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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평균소득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하지만 그게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제학에서 가끔 사용되는 비유다. 통계와 평균은 전체를 수량화하여 다루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그에 따르는 착시현상과 한계는 잘 알려져 있다. 양적 평가는 질적 분석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 방법론이 불가피한 수단을 넘어 대다수의 고단한 현실을 숨기는 이데올로기가 된 경우다. 10%는 천국에, 90%는 지옥에 있을 때, 평균하면 연옥에 있다는 것이 지옥에 있는 내게 위로가 되는가. 생계가 막막하여 두 아이를 안고 지하철 선로 앞에 선 내게 그 숫자가 따뜻한 손을 건네주는가?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될 놈을 밀어주자’는 말은 그럴듯하다. 지나친 평등이 사회의 활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것도 수긍된다. 그러나 그 주장을 하려면 ‘도대체 언제까지’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 각론없이 유사 이래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주장한다면 ‘가진 자가 더 가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피와 살이 썩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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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다. 이제는 적당히 여유를 가질 듯도 싶은데 아직도 그렇다. 경력을 말해주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몸으로 체득한 경험도 꽤 많다. 이제는 매일하는 작업이니 숙련의 몸으로 들어서야 하는데도 나는 항상 초보자의 몸과 마음이다. 표지촬영이 있기 전날이면 나는 잠을 설친다. 머릿속은 온갖 사진들로 꽉 차고 계속되는 이미지의 반복적인 떠오름이 숙면을 방해한다. 머리는 복잡해지고 상상으로 날이 샌다. 모든 네모난 것들은 사진 프레임으로 보이고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은 내 사진의 평론가로 보인다. 그렇게 상상으로 촬영하는 날이 시작된다.
표지촬영을 마친 뒤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서면 한동안 멍해진다. 촬영을 하는 동안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떠한 모양이었는지, 배경은 어떠했는지, 컨셉은 생각대로 되었는지, 촬영하는 동안 기술적인 실수는 없었는지 등등의 떠올라야 할 기억이 지워진다. 촬영 전에서 촬영이 끝난 시점으로 휘리릭~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사진이 좋고 나쁨
[오픈칼럼] 펄럭이는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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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울머는 독일영화계 출신이다. 표현주의 시절에 그는 무대 디자인을 하며 경력을 쌓았다.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 <M>(1931), 또 F. W. 무르나우의 <마지막 웃음>(1924), <선라이즈>(1927) 등에서 미술을 담당했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등장하자 울머도 무르나우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울머는 곧 바로 유니버설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유니버설은 호러영화 전문 스튜디오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울머는 호러 스타인 벨라 루고시와 보리스 칼로프가 주연한 <검은 고양이>(1934)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다. 표현주의에서 닦은 미술 솜씨가 성공의 토대가 된 것은 물론이다.
호러 감독으로 할리우드 경력 시작
그런데 울머는 <검은 고양이>를 만들며 유니버설의 사주인 칼 램믈의 조카며느리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메이저 스튜디오에 속된 말로 ‘찍혀’버렸다. 괘씸하게도 영화계의 힘있는
[걸작 오디세이] 6일 만에 만든 누아르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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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송혜교의 발음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전 그렇게까지 대사 귀가 밝은 편이 아니라 종종 영화를 볼 때 애를 먹는데,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하는 대사를 못 알아들은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다 알아듣겠더란 말입니다. 이보다 발성이 더 불안한 배우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다소 혀가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대대거리는 인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그냥 배우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만한 정도는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김명민처럼 명확한 발성을 할 필요도 없고 명확한 발성으로 하는 연기가 모두 좋은 연기인 것도 아니죠.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서는요. 그런 개성이 방송국 PD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과 어울리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단순한 질문입니다. 설마 세상 방송국 PD의 성격이 모두 똑같은 건 아니겠지요. 송혜교의 캐릭터 준영이 어떤 인물이고 그 성격이 배우의 개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알려면 드라마가 조금 더 진행되어야 하지요.
그런
[듀나의 배우스케치]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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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기존의 처첩(妻妾)제에 대해 성차 뒤집기를 감행함으로써 결혼제도에 관한 다양한 고찰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지닌다. 원작은 센세이셔널한 제목에 걸맞은 단출한 중혼(重婚) 스토리에,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 성과들을 읽기 쉽게 배치하고, 여기에 남성 독자들의 가독성을 한층 높일 축구 관련 일화들을 버무림으로써 일부일처제의 외부를 상상해보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몇 가지 코드가 바뀌었다. 원작자가 참고문헌까지 밝히며 신경 써서 집어넣었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인문학적 성과들은 짧은 대사 몇 마디로 축소되었고, 축구 관련 아포리즘은 배경과 인물을 묘사하는 요소쯤으로 처리되었다. 남은 것은 중혼 스토리인데 원작의 질박한 반죽은 손예진이 내뿜는 눈부신 미모와 눈웃음의 누룩을 만나 황홀한 남성 판타지로 부풀어올랐다. 그 결과 원작 자체에 이미 있었으나 눈감아줄 만한 흠결이었던 문제들이 쩍 벌어졌다. 결국 영화
[영화읽기] 별 거 아냐, 꼴보수 마초이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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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11월 6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눈 앞이 하얘지는’ 실명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 오직 한 안과의사(마크 러팔로)의 아내(줄리안 무어)만이 눈멀지 않는다. 길거리엔 오물이 가득하고, 굶주린 개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물어뜯으며, 시력과 함께 이성 또한 사라진 도시는 단테가 묘사한 아홉 가지 지옥의 축소판이다. 영화는 안과의사 아내의 눈을 통해 추악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 존재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100자 평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잠시라도 시각을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은 능력과 직결되어 있는지. 현대인은 전체 정보의 90%이상을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고 하니, 내 인식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 쯤 되는 셈이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란 우리의 감각과 인식에 일대 혼란이 초래되는 사태로, 대부분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는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시각을
사라마구의 소설을 영화화한 <눈먼 자들의 도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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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제니퍼 애니스톤(39)이 '불편한 관계'인 앤젤리나 졸리(33)에 대해 공개적으로 처음 입을 열었다고 AP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애니스톤은 11일 발행된 패션지 보그 1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졸리는 신중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그는 피트와 졸리의 사랑이 싹튼 시점이 자신과 피트가 이혼하기 전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졸리가 분별력이 있었다면 언행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애니스톤은 졸리가 지난해 보그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그 인터뷰를 읽으면서 내가 둘의 사랑에 대해 몰랐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음을 깨달았다"며 "그런 점에서 당시 졸리의 말은 무척 부적절했으며 사려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졸리는 문제의 인터뷰에서 2004년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찍으며 피트와 가까워졌다고 밝혔는데, 당시는 피트와 애니스톤이 여전히 부부였던 시점이
애니스톤 "졸리는 나를 배려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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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할리우드 스타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10)가 1980년대 히트작 시리즈였던 '가라데 키드'의 신작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고 버라이어티닷컴이 11일 보도했다.'가라데 키드' 시리즈는 1980년대 초반 하이틴 스타 랄프 마치오를 탄생시키며 인기를 모았다. 1980년대 1~3편이 만들어진 뒤 1994년에는 힐러리 스웡크 주연으로 출연해 '뉴 가라데 키드'라는 이름의 신작이 제작된 바 있다.제이든 스미스는 TV 시리즈 '올 오브 어스'에 출연했으며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주연을 맡았던 아역 스타다. 이번 영화에서는 랄프 마치오가 연기했던 주인공 소년 역을 맡는다.영화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한 소년이 괴짜 가라데 사범을 만나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는 내용을 담는다. 제이든의 아버지 윌 스미스는 프로듀서로 이 영화에 참여한다.bkkim@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
윌스미스 아들, 액션영화 '가라데 키드'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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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배우 문소리와 임순례 감독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12일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문소리는 올 겨울 촬영에 들어가는 임 감독의 저예산 영화 '날아라 펭귄'(가제)에서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주부 역할을 맡는다.
'날아라 펭귄'은 '별별이야기' 등 인권 문제를 쉽게 풀어 보여주는 영화들을 제작해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작으로, 사교육 과열, 기러기 아빠, 황혼이혼 등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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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임순례 감독, 다시 호흡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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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는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롯데시네마는 내년 1월 31일까지 전국 고등학교와 입시학원에 배포한 할인쿠폰이 든 수험표 답안 스티커를 가져오면 관람료 2천원을 할인해 주며 내달 31일까지 크리넥스 여행용 티슈세트에 든 영화 할인쿠폰과 수험표를 가져오면 1천원을 할인해 준다.이 밖에 17~27일 예술영화전용관 아르떼에서 열리는 '제5회 삼색영화제'에서 2009학년도 수능 수험생들은 1천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메가박스는 17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수험생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비법'을 메가박스 홈페이지에 한줄 댓글로 응모하면 '베스트 댓글'을 뽑아 플레이스테이션3, MP3 플레이어 등 경품을 준다.또 13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수험표를 들고 오는 관객에게는 매점 팝콘과 콜라 세트를 50% 할인해 준다.CJ CGV는 수학능력 시험 당일인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평일에
"수능 수험표 들고 영화관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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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10일 폐막한 제2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즈(APSA)에서 촬영상을 받았다고 제작사 바른손과 영화사 그림이 12일 밝혔다.
CNN 인터내셔널과 유네스코,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서 개최한 APSA에는 올해 17개 국가에서 33편이 출품됐으며 이모개 촬영감독이 촬영상을 받았다.
APSA에서는 지난해 열린 제1회 행사에서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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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즈 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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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유하 감독의 신작 '쌍화점'이 일본과 유럽 일부 지역에 150만 달러에 판매됐다고 제작사 오퍼스픽쳐스가 12일 밝혔다.오퍼스픽쳐스는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서 일본과 독일, 베네룩스 3국 지역에 모두 합쳐 150만 달러에 '쌍화점'의 해당 지역 판권을 판매했다"고 말했다.오퍼스픽쳐스는 "독일과 베네룩스 3국 지역의 판권은 유럽의 유명 영화사 스플렌디드가 구입했으며 일본의 수입사는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일본 지역 판매 가격은 100만 달러 이상으로, 이는 올해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것"이라고 덧붙였다.오퍼스픽쳐스의 이태헌 대표는 "일본에서는 특히 조인성과 주진모의 스타캐스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바이어들은 '비열한 거리'를 연출한 유하 감독에 대해 높은 신뢰감을 나타냈으며 금기의 사랑을 다룬 파격적인 스토리와 검술 액션, 고려 문화를
'쌍화점' 일본ㆍ유럽에 150만달러에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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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클래식을 소재로 한 MBC TV 화제작 '베토벤 바이러스'가 12일 18회를 끝으로 종영한다.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소재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을 독특하게 그리는 등 국내 드라마에서 그동안 공식처럼 사용했던 여러 장치들을 과감하게 무시해 화제를 모았다.주인공 김명민이 독설을 퍼붓고, 일반인에게 생소한 클래식 연주 장면이 나와도 대중은 열광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깨트린 '드라마의 공식'을 살펴본다.◇공식 1. '주인공=착한 정의파'그동안 평일 저녁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개 '착한 정의파'였다. 큰 시련 앞에서도 열등감 없이 당당하게 맞섰고 늘 따뜻한 말로 남을 배려했다. 그러면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바른 정의감도 갖췄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인 마에스트로 강건우(김명민 분)는 정형화한 드라마 주인공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았고, 동명이인인 후
<베토벤 바이러스가 깬 '드라마 공식'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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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1994년부터 2년 동안 전파를 탄 MBC TV '종합병원'은 당시 평균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이재룡, 신은경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드라마는 이후 숱하게 만들어진 의학드라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조'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14년 만에 다시 만들어져 19일부터 방송되는 MBC TV '종합병원2'(극본 최완규ㆍ권음미ㆍ노창, 연출 노도철)가 원작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노도철 PD는 12일 오후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적 휴머니즘이 가미된 메디컬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며 "병원 내의 권력관계를 다루는 의학 드라마가 많은 요즘 '종합병원' 1편이 지향했던 휴머니즘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연기자 전체가 팀워크를 이뤄 함께 숨쉬는 드라마를 만들려 한다"며 "통속
<'종합병원2' 1편 영광 되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