려면 순간포착
[이성욱의 현장기행] 매니저 박성혜가 사는 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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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승이다. 개봉 2주차를 맞이한 <타짜>가 383만 7052명을 끌어모으며 추석 극장가의 ‘판돈’을 싹쓸이했다. <타짜>의 흥행괴력은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추석 연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타짜>는 이 기간 동안 서울 46만 4743명, 전국 168만 9084명을 불러들였다. 추석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개봉 첫주 116만명에서 오히려 40% 가량 증가한 주말 관람객 숫자는 장기흥행의 기운을 느끼도록 한다. 첫주 410개였던 전국 스크린도 620개로 1.5배 가량 불어났다. 개봉 주말 100개가 더해졌고, 추석 주말 100개의 스크린이 늘어났다. 잘되는 영화에 몰아주는 극장업계의 심리와 흥행 영화에 쏠리는 멀티플렉스 관객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서울 스크린은 147개, 서울 관객은 112만 5419명.
당초 18세 이상 관람가, 139분의 상영시간 때문에 관객동원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충무로의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818만명을 동
<타짜>, 추석극장가 천하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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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가 분한 역할들은 실생활에서 만났다간 큰일날 사람들이다. 화폐위조 기술자 휘발유(<범죄의 재구성>), 룸살롱 영업상무(<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전국을 돌며 도박판을 벌이는 타짜 박무석(<타짜>)…. 그런데 이 사람들, 어쩐지 다 딱하고 안쓰러운데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 김상호가 맡은 역할들은 악당이라 해도 악의 축이기보다는 생계형 하수인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으로 치면 일용직 노동자들과 맥을 같이한다. 생김새 역시 비장하고 사악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몸을 곧추세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보다 어깨를 움츠리고 양 옆 눈치를 보는 모습이 익숙하다. 김상호가 <범죄의 재구성>을 첫 작품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낯익고 친숙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그의 인간적인 면이 뚝뚝 묻어나는 연기에 있다. 자연인 김상호가 그의 영화 속 페르소나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는 짧은 인터뷰 시간으로 다 헤아리기 힘들었지
<타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배우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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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디파티드>가 개봉 첫 주 1위로 데뷔했다. 홍콩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에는 잭 니콜슨이 갱단의 두목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이 각각 보스턴 경찰과 갱단에 위장 침투한 스파이로 출연한다. <디파티드>가 기록한 개봉성적은 스코시즈 감독에게도 새로운 기록으로, 이전까지는 1991년 개봉한 <케이프 피어>의 1030만 달러가 그의 최고 기록이었다. 소규모로 개봉해 점차 스크린 수를 늘려가던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디파티드>는 3017개 개봉관을 확보했는데, 니콜슨, 디카프리오와 같은 배우들의 캐스팅이 이러한 대규모 개봉을 결정하게 했다고 워너 브라더스의 배급 담당 댄 펠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우호적이며 출구조사결과 75%의 관객이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2위에 오른 영화는 역시 순위
<디파티드>, 270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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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프로듀서 조영각
“97년에 이지상 감독이 문화학교 서울을 찾아왔어요. 사무실을 좀 빌려주고 기획을 도와달라고요. 저도 그 당시에 독립영화에 프로듀서 역할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마침 그런 제안이 들어오니까 하게 된 거죠. 크게 걸린 거죠. (웃음)”
<둘 하나 섹스>는 프로듀서 조영각에게 상처를 주었고, 오기를 주었고, 교훈을 주었다. 영화에 들어간 개인 빚 때문에 3년간 은행에 시달려야만 하는 상처를 입었고, 긴 법정 투쟁에서 결국 개봉이라는 피곤한 승리를 얻을 때까지 오기를 쏟았고, 프로듀싱에 관련된 제작 방식의 교훈을 얻었다. 여기저기 손 벌려서 후반작업비를 충당하고도, 한참 뒤에야 개봉했지만, <둘 하나 섹스>의 평은 그다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팔월의 일요일들>을 준비하는 그가 하는 말은 이렇다. “안 좋은 영화를 좋게 봐달라는 게 아니에요. 일단 봐달라는 거예요. 이진우 감독과
독립영화인, 조영각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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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 독립영화에 관한 한 이 사람을 통하면 가장 신속하고 믿을 만한 정보와 해석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된 지 거의 10여년이 다 되어간다. 언론 지상에서는 물론이고 집회와 세미나 등 각종 독립영화 행사에 가면 언제나 그를 볼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독립영화의 마당발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당당한 판단과 행동은 그동안 몇몇 이슈를 낳았고, 더 중요하게는 그것들이 진보된 결과를 낳았다. 그가 9월29일 개봉하는 독립장편영화 <팔월의 일요일들>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이것도 진보적 이슈의 조짐일까? 독립영화의 마당발이자 <팔월의 일요일들>의 프로듀서 조영각의 스토리를 풀어보았다.
“뭐야, 이번에는 ‘조영각 화보집’ 나오는 거야?” 40여분째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조영각씨를 두고 친한 지인들이 먼 발치에 서서 자기들끼리 한마디씩 농담을 주고받는다. 안 그래도 “내가 아니라 감독이 나가는
독립영화인, 조영각 스토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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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후루하타 야스오는 기억과 삶의 풍경을 통해 사람의 심경을 잡아낸다. 고향의 설원을 바라보며 삶을 되돌아보는 <엑기>의 형사 미카미, 선로를 보수하며 죽은 자식을 마음에 묻어가는 <철도원>의 오토가 그러하다. 나카니시 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붉은 달>은 <호타루>의 연장구간이며 <천리주단기>를 향한 정거장이다. 후일 장이모가 연출하고 다카쿠라 겐이 출연한 <천리주단기>에 후루하타 야스오는 고문으로 참여해 20%에 속하는 일본 촬영분을 연출했다. 안타깝게도 <붉은 달>은 <호타루>와 달리 2차대전이라는 격동의 시간보다는 나미코의 개인사에 함몰되면서 이야기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던 <호타루>의 반성적 결말과 달리 <붉은 달>은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역사와 사회라는 바탕 위에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
1935년 흑룡강성 모란강으로 이주한 모리타
중국대륙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본 여인 잔혹사, <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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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지아매티가 연기하는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주인공 클리블랜드 힙은 슬픈 과거를 가진 아파트 관리인이다. 쓰레기를 치우고, 쥐를 잡아주고, 전구를 갈아주는 등 아파트 주민들의 잡다한 수발을 들어주며 자신의 과거를 등지고 살아가던 그. 어느 날 밤 아파트 수영장에서 신비로운 여자가 발견되며, 그녀는 클리블랜드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스토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라는 이름의 여인은 전설처럼 전해지는 동화 속 요정 ‘나프’(narf). 요정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만, 험악한 괴물 ‘스크런트’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 괴물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클리블랜드는 스토리를 돕기로 마음먹고, 미국의 다인종 사회를 대변하듯 다양한 아파트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프의 귀환’을 꿈꾼다.
<식스 센스> <빌리지> 등으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레이디…>는 그가 딸들에게 들려주던 창작동화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빌리지>
샤말란의 미스터리 동화, <레이디 인 더 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