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드라마 `허준' `대장금' `이산'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19일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와 드라마의 수출가 폭등으로 한류가 위기에 처했다"며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한 이병훈 PD는 이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주최로 열린 `CALS 열정과 지성을 만나다' 특강에서 `한류-한국인의 영원한 판타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드라마 1편당 제작비가 1억3천만원 정도인데 한류 이후 주인공의 출연료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제작비 절반 이상이 출연료로 쓰인다"며 "제작비가 부족하니 연기력과 상관없이 싼 배우를 쓰게 되고 엑스트라 수를 줄여 불과 50명으로 전쟁 장면을 만들게 되면서 결국 작품 전체의 질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PD는 또 "일본에 한류가 확산된 이후 일본과 대만, 홍콩 등에서 한국 배우를 초청해 팬미팅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경쟁을 하게 되면서 몸값이 올라 한번 (해외 팬미팅에) 다녀오면 1억씩 받게 되면서 배우들이 기고만장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PD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드라마들이 적자를 보니까 수출가를 10배 이상 올렸고 결국 지금 해외 수출도 상당히 줄었다"며 "이러다 한류가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류를 지속하려면 드라마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고 더 창의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돈을 많이 투자해야 되는데 지금 한류의 과실은 제작사와 방송사가 아니라 연기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에 재투자가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PD는 또 전세계 60개국으로 수출한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역으로 이영애를 캐스팅하기까지의 뒷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송윤아에게 시놉시스를 보내고 나중에 김하늘, 송혜교, 장진영, 마지막으로 명세빈에게까지 보냈는데 전부 거절당했다"며 "`드라마 꽤 괜찮을 거 같은데 왜 다 안한다고 할까' 고민하다가 톱 클라스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이영애에게 시놉시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영애가 어떻게 작품을 끌고 나갈거냐고 묻기에 약장수처럼 브리핑했다"며 "`시놉시스 완성하고 첫번째로 떠오른 얼굴이 너였다. 고민하다 너에게 처음 얘기하는 거다'라고 얘기하며 밥까지 사고 겨우 캐스팅했다"고 당시 일화를 전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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