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월 27일(금)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자동차 공장에서 은퇴한 채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 한국전 참전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남편의 참회를 바라던 아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참회할 것이 없다며 버틴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년 타오가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72년산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하고 뜻하지 않았던 이 만남으로 월트는 차고 속에 모셔두기만 했던 자신의 자동차 그랜 토리노처럼 전쟁 이후 닫아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100자평
<그랜 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세계관이 응축된 소품이다. 이스트우드 옹이 연기한 노인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미국의 리버테리언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를 신념으로 살아가는 단단한 개인이다. 정치적 공정함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어떠한 조직이나 집단의 결속보다 개인의 주체적 의지를 중시하며 인종이나 성차까지 뛰어넘는 개인간의 연대를 신뢰한다. 배우로서 이스트우드 옹은 영화 시작 단 몇초 동안의 클로즈 업 숏만으로도 인물의 개성과 정신세계를 곧바로 전달할 만큼 주인공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보여준다. 속죄와 복수를 겸한 영화의 결말은 조금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인물의 내면에 주목해보면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선택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일관되고 독자적인 세계관이 무엇인지, 노년의 초절정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간명하게 알고 싶다면 <그랜 토리노>를 통해 확인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