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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입사 후 회사 안팎으로 이런 상황을 맞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MBC의 한 고위 간부)경제 위기로 광고 매출 감소 등의 직격탄을 맞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즘 '체감 경기'는 영하에 가깝다. 급성장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도전도 받고 있는 방송 3사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실제로 KBS, MBC, SBS 등의 10월 광고 매출은 지난해 10월보다 24.6% 나 줄었다. MBC는 4분기 광고 매출이 작년보다 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KBS는 올해 9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이에따라 각 방송사는 잇따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면서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수십 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 온 방송사들은 제작비 절감, 임금 삭감 등을 논의하며 경제 위기를 견딜 '내성'을 키우려고 몸부림치고 있다.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비
<위기의 대중문화계> ①거품 꺼지는 브라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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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국내 영화계는 2000년대 들어 1천만명이라는 믿기지 않는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를 4편이나 배출했고 한국영화 점유율이 60% 이상으로 치솟을 정도로 황금기를 누렸다.그러나 2006년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크게 줄어들었고, 한국영화의 불안정한 수익구조와 맞물려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여기에 충무로의 위기는 최근 국내외적인 경기 악화의 타격까지 받으면서 투자ㆍ제작에서 난항을 겪으며 더욱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수익률 악화에 따른 투자ㆍ제작 난항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 1~10월 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이월작과 재개봉작을 제외한 한국영화 개봉작 수는 1년 전보다 1편 줄어든 89편이다. 한국영화 활황기 막바지인 2006년과 지난해 초까지 제작돼 대기 중이던 수 많은 '창고 영화'들을 대거 개봉해 개봉편수는 대충 유지했다.그러나 이 기간 한국영화를 본 관객(서울 기준)은 지난해 1천800만명에서 1천500만명으로 14.9% 줄어들었
<위기의 대중문화계> ②꽁꽁 얼어붙은 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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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불황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 이미 조ㆍ단역 배우들부터 이번 겨울이 혹독할 것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고, 군소 매니지먼트사들도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덩치가 크다고 안심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한 굴지의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고, 스타들도 출연하려던 작품이 투자 부진으로 무산되는 등 출연작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매니지먼트계 "돈 나올 데가 없다"불황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영향을 미친 쪽은 가수들이 뛰는 일명 '행사'다. 가수들에게는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교통비 정도 버는 수준. 그들에게 주 수입원은 각종 행사 무대에 서는 것이다.그런데 최근 들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던 행사들이 상당폭 축소되면서 가수들이 가장 먼저 경기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행사의 꽃은 노래를 통해 흥을 북돋
<위기의 대중문화계> ③일감 찾는 연예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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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요즘 춥고 각박한데 따뜻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노희경 작가의 드라마가 달라졌다. 그동안 그의 드라마가 '희로애락' 중 노여움 혹은 슬픔에 시선을 두고 슬프고 고달픈 삶을 그렸다면 이제 기쁨과 즐거움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연출 표민수)은 실제로 노 작가의 기존 드라마와 비교하면 한결 밝아졌다. 이는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샤방샤방'한 스타들이 출연하기 때문 만은 아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이라는 트렌디한 배경 때문만도 아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노 작가 자신의 마음이었다.◇"희로애락 골고루 담고 싶어"노 작가는 "과거에 함몰되기보다는 현재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내가 젊은 날에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극중 인물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그들이 사는 세상' 속 인물들
노희경 "상처보다 기쁨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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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프랑스 출신의 모드 알피 감독의 '농부와 딸'이 10일 폐막한 제6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에서 대상을 차지했다.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시상식을 열고 '농부와 딸'에 대상을 수여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아이슬란드 영화 '레슬링'(그리머 해커나르손)이, 뉴필름메이커상은 박재옥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탑'과 아르헨티나 영화 '절규'(라메르 파블로)가 받았다.애니메이션상은 영국 영화 '까칠한 자매'(루이스 쿡)가, 관객심사단이 투표하는 아시프관객심사단상은 멕시코 영화 '노던 하이웨이'(루벤 호조 아우라)가 차지했다.'상콤한 그녀의 참신한 오후'(이승남)는 연기상인 얼굴상(이선희)과 맥스무비상을 수상해 2관왕이 됐으며, 기획력과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에 주어지는 채널 CGV 한국영화 단편상은 '동행'(김제영)과 '누구세요'(장세경)의 차지로 돌아갔다.이밖에 실험성 강한 영화에 수여되는 크링상은 영국 영화 '친애하는'(
아시아나단편영화제 대상에 '농부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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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돌입니까.
국내 스타의 경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다수가 한눈에 아이돌이거나 아이돌이 아니지만 일본의 잡지나 인터뷰 프로그램, 혹은 할리우드의 연예 프로그램엔 저 질문에 주저하는 배우들이 꽤 있다. “아이돌이라 불리면 억울하다” 인상짓던 나리미야 히로키나, <바스켓볼 다이어리> 때의 객기를 용기삼아 질문에 조롱을 던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학창 시절의 이지메 경험으로 대답을 대신하던 아오이 유우 등. 스스로를 아이돌이라 흔쾌히 답하지 못하는 이 장면들은 이상하게 마음을 흔든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더니 자신도 모르는 화려한 스타가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의 대변이랄까. 혹은 아이돌이라 규정되어진 일정한 외적 틀 속에 마음까지는 포획당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의 표출이랄까. 스스로를 아이돌이란 수사 속에서 꺼내려는 저 부정의 답변은 멋진 그림처럼만 느껴지던 스타가 마침내 마음을 여는 순간 같다. 당연히 신나하고 밝게 미소지을 줄 알았는데 인상을 쓴다. 마음
[유아인] “수컷은 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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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화는 역시….
=역시 뭐요.
-슈트죠 슈트. 역시 슈트.
=슈트가 뭐요.
-피어스 브로스넌 시대부터 지난번 <카지노 로얄>까지, 본드는 항상 브리오니(Brioni)를 입었잖아요. 왜 최소 600만원은 기본이고 맞춤복은 1천만원을 능가한다는 이탈리아 슈트. 제냐나 아르마니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최고급 슈트. 근데 이번에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만든 맞춤 슈트를 입으셨더라고요. 몸에 샤라락 감기는 게 끝내주던데요.
=뭔 소린지 모르겠군. 나는 MI6에서 제공하는 슈트를 입을 뿐이라고.
-에이. MI6에서는 한도없는 크레디트 카드를 제공할 뿐이죠. 슈트는 직접 고르신 거 아닙니까요.
=베스퍼가 직접 골라준 슈트도 많소. 그나저나 브리오슈건 톰 포드건 슈트가 다른 게 뭐 그리 큰 변화라는 소리요.
-브리오슈가 아니라 브리오니요. 브리오슈는 버터와 계란이 듬뿍 든 프랑스 빵이고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 아마도 바게트였겠지요? 여튼 빵이 없다고 난리를 치자
[가상인터뷰]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 새로운 제임스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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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소외된 존재다.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호소할 데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뭉친다. 조합을 만들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며 고통을 토로하기 위한 자리를 만든다. 서울국제노동영화제는 노동자들이 개최하고 노동자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영화제다.
서울의 인디스페이스(11월13~16일)를 비롯하여 수원(11월15~16일: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대전(11월29~30일: 아트시네마), 울산(11월20~23일: 대안문화공간 소극장 품) 각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노동영화제는 올해로 12회를 맞는다.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렌즈를 들이댄 것이 햇수로 10년을 넘겼다. 늘어난 나이만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다. 기존에도 볼 수 있었던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영화(<우리 이제 끝장내자!> <세 번째 출발> <오늘은 뭐하고 놀까?>)나 노동자 투쟁을 담아낸 영화는 물론, 여성과 이주노동자를 다룬 영화, 민영화와 미디어에 대한 영화 등 새로운 종류의 영화
살벌하게 담아낸 비정규직 철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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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내가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어떡할 건데? 결혼할 거가?
남: 결혼은 무슨 유치하게. 피임하면 된다.
여: 실패하면?
남: 결혼은 아무나 하나. 준비를 해야지.
여: 니 준비하는 건 있나?
남: 그래, 내 나이 처먹고 빌빌대고 있다.
섹스를 거부하는 여자친구와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싸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게 한번이라도 믿음을 준 적이 있느냐.” “왜 내 말을 끝까지 안 듣느냐.” “속물처럼 얘기하지 말아라.”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야 마는 20대 피끓는 청춘의 연애 싸움. <그들도 우리처럼>의 정훈과 은림은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아프게 건드린다. 섹스가 두려운 은림을 정훈은 이해하지 못하고, 직장인 은림은 백수인 정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누가 더 속물이고 누가 더 바보 같은지, 혹은 잘못했는지 판단하는 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상상마당 8월 우수작 중 한편인 함정식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은 감독
[이달의 단편] 감독의 적나라한 연애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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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 카메라 이동 지수 ☆
잿빛 도시 생생 재현 지수 ★★★☆
<중경> 관람욕 자극 지수 ★★★★
장률의 ‘사람들’은 비틀거리며 산다. 기댈 곳을 찾다가 뺨을 맞고 조롱당한다. 또다시 배회하고 끝내는 도망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혹독한 ‘망종’을 뒤로하고 가까스로 ‘경계’를 넘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추방자라는 낙인과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률의 ‘사람들’은 그래서 또다시 휘청거린다. 쉴 곳을 찾다가 아랫도리를 약탈당하는 상황에도 처한다. 어찌할 수 없다. 넋을 놓고 떠돌 수밖에는. <중경>에 이어 개봉하는 <이리>는 <당시>의 아파트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장률의 ‘사람들’이 네 번째로 다다른 지옥문이다. 베이징과 몽골과 충칭을 거쳐 익산으로 흘러든 장률의 ‘사람들’에겐 어떤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도시의 중국어 학원과 경로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진서(윤진서). 30년 전 대형 폭파사고의 여파로 정
장률의 ‘사람들’이 네 번째로 다다른 지옥문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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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재미 지수 ★
김홍도의 마초 지수 ★★★
하악하악 지수 ★★★★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팩션에서 이 질문은 곧 호감의 표현이다. 흥미로운 팩션은 실제를 향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빈치 코드>의 열풍이 일으킨 루브르 박물관의 순례행렬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신윤복은 여성이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미인도>는 이 호감어린 질문을 갈구하는 영화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오프닝 크레딧의 자막이 무색해 보이는 <미인도>는 세 남녀의 치정극이란 설명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다.
이야기는 ‘타고난 재능’에 얽힌 비운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가문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그림쟁이 아비는 아들의 입신양명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은 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다. 타고난 재능은 딸에게 있다. 재능을 추구하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에 아들은 자살을 택하고, 아비는 딸에게
세 남녀의 치정극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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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유혹 지수 ★★★★☆
케이크 유혹 지수 ★★★☆
최지호 코믹 지수 ★★★☆
참으로 훌륭하신 오빠들이다. 특별히 동성애 혐오증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오직 단맛으로만 이뤄진 달콤한 세계다. 종종 만화적 기법의 특수효과가 삽입되고 뮤지컬 장면도 느닷없이 등장해 반짝거린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남자들의 향연이라 할 만한 <앤티크>는 영화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성 그 자체를 보는 즐거움으로 상쇄해버리는 영화인 것. 한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대낀다는 점에서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화 버전이라 말할 수도 있고, 드디어 ‘야오이’ 세계를 만난 충무로의 부지런한 주석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껏 한국영화 중에서 남자 동성간의 키스신이 가장 많이, 또한 가장 자연스럽게, 그것도 가장 군침 돌게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앤티크>라고나 할까. 그런 세계와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관객이라면
단맛으로만 이뤄진 달콤한 세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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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와인투어 효과 지수 ★★★☆
와인 흡수 충동 지수 ★★★★☆
역사적 사실 엄수 지수 ★★☆
존 스타인벡이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가족의 쓰라린 이야기를 <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으로 담아낸 것은 농장주들에게 쫓겨나 비참한 삶을 꾸려나가던 농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아우성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줄리아 워드 하우의 <공화국 군가> 또는 요한계시록에서 유래된 이 제목은 포도송이처럼 영글던 캘리포니아 이주 노동자들의 성난 마음을 상징한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캘리포니아의 포도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제 포도는 호주 와인 생산량의 2배 이상을 만들어내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핏줄을 뜻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포도의 함의를 문학적 상징에서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로 바꿔낸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한 이벤트였다. 1976년 한 영국인이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이 행사에서 캘리포니아 와
1973년산 샤토 몬텔레나의 탄생 과정 <와인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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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에 혹할 지수 ★★★★★
평생 남을 이미지 각인 지수 ★★★★★
뱀파이어 장르의 신선 지수 ★★★★★
무조건적인 찬사를 줘도 아깝지 않을 영화. <렛미인>은 섣부른 평가에 행여 영화의 순수함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초대받지 않으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인간의 공간. 뱀파이어의 속성에 기초한 원제 ‘Lat Den Ratte Komma In’은 ‘들어가도 되니?’, ‘들어가게 해 줘’라고 허락을 구하는 뱀파이어의 언어를 일컫는다. 그러나 정작 뱀파이어 장르는 <렛미인>으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로에 불과하다. <렛미인>은 <언더월드> <반헬싱> 등 최근 뱀파이어 영화가 흔히 보여줬던 강렬한 음악과 특수효과, 화려한 액션 모두를 철저히 무시한다. 섬뜩한 유혈이 존재하지만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이자 사랑 이야기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12살 오스칼(카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이자 사랑 이야기 <렛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