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는 애 유모차에 태워 동네 주민센터 로비에 나와 석대 있는 컴퓨터 중 하나를 꿰차고 앉았다. 집보다 백배는 시원하다. 므훗. 옆자리에서 망아지 같은 꼬맹이 둘이 소리 꽥꽥 질러대며 게임하는 걸 빼면 집필 환경으로 그럴듯하다. 회사 그만두고 집과 집 주변에서 지내다 보니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당장 저 위 내 이름 뒤에 현직으로 뭘 붙일까 고민이 됐다. 교양있고 상식있는 대한민국 성인이라 자부하고 살았는데, 국방부 추천도서 목록에서 내가 제대로 읽은 책이 단 세권이라는 걸 확인하고 기분을 잡쳤다. 그 책들만 다 읽었어도 나의 ‘정신전력’이 이렇게 낮지는 않을 텐데. 이제야 목록을 골라준 국방부가 원망스럽다. 고민 끝에 나를 설명할 꼬리표를 찾았다. 왠지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책임있어 보여서 마음에 든다. 다른 권위나 배경에 기대지 않고, 특히나 읽은 책에 기대지 않고, 나도 이제부터 자체발광해야지.
멀쩡히 임기가 남은 KBS 정연주 아저씨 하나 몰아내자고 온 권력기관이 경쟁
[오마이이슈] 부디 자체발광하세요
-
감독 트란 안 훙이 새 영화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밀리언셀러 <상실의 시대>를 스크린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상실의 시대>는 일본에서만 800만부가 넘게 팔리고 36개국어로 번역된 밀리언셀러다. 감독이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고 나서 내린 결정이다. 지금까지 판권을 넘기는 데 적잖이 주저해온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하루키가 트란 안 훙 감독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데다 <메종 드 히미코> <핑퐁>의 신이치 오가와가 계획을 제의한 상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영화화는 <토키 타키타니> 이후 두 번째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영화화 되나
-
채찍을 든 고고학자가 돌아온다. 개봉을 앞둔 <클론 워즈>의 홍보 중 조지 루카스의 입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5번째 후속작이 또 한번 언급됐다. 제작을 위한 사전 조사가 시작됐다고 하나 프로젝트로 인한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수월하진 않다는 소식이다. 초자연적이면서도 당위성있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이 퍽 난관이라고. 얼마 전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가 후속편 제작에 동의했다고 밝힌 적도 있어 전망은 밝다. 기간에 대해서는 “가장 최근에 나왔던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만 해도 14년의 기간이 소요된 것을 감안해달라”고 말해 5번째 후속작 역시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할 듯싶다.
조지 루카스, <인디아나 존스> 5편 제작 언급
-
‘충무로’라고 불릴 정도로 강북 중심권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영화사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동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주요 영화사들과 매니지먼트사가 강남에 자리를 잡자 다른 영화사들 또한 강남에 둥지를 틀었다. 영화계의 ‘강남시대’는 한국영화산업의 고도성장과 화려한 나날을 의미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충무로는 강남의 거품 속을 빠져나와 서북권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서북부 지역과 거기서 이어지는 경기도 일대로 영화사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경기도 고양시 화정이다. 지난 6월 아이필름과 마술피리가 이주한 데 이어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는 나우필름이 입주할 예정이다. 또 다른 영화사도 이곳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곳에는 시리우스픽쳐스(옛 마인엔터테인먼트)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화정의 부동산 가격이 강남보다
[문석의 취재파일] 마포-화정-파주 ‘서북부 영화벨트’ 생기나
-
-
영화 <맘마미아!>가 뮤지컬의 도시 런던에서 선전하고 있다. <맘마미아!>는 결혼식을 앞둔 소피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엄마의 옛 남자친구를 몰래 초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7월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총 496개 스크린에서 1만3294파운드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7월25일 전세계를 강타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기 전까지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8월1일, <다크 나이트>가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다크 나이트>가 개봉 2주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흥행수입이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에도, 스크린 수도 502개로 줄었다.
반면 <맘마미아!>의 상황은 호전됐다. 흥행수입은 1천파운드가량이 늘었고, 스크린 수는 개봉 첫주보다 무려 22개가 많은 519개로 늘었다. 이를 두고 런던
[런던] 엄마의 옛 남친들, 뒷심을 발휘하다
-
2008년 초, 영국의 조사기관 ‘도도나 리서치’는 2011년이 되면 러시아의 극장수입이 2배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어쩌면 “러시아 영화산업의 정점”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필름비즈니스투데이>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이하 러시아)의 2008년 상반기 극장수입이 전년대비 37.2% 증가했다며 러시아 박스오피스의 호황을 주시했다. 올해 초 5.6달러에서 6.9달러로 입장료가 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객 수가 증가하면서 극장수입도 늘어났다. 2008년 들어 판매된 티켓 수는 5600만장이 넘고, 매표수입은 3억8240만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2008년 박스오피스 총수입이 최고 7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2007년 총수입인 5억6690만달러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에서 올해 개봉한 영화는 모두 186편이다. 그중 77편이 100만달러 이상 흥행수입을 거뒀고, 4편은 7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했다.
물
러시아 박스오피스 대호황
-
2001년 인터넷 바다를 떠돌며 누리꾼을 상대로 한껏 뻥을 치던 <다찌마와 리>가 한층 스케일이 커져 2008년 대국민 사기극으로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지난 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날 무대인사에는 간담회 참석 예정자였던 임원희, 박시연, 류승범 외에도 공효진, 안길강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상영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온라인판과 속편격인 극장판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에 대해 임원희는 "온라인판에서는 촌스러움을 극대화시켰었는데 이번에는 멋을 좀 냈다. 비주얼을 업그레이드 시키려 노력했다"며 나름의 선을 그었다.
류승완 감독은 앞으로 볼 관객들에게 "엄숙주의에 침 뱉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예전 영화에 존경을 바친 만큼 그걸 조롱하기도 했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기분 좋게 낄낄거렸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다찌마와 리'의 극장판을 만든 의도를 분명히
호방하다! 호방해! <다찌마와 리> 언론시사회 현장
-
“정우성에게 ‘손들엇!’ 하는 저 친구는 이주환 총기팀장이다. 총기를 다뤄서 그런지 엄청난 원칙주의자다. 총 잃어버리면 촬영 못한다고, 매번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너무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그 때문에 연출부와 다투는 일도 많았던 친구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다투는데도 현장에서 이주환 팀장의 인기는 최고였다. 스탭들은 회식 때면 독한 배갈을 이주환 팀장에게 서로 먹이겠다고 나서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넙죽넙죽 받아마시고. 아마도 그 순진함이 사람들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 사진은 조명팀 스탭인 경민씨 생일날 찍었던 것 같은데. 인기스타 이주환 팀장의 생일이라는 연출부의 거짓말에 정우성도 속아넘어갔고, 결국 정우성은 가짜 생일을 맞은 이 팀장에게 백만불짜리 웃음과 포즈를 안겼다.”
[숨은 스틸 찾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 손들엇!
-
일시 8월 6일(수) 오후 2시
장소 코엑스 메가박스
개봉 8월 14일
이 영화
1940년, 최정예 특수요원들의 명단이 담긴 국가 일급 기밀문서와 여성 비밀요원 금연자(공효진)가 작전 수행도중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에 임시정부의 수장들은 감춰둔 마지막 비장의 병기 다찌마와리(임원희)를 부른다. 최고의 무기 개발자 남박사(김영인)를 통해 신무기를 지원받은 그는 관능적 스파이 마리(박시연)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한 뒤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는 불한당 국경 살쾡이(류승범)가 낀 마적단의 공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름 없는 한 소녀(황보라)의 도움으로 절대 무공을 익히고 다시 본격적인 첩보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상하이역을 시작으로 미국, 만주, 스위스를 오가며 다찌마와리의 빛나는 활동은 계속된다.
말말말
“처음 의도는 ‘스케일이 큰 뻥을 친다’였다. 인터넷판 <다찌마와리>가 당시 네티즌 마니아를 상대로 뻥을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호방한 첫 공개
-
아는 사람만 아는(혹은 기다린) 한희정의 솔로 앨범이다. 몇년이 지나는 동안 그녀에게는 더더의 보컬 출신이라는 말보다 푸른새벽의 dawn 혹은 한희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되었고, 쟁글거리는 전기기타가 정의하는 모던 록에서 e-보우와 이펙터가 만드는 몽환적인 소리의 풍경으로 이동한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썩 잘 어울리게 되었다. 초기의 미발표곡들과 지난 1년 반의 기간 동안 만든 곡들을 추려 10개의 트랙으로 정리한 한희정의 솔로 앨범 ≪너의 다큐멘트≫는 그녀 혼자 작사, 작곡, 연주와 프로듀싱, 녹음을 한 결과물이다. MOT의 이언이 참여했지만(<drama>) 이 정도면 온전히 한희정의 앨범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녀는 여전히 사려깊고 내밀하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사운드와 노랫말은 달팽이관을 지나 심장 근처까지 관통한다. 그런데 어딘지 낯설다. 외로움과 슬픔과 상실감을 노래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사운드는 푸른새벽의 기타리스트 ssoro와 한희정의 차이 때문일 것이
심장까지 관통하는 사려깊은 사운드
-
세상을 아무리 넓게 담을 수 있는 초광각렌즈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땅 위에서 최대한 담을 수 있는 풍경의 넓이는 제한적이다. 원초적인 지구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가 봐도 지구는 사진가에 지극히 일부의 이야기만 들려줄 뿐. 애꿎은 다리만 고생이다. 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전히 사진에 담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서울 갤러리룩스에서 8월5일까지 무료로 열리는 <탁기형 사진전: 하늘에서 본 세상>은 그런 방법으로 지구 곳곳의 모습을 담은 보기 드문 사진전이다. 작가인 탁기형은 현직 사진기자로 2002년부터 5년 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동안 전용기에 동행하며 하늘에서 본 지구 곳곳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여느 사진가들에게는 부럽기 그지없을, 더군다나 한번 놓치면 절대 찾아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들을 전문가다운 순발력과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차곡차곡 포착해냈다. 실핏줄처럼 끊길 듯 이어지는 길, 원색으로 나누어져 조화를 이루는 대지의 모습
지구가 사진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
격렬하다. 극장 한가운데 들어선 무대. 사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여 손끝의 움직임은 물론 향수 내음까지 은밀하게 전달되는 오픈된 무대에서 배우들이 물어뜯을 듯 노려보고, 사납게 울부짖는다. <씨왓아이워너씨>는 근대 일본 문학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케사와 모리토> <덤불 속에서> <용>을 원작으로 끌어오고, 역시 아쿠타가와의 단편을 토대로 만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1950년작 <라쇼몽>을 디테일로 언급할 만큼 야심만만한 뮤지컬. 절대 진리라는 추상적인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내가 원하는 것만 본다’(See What I Wanna See)는 간결하고 단정적인 제목과 달리 뜨겁고 논쟁적이다.
가장 먼저 무대를 차지하는 건 막간극 ‘케사와 모리토’. 중세 일본, 무력한 남편에 회의를 느낀 케사는 모리토와 맺은 불륜에 탐닉하지만 이마저도 염증을 느껴 마지막 정사를 나눈 뒤 그를 죽이려 한다. 귀를 찢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진실이란 진정 무엇인가
-
지구 전체가 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아무도 살지 못하게 된 시대. 인류는 지구 둘레를 감싸는 토성의 고리를 본 뜬 맨션을 지어 상공 35000m로 거주지를 옮긴다. 빈부에 따라 상층과 하층으로 나뉜 세상에서 나고 자란 미쓰는 중학교를 졸업하자 구조물의 외벽창 닦는 일을 시작하는데, 첫날 파견된 지역이 하필이면 아버지가 추락한 바로 그곳이다. 구김살 없는 척 살아온 미쓰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리고 인생을 포기했다는 피해의식과 죄책감을 안고 있었던 것. 하지만 처음 내려다보는 지구의 전경, 성층권의 기압과 풍속을 느끼며 미쓰의 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이와오카 히사에의 <토성 맨션>은, 단편집 <하얀 구름>에서 보여줬던 사소한 일상 속 따뜻한 감성, 의외의 곳에서 히죽이게 하는 유머가 잔잔하게 살아 있는 SF만화다. 길어야 5등신, 대부분 3등신에 가깝게 그려진 인체와 무심하게 눈코입을 그려넣은 동그란 얼굴은 앙증맞고 귀여워 읽는 내내 마음을 간질인다. 차가운 금속성의
35000m 상공에서 마음을 열어라
-
올림픽의 계절에 즈음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참관기가 번역, 출간됐다. 원제는 <시드니!>. 아마추어 마라토너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잡지 <넘버>의 의뢰를 받아들여 시드니 현지에 올림픽 기간 내내 머무르며 매일 원고지 30매를 송고했다. 프레스카드를 패용한 사람치고 작가의 태도는 매우 느긋하고 시큰둥하다. 호주 역사를 간략히 일별하기도 하고 동물원 구경을 가서 코알라처럼 패기없는 동물이 멸종되지 않은 데에 감탄하기도 한다. 속도위반 딱지를 떼는가 하면 노트북을 도둑맞는 불상사도 겪는다. 일금 10만엔이나 주고 들어간 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지루하고 무의미함을 토로할 때는 “대체 왜 갔지?”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라카미가 열중하는 종목은 평소 취향대로 마라톤을 비롯한 육상과 철인3종, 야구다. 특히 달리는 인간에 대한 관찰과 육상 경기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파하는 문장은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프로리그가 있는 축구, 야구 등 종
올림픽, 앞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