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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가 그리스 비극과 만난다면 어떤 모습을 할 수 있을까? 폭력이 찬양되는 액션물에 부모를 죽인 죄책감으로 고통받는 오레스테스나 오이디푸스를 섞을 수 있을까? 너무나 먼 것 같은 두 공간, 곧 신세계의 서부와 고대의 그리스를 연결하는 대담한 계획을 실천에 옮긴 감독이 바로 앤서니 만(1906~67)이다. 이른바 ‘심리 웨스턴’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배우가 수익분담금을 요구하는 계약 퍼뜨려
뺏고 싸우고 죽이고 하는 활극(Horse Opera)이 그나마 픽션의 얼개를 갖추는 데는 존 포드의 <역마차>(1939)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웨스턴도 격식을 갖춘 영화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존 웨인의 시대가 열렸다. 물러설 줄 모르는 강인한 남자 존 웨인이 웨스턴의 표상으로 각인돼 있을 때, 로맨틱코미디의 순진한 청년 제임스 스튜어트가 ‘뜻밖에도’ 웨스턴에 등장했다. 감독도 웨스턴과는 인연이 멀고, 주로 누아르 필름을 찍던 앤서니 만이다. 뭘 만들 수 있을까?
[걸작 오디세이] 황야에 펼쳐지는 그리스 비극의 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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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 보가트(1899~1957)는 존 휴스턴의 술친구다. 1930년대에 보가트는 갱스터영화의 조연으로 나오는 흔한 배우 중 한명이었다. 반면 휴스턴은 미래가 약속된 시나리오작가였다. 별 볼일 없는 갱스터의 조연이나 하다 연기인생을 끝낼 보가트가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게 바로 젊은 휴스턴과의 만남이다. 보가트는 휴스턴의 감독 데뷔작 <말타의 매>(1941)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며 바야흐로 누아르영화의 상징이 된다. 그의 나이 42살 때다.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배우가 마흔을 넘겨 전설이 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긴 것이다. 누아르영화를 잉태하고 발전시킨 전쟁이라는 비이성의 폭력 속에선 반듯한 미남보다는 보가트 같은 ‘못생긴’ 아웃사이더가 더욱 매력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20여분 지속되는 1인칭 시점 카메라
델머 데이브스의 <다크 패시지>(Dark Passage, 1947)는 보가트의 인기가 절정에 있을 때 발표된 누아르다. 1945년 보가트가 자기보다
[걸작 오디세이] 험프리 보가트, 누아르의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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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크로퍼드(1906∼77)는 1930년대의 스타다. 메트로-골드윈-메이어, 곧 MGM의 사주인 루이스 메이어의 전폭적인 지지로 스타덤에 올랐다. 라틴 계열의 피가 섞인 그녀가 글로리아 스완슨, 그레타 가르보 같은 순백의 배우들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 승산없는 싸움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크로퍼드는 30년대 들어 그레타 가르보와 더불어 MGM의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루이스 메이어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30년대 그레타 가르보의 라이벌
크로퍼드는 메이어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섹스에 관한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메이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스타들과 별의별 염문을 다 뿌린 할리우드의 플레이보이였다. 크로퍼드는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성적인 노리개이기도 했지만, 대신 대중의 스타로 군림할 수 있는 기회를 전폭적으로 제공받았다. 메이어와 크로퍼드 사이의 섹스 스캔들은 클린턴과 르윈스키 사이에 일어났던 ‘부적절한 행위’, 그 이상이었다.
아버지의 얼
[걸작 오디세이] 40살에 핀 조앤 크로퍼드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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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관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영화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상영작 중 내 관심은 왕조현이 나오는 <천녀유혼> 3부작이다. 지난 2번의 연휴를 서울 아닌 곳에서 놀았으니 꼭 가볼 생각이다. 1967년 대만 출신의 왕조현은 짙은 숯검댕 눈썹의 우아한 얼굴, 뽀얀 피부의 롱다리가 돋보이는 청순미의 대명사였다. 게다가 170cm가 넘는 농구선수 출신의 왕조현은 이른바 ‘롱다리’ 여배우의 원조였다. 막연하게 떠올리는 ‘선녀’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배우가 바로 왕조현이었다. 1985년 홍콩으로 건너와 <위슬리전기>(1985)와 <타공황제>(1985)에서 당시 <최가박당> 시리즈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허관걸의 애인으로 등장한 그녀는 <천녀유혼>(1987)으로 빅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영채신(장국영)과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로워하던 ‘요괴’ 섭소천(왕조현)의 우수에 젖은 눈빛은 수십만 학생들의
[울트라 마니아] 영원한 몽중인, 왕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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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이하 <포비든 킹덤>)에서 저에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마이클 안가라노의 가슴에 난 거무스름한 털이었습니다. 뭐야, 왜 저런 게 쟤 가슴에 난 거지? 하지만 검색해보니 얘도 벌써 스물을 넘겼어요. 어른이에요. 하긴 얼굴을 보니 <스카이 하이> 때보다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하더군요. 제가 방심한 동안 세월이 또 그렇게 지난 겁니다. 마이클 안가라노의 커리어를 주목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기는 하지만. 흘러가는 세월이 이 친구에서 특별히 아쉬운 것도 아니겠죠. 아역배우 출신이지만 처음부터 어린아이다운 미모를 뽐내는 타입은 아니니까. 다 자란 지금도 대단한 미모나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아니지만요.
마이클 안가라노에겐 잘하는 역할이 하나 있죠. 별것 아닌 남자애 역요. 그 별것 아닌 남자애가 특별한 상황에 걸려 넘어지면 이 친구의 고정된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이런 이미지를 저에게 박아놓은 작품은 셋이죠. 우선 <윌
[듀나의 배우스케치] 마이클 안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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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개척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제시 제임스는 한국인에게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그의 유명세는 대단한 것이어서 ‘19세기 말에 유럽인이 아는 미국인이라곤 마크 트웨인과 제시 제임스뿐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발간한 <카우보이>에 따르면 “서부 역사상 어떤 무법자도 ‘제임스 갱단’만큼의 성공과 명성을 얻진 못했다”고 한다. 유명한 무법자인 돌튼 형제, 부치 캐시디, 선댄스 키드, 존 웨슬리 하딘, 빌리 더 키드는 모두 제임스 갱단 아래 위치한다는 이야기다. 제시와 프랭크 제임스와 10여명의 주변인들로 결성된 ‘제임스 갱단’은 1866년 2월, 미주리주에 소재한 은행을 털면서 시작을 알린 뒤, 장장 15년 동안 7개주에 걸쳐 12건의 은행털이, 7건의 열차 강도, 5건의 역마차 습격에 성공하며 이름을 날렸다.
빈틈없이 사전조사를 하고 과감하게 실행한 다음엔 흩어져서 은신처에 숨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했던 그들은
5편의 DVD로 만나는 제시 제임스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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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의 중고차 매매시장 장면이다. 멤버들이 모여서 설움과 슬픔을 나누는. 내가 사진을 찍은 건 아니니 단정할 수 없지만 이날 촬영 때 (이준익) 감독님이 유난히 고민이 많으셨다. 혁수 역의 김상호씨가 우는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감독 입장에선 배우의 감정을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하느냐 재차 숙고하셨다. 오열이냐 아니면 흐느낌으로 갈 거냐. 이 경우에 다른 인물들의 감정은 또 어느 정도 수위여야 하는가. 현장에 누구보다 일찍 나오시는 터라 별로 고민하시는 모습을 많이 뵌 적은 없지만, 이날만큼은 세팅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인물들의 감정을 저울질하셨던 것 아닌가 싶다.”
[숨은 스틸 찾기] <즐거운 인생> 괴로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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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이 배우 요즘 상종가인 줄 금세 알겠다.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원하는 답변을 척척 내놓는 걸 보면 최근에 인터뷰를 많이 가졌다는 증거다. 하긴 <히트>에서의 미키성식, <비스티 보이즈>에서의 스패너 사장, <강적들>에서의 우직한 경호실장까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연한 영화, 드라마에서 배우로서의 존재 표식을 확실히 했으니 언론의 관심이 과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력이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고”, “한컷이라도 내가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고”라는 욕심을 넘어 “두편의 영화 아이템 기획을 진행 중이고”, “할리우드영화에서 갱 맛 나는 영어를 내뱉는 역할도 맡고 싶다”는 포부까지 내비치는 마동석.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탄탄한 근육 안 배우로서의 속살을 맘껏 보여줄 때가 언제쯤 될지 더 궁금해졌다.
-<강적들>에선 경상도 사투리다. <히트>에서는 전라도 사투리였는데.
=좀더 시골스러운 오리지널 사
[마동석] 난 음지, 양지 안 가리던 잡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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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648호를 보다 나는 잠시 ‘어 이거 웬 의사협회신문?’ 했다. 다시 보니 영화평론가 황진미의 <식코> 평이다. 황진미는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몰이해를 질타하고 저수가에 시달리는 한국 의사들의 고충을 호소하며 의사들을 향해 ‘돌팔매질을 해대는 포퓔리슴에 대한 성찰’을 요구했다. 평소 의사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자주 보던 주장이다. ‘의사’이기도 한 평론가 황진미의 주장답다. 그러나 그의 글은 ‘팩트’가 틀렸다. 게다가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하다보니 결론도 황당했다. 나도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영화평론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지만 내가 황진미의 글에 반론을 쓰는 이유는 나도 <식코>를 보았고, 감동해서 동료의사들과 영화 <식코>를 보자는 캠페인까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이미 간접세만으로도 낼 건 다 낸다
우선 황진미는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료를 소득의 2.5%라고 했다. 틀렸다. 우리나라 보험료는 올해 5%다
[영화읽기] 보험료 부과체제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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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SBS목동 사옥에서 있었던 TV드라마<도쿄,여우비>제작보고회 현장
CF스타로 막 떠오른 수진이(김사랑)이 촬영 중에 도망쳐
일본에서 초밥요리사를 꿈꾸는 한인유학생(김태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의 한일합작, 4부작 드라마 <도쿄, 여우비>제작발표회 현장에는 이준형 감독과 배우 김태우,김사랑,오타니 료헤이가 함께하여 제작과정과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SBS 월화4부작특집 <도쿄, 여우비>는 오는 6월 2일 9시55분~10시55분에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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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같은 첫사랑, TV드라마 <도쿄, 여우비>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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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영화관>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모여 3분이라는 러닝타임으로
그들만이 가지는 영화관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영화로 풀어낸다.
이름만 들어도 감탄을 자아내는 35인의 거장감독들의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색깔로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오는 5월 15일날 개봉했다
[개봉작 NEW] <그들 각자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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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캐스팅] <테이큰> 당신 딸은 내가 데리고 있소
[대박 캐스팅] <테이큰> 당신 딸은 내가 데리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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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축드립니다. 늦둥이 보신 거요.
=에그, 남세스럽게 왜 그랴!
-남세스럽긴요. 아주머니만 그러신 게 아니라 동네 아줌마들 죄다 임신하셨던걸요, 뭐.
=히히, 그건 그래. 처음에는 어떡~하나 오만 잡생각이 다 들더니 이게 진짜 경축할 만한 일이더라고.
-그래도 남편분과 따님한테 미안하진 않으세요? 부군께선 아들뻘 되는 녀석한테 조강지처 빼앗기고, 따님께선 자기 애인을 엄마한테 뺏긴 셈인데.
=뭐 처음엔 미안한 맘도 들었지만서도 그게 다 자업자득이여. 난 평생 살림만 하라고 태어난 사람으로 아는지 나 혼자 내팽개쳐두고 서방은 밖에서 술먹고 놀기 바쁘지, 딸년은 연애질하느라 바쁘지. 알고 보니 또 지들끼리 짝짜꿍이더라고. 난 단지 그들에게 식모였을 뿐이었다니깐.
-에이,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다 그렇게 살죠, 뭐.
=어이구?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못 써. 아줌마들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알어? 그리고 아줌마들 없었으면 대한민국 남자들 따뜻한 밥 한 숟갈
[가상인터뷰] <경축! 우리사랑>의 로맨스마마 봉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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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썸>은 MMA 액션 장르가 학원물과 만난 케이스다. 전학 온 남학생은 그 학교의 ‘짱’을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한 여학생은 바로 그 짱의 여친이라는 식이다. 이전 할리우드 틴에이지 무비들이 이런 구조를 록음악을 하는 밴드 멤버 이야기 혹은 슬래셔 무비나 화장실 유머 영화와 뒤섞었다면 <겟썸>은 본격 격투기 영화로 만들었다. <겟썸>을 계기로 격투기 용어와 액션 디자인을 정리해봤다.
1. MMA, 서서도 누워서도 가능한 종합격투기
제이크(숀 패리스)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경멸한 라이언(캠 지건뎃)에게 복수하기 위해 MMA 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MMA는 ‘Mixed Martial Arts’의 약어로 스탠딩(서서) 그라운드(누워서) 모두 포함되는 룰을 지닌 ‘종합’ 격투기다. 그래서 K-1으로 대표되는 이종격투기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이’자에서 보듯 K-1은 Karate, Kickboxing, Kungfu 등 여러 가지 입식타격무술의 첫자가
[알고 봅시다] 서서도 누워서도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