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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제가 뮤지션의 인생담을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삶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화려한 영광과 쓸쓸한 추락이 공존하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과 경쟁의 드라마가 있다. 그들의 히트곡을 연달아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영화들이 가진 매력이다. 제천영화제가 마련한 ‘뮤직 인 사이트’ 섹션은 음악을 통해 한 뮤지션의 삶을 엿보고, 여러 음악 문화들을 탐방하는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밥 말리를 비롯해, 재즈 가수 아니타 오데이, 동구권의 팝스타인 딘 리드의 삶과 음악을 고찰하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지난 20005년 2월7일은 밥 말리의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약 35만명의 팬들과 레게 뮤지션들, 그리고 생전에 밥 말리가 추종한 자메이카의 종교운동 ‘라스타파리안’의 신자들은 이날 에티오피아에서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다큐멘터리 <밥 말리에게 바침>은 이 축제의 모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설적 뮤지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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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반이 들썩일 때가 됐다.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오는 8월14일부터 19일까지 제천시 일대를 음표들로 수놓는다. 그동안 맑은 물과 풍광, 바람 좋은 도시라는 제천의 특징을 휴양영화제라는 컨셉으로 살린 제천영화제는 올해 경쟁영화 부문을 도입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도약의 발판은 다소 모호한 음악영화란 개념을 하나의 장르로 구축하는 것이다. 전세계 32개국에서 날아온 82편의 상영작 또한 그런 맥락에서 관객에게 소개될 작품들이다. 아무런 이유없이 무작정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실존한 뮤지션을 추억하고 회고하는 작품, 음악을 통한 경이로운 만남, 그리고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를 테마로 한 특별전까지 제천을 찾아갈 여러 영화들을 소개했다. 아울러 고환율,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제천영화제로 휴가를 떠날 이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도 덧붙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스크린, 음표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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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생긴 탓을 할 수밖에 없다. 섹시함과 어리버리함이 공존하는 구미호(<구미호 가족>)와 유부남과의 독한 사랑에 몸부림치는 보석디자이너(드라마 <달콤한 인생>)에 이어 <다찌마와리>에서는 관능적인 여성첩보원이다. 류승완 감독이 박시연에게서 본 것은 70~80년대 여배우들이 가진 클래식함이었고, 그중에서도 <특명미녀군단> <위대한 헌터 G. J> 등 여러 첩보영화에서 독한 향기를 뿜던 강리나의 얼굴이었다. 흔히 말하듯 ‘남자를 여럿 잡을 만큼’ 큰 눈과 오똑한 코가 두 여배우의 공통점이다. 아마도 이국적(으로 보이고 싶은) 첩보물에는 더더욱 그럴싸한 매력일 듯. 여기에 류승완 감독이 1975년작 <여자형사 마리>의 빨간색 가죽옷을 입히자 <다찌마와리>의 마리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박시연의 마리는 그들과 다르게 ‘일단 예쁜 척을 하고 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언제나 여자요원들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박시연] 어머나! 이건 예쁜 척이 아니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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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가 돌아왔다. 2000년 당시 조회수 100만건를 훌쩍 넘겨버린 인터넷 중편 <다찌마와리>의 주인공 임원희 그대로다. 불한당을 보면 참지 못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매끈한 가르마를 생명처럼 소중히 하며, 여자 앞에서 맹수처럼 곰보빵을 뜯어먹던 그 쾌남이 다시 돌아온 것. 어떤 렌즈를 써도 광각렌즈를 쓴 것처럼 느껴지는 이 빈틈없이 꽉 찬 마스크의 배우는 그 시간만큼 더 성숙해졌고 능숙해졌다. 영화를 직접 보면 알겠지만 눈물, 콧물, 침물의 양도 늘었다. 그렇게 장편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변화는 더 많다. 무엇보다 2000년의 다찌마와리는 단벌신사였지만 이번에는 거의 10벌 정도 갈아입으며 화려한 패션쇼를 벌인다. 또 왕년의 다찌마와리는 오직 주먹만 쓰는 한 조그만 동네의 모범시민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하이, 만주, 스위스, 미국을 오가며 권총과 신무기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글로벌 첩보원이다. 바꿔 말하면 임원희 자신의 말처럼 ‘모델로 삼을 캐릭터가 없는 캐릭터’다. 배
[임원희] 음후하하하, 나 쾌남 스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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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는 비밀이 많다. 뻔히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도 비밀이고, 진짜 몰라서 비밀인 것도 비밀이다. 뭐, 몰라도 상관없지만 <다찌마와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여러 가지 것들을 류승완 감독의 목소리로 깔끔하게 정리해봤다.
1. 스위스 설원의 봅슬레이 액션을 만끽하라
자기 옷을 봅슬레이 삼아 내려오는 스키장 액션신은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다. 촬영하느라 정말 지랄발광을 했다. 장비도 없고 노하우도 없으니 테스트를 되게 많이 했는데 크게 두 가지 방식이었다. 먼저 스노모빌에 카메라를 태워 뒤에서 달리는 것, 근데 스노모빌이 턴이 잘 안 돼서 고생 많이 했다. 그러다 최첨단 장비까지도 생각해봤는데, 어디까지 갔느냐면 큰 고무보트에 사람을 묶어놓고 보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보트와 사람이 같이 쫙 가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컷한 이후의 상황이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막 박수쳤는데, 컷하면 보트도 멈춰야 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멈추지?’하는
<다찌마와리> 영업비밀 전격 공개! 프린스턴대의 로케이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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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는 궁금한 점이 많은 영화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어디서 촬영했는지도 궁금하고, 화려한 대사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하며, 액션장면들의 비밀은 뭘까 또 궁금하다. 오는 8월28일 몸으로 삶을 연기하는 액션배우들의 활약상을 그린 <우린 액션배우다>의 개봉을 기다리는 정병길 감독이 독자를 대신해 질문자를 자청했다. 서울액션스쿨 스턴트맨들이 두 영화에 모두 참여했고 <우린 액션배우다>에는 <짝패> 촬영현장 컷이 담겨 있기도 하기에 그리 생소한 인연은 아니다. 웃고 떠들며 유쾌하게 <다찌마와리>를 봤다는 그가 옛날 <다찌마와리>부터 묻기 시작했다.
-<다찌마와리>를 7년 만에 다시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다. 예전부터 극장용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한동안 다른 영화를 진행하느라 바빴다. <야차>라고 제법 큰 규모의 영화
[류승완] “임원희가 아니면 <다찌마와리>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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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에 대해 궁금한 것들, 류승완 감독, 임원희, 박시연 인터뷰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는 영양가와는 별개로 꼭 한입 머금고 싶은 맛난 사탕 같은 영화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이 선배 류승완 감독을 만나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100% 후시녹음으로 배꼽 잡게 하는 두 주인공 임원희와 박시연을 만났다. <다찌마와리>를 보기 전에 알고 보면 더 좋을 두세 가지 것들도 꼼꼼히 챙겼다.
쾌남 스파이의 역습! 폭소행 급행열차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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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3: 황제의 무덤>을 보며 혹사당하는 중화권 스타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간도> 황 국장(황추생)의 변신도 실소를 자아냈고 내내 인상만 쓰는 이연걸도 괴로웠다. 심지어 <살파랑>(2005)에서 견자단과 멋진 골목 액션신을 벌인 이후 <흑권> <남아본색> 등으로 잘나간다고 생각했던 오경이 이름없는 자객 중 한명으로 나와 딱 한 장면, 피를 머금고 피식 쓰러질 때 한없이 우울했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2000)에서도 이연걸에게 꼼짝 못했던 러셀 웡이 양자경의 연인 ‘밍’으로 나와 죽음을 택한 것도 안타까웠고, <태극권>(1993)에서 정신 나간 이연걸을 극진히 보살폈던 양자경이 이번에는 이연걸에게 죽게 되니 더 가슴이 시렸다. 그래도 딱 하나 관심이 갔던 건, 영화에서 한번도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양자경의 이미지가 그나마 일관성있게 묘사됐다는 점이었다.
양자경은 늘 무예가 뛰어
[울트라 마니아] 말랑한 로맨스는 사절,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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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적인 사건 지수 ★★
바닷가 휴가 지수 ★★★
세편의 단편영화 세트 지수 ★★
아무리 절실하게 원하고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드는 일도 있다. 삶은 그런 것. 그리고 <젤리피쉬>는 그런 의미의 삶을 그려내고, 의미를 찾는 영화다. 여기 세 여자가 있다. 한 여자 바티야(사라 애들러). 남자친구한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집에 오니 천장에선 물이 샌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집세를 올리겠다고 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결혼식장에서는 상사한테 혼이 난다. 이처럼 되는 일이 없는 바티야에게 어느 날 허리에 튜브를 낀 5살 꼬마가 나타나고,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된다. 또 한 여자 케렌(노아 크놀러). 결혼식 날, 다리를 다친 덕분에(?) 카리브해로 낭만적인 신혼여행을 떠나는 대신 바닷가 앞 허름한 호텔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나 악취, 소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스위트룸으로 바꾸려 했지만 스위트룸은 이미 어느 여류작가
마술 같은 삶 <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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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 지수★★★
꼬마 배우 연기력 지수★★★
어디서 많이 본 지수 ★★★★
1983년 콜로라도. 네명의 남자는 금광이 있다는 소리에 산길을 오른다. 알프레드 파커는 콜로라도 출신이란 이유로 길잡이가 됐고, 그까지 포함해 다섯 남자는 로키산맥을 따라 길을 떠난다. 하지만 한겨울 산세가 험한 여정은 평탄하지 않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눈밭이고 식량은 다 떨어졌다. 심지어 다섯의 사이도 나빠져 말다툼과 주먹다짐이 오간다. 결국 눈싸람을 만들고 놀자며 방방 뛰던 스완은 다른 멤버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머뭇거리다 조용히 지나가던 양을 놓친 대신 얼떨결에 사람 고기를 얻은 네 남자. 이들은 인육을 먹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을 계속한다.
<사우스 파크>를 만들었던 트레이 파커의 제작, 각본, 연출, 출연작인 <카니발 더 뮤지컬>은 1983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알프레드 파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미국 희대의 식인 사건이라 불리며 세계를 소
알프레드 파커 사건 뮤지컬화 <카니발 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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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앞에 장사 없는 지수 ★★★★
박명수가 이렇게 재미없었나 지수 ★★★★
애 낳고 싶어질 지수 ☆
어느 날, 아기가 나타났다. 철부지 고등학생 준수(장근석)의 품으로 날아든 아기 우람이(문메이슨)는 당신이 아빠라며 젖을 달라고 떼를 쓴다. <아기와 나>의 첫 번째 궁금증은 준수가 이 아기의 친아빠가 맞는가, 그렇다면 친엄마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주노>의 사려깊은 동네와 다르다. 준수는 아기의 친엄마를 찾기도 전에 학교에서 정학을 맞고 어른들에게 멸시당해야 하며, 인스턴트 우유는 입에 대지도 않는 우람이를 위해 젖동냥을 다녀야 한다. 심지어 준수의 부모는 아기가 나타나기 전에 사고만 치는 아들을 혼내겠다며 가출한 상태다. 그런데 학교를 나온 준수는 ‘갑자기’ 제대로 된 아빠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우윳값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들에게 아기를 맡기고 단란주점 웨이터 생활을 하는 등의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그는 비로소 자신을 키운 부
부모님 마음 이해하기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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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酒邪) 경종 지수 ★★★★
취중진담 지수 ★★
카메오 활용 지수 ★★☆
잘나가는 인터넷 소설가라고 우기는 정유진(예지원)은 대책없는 30대 싱글녀다. “술이면 언제나 OK”인데 “마셨다 하면 필름 Out”, 매번 뒷수습하느라 ‘인생 Down’이다. 급기야 술김에 상사에게 삿대질했다가 곧바로 회사문 닫고 쫓겨난 유진. 술친구 철진(탁재훈)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떼를 써서 백수를 간신히 면하긴 하지만 외려 상전 노릇을 하는 바람에 친구들의 눈총을 산다. 하지만 안하무인, 무사태평 유진에게 실직이란 하늘이 내려앉는 시련이 아니다. 동창회에 나가서 나홀로 기분 내다 또다시 대형사고 친 그녀. 근사한 스위트룸에서의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낸 것까진 좋았는데, 다음날 상대가 2백만원이 넘는 방값도 계산하지 않고 매너없이 줄행랑을 쳤음을 알게 된다. 빈털털이인 자신의 몸과 호주머니를 유린한 파렴치범을 찾아내기 위해 유진은 용의자 추적에 들어가지만 매번 망신살 뻗치는 해프닝만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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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취한 사이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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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지수 ★
테마음악 지수 ★★★★
멀더와 스컬리 회춘 지수 ★★★★
<엑스파일>은 잘 포장된 프랜차이즈 상품이다. 멀더와 스컬리, 개성 강한 두명의 FBI요원은 콜롬비아의 마약왕을 일망타진하는 대신 서류상 X-파일로 분류된 미해결 사건의 미스테리를 추적한다. 조사는 매번 난관에 봉착하는데 사람들은 숨고 정부는 속이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 은폐와 의혹이 교차하는 와중에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두 주인공은 머리를 감싸쥐며 “진실은 저 바깥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아무도 믿지 마라”(Trust no one),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따위의 대사를 읊조린다. 고민은 딱 거기까지. 음울한 멜로디와 깊은 숙고의 분위기는 양념이고 본질은 롤러코스터다. 심각한 고뇌가 아니라 짜릿한 호기심이 시리즈를 지배한다. 멀더와 스컬리의 발자국을 따라 진실을 향해 죽 걸어나가다 보면 야릇하게 생긴 B급
TV 시리즈의 확장판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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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 지수★★★
꼬마 배우 연기력 지수★★★
어디서 많이 본 지수 ★★★★
“두고 갔으면 어때요.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경찰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스라엘에 엄마 없이 남겨진 여섯살짜리 중국인 아이를 어떻게 기념품 따위에 비교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은 스튜어디스로 일하는 미리(밀리 아비탈)가 비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벌어졌다. 일하던 중국인 가정부가 전화 한 통화를 받고는 1시간 만에 돌아오겠다며 황급히 어디론가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남자아이(바오치 첸)를 남겨놓고 갔으며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은 불법이민자였던 그녀가 이미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엄마는 중국의 베이징에 있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리,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사는 친언니 길라(아낫 왁스만)는 누들(젓가락질을 잘하고 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하여 붙여준 소년의 애칭)이 점점 귀여워 데리고 있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친엄마를 찾아
이스라엘 대중영화 혹은 가족영화 <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