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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 <바다로 가는 길>

<바다로 가는 길> Ways of the Sea 셰론 다욕/ 필리핀/ 2010년/ 77분/ 뉴 커런츠

필리핀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한 밀입국 보트의 행로를 쫓아가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여정은 험난하고 위태롭다. 영화는 이들을 태울 보트가 도착할 가난한 어촌 사바의 풍경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 둘 모여드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차례로 훑어간다. 오빠와 함께 온 10대 소녀는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렘이 더 커 보인다. 밀입국 브로커는 간신히 데려온 처녀들 중 둘이 못가겠다고 하자 다시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치장을 한 결코 젊지 않은 한 여성은 말레이시아에서 번 돈으로 산 물품들을 과시한다. 돈을 벌어야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모험 길에 오른 어린 처녀는 이를 꽉 물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영화의 절반은 이들이 보트에 승선하기까지 모습을 담고 있다. 비좁은 배 안에서 참기 힘든 멀미를 가까스로 견디며 마마녹 섬에 도착한 일행은 거기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밤이 지나고 드디어 다음날 말레이시아 국경에 도착하지만 아무도 이들을 환대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로 가는 필리핀 노동자의 숫자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모르지만, 본국으로 송출된 수천명의 노동자들은 다시 말레이시아로 가려 한다. 이들은 불법취업을 위해 얻은 빚을 갚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도 다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는 성폭력에 희생되거나 감금 생활을 하게 되는 더 끔찍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필리핀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현재 필리핀이 처한 경제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절망과 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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