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화 '친구'는 고3 때 몰래 봤어요. 그때부터 지금껏 이 작품에 대한 욕심을 키워왔습니다."
백마 탄 왕자님이 거친 조폭으로 변신했다. 그 간극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웬걸 무려 9년을 키워온 꿈이었단다.
탤런트 현빈(27)이 27일 첫선을 보이는 MBC TV 주말특별기획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조폭의 일원인 동수 역을 맡아 데뷔 후 지난 6년간 보여줬던 '왕자님' 이미지 깨기에 도전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2001년 관객 800만명을 모은 영화 '친구'의 드라마 버전. 곽경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2시간 분량의 영화에 살을 붙여 20부 드라마로 만들었다.
현빈이 맡은 동수는 영화에서 톱스타 장동건이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역할이다. 장동건 역시 이 작품을 계기로 왕자님 연기에서 탈피,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7일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친구, 우리들의 전설' 제작발표회에서 현빈은 "연기자로서 꼭 한번은 해봐야하는 역할 같았다. 동수가 마초라서도 그렇고 남자끼리, 남자 냄새나는 작품을 해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떤 이미지를 깨야겠다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는 그는 "실제로 여자 친구보다는 남자 친구가 많은 편이고 친한 형들도 많아서 이번 동수 역이 개인적으로는 잘 맞았다"고 밝혔다.
"9년 전에 영화를 본 순간 파격적이었고 신선한 면에 반했어요. 그냥 이런 작품에서 동수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또 이 작품을 한다고 하니 장동건 선배님도 해보라고 했고요. 사실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본전일 것이라며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전 전후좌우 사정 안보고 그냥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촬영이 힘들어도 한번도 출연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드라마는 영화의 주요 장면을 그대로 가져온다. 장동건의 동수가 내뱉은 '니가 가라 하와이', '마이 묵었다 아이가' 등의 대사도 그 상황 그대로 나온다. 장동건은 당시 동수를 연기하며 허스키 보이스를 내기 위해 하루에 담배 세 갑씩을 피우는 등의 노력(?)을 했다.
"안그래도 장동건 선배님의 그러한 경험을 듣고 '왜 그러셨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제가 촬영을 하니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저도 담배를 끊었다가 이 작품 하면서 다시 피우게 됐어요. 또 제가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하루에 2~3리터씩 마시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물을 되도록 마시지 않았어요. 최대한 목이 잠기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현빈은 이 작품에서 '훈장'을 얻기도 했다. 조폭이라 기본적으로 액션 연기가 많았는데 부상의 위험도 여러번 넘긴 것.
"몸을 많이 써 힘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평생 안고 가야할 흉터도 생겼어요. 배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었는데 잘못 뛰어내리면서 오른쪽 무릎이 기름통에 긁히면서 살이 패였습니다."
준석 역의 김민준을 비롯해, 대부분의 출연진이 부산이나 경상도 출신인 것과 달리 현빈은 이번에 부산 사투리를 외국어처럼 익혀야했다.
"부산 분들처럼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애초 무리였지만 곽 감독님이 직접 대사를 녹음한 테이프를 주셔서 매 순간 그것을 들으며 연기를 했습니다. 늘 대사를 듣고 6개월 동안 부산에 머물며 촬영했지만 여전히 사투리는 어렵네요. 다만 전에는 사투리를 익히는 데 느렸다면 지금은 좀 빨리 따라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웃음)"
현빈은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점에 대해 "숨겨졌던 이야기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아예 없었던 주인공들의 학창 시절과 건달 생활의 중간 과정이 드라마에는 나와요. 동수는 진숙의 사랑을 얻지 못하자 선원이 돼 바다로 나가고 또 교도소에도 들어갔다 나옵니다. 그런 장면들 때문에라도 영화의 동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동수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칼에 찔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진숙이라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현빈은 조폭 역으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좋은 얘기를 듣기위해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가장 많이 노력한 것은 내 스스로 인정을 한다. 어떤 작품을 할 때보다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많이 준비했다. 방송 이후 나오는 얘기는 다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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