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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에피소드의 충실함이 매력적인 영화 <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
송경원 2010-10-13

<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 Children of the Green Dragon 벤체 미클라우지치/ 헝가리 / 2010년 / 89분 /플래시 포워드

팔아야만 하는 남자와 지켜야만 하는 남자 사이에 싹트는 묘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 헝가리 도시 근교의 한 창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부동산 업자인 야노스는 사장으로부터 창고를 팔아 치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곳에는 중국으로 돌아가 축구팀을 만드는 것이 꿈인 우가 혼자 창고 관리를 하며 살고 있다. 매매를 위해 야노스가 매일 창고를 찾으면서 외로운 두 남자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창고를 사수할 것을 명령 받은 우와 창고를 팔아야 하는 야노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예정된 갈등으로 치달아 간다.

<칠드런 오브 더 그린 드래곤>은 소소한 에피소드의 충실함이 매력적인 영화다. 팔려는 자와 지키는 자, 서양인과 동양인, 내국인과 이방인으로 전혀 입장이 다른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가볍지 않은 유머와 함께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영화 초반 혼자 집에서 통조림을 데워 먹는 야노스와 창고 안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우의 모습이 겹쳐지면, 이미 관객은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밖에 없음을 예감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은 대비되는 두 사람의 천진난만한 놀이에 있다. 어른 두 사람이 빈 박스 위로 뛰어내리면서 창고 물건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순간 황량한 창고는 두 남자만의 원더랜드로 변한다. 무뚝뚝한 표정의 야노스와 종일 싱글벙글인 우가 헬로키티 물컵 같은 귀여운 물건을 스스럼없이 함께 쓰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린다. 가슴 따뜻해지는 결말이 동정 아닌 우정으로 충분히 공감 되는 까닭은 영화 내내 인종, 국가, 직장과 같은 껍데기에 얽매이지 않았던 두 남자의 순수한 장난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미덕을 지닌 이 영화는 팍팍한 현실을 버텨내야 하는 사람들의 오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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