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 한심하다. 기껏해야 아동극에 당나귀 정도로 출연하며 입에 풀칠하는 삼류배우. <남편과 남성들의 상식>이라는 책을 성경처럼 탐독하며, 방 안에 구겨져 포르노 잡지나 뒤적이는 칼 뮐러. 하지만 그에게도 인생 역전의 순간이 찾아온다. 수전노로 유명한 갑부가 여배우와 한번 뒹굴어보겠다는 생각으로 TV미니시리즈를 제작하고, 오로지 예산을 줄일 속셈으로 가장 싼 배우인 그를 캐스팅한 것. 온갖 해프닝을 벌이며 촬영한 첫회가 방영된 뒤, 고명한 비평가가 그의 연기를 극찬하고 나서고 칼 뮐러는 하룻밤 사이 초대형 스타가 되어버린다. <행운아54>는 풍자소설 <개를 위한 스테이크>와 예술비평서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로 이미 국내에 소개됐던 이스라엘 작가 에프라임 키숀의 작품으로, 그가 눈을 감기 두해 전인 2003년에 발표한 유작이다. 일상의 고만고만한 파편들을 그러모아 기막힌 유머로 버무리는 키숀 특유의 감각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든의 나이에 쓴 인생역전 이야기
-
“담배를 한대 다 피워갈 무렵 다마가와 강둑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이 둑에서 싸움을 하고 애인을 사귀어 키스를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땅바닥에 던지고 짓밟았다.” 불량학생이 되고자 하는 로망을 가진 시나노가와 히로시는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전학을 간다. 아는 사람이 없는 동네의 새 학교에서 관계나 생활을 게임에서처럼 리셋하고 히로시가 얻은 것은 꿈에 그리던 불량한 친구들이다. 히로시는 다쓰야를 비롯한 친구들과 어울려 적들과 맞장을 뜨며 중학 생활에서의 마지막 나날을 보낸다. 말썽을 부리면 가정재판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년원에 가야 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닥쳐서 깨달음을 얻는 고등학생 히로시의 이야기보다는 있는 힘을 다해 불량해지겠다는 생각으로 불량함을 갈고닦는 히로시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80년대에 십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드래곤볼> <비밥 하이스쿨> 같은 만화들이 소설 곳곳에서 이야기 소재나 비유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있는 힘껏 불량해지려는 소년
-
일일쇼핑 구매부 직원들은 낙도에 후원물품을 전달하러 가다 조난을 당해 무인도에 갇힌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 휴대폰은 분실한 상태다. 자신들이 가져온 구호물품으로 생활하며 구조를 기다리던 이들은 어느 날 동료의 시체를 발견한다. 섬에 뭔가 있는 것일까?
<크크섬의 비밀>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 섬에 조난당한 사람들이란 설정만 빌려온 시트콤이다. 가족물이나 학원물로 식상해진 이야기에서 탈피해 여름에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코믹 모험물로 만들어졌다. 지긋지긋한 직장 동료들과 무인도에 갇혔으니 괴로울 만도 한데 일일쇼핑 직원들은 어쩐지 태평하다. ‘낙하산’ 인사로 온 신 과장(신성우)이 불만이던 깐깐한 노처녀 김 부장(김선경)은 신 과장의 근육질 몸매를 훔쳐본 뒤로 그를 흠모한다. 결혼을 앞둔 심형탁(심형탁)도 한때 좋아했던 이다희(이다희)와 다시 묘한 감정에 빠진다. 다시 돌아온 <거침없이 하이킥> 제작진(극본 송재정 외 2인/연
[이주의 추천프로] 코믹 버전의 한국판 <로스트>
-
PPL을 아시는지? 특정 업종에서나 쓰이는 전문용어가 매스컴의 영향으로 대중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PPL이라는 용어도 그런 케이스다.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 협찬한 특정 브랜드를 내용에 노출하는 것이다.
방송 드라마 제작과정을 다룬 드라마 <온에어>를 통해 이젠 누구에게나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왜 저 휴대폰을 저렇게 오래 비춰주지?’ ‘뜬금없이 왜 저 과자 이야기를 하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들었던 분들은 궁금증이 모두 풀렸을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 초기부터 PPL을 고려해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니까.
하지만 PPL은 드라마와 영화에 곁다리로 붙는 방식이다. 간혹 소비자단체에서 질타도 받는다. 이렇게 브랜드를 슬쩍 끼워넣는 방식이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이쯤 되니 늘 새로운 광고방법을 찾는 것이 광고판의 생리인 이상, 좀더 강화된 PPL 개념이 도입됐다.
[CF 스토리] TV, 광고를 광고하는 매체가 되다
-
-
“베이징 환잉 니(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8월8일 오후 8시8분에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중국 당국이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개막식 내용도 개최일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지난 7월29일 SBS 뉴스를 통해 단독 공개된 개막식 리허설 장면은 궁금증을 기대감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중국 5천년의 역사와 개혁 개방 이후의 발전을 표현한 매스게임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정교한 그림 같았다.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수천명의 무용수들이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쳤다. 개막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우렁찬 북소리는 새둥지 모양을 본뜬 올림픽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 3사도 바빠졌다. 결전을 중계하는 또 다른 결전을 위해 다양한 특집방송과 경기 중계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과의 시차가 한 시간이어서 세 방송사는 주요 경기 대부분을 생중계로
올림픽 특수 노린 지상파 3사의 결전
-
일시 8월1일 오후 2시
장소 미로 스페이스
개봉 8월14일
이 영화
<젤리피쉬>는 세 여자의 이야기다. 바티야(사라 애들러)는 남자친구한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집에 돌아와 집주인으로부터 집세를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는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결혼식장에서는 상사한테 혼이 난다. 되는 일 없는 바티야에게 어느 날 허리에 튜브를 낀 5살 꼬마가 나타나고,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된다. 케렌(노아 크놀러)은 결혼식 날 다리를 다쳐 신혼여행을 떠나는 대신 바닷가 앞 허름한 호텔에서 첫날 밤을 보낸다. 악취, 소음, 엘리베이터 고장에 화가 난 그녀는 스위트룸으로 바꾸려 하지만 스위트룸은 이미 어느 여류작가 차지다. 필리핀 출신 여성 조이는 가족을 필리핀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왔다. 간병인이 된 조이는 연극배우 딸을 둔 고집불통의 할머니 말카를 맡게 된다.
100자평
<젤리피쉬>는 최근 개봉작 <레몬트리> <누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
이스라엘의 마술적 리얼리티, <젤리피쉬> 공개
-
어드벤처 지수 ★★
전편 기대 지수 ★★
이연걸 지못미 지수 ★★★★
이집트에서의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지 13년. 1946년 런던, 오코넬 부부는 저택에서 한가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마에 주름이 깊게 생긴 에블린(마리아 벨로)은 1, 2편에서의 젊은 시절 기억을 토대로 소설 <미이라>를 출판해 낭독회를 하고 있으며, 동굴을 파헤치기에 바빴던 릭(브렌단 프레이저)은 조용한 강가에서 낚싯줄을 휘두르고 있다. 아버지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아들 알렉스(루크 포드)가 상하이에서 몰래 유적 탐구에 나서지만 않았더라도 오코넬 부부의 삶은 여느 중년부부의 그것처럼 매일이 똑같고 지루하게 이어졌을 거다. 오코넬 부부는 중국의 많은 유물들을 상하이 박물관으로 인수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설의 보물 ‘샹그릴라의 눈’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알렉스의 실수로 강력한 힘으로 세계를 정복하려 했던 황제 한(이연걸)의 무덤이 발견된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다시 세
중국 사막에서 펼쳐지는 오코넬 가족의 분투기 <미이라3: 황제의 무덤>
-
흡연 지수 ★★★★★
가오 지수 ★★★★★
신선도 지수 ★★
예부터 새 옷이 좋고, 옛 사람이 좋다고 했다. 이 말을 재개봉을 앞둔 <영웅본색>에 적용하면 새 스크린에 옛 영웅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빛바랜 바바리코트와 쌍권총을 들고 나타난 세명의 형님은 개봉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멋지다. 그건 시간과 배경을 넘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명품 드라마를 완성해낸 오우삼 감독 덕이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머릿속에 깊이 남는 건 멋진 총격장면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원동력은 탄탄한 드라마에 있다. 경찰이 된 동생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호(적룡)의 드라마,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깊은 분노와 형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걸(장국영)의 드라마, 자호가 수감된 이후 절름발이가 돼 비참한 삶을 살면서도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마크(주윤발)의 드라마가 영화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기에 <영웅본색>의 액션장면은 보석처럼 빛날 수 있었다.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버전 상영 <영웅본색>
-
주연배우들의 풋풋함 지수 ★★★★
스킨십 지수 ★☆
경마장면 박진감 지수 ★★★
<달려라 자전거>는 지방 소도시 대학 신입생 하정(한효주)이 겪는 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성장의 진통을 그린다. 한적한 소도시의 분위기와 고전적인 남녀 주인공의 성품 때문에 영화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가 배경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사건 자체가 태생적으로 과거지향적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창고에 간직될, 일생에 단 한번 겪는 첫사랑은 시작될 때부터 과거로 사라질 운명을 지닌다.
겉보기에 하정은 늘 긍정적이고 반듯하지만 안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 알코올중독이던 엄마가 자살하고 큰오빠는 가출해 생사도 알 수 없는데다 아버지는 매일 술에 의지해 살고 있다. 비록 우울하고 어두운 현실이지만 스무살 하정에게도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이 찾아온다. 하정은 고등학교 참고서들을 팔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무뚝뚝한 수욱(이영훈)을 만난다. 하정은 첫눈에 호감을 갖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성장의 진통 <달려라 자전거>
-
기대 이상 지수 ★★★★☆
재관람 욕망 지수 ★★★★☆
히스 레저 돌아와줘 지수 ★★★★★
<다크 나이트>의 출발점은 <배트맨 비긴즈>의 결말이다. 고담시 유일의 청렴한 경찰 고든(게리 올드먼)이 내밀었던 트럼프 카드 한장을 기억하는지? 붉고 뒤틀린 웃음을 웃는 광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과 대적하는 안타고니스트 조커(히스 레저)의 출현은 이미 예고됐었다. 고담시는 그대로다. 팔코니가 사라진 범죄의 도시는 잔챙이 조직들의 군웅할거로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졌다. 배트맨(크리스천 베일)도 여전하다. 낮의 브루스 웨인은 러시아 프리마돈나와의 데이트로 정신이 없고, 밤의 배트맨은 고담시의 구원요청에 응답하느라 분주해 정작 가업인 회삿일 중에는 졸기 일쑤다. “배트맨이 필요치 않은 날이 오면 당신 곁으로 돌아오겠다”던 레이첼(매기 질렌홀)은 검사이며 차기 시장 후보인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와 열애 중이다. 하비 덴트는 배트맨과 협력해 홍콩으로 자금을
배트맨에 대한 새로운 역사 <다크 나이트>
-
예지원, 탁재훈의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지난 1일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술이면 언제나 OK! 마셨다 하면 필름 끊기는 여자 유진(예지원 분)과 뒷수습(?)만 10년째인 굴욕 흑기사 철진(탁재훈 분)의 막 달리는 취중 로맨틱 코미디. 이날 첫 공개된 영화의 폭소탄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민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놓고 두 배우에 대한 아낌없는 극찬을 했다. 예지원은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해주었고, 탁재훈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영화 속 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주었다는 것.
특히 탁재훈의 경우, 끊임없는 애들립 연기로 촬영장을 자주 뒤집어 놓았다고. 실제 영화 속에도 애들립이 그대로 많이 반영되었으니 이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예지원, 탁재훈의 완벽한 연기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랩스틱 취중 로맨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언론시사회 현장
-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이하 <미이라3>)가 놈들의 독주를 끊었다. 지난 7월 31일 개봉한 <미이라3>는 개봉 첫날에만 전국에서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3일째가 되던날에는 전국 100만관객을 돌파했다. 8월 4일, 배급사가 집계한 개봉 첫주의 기록은 전국 215만 9천명. 2008년에 개봉한 외화가운데 최고 오프닝기록을 세웠던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161만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봉 첫주에만 전국 218만명을 기록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는 비슷한 수치. 하지만 <미이라3>가 개봉당시 약 700개의 스크린을 점유한 <놈놈놈>에 비해 약 180개가 적은 524개의 스크린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관객동원력에서는 우위를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2주 연속 1위에서 2위로 내려왔지만 <놈놈놈>의 기세도 크게 꺽이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 놈들을 제압. 개봉 첫주 216만명 동원.
-
꽃미남 장근석이 '득남'을 했다?
열아홉 철부지 완소남 준수(장근석 분)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까칠 베이비 우람(메이슨 분)이를 만나 벌이는 요절복통 동거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기와 나>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7월 31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주연배우인 장근석, 김별을 비롯,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히어로인 아기 문메이슨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실제 영화 속 상황과 결부시킨 질문들이 장근석에게 쏟아져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한 대단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장근석은 당황하지 않고 매번 재치있는 대답으로 현장을 즐겁게 했다.
언론시사회를 성황리에 마친 영화 <아기와 나>는 오는 14일 전격 개봉한다.
아빠가 된 장근석? 영화 <아기와 나> 언론시사회 현장
-
오덕후 지수 ★★★★
‘깨물어주고 싶어’ 지수 ★★★
초딩 지수 ★★
“앞으로 2분, 딱 2분 만에 퍼렁별(지구)을 완전히 침략하겠다.” 외계인들의 대공습? 지구정복에 나선 외계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개구리다. 만화 <케로로 중사>는 지구정복을 꿈꾸지만 느긋한 성격과 억센 지구인 가족 때문에 지구에 눌러앉게 된 외계 개구리들의 이야기다.
장르로 따지면 ‘지구정복’을 노리고 지구에 온 외계인들이 한바탕 ‘지구적응’기를 펼치는 생활형 SF. 얼핏 보기엔 <도라에몽>의 사촌뻘이다. 외계인과 인간이 한 지붕 아래 함께 어울리니 사소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플라잉 보드’, ‘젊어지게 하는 총’, ‘뭐든지 압축하는 기계’ 등등 외계인이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든 장치는 에피소드의 불씨가 되면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외계인의 생김새 역시 <도라에몽>처럼 동물을 빼다박아 낯설지 않다.
얼추 파란 고양이가 초록 개구리로 바뀐 게 전부인가 싶기도
생활형 SF <케로로 더 무비: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