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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다룬 <PD수첩>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탄탄한 플롯과 풍성한 캐릭터, 그리고 생생한 리얼리티까지 이 프로그램은 대박영화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탄탄한 연기력(박 검사님, 음험한 대사 톤 최고예요!)과 빽빽한 긴장감(‘큰집’이 또 한번 ‘조인트’를 벼르는 거 아닌가 하는)까지 받쳐주니 감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현실이 이처럼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이다보니 한국에서 현실풍자 영화를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다. 과거 송능한 감독이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38광땡>을 준비하다 포기한 것도 그즈음 터진 최규선 게이트 때문이었다. 당시 송 감독은 “현실이 내 상상력을 넘어선다”고 말하며 캐나다로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니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정치영화나 사회스릴러가 나오지 않는다며 영화인만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도 스폰서의 실체를 본 적 있다. 일간지에 다니던 시절, 한 선배가 후배들에게 횟집에서 술을 사줬다. 그는 옆자리에
[에디토리얼] 스폰서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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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메이킹필름은 현장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고 기록하는 일이다. 그래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때가 많다. <집 나온 남자들>은 배우를 잘 아는 감독님과 감독님을 잘 아는 스탭들로 큰소리도, 잡음도 없어 지켜보는 입장에서 여유가 있는 현장이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데, 이동하는 시간도 여행하는 즐거움으로 남게 해줘서 <집 나온 남자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했다.
S#2. 지방 촬영을 가면 스탭들도 각 지역 특산물이나 맛집을 찾아다닌다. 스탭들 사이에 휴게소 리스트가 있었다. 조명감독님이 촬영장 근처에 정말 맛있는 짬뽕집이 있다고 소개해주었는데, 점심시간에 다녀온 지진희 선배님이 단호하게 “맛없던데!”라고 공표했다. 그 이후 조명기사님의 맛집 추천은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인삼이 특산물인 지역이었던가? 동네 주민이 선물해준 인삼주를 한동안 꼭 껴안은 채 아주 해맑게 웃던 지진희 선배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S#3.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촬영을
사인 받고 검색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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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원짜리가 될 바에 0원짜리가 되겠다.” 장애인의 성문제를 다룬 영화 <섹스 볼란티어>가 온라인과 IPTV를 통한 무료 개봉을 결정했다. 극장 개봉 대신 온라인 유료 개봉을 선택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처음부터 무료 개봉으로 관객과 만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섹스 볼란티어>를 연출한 조경덕 감독은 지난 4월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을 위한 영화지만, 정작 현재 극장 환경은 그들이 영화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과 제목 때문에 에로영화로 오해하는 시선이 많아 아예 무료 배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좀더 편한 영화관람과 주제의 정확한 전달이라는 측면 외에도 <섹스 볼란티어>가 무료 배급을 결정한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조경덕 감독은 “극장 배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벽과 콘텐츠 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는 내가 출품한 스크리너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영화제가 끝난
떳떳한 0원 개봉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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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호 <씨네21> 커버스타 배우 전도연의 B컷 화보입니다. 화보에 대한 감상이나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리플을 통해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분께 B컷 화보 사진을 인화해서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4월22일~4월29일, 당첨자 발표: 4월30일, 인화 사진 선택 불가)
‘스타의 B컷’ 화보 서비스는?
지면관계상 씨네21 잡지 지면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운영자들만 보기엔 아까운, 빛나는 배우들의 사진을 온라인을 통해 독점 공개하는 화보 서비스 입니다.
[cover star] <하녀> 전도연 B컷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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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임상수 감독의 신작 <하녀> 속 하녀, 은이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작은 수수께끼로 남을 여자다. 몸에 딱 붙는 하녀복을 입은 채 지나치게 친절한 집주인 훈(이정재), 세련된 안주인 해라(서우), 모든 걸 지켜보는 늙은 하녀 병식(윤여정)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이 여자는 대체 뭐지, 뭘 바라는 거지, 왜 둥글게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지. 우리의 상식과 너무나 다르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이 여자, 은이는 욕망과 열정과 치정의 관계망을 끝내 찢어발기고 튀어나온다. 그 마지막까지 우리는 그녀를 쉽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끝내 그 여자의 정체를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녀는 우리를 궁금하게 만들고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인물 속으로 걸어들어간 장본인인 전도연의 부담 역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에서 그녀는 언제나처럼 민숭민숭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 하지
[전도연] 몸에 딱 붙는 하녀복, 그걸 보고 감 잡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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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이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가제)>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송승헌의 소속사 측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승헌이 <에덴의 동쪽> 이후 1년 여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다”고 전했다.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는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8월부터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송승헌은 “기존에 보여드렸던 남자다운 이미지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 이번 작품이 기대된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현재 송승헌은 올 추석 개봉 예정인 영화 <무적자>의 해외 로케이션을 마친 후 국내에서 막바지 촬영에 전념하고 있다.
송승헌, <마이 프린세스>로 안방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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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커플’ 장동건, 고소영의 웨딩사진이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17일 비공개로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들 커플의 웨딩사진은 포토그래퍼 홍혜전이 맡았으며 미리 알려진 대로 웨딩촬영사진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신부 고소영의 웨딩드레스는 이미 알려진 대로 ‘오스카 드 라렌타’, 신랑 장동건의 턱시도는 ‘톰 포드’이며 결혼반지는 ‘쇼파드’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딩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고소영과 장동건이 착용한 악세사리와 드레스, 턱시도 등의 가격을 언급하며 세기의 결혼식에 쓰이는 결혼비용을 추산하는 등 이들의 결혼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결혼식 비용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장동건 고소영 측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은 만큼 좋은 일이 너무 화려해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사자들의 바람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소박한 청첩장을 공개한데 이어 며칠 전에는 함도 신랑인 장동건이 직접 들고 홀로 고소영의 집을 찾았던 것
장동건, 고소영 커플 웨딩 사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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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자평은 <씨네21> 평자들의 친구이자 적입니다. 20자평은 수많은 스타 필자들의 산실이기도 했지만, 그만큼이나 엄청난 논쟁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송능한 감독은 마지막 작품 <세기말>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20자평을 비판한 적이 있지요. 주인공인 시나리오작가는 술집에서 평론가를 만나 이렇게 말합니다. “자넨,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쌍통은 두개 반, 젖퉁이는 별 세개.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하고 파쇼 같은 짓이야. 그런 짓 하지 마.”
송능한 감독의 비판에 <씨네21> 평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들은 20자평의 선구자들답게 20자평으로 화답했습니다. 유지나 평론가는 ‘목에 힘을 빼면 더 멋있었을걸(글자 수 세지 말 것!) ★★★’, 김영진 평론가는 ‘20자평을 거부할 만한 자질이 있는 영화 ★★★’, 강한섭 평론가는 ‘20자
별 하나와 별 다섯 사이, 비평의 즐거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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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다녀왔다.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및 제작사 워킹 타이틀 취재가 끝난 다음, 워털루 다리쪽으로 향했다. 선배가 “하루 동안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내셔널 갤러리나 모던 테이트가 아니라 쿠토 갤러리를 가라”고 권한 덕분이었다.
고흐의 <귀잘린 자화상>에서, 잔뜩 웅크린 채 뒤틀린 자존심과 결기 하나로 쏘아보고 있는 고흐의 시선이 그토록 강력한지 처음 알았다. <화장하는 젊은 여인>에서 섬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조르주 쇠라의 붓터치 하나하나가 그토록 정교한 계산으로 이뤄진 줄 처음 알았다.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바>에서, 그 거울 속 기이한 구도와 방향과 인물들의 드나듦이 그토록 풍요로운지 처음 알았다. 에드가르 드가의 <무대 위 두 댄서>가 포착하는 찰나의 현재성이 그토록 생생하고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상설 소장품이기 때문일까, 관객은 그리 많지
[오픈칼럼] 불공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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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러분 중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민자영의 오빠인 민승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악기점 사장 역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열혈남아>의 칼 맞는 두목 역과 <야수>의 박용식을 <천군>의 오랑캐 부족장 역을 기억하는 일도 드물 것입니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1-1> 재밌게 보셨죠? 거기서 수많은 깡패 중 하나가 나입니다. 나는 배우입니다.
나는 영화에선 3초와 10초 사이의 배우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단역이라고 그것을 부르는 모양입니다. 수많은 오디션을 보았지만 내 역할은 항상 초 단위 속에 주어졌습니다. 지금까지 20여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내가 출연한 시간은 모두 합해도 10분이 되지 않습니다. 먼 훗날 내가 출연한 모든 영화의 시간들만 묶어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 세상에는 없는 희귀한 장르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도 실망
[김경주의 섬세함을 옹호하다] 배우 최광덕의 리얼리티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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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에 열병에 걸린 것처럼 미친듯이 읽어내려갔던 바로 그것. 아니면 옆자리 철수 녀석이 잘난 체하는 게 보기 싫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그것. 어떤 이유에서라도 한번쯤 손에 잡았던 기억이 있을 법한 소설이 바로 <삼국지>다. 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한 문장으로 수만명의 군사를 몰살시키는 엄청난 스케일, 방대한 대륙을 바탕으로 치러지는 치열한 영토 싸움. 그 어디에 이처럼 게임 소재로 최적의 아이템이 있던가. 당연히 <삼국지>는 PC게임이 시작되던 초창기부터 인기있는 게임으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게임 장르로 변신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
일기토는 물론, ‘한번의 칼질로 몽땅 쓸어버리겠다’를 가장 잘 표현한 삼국무쌍과 같은 히트 게임은 뒤로하고 <삼국지>라면 떠오르는 게임은 바로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 한때 은행직원의 계산기 두드림을 능가하는 화려한 숫자판 두들김으로 삼국을 제패하고 전국을 통일했
뜨고 있는 웹게임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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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를 낳은 상반기의 가장 큰 이슈인 아이패드. 수많은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뉴스 불감증에 걸릴 지경이지만 그래도 언급해야 하는 건 IT의 방향을 바꿀 만한 혁신적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꼽자면 타블렛PC나 전자책 정도를 꼽겠지만 아이패드는 그 무엇과도 다르다. 어찌 보면 아이포드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엄청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이 아닌 가볍게 사용하기 위한 그 무엇이다. 물론 PMP와 같은 것은 있지만 화면 크기 같은 것들은 그네들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것. 영화도 보고 웹서핑도 하고 음악도 듣고,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것. 아이패드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아이패드가 밥을 주는 것도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21세기다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 그것만으로 혁신적이다.
아이패드는 잘 알려졌다시피 9.7인치의 LED 백라이트 LCD 창은 검은색 테두리에 둘
아이패드, 이거야말로 21세기의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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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노블마인 펴냄
도시민의 외로움을 요시다 슈이치는 늘 섬세하게 짚어낸다. 그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긴 <파크 라이프> 때부터 그랬다. 국제적인 프랜차이즈 커피숍,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 거절에의 두려움을 안고 손을 내밀었다 실망을 맛보게 만드는 미묘한 거리감. 일상일 뿐이기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살아왔던 도시의 편린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의 <도시여행자>는 그가 십년에 걸쳐 써온 도시들에 관한 단편집이다. 당연하게도 도쿄를 포함해, 오사카와 상하이, 그리고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무심코 넘기던 서울의 일상이 새삼스러운 의미를 갖게 된다.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비닐봉지에 넣어 건네는 동대문의 상인에서 젖은 손으로 음식 값을 받는 식당 아줌마까지. 서울과 도쿄를 가르는 미묘한 정서의 차이가 주는 재미.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일상의 도
[도서 단신] <도시여행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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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자토페크는 실존했던 체코의 육상 선수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 장거리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난생처음 뛰어본 마라톤 종목 참가를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고 그마저도 금메달로 끝맺었다. 그의 별명은 ‘체코 기관차’였다. 그가 달리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꾸준히 달린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점령기부터 프라하의 봄 이후 소련 치하까지다. 1983년 <체로키>로 메디치상을, 1999년 <나는 떠난다>로 공쿠르상을 받은 장 에슈노즈는 그런 에밀 자토페크의 달리기 인생을 소설로 썼다.
에밀의 이야기는 그가 노동을 시작한 운동화 공장의 고무 제작부에서 시작한다. 운동화 회사는 회사 이름을 노출하기 위한 스포츠팀 후원과 육상 경기 주최에 열을 올렸다. 에밀은 운동이라면 질색이었지만 점령군마저 청년 조직을 중심으로 스포츠 행사 개최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정말 운동이 좋아졌다. 온 힘을 다해 뛰니 쉽게 우승자가 되었다. 그렇게 달리기는
[도서] 그는 달렸다, 고로 존재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