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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서투르게 그린 극락도 풍경이 붙어 있는 교실, 이장(최주봉)이 살아남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건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니께, 이제는 누가 뭍으로 나가서 신고를 했으면 하는데….” 그러나 성격 똑 부러지는 학교 선생 귀남(박솔미)이 조근조근 앞뒤 이치를 따지며 이장의 추리를 반박하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중구난방 토론을 시작한다. 전두환 정권 말기 무렵 1986년 외딴섬이 배경인 <극락도 살인사건>은 이처럼 섬에 고립되어 스스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자 분투하는 시골 주민들의 진지하고 무서우면서도, 남들이 보기엔 다소 웃길 수밖에 없는, 며칠간을 담고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를 쓴 신인 김한민 감독 스스로 ‘토종추리극’이라고 규정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극락도 주민의 시체가 낚시꾼들에게 발견되면서 시작하는 영화다. 목포 경찰이 파견되어 극락도에 도착하지만, 살인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마을 주민 열일곱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착하고 성실했던 보건의
극락도엔 아무도 없었다,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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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살이 이대로 남자랑 잠도 못 자보고 애도 못 낳을까 걱정할 나이인가? 마흔셋이면 몰라도. 영화 <싱글즈>는 스물아홉,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서른둘, 고현정이 애도 못 낳을까 걱정하는 싱글녀로 나오는 요즘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는 서른셋…. 차츰 많아지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이른바 ‘노처녀’로 찍는 나이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그 덕에 삼십대 중반을 넘으면 일가친척들의 단골 질문 “결혼 안 하니?”가 쑥 들어가버리는 효과는 있지만(안도 마라. 마흔 넘으면 ‘재취 자리’ 소개가 줄을 잇는다). 누구네 자식이 시집장가 ‘못’ 갔다거나 이혼 ‘당’했다거나(왜 꼭 못 가고 당했다는 건지) 하는 얘기를 밀어내고 언제부턴가 명절날 화제는 ‘누구네 아파트가 얼마로 뛰었다’에 집중된다. 부동산 광풍은 명절 밥상머리까지 뒤흔든다.
분양원가 논란을 빚은 은평 뉴타운 대책의 하나로 서울시에서 앞으론 공공아파트에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슈] 사촌네 집값 오르면 배 아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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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영화의 경우 정말 그저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는 사람들 입에 더이상 오르지도 않으며, 케이블에 다시 나오더라도 대중적 인식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건실한 DVD 시장이 부재한 한국에서는 그런 영화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기회조차 이미 멀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따금 이런 영화가 살아남아서 조용하고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징후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특히 외국에 있는 관객이 한국영화를 받아들이게 되는 방식에서 보인다.
많은 한국 관객에게 영화는 하나의 이벤트가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는 건 새로운 유행과도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품에 대한 집단적인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야만 한다. 영화가 오래되면 긴박함이 떨어지고, 그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영화가 나온다. 그러나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영화를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들의 경우 이런
[외신기자클럽] 실패한 영화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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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미래, 우리에게 맡겨라. 9월26일 미국영화협회(MPAA)가 불법 DVD에 대항할 비장의 무기를 공개했다. 그 이름은 러키와 플로, 세계 최초 불법 DVD 추적견이다. MPAA쪽은 “우리는 많은 수의 추적견이 필요하다. 이번 아이디어는 추적견의 능력을 통해 실현될 것이며 이들을 활용한 부대를 따로 편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이들은 원래 폭발물 추적견이었지만 8개월간 아일랜드에서 훈련을 거치며 DVD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두 강아지들은 올해 6월 대형 컨테이너 속에서 몇장 안 되는 DVD를 찾아내는 시험 역시 무사히 통과한 바 있다. 혈기왕성한 이들 콤비는 이날 MPAA쪽 소개로 세관공무원, 지적재산권 전문가, 기자 등과 성공적인 대면식을 치렀다. “손에 쥘 수 있는 어떤 도구이든 (불법 DVD와의) 이 싸움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지적재산권 전문가가 입을 열었다. 러키와 플로의 유명세는 당분간 계속될
[What's Up] 해적판 DVD 냄새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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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도 미국 배우들에게 TV는 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디딤돌이거나 영화로 진출하지 못한, 일종의 낙오된, 한정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위한 장소였다. 하지만 <CSI> 시리즈나 <웨스트 윙> 등 매회 에피소드가 보통 영화 한편보다도 짜임새있게 만들어지는 TV시리즈가 늘어나면서, 시청자는 물론 할리우드 배우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블TV 시리즈 중 <레스큐 미>와 <위즈> 등은 영화 또는 연극에 출연해왔던 데니스 리어리와 메리 루이스 파커가 주연을 맡은 것은 물론 제작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TV시리즈에 과거 함께 영화에 출연했거나 친분이 있는 영화배우들까지 영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레스큐 미>에는 테이텀 오닐이 리어리의 여동생으로 고정출연 중이며, 이번 시즌에 수잔 서랜던, 마리사 토메이 등이 찬조 출연해 연기력을 과시했다. <위즈>에는 파커와 과거
[뉴욕] TV가 할리우드를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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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25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벌써 뜨거운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LA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에서 2월로 당겨진 2004년 이후 9월과 10월이면 아카데미를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아카데미를 노리고 있으면서 가을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버지들의 깃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다룬 <더 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숀 펜의 <모두가 왕의 부하> 등이다. 아카데미 선정위원회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기 위해 투표시한이 임박한 12월이 붐비던 예전과는 다른 광경. 그러나 9월과 10월은 블록버스터보다 중량이 떨어지지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가 개봉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LA타임스>의 분석이다. 10월6일에 <더 퀸>을
아카데미 준비하는 가을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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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업체인 시네마나우가 올 여름 개봉작이었던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에 대해 ‘다운로드-투-번’(download-to-burn), 즉 다운로드한 즉시 DVD 복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로이터연합>이 9월26일 보도했다. 서비스 개시는 DVD 출시일과 같고, 서비스 내용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DVD와 똑같은 내용 구성을 전제로 한다. 가격은 9.99달러.
시네마나우의 다운로드-투-번 서비스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이 서비스가 스튜디오들이 제한한 고전영화 일부 타이틀에 한해서 가능했다. 이번 <패스트 앤 퓨리어스…>의 다운로드-투-번 서비스 적용은 그 대상이 최근 개봉작들로 본격 확대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커트 마비스 시네마나우 이사는 “유니버설픽처스와의 이번 계약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하면서 “더 많은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파트너들과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운로드하며 DVD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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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쇼박스, 롯데 등 메이저 대기업들의 독과점에 제동을 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서 이들 투자·배급사의 불공정 행위 사례를 조사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충무로의 비협조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독과점 횡포에 대한 체감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힘없는 영화사 입장에서 괜히 나섰다가 미운털 박힐까봐 대부분 꺼려하는 상황이다.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9월호(www.kofic.or.kr)에서 CJ, 쇼박스, 롯데 등 3개 메이저 업체들의 독과점 현황을 살피고, 공정경쟁질서 확보 방안에 대해 따져본 영진위 정책연구팀은 구체적인 불공정 행위 사례를 확보해 이를 유형화하는 등의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진위 정책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영화인들만 독과점 횡포를 언급하는 것인지 아니면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를 뚜렷이 알아내기
[충무로는 통화중]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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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가 귀환했다. 강우석 감독이 9월27일 조선호텔에서 실명을 내건 강우석펀드의 조인식을 가지며, 영화산업 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강우석펀드는 신보창투가 500억원 규모로 준비한 영화 전용펀드. 현재 60%의 자금이 모였고, 10월에 자금 확보를 완료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운용기간은 5년. 투자를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는 다섯명이며, 수석심사위원은 스튜디오2.0의 김승범 대표가 맡았다. 심사위원에는 장윤현 감독을 비롯해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포진됐다. 김승범 대표는 신보창투 공인욱 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막후에서 펀드 결성을 조율했다. 강 감독은 “메인 투자자인 대기업이 극장이나 부가판권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만 수익을 내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과거 CJ와 프리머스를 두고 다툼을 벌였고, 그 결과 프리머스와 시네마서비스의 지분을 CJ쪽으로 넘긴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강 감독의 이런 용단은 의미심장
승부사, ‘강우석 펀드’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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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 스턴트 <잭애스 넘버 투> 1위
상상을 초월하는 스턴트영화 <잭애스 넘버 투>가 전편에 이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성적은 2810만달러이고, 관객의 70%가 25세 이하 남성인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밝혀졌다. 2위 역시 남성 관객의 갈채를 받은 영화 <무인 곽원갑>이다. 이연걸이 자신의 마지막 무술영화가 될 거라고 한 <무인 곽원갑>은 1060만달러로 데뷔했다.
폴 해기스, <플레이보이>에 실린 기사 영화화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의 감독 폴 해기스가 남성잡지 <플레이보이>에 실린 기사 <죽음과 불명예>를 영화로 만든다. 이라크전 참전 중에 아들이 사망하자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영화에 적합하게 허구화되었다. 샤를리즈 테론과 토미 리 존스 출연. 확실한 제목은 미정이고 늦어도 올해 안에 제작에 들어간다.
슈퍼히어로와 악당의 눈치없는
[해외 단신] 무삭제 스턴트 <잭애스 넘버 투> 1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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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부터 시네마테크는 제게 안락한 꿈같은 장소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뿌연 화질의 복사판 비디오를 통해 열심히 영화의 장면장면을 뜯어먹을 듯한 기세로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제는 번듯한 하나의 극장으로 거듭나 필름 프린트로 국내외의 고전과 명작들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쁩니다. 저는 최근에도 서울시네마테크의 시네바캉스 프로그램에 재밌게 참가했고, 또 세편의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즐겼던 기억도 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또는 영화팬에게 시네마테크 같은 파라다이스가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봉준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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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인으로서 좋은 일을 하게 돼서 즐겁고 추천해준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제 술집에서 청각장애인이라며 도와달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어떤 문서에 서명을 하고 돈 1만원을 그에게 주면서 이게 거짓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어디에 쓰여지든 올바르게만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자로는 <안녕, 형아>의 임태형 감독님을 추천하겠습니다. 감독님은 김영호 촬영감독의 선배였는데, 우리 셋은 우연히도 모두 A형이라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지방 로케이션 때는 셋이 함께 방을 쓰면서 스탭들 몰래 음식을 해먹기도 했으니까요. 그 또한 이런 좋은 일을 잘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원 릴레이] 양우상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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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직후 열리게 될 중소 규모의 영화제들이 상영작 및 행사일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아 10월25일부터 29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5일간 열리는 서울유럽영화제는 유럽영화의 현재를 알 수 있는 기회다. 27편의 상영작 중 개막작은 <수면의 과학>. <이터널 선샤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셸 공드리 작품이다. 그 밖에도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루마니아 신예 코넬리우 포롬부의 코미디 <12시8분, 부카레스트>, 다이애나비의 죽음과 관련하여 총리와 여왕의 이야기를 다룬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 퀸> 등이 있다.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황혼의 빛>, 누리 빌게 세일란의 <기후> 등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영화제의 상영작 일부도 다시 볼 수 있다.
10월27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벌2006은 장
10월 말 서울은 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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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8일 개봉한 영화 〈타짜〉는 ‘최고 경지에 오른 전문 도박사’ 4인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시사회가 끝난 뒤 조역 ‘아귀’였던 김윤석(39·사진)의 호연이 주연에 버금가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전 생김새로 보나 뭘로 보나 ‘당연히’ 도인의 길을 가는 타짜 ‘짝귀’ 역이 올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최동훈 감독이 뜻밖에 저한테서 사악한 아귀를 본 거죠.”
아귀는 화투판에서도 정평이 난 최고수 타짜로, 상대방 타짜의 ‘기술’을 잡아내는 즉시 손목을 잘라버리는 잔인한 인물이다. “아귀는 정신적으로 아예 근처에 가기가 꺼려지는 인간이죠. 도박판이라는 게 자칫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 낭만의 정점에 인간성을 상실한 끔찍한 존재(아귀)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지요.”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 속 ‘착한 남편’을 떠올린다면, 최 감독이 아귀 역으로 김윤석을 떠올린 건 신기에 가까운 캐스팅 같다. 하지만 그는 최
<타짜> 화제의 악역 김윤석, “아귀요? 상종 못할 인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