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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종합선물 [5] - TV영화 편성표
추석 종합선물 [5] - TV영화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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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에서 기말시험 감독을 하다 겪은 일이다. 한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면서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 학생은 낮은 목소리로 “선생님, 제 앞자리의 두 학생이 시험 시작부터 커닝 페이퍼를 보고 있어요”라고 했다. 나는 학생이 알려준 자리를 주시했다. 과연 그랬다. 한참 관찰하다 현장을 덮쳐 ‘범행도구’를 압수했다. 그런데 문제의 페이퍼에 깨알처럼 박힌 활자는 논술식 문제에 도움이 안 되는 한심한 내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범인에 대한 분노보다 제보자의 인정머리 없음이 오히려 더 씁쓸했다(이런! 선생이란 사람이 평가의 공정성을 위한 주옥같은 제보를 그렇게 삐딱하게 보다니!).
24년 전 같은 학교 한 강의실에서 나는 비슷한 마음 상태를 경험한 바 있다. 학과 공부와 거리가 먼 대학 첫 학기를 보내고 ‘정치학 원론’ 기말시험을 맞은 나는 앞자리의 친구에게서 ‘비급’이 날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감시가 삼엄한 탓인지 친구는 매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불량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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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취미는 기행문 모으기였다. 아마도 아버지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무역선 선장이었던 아버지는 일년에 두어달만 한국에 들렀지만, 그의 사진첩은 항상 거기에 있었다. 희망봉과 파나마 운하, 베니스와 디즈니랜드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자그마한 항구도시가 너무나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1980년대 중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 저녁이면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길거리에 멈춰서야 했던 10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세계’란 ‘외계’였다.
기행문 모으기는 강박적으로 계속됐다. 아는 누나집에 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은 페이지가 닳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고, 용돈이 모이는 족족 초판 발행된 가이드북 <세계를 간다>를 사들였다(이 초판 가이드북을 지금 들여다보면 꽤 재미있다. 20여년간 세월이 너무 많이 변한 탓이다. 호텔값은 또 어찌나 싼지). 가이드북을 제외한다면 가장 좋았던 기행문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전규태가 쓴 <매혹의
[오픈칼럼] 진짜 기행문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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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 사모님, 사랑의 카운슬러….
코미디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보는 사람이라면 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개그야> <웃찾사>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개그사냥> 등 개그 프로그램을 닥치는 대로 보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도 이중 어느 프로그램 하나쯤은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9시 뉴스> 대신 ‘마빡이’를 본 뒤 십년 만에 웃어봤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이제 개그는 정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하긴 <돌발영상>이란 희대의 다큐멘터리(?)도 있으니 정치는 개그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난 심야에 KBS에서 하는 <개그사냥>이란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개그맨 지망생들이 팀을 짜거나 솔로로 출연해 짧은 콩트를 선보이고 기성 개그맨이나 작가들에게 냉혹하게 평가받는 과정 때문이다. 그들 중 몇몇이 <폭소클럽>이나 <개콘
[이창] 한국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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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반 처음 가봤던 유럽에서 만났던 첫 문화적 충격은 횡단보도였다. 파리의 콩코드 광장이었던가. 차들이 막 달리는 큰길에서 사람들이 서슴없이 불법횡단을 하는 것을 봤다. 보도블록 사이로 콕콕 박혀 있는 담배꽁초와 지하철의 지린내까지, 충격은 물수제비처럼 퐁퐁퐁 이어졌다. 이런이런. 신호등 무시하고, 길바닥에 휴지버리고, 줄 서 있을 때 새치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거 아니었어?
2002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이 수만명의 자발적 응원군들로 꽉 차며 ‘한국에서도 축제 문화’ 운운할 때 시큰둥했다. 애국주의 등에 대한 비판적이고 지성적인 담론에 공감해서가 아니었다(그럴 리가 있나). ‘훌륭하다’ 편에 서 있는 기사나 글들에는 늘 그 많은 사람들이 혼란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나중에 앉은 자리까지 깨끗하게 정리했더라는 내용이 꼭 들어갔고 그게 거북했다. 반대로 ‘%%녀’ 계통의 튀는 응원자들을 향해 ‘옥에 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거슬렸다. 자
투덜양, <글래스톤베리>에서 모든 것이 허락된 해방구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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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잠수함이 북한 영해에서 조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북한군은 조난당한 잠수함을 포위하고, 백악관엔 비상이 걸린다. 잠수함에 탄 군인들을 구하는 길은 둘 중 하나다. 전쟁을 할 것인가? 협상을 할 것인가? 지난 9월17일 방영된 미니시리즈 <커맨더 인 치프>의 내용이다. 지나 데이비스가 연기하는 미국 대통령 앨런이 힐러리 클린턴을 닮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커맨더 인 치프>는 <웨스트윙>과 마찬가지로 백악관을 무대로 삼은 정치드라마다. 우연히 틀었다가 채널을 고정시키고 보게 된 건 신문에서 무척이나 알기 어렵게 표현하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역학이 한눈에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맞먹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한 대통령 앨런은 관계자들의 자문을 구한다. 북한엔 핵무기와 정규군만 100만명이 있다며 전쟁을 반대하는 온건파와 북한군 100만명은 독재자의 압제에 신음하는 배고픈 국민들일 뿐이라며 본때를 보이자는 강경파가 맞서는 가운
[편집장이 독자에게] 위험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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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역시 코미디. <가문의 부활 - 가문의 영광 3>가 박스오피스 절반을 차지하며 첫주 125만2128명(이하 배급사 집계)을 불러모았다. 서울 110개, 전국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가문의 부활>은 서울에서도 31만 7769명을 동원했다. 작년 453개 스크린에서 127만명을 불러모은 형님 <가문의 위기>보다는 약간 못미치는 성적. 참고로 올초 개봉하여 61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코미디영화 역대 1위로 올라선 <투사부일체>는 오프닝에서 402개 스크린으로 무려 166만명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기대작이 대거 몰리는 추석 극장가의 배급상황을 고려하면 <투사부일체>의 기록에 근접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지난주 1위였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85만 2천명을 동원해 개봉 12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 109개, 전국 471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우행시>는 서울 64만2000명, 전
<가문의 부활>, 125만명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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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키지 못한 사랑, <가을로>
감독: 김대승
배우: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최종원, 방은미, 임종윤
사법고시에 합격한 현우. 오랜 연인이었던 민주를 낯선 아파트로 초대한다. 의아해 하는 민주, 그때 울리는 벨소리 그리고 장미꽃다발을 들고 있는 현우. “사랑한다... 영원히 지켜줄께. 나랑 결혼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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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사랑하고 싶었어, 세상이 뭐라고 하든… <오래된 정원>
감독: 임상수
배우: 지진희, 염정아, 윤희석, 김유리, 윤여정, 박혜숙
군부독재에 반대하다가 젊음을 온통 감옥에서 보낸 현우. 17년이 지난 겨울, 교도소를 나선 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단 한 사람,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지갑 속 사진의 얼굴만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잊을 수 없는 그 얼굴, 바로 한윤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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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바람둥이, 제대로 사랑에 빠졌다! <어느 멋진 순간>
감독: 리들리 스콧
배우: 러셀 크로, 마리온 꼬
[특집] 올 가을,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최고의 멜로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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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무도리> 살아남은 터미네이터
[정훈이 만화] <무도리> 살아남은 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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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를 극장이 아닌 카페와 클럽에서 만난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서울, 부산, 광주, 전주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독립영화 상영회를 개최한다. 네 곳의 상영작은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상영작들이다. 서울 홍대 산울림극장 근처에 위치한 카페 빵의 열네번째 독립영화 상영회는 9월27일 수요일 7시30분, 부산 부경대 앞 음주문화공간 다락에서 열리는 다섯번째 상영회는 10월1일 일요일 7시30분, 광주 전남대 후문 클럽 네버마인드에서 열리는 첫번째 상영회는 9월26일 오후 7시, 전주 전북대 구정문 앞 클럽 투비원에서 열리는 첫 상영회는 9월29일 7시30분부터 열린다. 입장료는 음료 포함 5000원이며, 청소년은 3000원이다.
상영작은 윤강로 감독의 <누구나 그렇다는>, 신동석 감독의 <가희와 BH>, 강승표 감독의 <졸업의 이론과 실제>, 류훈 감독의 <임성옥 자살기>,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 기채생 감독의 다
독립영화, 클럽과 카페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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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노조가 10월12일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의 영화 노동환경과 개선을 논한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세계영화산업 노동자의 노동환경 현황 비교와 한국영화현장 개선방안> 컨퍼런스를 10월16일 오후 3시 CGV 장산 5관에서 주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끌로드 미셸, 멕시코 영화감독조합 위원장 알프레도 게롤라를 비롯한 해외관계자와 영화노조 최진욱 위원장과 김현호 정책실장 등이 참석하여 자국의 영화산업노동 시스템과 노동환경을 살펴보고 한국영화 노동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국의 영화노동자여 토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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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으로 뚝 잘린 스크린쿼터를 되찾겠다는 연대의 목소리가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도 울려퍼진다.‘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영화인 대책위는 영화제 기간 동안 문화다양성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FTA와 문화다양성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라는 이름으로 열릴 이번 컨퍼런스는 10월15일, 오후 3시부터 영화제 공식 회의장인 파빌리온 컨퍼런스룸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10월13일 저녁에는 전국영화과 학생들 300여명이 모여 스크린쿼터 원상회복과 한미FTA의 부당함을 알리는 내용의 해변 문화제를 펼친다. 학생대책위는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7일 동안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으로 활동하며, 영화제 내내 이 문제를 관람객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컨퍼런스에서는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 의장 파스칼 로가드가 기조연설을 맡고, 발제자로 배우 최민식, 영화인대책위 이해영 정책위원장, 프랑스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끌로드 미셸, 미국 어바나-샴페인 대학 로버트 케글 교수, 캐나다
스크린쿼터 투쟁, 부산에서도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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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머스도 추석 멀티플렉스 신규 개관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리머스시네마는 30일 프리머스 노원, 10월초에는 광명, 인천 주안, 목포를 연이어 개관할 계획이다. 노원은 5개, 광명은 6개, 주안은 9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새로 문을 여는 프리머스의 극장 중 3개관이 수도권에 밀집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경기권은 멀티플렉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프리머스는 이번 4개관의 오픈을 통해 전국 33개 극장과 240개 스크린을 확보하게 됐다. 신규 개관과 관련한 이벤트는 프리머스시네마 홈페이지 참조.
프리머스 노원, 광명, 주안, 목포 연이어 신규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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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 정구, 지구를 부탁해!
상상력 경연대회가 있다면 장준환은 으뜸 우승 후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승 후보에겐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따금 춥고 먼 나라에 영화 심사위원으로 갔다거나, 단편영화제에 멀고 추운 나라에서 사온 보드카를 공수해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가 드디어 필생의 역작을 부산국제영화제 PPP에 내밀었다. <지구를 지켜라!>보다 훨씬 전 기획된, 이름하여 <파트맨>(Fartman)으로 슈퍼히어로 액션물이다. “천형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 너무 잦고 독한 방귀로 주위에 피해를 주고 왕따를 당한 아이는 그래서 큰 고통을 받는다. 친구를 만나서 잠시 행복해지는가 싶더니 친구가 다시 떠나고 엄마 아빠도 아이의 방귀를 참을 수 없게 된다. 아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산에 올라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수련을 닦는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자 부모는 악당에게 살해를 당한 뒤다. 아이는 부모의 복수와 정의를 구할 것을 약속한다.” 장준환식 슈퍼
이명세·김지운·장준환의 신작 [3] - 장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