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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21세기 버전으로 새롭게 리모델링되었다. 러시아의 여성감독 안나 멜리키안은 용궁의 인어 대신 모스크바의 소녀 이야기로 설정을 대폭 바꾸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원작의 단순한 변형이라면, 멜리키안 감독의 <나는, 인어공주>는 원작의 상징들을 차용한 창안이라 할 수 있다. 외양적으로는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동화와 더욱 가까워 보이지만, 내적 원리로 보면 <나는, 인어공주>가 원작의 의미를 훨씬 풍부하게 살려낸 작품이다. 멜리키안 감독은 데뷔작 <마르스>(Mars)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나는, 인어공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인어공주>는 동화의 모티브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훌륭한 사례로 남을 만한 영화다.
일반적으로 동화 속 공주들은 초년고생을 좀 하더라도
21세기의 뭍으로 올라온 매혹적인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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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고민도 하긴 했는데, 음… 그냥 영화 보고 나면 쟤가 왜 저걸 했는지 알 것 같다. 섣부르게 판단하기에는 영화가 좀… 오묘하지 않나. (출연 결정하기 전에) 이 사람, 저 사람, 주변 몇명에게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고 했다. 도연 언니도 읽어봤는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한번 도전해보라고. 난 걱정도 많고 그랬는데, 걱정 말고 한번 해보라 그러더라고.
-남에게 권유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인데, 전도연씨는 어떤 점을 맘에 들어했나.
=여배우에겐 모험을 할 수 있는 영화여서 그랬던 것 같다. ‘안전빵’이 아니고. 여자들한테는 그런 영화가 잘 없지 않나. 근데 드물게 그런 영화가 왔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그랬던 것 같다. 뛰어넘어보라고.
-‘안전빵’이 아니란 말의 뜻은.
=물론 비주얼적으로 많이 망가져야 하는 것도 있었고,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비호감이라…. 왜 많은 팬들은 어떤 작품을 보고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공효진] “양미숙은 철없이 할 수 있는 20대 연기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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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부은 듯한 둥근 얼굴에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 한손에 캠코더를 들고 교실 안을 휘젓던 <여고괴담> 속의 말괄량이 여고생. 9년 뒤 지금 그는 괴짜 같은 여자로 성장했다. 개성있는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의 결합으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사랑받았고, ‘패셔니스타’로 불리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바깥에서 또 다른 스타성까지 증명한 배우 공효진(근데 후자의 경우, 반듯한 외모 대신 개성을 앞세우는 충무로의 젊은 연기파 배우들이 자신의 스타성을 확보할 때 일종의 필요조건처럼 챙기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작인 <미쓰 홍당무>는 공효진이 단지 ‘개성있는 젊은 배우 겸 패셔니스타’라는 걸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도연, 김혜수, 문소리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의 30대 여배우들의 행보를 기대케 한다.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 세상은 과연 공평하지 않았다. 끔찍할 정도의 안면홍조증을 가진 <미쓰 홍
[공효진] 공효진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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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추격자'의 김윤석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이 다음달 11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드의 후보로 선정됐다.22일 영화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윤석은 홍콩 영화 '스패로우'의 사이먼 얌, 인도영화 '더 프리즈너'의 라야 카푸어 등과 함께 5명의 남우주연상 후보군에 포함됐다.김지운 감독은 '도쿄 소나타'의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스패로우'의 조니 토, 카자스흐탄 흥행작 '툴판'의 세르게이 드보르느세보이 등과 함께 최우수 감독상 후보가 됐다.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2'는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상의 후보에, 김동원 감독의 '끝나지 않은 전쟁'은 최우수 장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각각 선정으며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과 '놈놈놈'의 이모개 촬영감독은 각각 각본상과 촬영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드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로
김윤석ㆍ김지운 등 '亞太스크린어워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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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 미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와 경제불황에 온통 집중된 가운데 지난 9월 시작한 미국의 2008-2009년 TV 시즌에 히트작마저 없어 미 방송가가 울상이다.올해 공중파 방송들이 선보인 새 드라마들 가운데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은 CBS의 '멘탈리스트(The Mentalist)', CW의 '베벌리 힐스의 아이들' 속편인 '90210', 폭스의 경찰 드라마 ‘프린지(Fringe)’, ABC의 '라이프 인 마스(Life on Mars)' 정도에 불과하다.이 4편 가운데 'CSI'처럼 인기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없고 올해 시즌 2를 선보이는 드라마들도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NBC의 새 드라마인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마이 워스트 에너미(My Own Worst Enemy)'와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는 예상만큼 인기를 못 끌고 있고 지난해 인기 드라마인 '히어로즈'는 인기가 한풀 꺾였다.시즌
<美대선ㆍ불황에 2008-2009시즌 '미드'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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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통조림’, ‘광우병 소’, ‘멜라민 과자’ 등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과 불만이 하늘을 찌를 태세다. 먹을거리 사고를 포함해 뉴스에서 쏟아지는 생활 안정을 위협하는 각종 사기 행태도 소비자이기도 한 시청자를 연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비자가 직접 권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이때, 작지만 기가 막힌 생활 속 불편함을 들춰 소비자 권익 보호를 도와온 MBC <불만제로>가 지난 10월16일 100회를 맞이했다.
‘소비자 권리 대장정’을 내세우며 2006년 9월28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불만제로>는 생활밀착형 고발 프로그램이다. 오락 프로그램처럼 형식은 가볍지만 소비자가 궁금해하고 불만스러워하는 주제들을 매회 다루며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시청자 게시판에 접수된 제보가 27만건, 방송으로 고발된 내용만도 189건에 달한다.
<불만제로>는 1회 ‘주유소 기름 정량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표백제와 화공물질이 들
소비자 우롱하는 악덕업주들,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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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야한 이야기들이 밤마다 찾아온다. 타로카페 ‘아라비안 나이트’를 배경으로 카페를 찾은 사람들의 신비하고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천일야화>는 지난 1월 첫 시즌을 방영하며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현대인이 꿈꾸는 에로티시즘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미국 에로틱 시리즈인 <레드 슈 다이어리>와 닮았다.
<천일야화2>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성비가 무너져 결혼자격증을 가진 남자만이 결혼할 수 있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 ‘핑크 레이디’를 시작으로 ‘마네킹을 사랑한 남자’, ‘인간이 된 고양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타자기’ 등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로 에로틱한 판타지를 보여준다. <메디컬 기방 영화관>을 즐겨봤던 성인부부들에게 추천한다.
[이주의 추천프로] 한밤에 찾아드는 에로틱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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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최고의 고수가 되겠다는 젊은 무사가 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내가 가장 세다”라고 허공에 대고 떠들 것인가? 만나는 모든 무사들과 싸움판을 벌일 것인가? 어느 세월에…. 영리한 무사라면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정받는 무사를 찾아 그와 ‘맞장’을 뜰 것이다.
광고에서도 누구를 주적으로 삼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구매현장에서는 내 고객을 빼앗아갈 수 있는, 같은 카테고리의 경쟁 브랜드들이 적이다. 하지만 광고를 만들 때의 적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광고가 겨냥해야 할 적은 경쟁 브랜드가 아니라 일반 냉장고다. ‘김치를 잘 시게 만드는 일반 냉장고’와 ‘김치를 신선하게 유지시켜 주는 김치냉장고’의 대결인 것이다.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하는 초기에는 동일한 카테고리의 다른 김치냉장고를 공격하는 것보다는 냉장고라는 대체 카테고리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광고상의 적은 이렇게 동일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카테고리일 수도 있고, 때
[CF 스토리] 가장 강한 적과 맞장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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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화사>는 산업혁명 이전의 밤시간을 역사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탐구서다. 편지, 공문서, 문학, 오페라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20년이라는 산고의 시간을 거친 이 책은 인공조명이 탄생하기 전, 밤이라는 시공간이 가졌던 위험성과 불편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위험은 매력과 닿아 있는 법.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가장무도회, 지하선술집 같은 낭만 역시 같은 하늘 아래 공존했다. 책은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밤을 두려워했던 시대의 삶, 2부는 두려움에 대응했던 방법들, 3부는 밤의 유희, 4부는 잠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야경대원이 잘자라고 소리를 쳐서 사람들을 깨운 이야기나, 이른 저녁 짧은 잠을 잔 뒤 대화, 섹스 등의 활동을 하고 다시 ‘두 번째 잠’을 청하던 시절에 대한 풍경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당연하겠지만 저자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책 전체에 걸쳐 쏟아낸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한번 더 경외와 경이를 잃어가는 밤하늘과 시간낭비로
조명이 없던 시절에 대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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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CEO들이 <신의 물방울>을 읽는 것은 대개 잘난 척하기 위해서다. 빈티지, 샤토 운운하며 와인에 대한 지식을 자랑해야 비즈니스도 잘된다며 그들은 이 책을 외우지만, 삐딱한 시선으로는 그저 비싼 와인을 마시는 데 대한 죄책감을 달래기 위한 수단 이상은 아니다. 술에 관한 만화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그에 비하면 소박하다. 외워야 할 내용도 많지 않은데다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노라면 복잡한 술의 세계가 저절로 머릿속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레몬하트’라는 바를 중심으로 이 바의 마스터, 술맛을 모르는 프리랜서 기자 마쓰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 ‘안경’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일단 쉽다. 와인, 맥주, 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 소주, 일본 전통주 등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인물의 사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숙성돼 보여진다.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절대주의를 내세우지 않
와인보다 짙은 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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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죽었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방황하다가 스스로 바닷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그의 어머니는 열두명의 자식 중 한명이었던 그의 장례식을 이미 오래전에 치른 남편의 장례식과 혼동한다. 남자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윤간처럼 빠르게 간통처럼 빠르게 연이어 태어난” 손아래 동생 베로니카뿐이다. 그녀는 오빠 리엄의 자살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가족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3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리엄의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개더링>은 형제의 죽음에 대한 한 여성의 사색을 통해 그녀의 혈관에 저장된 아일랜드의 역사를 조명한다. 베로니카는 무심한 어머니와 가부장적인 아버지, 가족의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형제들을 뼛속 깊이 증오하지만 결코 그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자신의 피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베로니카의 모습은 아일랜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끝내 그 소망을 이루지 못했던 제임스 조이스의
욕망보다 강한 혈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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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중국 작가 모옌의 소설. 고밀 동북향의 지주였던 서문뇨는 토지개혁기를 맞아 악덕지주로 몰려 동네 사람들에게 총살당한 뒤 염라대왕전에 불려간다. 서문뇨의 억울한 사연을 들은 염라대왕은 환생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서문뇨는 나귀, 소, 돼지, 개, 원숭이를 거쳐 2001년 ‘밀레니엄 베이비’로 환생한다. 다섯살인 주인공은 윤회과정에서 보고 겪은 이야기를 전한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첫해인 1950년 1월1일부터 2001년 1월1일까지 반세기의 중국을 그린다.
토지분배, 집단소유제, 마오쩌둥 사망 등 중국의 변화과정을 중국 농민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로테스크한 와중에도 배꼽잡게 만드는 소설이다. 살아도 죽어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인 주인공의 삶을 빗대 원제는 ‘생사피로’(生死疲勞). 중국의 근대사를 농민의 눈높이에서 사실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육도윤회’(六道輪廻)의 동양적·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인 소설이다. 역사 속
중국 역동의 반세기를 담은 윤회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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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리타 카벨뤼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데이비드 마크, 유럽의 두 작가가 하나의 전시로 만났다. 출신이나 활동 지역만으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이 두 작가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인물이다. 물론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리타 카벨뤼는 캔버스에 가득한 인물들의 얼굴 표현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독특하고 세밀한 인물 묘사가 가능한 것은 유화에 산을 섞어 재료로 표현법에 차별화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을 그린 이미지만으로 상처와 충격 혹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인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반면 데이비드 마크는 작품이 지시하는 대상이 사람들이 사회,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마오쩌둥의 얼굴로만 보이는 작품이 실상 마릴린 먼로의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는 식이다. 언뜻 본 이미지가 역사 혹은 사회적 인물일 때, 본능적으로 그 인물이 상징하는 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작품
얼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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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사간동 근방을 산책하며 예술의 향기를 느껴보자. 2006년 시작돼 2010년까지 시리즈로 진행될 예술 행사 ‘플랫폼 서울’이 10월24일부터 11월23일까지 사간동 일대 갤러리에서 열린다. 플랫폼 서울은 전시를 중심에 놓되 비디오 및 필름 상영, 공연, 강연, 퍼포머스 등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 특히 올해는 존 케이지의 저서 <침묵>(Silence)에서 인용한 문구 ‘I have nothing to say and I am saying it’(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고 있다)를 제목으로 내걸고, 연극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다. 백남준의 1994년작 <An evening with Nam June Paik in tribute to John Cage, The Kitchen, NY>를 비롯한 비디오 프로그램, 국내외 다섯 작가들이 사간동, 동숭동, 구 서울역사 등지에서 펼치는 퍼포먼스, 음악극집단 바람곶이 원형신
사간동에서 예술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