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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남녀가 시련을 겪으며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는 사랑을 성취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로맨틱코미디 공식에 그 뒤의 상황들, 즉 함께 살며 맞닥뜨리는 지난한 괴로움의 시간을 덧붙인다. 이렇듯 <사랑해도…>는 사랑의 달콤함에서 남자와 여자의 심리 차이를 짚은 존 그레이의 유명한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설파하는 쌉싸름한 사랑의 인내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제목과의 연관성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사회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며 성장하는 두 청춘의 얘기를 그려내고자 한다.
로스쿨 졸업반인 드류(마틴 핸더슨)는 같은 대학 4학년생 줄리아(파이퍼 페라보)를 사랑한다. “이 세상은 멋져. 이 바지도 멋져. 저 달도.” 줄리아의 미소에 감동한 드류는 무지갯빛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만 파릇파릇한 이 연인에게도 이별은 다가온다. 졸업 뒤 거처가 이미 정해진 터라 각기 예정된 직장을 위해 헤어져
어정쩡한 연애담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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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서 모두가 알아주는 불량소녀이자 ‘칠공주파’의 리더인 세리(곽지민)는 같은 반 꽃미남 기찬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마음을 고백하는 세리에게 기찬은 날라리는 질색이라며 모범생 윤미(임성언)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윤미도 기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한 세리는 고의적으로 윤미에게 접근하고, 기찬이 모범생이 아닌 날라리를 좋아한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때부터 윤미는 세리의 지도하에 ‘날라리 연습’을 하고, 반대로 세리는 윤미에게 공부를 배우기 시작한다. 서로의 세계에 다가서면서, 두 소녀 사이에는 점차 우정이 싹튼다.
<소녀X소녀>는 채널CGV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과 손잡고 제작한 HD영화로, 케이블TV 자체 제작 영화로는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이다. 이른바 ‘명랑섹시학원스캔들’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지는 4편의 옴니버스 중 한편으로, <전쟁영화>로 2006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박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산뜻한 그릇 안에 담긴 낡은 술 <소녀X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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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열리는 로테르담영화제에 한국영화가 대거 초청됐다. 특히 신인감독의 발굴로 유명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미래의 영화’부문에는 김태식 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이 진출했다. 이 밖에도 ‘Cinema of the World: Time &Tide’부문에는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 Rotterdammerung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조범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과 박철희 감독의 <예의없는 것들>이 선정됐다.
단편영화의 약진도 눈부시다. 단편경쟁부문인 ‘타이거상 단편경쟁’에는 김종관 감독의 <모놀로그#1>이 초청됐고, 이수진 감독의 <아들의 것>, 이호섭 감독의 <And Thereafter Ⅱ>, 문정윤 감독의 <The Forty-
한국영화 11편, 로테르담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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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다음날 새벽 헤어진다. 이건 비교적 익숙한 상황이다. 신랑 신부의 친구끼리 눈이 맞는 일은 흔한 편이지만, <낯선 여인과의 하루>의 남녀는 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이이다. 사실 이 둘은 구면이고 이날의 만남은 12년 만의 해후이다. 현재 남자(아론 에크하트)는 긴 머리에 매우 유연한(?) 몸매를 소유한 23살짜리 댄서와 사귀고 있고, 여자(헬레나 본햄 카터)는 심장전문의와 런던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는 원제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두 남녀의 대화 혹은 수다로 꽉 채워져 있다. 관객은 둘의 대화에서 그들의 현재 상황, 과거의 사연, 미묘한 지금의 감정까지 모든 정보를 얻게 된다. 대화로 모든 게 진행되는 영화이니만큼 ‘말맛’을 살리는 것이 관건일 텐데 두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무리없이 진행된다. <전망 좋은 방>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에 출연했던 헬레나
두 남녀의 대화 혹은 수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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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유할 수 있을까. 승부사로서의 프로듀서 기능은 비슷해 보인다. 공격적인 기획은 대박이거나 쪽박, 양자택일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브로드웨이에서 닳고 닳은 프로듀서 맥스(네이단 레인)의 제1규칙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뮤지컬이 또다시 실패했지만 맥스의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는 참패에서 싹이 돋는다. 장부를 정리하러 온 회계사 레오(매튜 브로데릭)의 무심한 한마디. 투자받은 액수보다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 작품이 망하면 프로듀서는 오히려 돈을 번다! 맥스의 순발력이 이 엉뚱한 계산법에 꽂히고, 유아적 순수성을 영혼처럼 지닌 레오를 동업자로 끌어들인다.
2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일생일대의 실패작을 만들어내자는 기획은 내용인즉 사기다. 주판알의 범주를 넘지 않던 소심한 레오가 사기극에 뛰어든 건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던 막연한 꿈 때문이다. 가장 끔찍한 각본 찾기가 우선이다. 마침내 찾아낸 ‘히틀러의 봄날’은 맨해튼
크리에이티브의 재밌는 역설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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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현영)은 “펜이 세상을 바꾼다”고 철석같이 믿는 신문사 기자다. 하지만 신념은 신념일 뿐. 그녀에겐 연예인들의 꽁무니를 뒤쫓으며, 스캔들을 추적하는 임무만이 주어진다. 반면, 강재혁(이동욱)은 “주먹이 세상을 지킨다”고 굳건히 믿는 강력계 형사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모서리 공포증.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그이지만, 회칼, 송곳, 주사기 등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만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강재혁은 용의자를 뒤쫓던 중 최수진과 부딪치게 되고, 최수진이 먹던 어묵 꼬치에 찔려(?)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최 기자와 강 형사. 최수진이 사회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맞닥뜨린다.
줄거리 예상은 어렵지 않다. 버디영화의 골격과 스크루볼코미디의 설정을 따온 <최강로맨스>는 마약 사건을 뒤쫓게 된 두 남녀가 종국에 사건 해결은 물론이고 사랑까지 덤으로 얻는다는 내용이다. 카메라를 든 기자와 총을 찬
개인기와 애드리브는 이제 그만 <최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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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할리우드에선 불명예스러운 시상식이 치러진다.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전에 행사를 거행하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래지 어워드(Razzie Awar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시상식은 후보 지명에서도 오스카 어워드보다 하루 앞선다. 1월23일(현지시간)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예로운 후보들을 모두가 기다리는 동안, 래지 어워드는 올해도 예외없이 각 부문별 후보자 리스트를 공개했다.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는 샤론 스톤이 주연한 <원초적 본능2>. 최악의 영화상, 최악의 여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무려 7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정됐다. 샤론 스톤은 이미 <마지막 연인>과 <스페셜리스트>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창시자 존 윌슨은 샤론 스톤을 일컬어 "상습 래지 위반자(Razzie Offender)"라고 부른다고.
웨이언스 형제가 연출한 <리틀 맨>도 라즈베리 어워드의
2006년 최악의 영화, 최악의 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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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토시(야마자키 마사요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료지는 서른을 눈앞에 둔 히사토시에게 “언제까지 아버지와 단둘이 살 거냐”며, 좋은 처자가 있으니 이 참에 선을 보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히사토시는 볼일없다고 잡아뗀다. 책임지지 못할 감정을 누군가에게 안기기 싫은 히사토시.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 고향을 떠났던 첫사랑이 돌아와도 그런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히사토시의 사진관에 임시 초등학교 교사 유키코(세키 메구미)가 찾아든다. 장례식에 다녀온 뒤 심신이 지친 히사토시는 사진인화를 급히 부탁하는 그녀에게 짜증을 내고,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를 아주, 조금씩 알아간다. 죽음을 앞두고 찾아든 사랑은 죽음을 기다리며 생의 흔적을 지워가던 히사토시를 혼란에 빠트린다.
제목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지난해 <어둠속의 심
원작의 정밀 모사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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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가 자신의 미국 체험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다. 호텔에서 머물며 촬영을 하던 그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TV를 시청하던 중 빨간 수영복의 파멜라 앤더슨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그는 모든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그녀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돌진해가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내세우는 기본적인 전략은 이방인의 눈으로 미국사회를 여과해 보는 것이다. 바로 그 이방인이 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인 보랏이다. 물론 보랏은 허구적인 인물이고 그를 연기하는 ‘사샤 바론 코언’은 카자흐스탄과 전혀 무관한 영국인이다.
<보랏…>은 가장 저속한 사고와 행위를 보여주는 보랏의 미국 여정을 통해 현재의 미국사회를 풍자하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랏의 저속함에 대해서는, “제 여동생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잘나가는 창녀입니다”라
거침없는 웃음의 하이킥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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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식 혈액형에 근거한 성격 판단법은 누구에게나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다. 그것은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정확하게 나눠지기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 안에 여러 가지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소심하지만 때때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다’나 ‘당신은 대체로 상냥하지만 갑자기 냉정해질 때가 있다’와 같은 상호 모순적인 명제로 이루어진 그 성격 판별법에 푹 빠져들게 된다. 성지혜 감독의 <여름이 가기 전에>는 연애라는 단어 속에 포함된 무수한 행위들이 하나의 주체에게 얼마나 자아분열적인 행동을 가져오며, 상호 배반적인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 연애가 단일한 객체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매우 상이한 두 존재를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 분열의 강도는 더할 것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소연(김보경)이 방학 중에 한국에 들어와 두 남자와 벌이는 아슬아슬한, 혹은 안타까
스물아홉의 연애담 <여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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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업 전략을 발표한 CJ엔터테인먼트 길종철 전략기획실장
2005년 연말, 김주성 대표가 취임하면서 CJ엔터테인먼트의 인적 구조는 재편됐다. 당시 한국영화아카데미 최초로 프로듀서 전공을 담당하던 길종철 교수도 투자마케팅총괄이라는 직함으로 CJ에 동승했다. 과거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팀의 1세대였고, <올드보이>의 공동제공자였던 그가 CJ의 실무자로 활동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어느해보다 부침이 극심했던 2006년을 지나 CJ는 '2007년 사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계획을 밝혔고, 그는 전략기획실장으로 명패를 바꿨다. 이례적으로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한 배경과 맥락을 길종철 실장에게 물었다.
이례적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한 배경이 궁금하다.
=2006년은 편수도 많아졌고, 편당 수익율도 저하되서 업계 전체가 어두운 성적을 냈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도 위축됐고, 업계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편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영화시장이
[온라인 인터뷰]CJ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실장 길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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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는 <황후花>를 설명하며 오래된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그는 “겉에는 황금과 보옥, 안에는 부패와 타락. 이 속담이 뜻하는 바는 아름다운 껍데기 아래에는 어둡고 섬뜩한 진실이 놓여 있다는 것”이라면서 <황후花>가 지금까지도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봉건주의를 폭로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여인들이 바르는 분가루에서부터 하늘처럼 거대한 황궁 지붕에 이르기까지 황금을 녹여 퍼부은 듯 번쩍거리는 <황후花>는 장이모가 인용한 속담을 엄청난 규모로 재현한 영화다. 여섯겹 옷자락마다 금실을 수놓고 10만 병사가 황금 갑옷을 입고 여인의 입술과 눈두덩 위에서 금가루가 빛을 뿌리는 황궁. 그러나 그 바깥에는 빛이라고는 없어 황금색 궁궐은 어둠 아래 웅크린 석상처럼 음산하다. 암흑과 구분할 수 없도록 어두운 증오와 악의가 황금색 벽을 뚫고 새어나온다. 황궁 바깥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는 <황후花>는 감정과 규모와 폐쇄의 기괴한 스펙터클을 지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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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부부싸움 <황후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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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심히 보는 TV프로그램이 두개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하얀거탑>. 두 프로가 다루는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어떤 면에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을 둘러싼 다툼을 하나는 가족코미디로, 다른 하나는 정치드라마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한 상상을 할 때도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 선생이 <하얀거탑>의 병원에서 일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서민정 선생이 장준혁 교수 앞에서 토끼옷 코스프레를 하고 이렇게 외친다. “저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 아니에요. 저 닳고 닳은 여자란 말이에요.” 아마 장준혁 교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반응하겠지. “서민정 선생은 당장 뇌수술이 필요한 환자이니 빨리 입원조치를 하죠.” 반대로 <하얀거탑>의 장준혁 교수를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한방병원에 모시고 오면 어떨까. 장준혁 교수가 힘주어 말할 때마다 해미가 “오~케이,
[편집장이독자에게] <거침없이 하이킥>과 <하얀거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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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월27일(토) SBS 밤 12시5분
지구가 절멸의 위기에 처했다. 거대한 행성의 위협에 맞서 동원된 최후의 희망은 브루스 윌리스를 위시한 굴착 전문가 집단. 목숨을 거는 대가로 “교통 딱지를 전부 없애줄 것”을 슬쩍 부탁하는 괴짜들 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척으로 등장한 윌 패튼이다. 소심한 실패자로 등장한 그는 그러나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영웅’으로 부상하며 영화의 최루성 수치를 한껏 높인다. 패튼은 딱히 기억에 남는 특징없이 무난하게 말쑥한 인상을 가진 배우다. 친근하지만 왠지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타입의 배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년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를 전전하며 도약을 꿈꾸던 윌 패튼은 <노 웨이 아웃>에서 진 해크먼의 교활한 보좌관 스캇으로 등장하며 할리우드에 기반을 마련했다. 20년 이상 스크린에 몸 담았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끝없이 이어진다.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카피캣>), 절도범의 뒤를 캐는 보험회사
[앗! 당신] 너무나 두꺼운 하얀 도화지, 윌 패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