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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는 곧잘 ‘그림자 인간’에 비유된다. 그들은 주로 음지에서 일하며, 그림자처럼 개개의 얼굴을 가지지 못한다. 피부색과 국적 때문에 개성이 사라진 그림자 인간이 되고 만다. ‘그림자 인간’, ‘나비의 노래’, ‘이주의 시선’ 등 8개 섹션, 11개국 30여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제3회 이주노동자영화제’가 8월8일부터 9월15일까지 서울, 포천, 마석, 부천, 안산 등에서 열린다. 개막작부터 충격적이다. <데샨토리>는 방글라데시에서 스페인으로 이주를 결심한 26명의 방글라데시 젊은이의 목숨을 건 이주여행을 보여준다. 사하라사막과 지중해를 건너며 맞닥뜨린 인간의 한계.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다 자신의 소변을 마시고, 죽은 동료의 인육까지 먹을 수밖에 없었던 실화를 각색했다.
자국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지 못한 채 강대국을 향한 선망, 그에 따른 좌절감과 열등감을 안고서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방글라데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 이주에 성
같은 그림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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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에서 소개한 [미조구치 겐지 특별전]은 영화사의 사정으로 상영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조구치 겐지 특별전이 7월25일부터 8월24일까지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와 함께 일본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미조구치 겐지의 창조적 역량이 절정에 달했던 1953년대 초반을 중심으로 그의 유작인 <적선지대>(1956)까지 8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구로사와와 오즈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미조구치는 흔히 ‘미조구치 겐지 스타일’이라 표현되는 자신만의 영화적 서명을 뚜렷하게 남긴 감독이었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장 뤽 고다르와 빔 벤더스, 짐 자무시 등이 그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를 바친 바 있다.
냉혹한 현실에 버려진 여인의 삶을 중심으로 원신 원컷(one scene one cut)의 플랑세캉스(plan sequence)의 진가를 보여줬던 미조구치 영화는 가혹한 현실에 대한 혐오와 인물에 대한 동정이 짙게
유연한 롱테이크에 담은 여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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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파시즘은 독일의 유망한 감독들을 타국으로 내몰았고 덕분에 미국은 자신의 문화와 사회를 장르의 혁신과 독특한 시선으로 재현하는 이방인 예술가들로 때아닌 행운을 누리게 된다. 멜로드라마의 거장 더글러스 서크(1900~87) 역시 그런 망명자들 중 하나다. 물론 에른스트 루비치(1892~1947)의 경우는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뒤바리 부인>이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뒤, 1920년대에 이미 할리우드로 건너온 경우다. 어쨌든 시기상 차이는 있지만, 더글러스 서크는 유니버설사의 전속 감독으로서, 에른스트 루비치는 파라마운트사의 대표적인 감독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8월8일부터 31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는 이들이 미국에서 만든 작품들을 중심으로 ‘에른스트 루비치 & 더글러스 서크 회고전’이 열린다.
미국으로의 이주 뒤, 루비치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유성영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그의 발빠른 적응력과 상상력을 증
뮤지컬 코미디와 멜로드라마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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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바캉스 서울’이 여름휴가를 고전영화와 함께 보내자고 조른다. 고전이 좋은 이유는 안심할 수 있어서다. 오랜 세월 검증받았기에 취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만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으로 시간을 투자하기에 아깝지 않다는 말씀. 8월9일부터 15일까지 다섯편의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명화극장’에서는 아이스크림 골라 먹듯 맘에 드는 영화를 골라 보면 될 듯하다. 비록 다섯편밖에 되지 않지만 스릴러에서 로맨틱코미디까지 면면이 알차다.
우선 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 하수구 추격장면과 마지막 가로수길 장면이 인상적인 <제3의 사나이>는 미국인 소설가 홀리 마틴(조셉 코튼)이 친구 해리 라임(오슨 웰스)을 만나러 빈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라임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그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눈치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감독 캐롤 리드의 연출 덕이
여름에 즐기는 그윽한 고전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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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하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려운 게 공포영화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장면의 연출은 오히려 쉬운 반면에 관객을 피해자의 처지로 자기 문제화시키는 것은 항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08 서머 호러 판타지’가 8월1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선보이는 여섯편의 영화 <버그> <슬리더> <렛미인> <악몽탐정> <블러디 아일랜드> <보더랜드> (극장에 따라서는 <렛미인>과 <보더렌드>를 제외한 네편)는 동시대적인 사회 부조리를 농축하여 밀어붙이는 영화들이다. 부천영화제를 찾았던 아름다운 호러 <렛 미 인>과 DVD 해외타이틀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보더랜드>를 제외한 4편의 영화를 미리 만나보자.
거장 윌리엄 프리드킨의 귀환! <버그>
걸프전에 참전하여 실험대상이 되었다고 믿는, 겉보기에 유순하지만 내면에 광신적 믿음이 들끓는 한 사내. 남편의 가석방
농축되고 농축된 미개봉 호러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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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영화계의 큰 별, 유세프 샤힌 감독이 7월27일 8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출혈. 샤힌의 공식소속사 메나는 그가 6주 전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치료를 위해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 머물렀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고국 카이로의 군사병원 알 마디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유세프 샤힌은 이집트의 국민감독이자 폭넓은 작업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감독. 제50회 칸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과감한 성적 묘사와 정치적 압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이슬람 과격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로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왜?>(1978), <이집트 이야기>(1982), <알렉산드리아 여전히, 언제나>(1990) 등의 알렉산드리아 3부작은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 전쟁과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시선을 버리지 않았던 이들 작품은 ‘영화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와 전설적인 무용안
[유세프 샤힌] 이집트영화의 큰 별,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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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미이라3: 황제의 무덤> 왜 그러셨어요
[헌즈다이어리] <미이라3: 황제의 무덤> 왜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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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로 유명한 홍익대 거리에 가면 미술학도만큼 많은 게 인디뮤지션들이다. 다큐멘터리 <어 배러 투모로우 온 더 스트리트>의 주인공 ‘어 배러 투모로우’도 그 무리의 일부다. 러닝타임 60여분의 중편 다큐 <어 배러 투모로우…>는 홍대 주말 플리마켓과 라이브클럽 빵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981년생 동갑내기 2인조 밴드의 색다른 거리공연 이야기다. 기타와 멜로디언, 스피커와 마이크, 앰프를 들고,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니는 미인(유민규)과 호라(장호영).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란 이유만으로 춘천마임축제 현장까지 내려가 귀퉁이 공연을 벌이기도 하고, 쌈지싸운드페스티벌(쌈싸페) 현장에서 (‘숨은 고수’의 반대 의미로) “숨지 못한 고수”라는 팻말을 몸에 걸고 기웃거리기도 한다. 이들은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즉흥 뮤지컬처럼 공연하고, 여자복 터진 친구를 향한 부러움을 구슬픈 가락에 담아낸다. 어 배러 투모로우는 처절한 헝그리 정신
[어 배러 투모로우] “술 마시는 대신 음악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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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원천 소스로서 만화의 중요성을 고민할 때다.” 정부와 만화가가 머리를 맞댔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과 씨네21,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가 지난 7월25일,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 모여 협약식을 하고 만화 제작의 활성화와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2차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로 약속했다. 총 2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만화 콘텐츠 제작, 유통·출판, 자문·창작기금조성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만화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구조적인 창작 활성화를 위해 수익금의 일부를 가지고 작가단체와 공동기금 마련을 추진할 예정.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김병헌 원장에게 이번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물어봤다.
-이전에도 만화 콘텐츠를 지원하는 사업은 많았다. 그에 비해 이번에는 공동협약이 특징이다.
=만화를 2차 영상산업과 연계한 선두모델을 만들어보는 게 핵심이다. 보통 원 소스 멀티유즈를 강조하면서, 만화 콘텐츠가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지원이
[김병헌] “만화를 2차 영상산업과 연계한 선두모델을 만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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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이 큰 스승을 잃었다. 소설가 이청준이 7월31일 새벽, 6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되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1939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난 이청준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단편 <퇴원>이 <사상계>의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사상계> <여원> 등 잡지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임부> <줄> <굴레> 등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1968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인 1969년에는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이청준은 등단 초기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초기작에서 주로 생활과 예술,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탐구하며 관념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고인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 체
[이청준] 영화 속의 문학, 문학 속의 영화를 안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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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6명밖에 안 되는 시골 분교의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소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가호는 귀엽고 청순하다. 원작 만화인 <천연 꼬꼬댁>의 작가 구라모치 후사코가 “완벽한 캐스팅”이라며 환호했던 것처럼 그녀는 풋풋한 시골 소녀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진다. 버릇처럼 내미는 윗입술과 가끔은 터질 듯한 동그란 볼이 귀여운 꿍꿍이를 숨긴 중학생 소녀의 얼굴 그대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쿄 오모테산도를 걷다 스카우트됐고, 10대 패션잡지 <피치레몬> <퓨어2> 등의 모델로 활동했던 카오는 CF나 화보에서도 사랑을 잘 모르는 순애보 속의 소녀가 됐다. 투명하고, 밝고, 깨끗하다.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그녀가 죽어버렸다> <휴대폰 형사> 시리즈 등에서처럼 별 특색없는 캐릭터도 있었지만, 그녀는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첫사랑을 경험하는 <모래시계>, 합창제를 겪으며 성장하는 <우타타
[가호] 시골 풍경이 어울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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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이랍니다.” 7월31일 오후 2시 반, 전화기 너머로 박주민 변호사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려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니 흥분할 만도 하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이하 영비법)의 제한상영가 등급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 이유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영비법상 관련 조항에 따르면,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가 영화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상영 및 광고·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라는 규정만이 유일하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2001년 등급보류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따라 이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생겨난 등급분류 기준이다. 하지만 제한상영관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제한상영가 등급이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우리는 법대로 심의했을 뿐”이라며 “제한상영관이 없는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포커스] 제한상영가는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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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마디씩 하세요. 곡예하느라 힘들겠다고. (웃음)” 황정민의 농담이 공연한 말장난은 아니다. <공중곡예사>(가제)는 벌써 19회차 촬영에 들어갔지만, 사전에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던 영화. 제목만으로 서커스단 이야기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단다. 20세기 초 경성을 배경으로 한 <공중곡예사>는 명탐정 진호(황정민)와 의학도 광수(류덕환)가 여류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을 얻어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들은 양반집 자제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 공중곡예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양날칼 묘기가 특기인 곡예단 단장과 마주하게 된다. 황정민이 허리를 180도 꺾는 기예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공중곡예단이 비밀을 품고 있으니 주변의 반응을 뚱딴지 추측이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는 일이다. 꾸부정한 폼에 모자를 불량하게 쓰고 있는 진호를 두고 황정민은 “포상금 때문에 사건을 맡게 된 번들번들한 친구”라며
20세기 초 경성, 탐정과 의학도와 발명가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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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댄스와 명화극장]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할머니들 만세!!!
[팬더댄스와 명화극장]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할머니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