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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아 24일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8일째인 20일(현지시간)까지 경쟁작 20편 가운데 14편의 상영을 마친 올해 영화제는 세계적인 불황과 신종 플루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어느 해보다 화려한 경쟁작 라인업에 기대를 걸고 출발했다.그러나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지금까지 뚜껑을 연 거장들의 작품들은 그 명성에 걸맞은 호평을 받지 못하며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장르 영화가 강세를 보인 올해 출품작들은 평단의 박수보다는 논란을 몰고 왔으며 마켓 역시 불황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황금종려상 향배는 = '보물섬'이라고 불릴 만큼 어느 하나 만만하게 볼 작품이 없었던 올해 경쟁 부문이지만 최대 관심사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독보적인 후보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감독 4명이 포함되는 등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 무색할 만큼 반응이 미지근하다.현재 평점 순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향방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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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인터넷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0점 만점의 평점으로 보자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10점 관객과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0점 관객이 거대한 전쟁을 벌였다. 그 사이 <박쥐>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을 전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자신은 애초의 예고대로 일체의 매체 인터뷰를 거절하며 속시원한 얘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다 칸영화제로 떠나기 전날이자 <박쥐>가 180만 관객을 돌파한 5월12일 극적으로 단독 인터뷰가 성사됐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이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박찬욱 감독으로서도 날이 밝은 줄 모르고 자다가 등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번쩍 눈을 뜨던 영화 속 뱀파이어 상현(송강호)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칸에서 입을 턱시도 등 의상문제로 파주에서 서울로 와야 했던 그는 운전을 하지 않기에 홀로 한참이나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학생처럼 가방을 메고서 장충공원 근처의 인터뷰 장소로 왔다. 영
[박찬욱 단독인터뷰] <박쥐>가 난해하다는 건 정말 인정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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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겠지만, <미완의 작품들>을 읽고 나면 미완성(未完成)이 완성미(完成美)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슬금 고개를 쳐든다. 저자의 말처럼 마무리되지 못하고 대중에 공개된 작품들은 도처에 있다. 책이 다루는 미켈란젤로의 노예상,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마릴린 먼로의 <섬싱스 갓 투 기브> 등이 그렇다. 대부분은 유작인 셈인데, 책은 이런 작품들을 둘러싼 야사에 집중한다. 미완성의 배경에는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이 있으며, 시대의 공기는 어땠는지가 옛이야기처럼 흘러나온다.
손을 댔으나 끝내 마치지 못한 작가의 역경 뒤 숨은 상처와 치유의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다. 특히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초연 때 벌어진 해프닝과 그 뒤 결말을 위해 계속됐던 후대 작곡자들의 도전은 재미를 넘어 감동을 준다. 좋은 이야기의 필수조건은 “잊을 수 없는 결말”이라는데, 이 책이 다루는 미완성이라 아름다운 미술, 소설, 음악,
[도서] 미완성의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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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신성일 인터뷰집. 506편에 이르는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했던 그의 삶과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6·25 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다보는 만화경 같은 책이다. 1957년, 신상옥 감독을 처음 만났던 순간, 바로 눈에 들어 “야, 너 나하고 3년 동안 고생할래?”라는 말을 듣고 신필름에 입사하던 때부터의 이야기는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뉴 스타 넘버원’을 한자로 풀어 성일이라는 이름을 지은 뒤 신상옥 감독의 성을 받아, 신성일이라는 예명을 지었다. 그리고 <로맨스 빠빠>의 막내아들로 데뷔하기 전까지 2년간 영화사에서 사원으로 일하며 인맥을 넓히고 자신을 알려나갔다.
신성일의 청춘을 함께했던 나이 지긋한 관객만 흥미를 가질 책은 아니다. 1970년대 이야기에 접어들면 장미희에게 “너처럼 빈대떡같이 생긴 애가 어떻게 배우가 됐어” 하고 놀렸다든지 여운계와 <산불>을 찍으며 티격태격 말을 나누었던 이야
[도서] 신성일, 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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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식 유머 지수 ★★★★
독서에의 유혹 지수 ★★★
“어째서 내게 <미스틱 리버>가 <무죄추정>과 <레드 드래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을까? 내가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거다. 지난 3주 동안, 다섯명가량의 사람들이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이 천재적인 작품이라고 말해주었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책을 제일 먼저 읽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 옛날 <무죄추정>을 읽다가 그랬듯이, <아름다움의 선>을 읽다가 가로등에 부딪힐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어판 제목에 붙은 ‘런던스타일 책읽기’라는 말과 별 상관없는 책. 읽는 내내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다. 문화적으로 예민하지만 전반적으로 찌질하게 살아가는 닉 혼비 소설의 남자 주인공 내레이션 같은 이 책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책은 <빌리버&
[도서] 투덜투덜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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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문화 이해도 상승 지수 ★★★★
시끌벅적 지수 ★★★★★
인도를 생각하면 어쩐지 시끌벅적한 느낌이 든다. 원색의 천이 모자이크처럼 얽히고설킨 빨래터,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코끼리, 어느 인도영화든지 관습적으로 등장하는 집단 가무까지.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돈다. 그런데 인도의 요지경은 다른 나라의 시끌벅적함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혼란과 소란스러움은 환경에 따른 필요악으로 간주된다. 사람이 너무 많은 중국이나 인종이 다양한 미국이 그렇다. 그들은 국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치기 위해 고유의 색을 흡수하거나, 중도의 색깔을 찾아 개개인을 적당히 버무려넣는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가. 신분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그들은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따로 또 같이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비롯되는 혼란과 시끌벅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인도’스러운 문화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이 바로 인도 현대
[전시] 현대 인도, 그 혼란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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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La Roue
1923년 감독 아벨 강스 상영시간 263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 무성영화
출시사 플리커앨리(미국, 2장)
화질 ★★★☆ 음질 ★★★☆ 부록 ★★☆
초기 무성영화의 영광은 대부분 미국의 D. W. 그리피스, 소련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독일의 프리츠 랑에게 돌아간다. 뤼미에르 형제의 나라인 프랑스로서는 그런 상황에 많이 서운했을 터다. 근래 출시된 두편의 DVD- 마르셀 레르비에의 <돈>과 아벨 강스의 <바퀴>- 는 프랑스 무성영화의 영광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돈>이 초기 영화예술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면 <바퀴>는 세계영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기억된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내게 심오한 영향을 끼친 첫 번째 영화다”라고 밝혔고, 장 콕토는 “영화는 <바퀴>의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의 작가들이 <바퀴>
[dvd] 프랑스 무성영화의 영광,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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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때마다 하던 생각. 1주일 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라는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도 역시 공부를 안 하겠구나 하는 ‘주제파악’이 되고 나면, ‘지금의 자각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수정한다. 마치 생각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듯이. 홍승표의 웹툰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를 보며 놀랐던 이유는, 딱 그런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역시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나와 남기한의 차이는, 남기한이 만화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가정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
여튼, 주인공 남기한은 공무원 시험준비생이다. 벌써 세 번째 낙방. 시간은 가고 나이는 들고. 후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건데”에 이른다. 그래서 내린 결론. “만약 지금 이 생각 그대로 어릴 적으로 돌아간다면?” 그 생각을 품고 잠에 든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1992년, 11살 때로 돌아가 있
[스크롤잇] 어린이로 살기도 힘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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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이란 음악가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그녀는 (그야말로) 불현듯 등장해 급성장한 인디신의 스타이자 20대 여성들의 감수성에 최적화된 노랫말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데뷔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기부금을 모금했고 그 앨범이 입소문을 타고 히트했으며 자신의 레이블 누에바사운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창작자의 자의식 가득한 태도와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래서 오지은이 홍대 앞 인디신의 확장을 거론할 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지위를 가진 건 당연하고, 그녀의 2번째 앨범이 기대작이었던 것도 분명하다.
2집의 제목은 1집과 똑같은 ≪지은≫이다. ‘어떤 음악이든 내 이야기’라는 의도다. 자의식 과잉으로 보여도 개의치 않을 자신감도 엿보이는데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인생론> 같은 곡이 그런 단상을 지지한다. 중요한 건 오지은이란 가수의 파장이다. 그녀의 지명도를 높인 건 블로그와 웹 커뮤니티고 작가주의와 진정성이 해석의 키워드로
[음반] 작가주의와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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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심장.”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존 코너와 카일 리스의 만남을 돕는 마커스는 영화에서 두번에 걸쳐 같은 말로 설명된다. 사형이 집행됐으나 과학기술의 재료로 사용되고 15년 뒤 초토화된 LA의 황무지에서 깨어난 이 남자는, 금속 골격이 펄떡이는 심장을 감싼 인간과 사이보그의 결합형이다. 왜 살아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언제인지 혼란스러운 그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포효한다. 액션블록버스터가 마땅히 채워야 할 아드레날린의 수치를 한껏 높이는 장면이다.
마커스는 호주 출신의 샘 워딩턴이 연기했다. <터미네이터> 월드의 창조자 제임스 카메론이 복귀작 <아바타>를 위해 손수 고른 워딩턴은, 카메론의 추천을 받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도 승선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눈빛과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 러셀 크로와 휴 잭맨의 몇년 전이 떠오르는 이 알파메일은, 미키마우스클럽과 헬스클럽을 거쳐 대량생산되는 배우들과는 다
[샘 워딩턴] 강력한 심장, 야성적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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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시크남’ 얼렌드 오여의 팬이라면 이미 들어봤을 이 앨범 ≪Rules≫는 그의 사이드 밴드인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의 2009년 앨범이다. 2006년 여름에 릴리즈된 데뷔앨범 ≪Dreams≫로 활동을 시작한 이 사이드 밴드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밴드의 음악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와는 질감이 ‘약간’ 다르게 들린다. 이를테면 좀더 미니멀하고 좀더 이성적이다.
그렇다고 냉정한 건 아니다. 오히려 냉탕과 열탕 사이를 오가며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감수성과 얼렌드 오여의 개성을 교차시킨다. 수록곡인 <Gravity>만 들어봐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얼렌드 오여는 그의 소박한 음악만큼 작은 사업도 꾸리고 있다. 버블스(bubbles)란 회사를 세우고 음반과 티셔츠를 판매하는데 마이스페이스닷컴이나 구글에서 그의 이름과 함께 검색하면 깔끔하고 모던한 웹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음반] 냉탕과 열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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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 8일(금) 오전 11시
장소 대한극장
이 영화
핑크 궁전 아파트로 이사 온 소녀 코렐라인은 불만이 많다. 엄마와 아빠는 일 하느라 바쁘고 위, 아래에 사는 이웃들은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러던 어느날 코렐라인은 벽 한 구석에 있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갑자기 나타난 생쥐를 따라가 들어간 이 문은 ’또 다른 세계’로 통하고, 숨겨진 세계에는 ’또 다른 아빠’, ’또 다른 엄마’가 살고있다. 현실 세계와 달리 모든 게 완벽한 벽 속의 세계. 코렐라인은 기뻐하지만 그 곳에 숨겨진 어둠도 알아차린다.
100자평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일단 독특한 질감의 화면으로 상당한 시각적 만족을 선사한다. 음악 역시 감상의 즐거움을 더하는데, 이처럼 '세계 최초의 3D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관객에게 일찌기 체험해보지 못한 시청각적 쾌감을 주는 것으로도 기대 이상이다. 서사와 판타지 역시 좋은 편인데, 특히
<코렐라인 : 비밀의 문> 언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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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울 미아리. 함경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난한 사람들이 이마를 맞대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던 곳. 김소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석조네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솟아오르는 마천루의 그림자 아래 달동네들이 숨죽인 채 늘어가던 당시 미아리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다. 양은 장수 끝방 최씨, 겐짱 박씨 형제, 비운의 육손이 형 등 여덟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나가는 건 ‘한지붕 아래 아홉 가구가 모여 사는 기찻집 사람들’. 방언은 물론 입말의 풍미를 잘 녹여낸 원작 소설의 문장에서 95% 이상의 대사를 가져왔다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을는지.
김소진 작가는 마지막 소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서 미아리 산동네를 두고 “여태껏 나를 지탱해왔던 기억, 그 기억을 지탱해온 육체”라고 표현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공연시간이 3시간10분에 이른다는 이 길고 긴 공연을
[공연] 소박했던, 따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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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긴 수명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르크 샤갈(1887~1985)은 97살에 타계했다. 호안 미로보다 2년을 더 산 그는 유럽 모더니즘을 개창한 예술가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제정 러시아의 가난한 유대인 게토 지역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마르크 샤갈의 본명은 모세와 연관돼 있고 샤갈이라는 성에는 갈매기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름의 예언처럼 그는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러시아로 돌아간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서방을 전전하며 살았으나, <나와 마을>을 비롯한 숱한 작품을 통해서 새처럼 부단히 귀향했다. 평생 왕성하게 창작한 샤갈이지만, 그의 가장 눈부신 작품은 대부분 35살 이전에 생산됐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특히 샤갈 말년의 그림은 메아리와 여진으로 가냘프게 진동하는 기나긴 에필로그처럼 보인다. 그의 전성기를 정의했던 열정과 관능, 입체파의 세례를 드러낸 구성적 예각이 사라져버린 자리에, 희부연 거울에 비춘 과거가 일렁인다. 선은 극도로 가늘어지거나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늙은 예술가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