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일본 영화 '블레임:인류멸망2011'(이하 블레임)의 한국 수입사 KTH가 일본 제작사의 허락 없이 이 영화를 20여분 잘라서 개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KTH는 이 영화의 결말까지 마음대로 바꿨다가 일본 측의 공식 항의를 받고 나서야 다시 원편대로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KTH는 '블레임'을 138분 분량의 원편에서 21분 가량을 잘라내 117분 분량으로 다시 편집한 뒤 지난달 26일 개봉했다.
'블레임'은 KTH가 영화업에 뛰어들어 수입해 개봉한 첫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본 전체를 황폐화한다는 설정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문차일드'의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쓰마부키 사토시와 단 레이가 출연한 화제작이다.
영화 원편은 바이러스의 피해를 극복한 뒤 인물들의 이야기를 에필로그로 담아 해피 엔딩이지만, KTH는 바이러스의 피해 상황이 점차 늘어가는 것만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도록 편집했다.
무단 편집은 일본 제작사인 TBS(도쿄방송)에는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됐지만 한국판과 원편의 결말이 다르다는 것이 TBS 관계자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문제로 불거졌다.
개봉 2일 전에 한국판의 결말이 변경됐다는 것을 알게된 TBS는 KTH에 공식 항의를 하고 원편 그대로 상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KTH는 지적을 받고 원편 상영을 약속했지만 개봉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원편의 엔딩 부분 2분 만을 붙여 넣은 채 117분 분량의 편집본으로 극장 상영을 시작했고 일본 제작사의 원편은 이달 4일에야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TBS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자료에서 "상영시간이 줄어든데다가 결론마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KTH에 항의했다"며 "KTH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편집된 버전으로 상영 프린트를 준비해둔 상태여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TBS는 "KTH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특히 결론을 정반대로 바꿔 놓은 것은 창작자의 의도에도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일원으로서 이 문제를 경시하거나 묵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률 고문으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수입 영화를 무단으로 편집해 상영 시간을 줄이는 것은 드문 경우다. 특히 '블레임'처럼 결론이 바뀌어 상영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의 경우 1997년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와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2'를 수입사가 임의로 삭제해 물의를 빚었고 2002년 '알리' 역시 일부가 잘려나간 채 상영됐다가 물의를 빚었지만 이후에는 비슷한 행위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KTH의 관계자는 "TBS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있어서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다"며 "임의 편집된 사항에 대해서는 TBS의 양해를 구했으며 현재는 일본이 제작한 원편 그대로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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