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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영화사상 최초의 직접적인 속편이다. 물론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 영감을 주기도 했던 악당 스펙터가 <위기일발>(1963), <썬더볼>(1965),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 걸쳐 등장했고 번쩍이는 치아를 자랑했던 거구의 악당 ‘죠스’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문레이커>(1979)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별개의 에피소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퀀텀 오브 솔러스>는 <카지노 로얄>의 라스트로부터 불과 1시간 뒤 이야기로 출발한다. “우리는 <퀀텀 오브 솔러스>를 통해 본드 영화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확실한 인증을 남기고 싶었고, 두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 때문에 지금까지 007을 보며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제 막 두 번째 007 시리즈를 끝낸 대니얼 크레이그의 소감이다.
이제 제임
<퀀텀 오브 솔라스> 두 배의 액션! 전편은 동네 산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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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휘재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던 ‘인생극장’을 기억하시는지. 인생의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갖게 마련인 보통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려 큰 인기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부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될 때, 달콤한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심성 야박한 제작진이 비극적 결말로 눈물을 자아낼 때, 머릿속으로 다른 그림을 그려보며 아쉬워해본 경험도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
IPTV인 ‘메가TV’가 시청자가 ‘생각대로 하면 되는’ 양방향 드라마·영화 제작에 나섰다. 주인공의 중요한 선택에 시청자의 ‘참견’을 보장하고, 이야기 순서와 결말을 시청자의 취향대로 ‘조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방송된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는 일찌감치 가능한 일이었으나, 그동안 양방향TV의 특성을 살린 방송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한 경우는 없었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양방향 드라마는 올리브나인의 김평중 감독이 연출하는 8부작 <미스터리 형사>다.
리모콘 든 당신 생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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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소슬한데 방송가엔 봄바람이 한창이다. 방송사를 막론하고 불어닥친 ‘커플 만들기’ 열풍에 스타의 친구들이 소개팅을 하고 연예계 ‘골드미스’들이 맞선을 본다. 이 분야 본좌로 꼽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는 벌써 시즌2에 접어들어 얼마 전 새 가족을 맞았는데, 경쟁 프로그램의 인기에 잠시 주춤했던 이 코너에 ‘4차원 소녀 화요비’가 등장해 다시금 흥행에 불을 댕겼다.
환희와 짝을 이룬 화요비는 추석특집으로 방영된 맛보기 방송에서 일찌감치 진가를 발휘했다. 평소 “쓰레기를 줍는 데 쓴다”며 긴 집게와 얼굴 크기만한 안경을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꺼낸 화요비는 “(이런 것들을 활용해) 혼자 잘 노는 편”이라고 (묻지도 않는데) 털어놓았고,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면서 “착한 남자에게 안주하는 삶이란 흰밥에 김치만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화려한 수사로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독특한 패션 감각과 남다른 정신세계, 외계 언어를
[댓글로 보는 TV] 환요비 커플? 국자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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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도 없고, 와이어도 없다. 실제로 치고받다 누군가 쓰러져야만 싸움이 끝난다. 거리 싸움부터 링에서 벌어지는 이종격투기 경기까지 <맞짱>은 땀 냄새 풀풀 나는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8부작 드라마다. <바람의 전설> <쏜다>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이 대본과 연출을 맡아 파이터가 된 형제의 이야기를 액션활극으로 풀어낸다. 아버지(엄태웅)의 뒤를 이어 이종격투기 선수가 된 형 강진 역은 이종수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다 뒤늦게 파이터가 돼 형의 복수를 하는 동생 강건 역은 유건이 맡았다.
배우들은 ‘리얼 액션활극’을 표방한 드라마를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태권도, 권투, 무에타이, 공수도 등 다양한 무술을 연마했다. 타박상과 염좌는 늘 달고 다녔다는 배우들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강한 남성성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데니스 강, 최무배 등 실제 이종격투기 선수들도 출연해 진짜 ‘액션’이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이주의 추천프로] 쓰러질 때까지 맞장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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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전만 해도 성형수술은 의학계의 천덕꾸러기였다. 신체적 결함을 최소화하는 ‘재건성형’은 존경 받았지만, 생김새의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한 ‘미용성형’은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심지어 미용성형 의사들은 돌팔이, 사기꾼이라고 불렸다. 지식도 부족했지만 인식도 싸늘하던 시대였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성형수술은 1차대전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장갑이나 옷으로 가릴 수 없는 부위가 손상된 군인들은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귀향을 거부했다. 덕분에 사례와 수요는 넘쳐났고, 이를 기점으로 기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그렇다면 군인이 대상이던 성형술이 황금알을 낳는 의료과목으로 바뀌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비너스의 유혹>은 청교도적 실용주의가 지배했던 미국을 중심으로 성형수술의 발전에 따른 인문사회적인 변화를 살피는 책이다. 원제는 <Vinus Envy>.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Penis Envy)을 운율까지 고려한 변형인데, 성형의 역사가 열등감
군대에서 시작된 성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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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데이빗이 바라보는 세상은 잿빛이다. 신은 엄마를 살려달라는 그의 바람을 저버렸고, 어른들은 2차대전을 일으켜 서로 죽고 죽이기 시작했으며, 아빠는 금방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피처로 택했던 독서가 문제가 된다. 마녀와 끔찍한 괴물이 등장하는 환상동화를 즐겨 읽던 데이빗은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의 자신을 ‘습격’하는 것을 느낀다.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책들의 대화를 듣고, 허리 꼬부라진 남자가 서재를 뒤지는 광경을 목격한 직후, 소년은 어둠 속에서 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소리를 따라 정원의 지하로 들어간 그는 전혀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
맷 데이먼과 히스 레저가 주연을 맡은 영화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그림형제…>와 마찬가지로 온갖 미사여구와 화려한 묘사로 포장된 환상동화의 거품을 걷어낸 작품이다. 데이빗이 도착한 세계에서 빨간 망토 소녀
잃은 만큼 어른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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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이 세계 최고의 여행작가가 아니라면,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고약한 여행작가일 것이다. 그는 여행하는 지역을 찬미하는 대신 끝없이 투덜거린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이 나라는 말도 안 통하고 몸은 힘들고 사람들은 무례하고 음식도 맛없어서 죽겠는데 내가 왜 여길 여행하는 걸까. 하지만 빌 브라이슨의 못된 문체에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배배 꼬인 영국식 유머가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평불만의 끝에 찾아오는 묘한 여행의 감흥도 브라이슨의 특기다. 오랫동안 여행 안 가던 브라이슨이 애팔래치아 트레일(<나를 부르는 숲>)과 유럽(<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에 이어 아프리카로 갔다.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그가 국제빈민구호단체 CARE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8일간 케냐를 방문한 뒤 ‘오오 아프리카에도 희망을!’ 비슷한 인도주의적 결론을 내리며 슥슥 써낸 책이다.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별것 없다. 한 페이지에 실린
거참, 브라이슨의 문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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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 히로시는 일본 개그 콤비 기린(麒麟) 소속이다. 그의 파트너인 가와시마는 성우 같은 목소리와 잘생긴 얼굴의 훈남 이미지. 다무라는 경험에서 비롯된 개그 소재로 인한 가난의 이미지. 다무라의 가난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게 <홈리스 중학생>이다. 경제적 위기로 가족 ‘해산’이라는 현실을 맞이한 중학생 다무라 히로시는 공원에서 노숙을 시작했다(이 공원을 찍은 사진이 책 표지 안쪽에 인쇄되어 있다). 형도 누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가 너무 고파 골판지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는 생활이었다. 이젠 유명 개그맨이 된 다무라의 진솔한 경험담은 버블 붕괴 이후 오랫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야 했던 일본 독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그맨이 쓴 책다운 유머러스함은 분명 이 책의 강점이지만, 비참하기까지 한 가난의 시간보다는 다무라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성장해가는 이야기야말로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이 책은 2007년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동시에 2008년 상반기
가난개그로 2억엔을 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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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임시 밴드다. 이브라힘 페레, 콤바이 세군도, 루벤 곤잘레스를 비롯한 쿠바 영감님들은 라이 쿠더에 의해 재발견되었고, 빔 벤더스의 영화를 통해 전 지구적인 음악적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을 다시 볼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각자의 음악적 활동을 위해 헤어졌던 영감님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연주를 들려주기도 전에 차례차례 세상을 떠났다. 1998년 7월1일에 열렸던 전설적인 뉴욕 카네기홀 공연은 기껏해야 빔 벤더스의 영화에서 아주 잠시 목도할 수 있을 따름이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O.S.T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실황 음반의 발매를 끝없이 기다려왔던 것도 이해가 간다. 다행히 입맛만 다시던 팬들을 위해 카네기홀 공연을 통째로 꾹꾹 눌러담은 ≪BUENA VISTA SOCIAL CLUB AT CARNEGIE HALL≫이 발매됐다. 16곡이 2장의 CD에 들어 있는데다가 32페이지에 이르는 콘서트 부클릿도 부록이
카네기홀의 흥분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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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내 애시드재즈신에서 가장 유효했던 뮤지션의 이름을 대라면 단연 아소토 유니온이다. 2003년 이들이 발표한 1집은 세련된 그루브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평단과 마니아들의 주목을 한껏 받았건만 그룹은 돌연 해체했다. 리더 겸 드러머 김반장과 기타 윤갑열은 이후 윈디시티를 결성했고, 베이시스트 김문희와 건반과 프로듀싱 담당 임지훈은 2006년 펑카프릭&부스터(Funkafric&Booster)로 거듭나 ≪One≫을 발표했다. 윈디시티와 펑카프릭&부스터의 음악을 모두 들어봤다면, 아소토 유니온이 얼마나 잘난 영재들로 뭉친 밴드였었나 동의하기 쉬울 것이다. 이중 펑카프릭&부스터가 ‘펑카프릭&부슷다’로 개명하고 6곡짜리 EP를 내놓았다. 반항적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언어유희를 부린 ‘…부슷다’의 EP ≪너무합니다 2008≫은 제임스 테일러 쿼텟 등을 직접적으로 연상시켰던 멋스러운 애시드·퓨전재즈 음반 ≪One≫과 뚜렷이 구별
도발적인데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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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얄개’가 복고 바람 타고 뮤지컬로 돌아온다. 1976년작 청춘영화 <고교얄개>를 뮤지컬로 옮긴 <돌아온 고교얄개>가 11월4일부터 관객을 맞는다. 조흔파의 베스트셀러 소설 <얄개전>을 영화화한 <고교얄개>는 당시 청춘의 활기를 잘 담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줄거리를 받아안아 말썽꾸러기지만 의리만은 두둑한 나두수, 그의 짝사랑 상대인 오영아를 중심으로 고교얄개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물 건너온 대작 뮤지컬들이 한반도를 장악한 요즘, 건아들의 <금연>, 정수라의 <환희>, 이지연의 <난 아직 사랑을 몰라>, 이문세의 <붉은 노을>, 다섯손가락의 <풍선>, 전영록의 <종이학> 등 선율만 들어도 친숙한 7080 히트 가요들을 뮤지컬 넘버로 삽입한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원작 영화에서 파릇파릇한 청춘을 연기했던 이승현과 김정
얄개들의 7080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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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회째를 맞는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는 ‘Then & Now-Memories of the Future’(내일의 기억).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의 과거 및 현재를 조명한다. <한·중·일 현대사진전-내일의 기억>은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문화 변천사를 살펴보는 ‘한국전’, 디지털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 12인의 작업을 모은 ‘일본전’, 중국 대륙의 최근 20년간 변화를 대만·중국 작가 15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중국전’ 등 국가별로 나눠 전시된다. 또 다른 주제전 <동북아시아 100년>은 사진이 갓 도입되었던 시절의 동북아시아 모습과 생활상을 보여준다. 비엔날레의 총감독이자 사진가인 구본창이 단독으로 기획한 특별전 <숨겨진 4인전>은 흑백 사진의 미학을 선보이는 원로작가 장쥬벤(중국)·장죠당(대만)·한영수(한국)·쇼지 우에다(일본)의 작품을 소개한다. 외국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근 60년간의
사진으로 보는 동북아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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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레이스>와 <뱅크 잡>, 모처럼 제이슨 스타뎀의 두편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그는 이제 당당한 주연급 액션배우로 올라섰다. 장 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이 주류 영화계에서 거의 도태된 지금 1972년생의 그는 정교한 동양무술을 구사하는 백인 액션배우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한다. 흑인 웨슬리 스나입스와 더불어 가장 호쾌하고 완벽한 무술을 구사하는 서구 액션배우가 바로 그다. 사실 그가 어려서부터 무술을 체득하지 않은 사람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성장속도는 정말 놀랍다. 그가 맨 처음 액션연기를 맛본 게 이연걸 주연의 <더 원>(2001)이었음을 떠올려보면, 불과 1년여 만에 <트랜스포터>(2002)에서 거의 액션기계가 된 그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앞차기로 머리 뒤의 적을 가격하고, 기둥에 매달린 채 쉴새없이 발을 내지르는 모습은 딱 왕년의 홍콩 액션스타를 보는 것 같다.
물론 무술은 안 했어도 제이슨
[울트라 마니아] 제이슨 스타뎀, 왜 대머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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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감독 사샤 기트리 상영시간 78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고몽(프랑스)
화질 ★★★☆ 음질 ★★★☆ 부록 ★★★★
사샤 기트리 영화의 핵심은 ‘역설’에 있다. 역설은 기트리의 영화, 기트리와 영화의 관계를 모두 이해하는 데 가장 근사하게 쓰이는 말이다. 1912년, 연극에 주력하던 이십대의 기트리는 감히 “영화는 정점을 지나버릴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후 감독이 되어서도 그는 영화를 얕보는 태도와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그런 자세는 기존의 영화 관습과 약호를 거부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화에 대한 경멸에서 비롯된 기트리의 독창성은 누벨바그 감독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혹자는 그를 ‘모던 시네마의 아버지’로 치켜세우기도 한다. 한편, 비지지자들로부터 단조로운 희극, 삼각관계 실내극 정도로 취급받는 기트리의 영화는 사실 반코미디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꿈을 꿉시다>(1936)에서 두 노파
‘사기’를 가르쳐줄까?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