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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전 2권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4년 전 번역 출간된 로저 에버트의 영화평론집 <위대한 영화>의 2권이 나왔다. “위대한 영화 베스트 100”이 아니라 “위대한 영화 중 100편”에 관한 글이라는, 머리말의 세심한 일러두기를 독자가 유념한다면 저자는 더욱 기뻐할 것이다. 엄지손가락과 별점의 ‘대마왕’처럼 간주되는 평론가지만 에버트는 랭킹과 리스트 작성을 “멍청한 짓”이라고 일축한다. 그럼 왜 하냐고? 글쎄. 어물전 주인이 비늘 다듬기 싫다고 안 할 수야 있나, 정도가 에버트의 입장이다. 이 책에 실린 100편의 영화 중 99편은 이른바 ‘데렉 말콤 테스트’를 거쳤다. 데렉 말콤은 <가디언>에 오랫동안 기고한 평론가인데 “이 영화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상상을 견딜 수 있을까, 없을까?”를 자문하며 영화를 분류했다고 한다. 테스트를 통과 못하고도 수록된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의 인종주의가 반점처럼 박혀
저널리즘 영화비평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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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아이> <이상한 소파> <윌로데일 핸드카> <쓸모 있는 조언>
에드워드 고리 지음 | 미메시스 펴냄
에드워드 고리는 그림책 작가다. 하지만 ‘그림책’이라고 쉽게 보면 안 된다. 주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그림과 글을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한 그의 섬세하고 단정해 보이는 그림체에 혹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오그드레드 위어리의 재미있는 포르노’라는 부제가 붙은 <이상한 소파>의 예를 들어보자. 일단 ‘오그드레드 위어리’라는 이름은 저자 에드워드 고리의 영문 철자를 뒤섞어 만들어낸 것.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을 펼치면 용수철처럼 끝이 강하게 꼬부라진 영문 글씨 아래 한글 번역이 되어 있는 왼쪽 페이지와 간결하지만 필요한 요소를 단 하나도 빼놓지 않은 섬세한 그림이 실려 있다(고리는 책마다 글씨체를 달리 작업했다). 내용은 앨리스라는 여자가 공원에서 섹시하고 성기가 큰 사내를 만
광기어린 단정함이 숨쉬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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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관의 살인> 상, 하 아야쓰지 유키토 글/ 사사키 노리코 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월관의 살인>은 추리소설가 아야쓰지 유키토가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가 그림을 그린 추리물이다. 아야쓰지 유키토는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밀실살인을 주제로 한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을 비롯한 ‘관’ 시리즈를 쓴 작가다. 집요하게 밀실 트릭을 파헤치는 그의 소설들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같은 추리만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월관의 살인>은 그의 소설을 각색한 게 아니라 만화의 스토리를 만화가와 함께 구상한 작품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못말리는 간호사>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등 코믹한 터치의 만화들을 그려왔다. 그래서 <월관의 살인>은 코믹한 터치의 미스터리물이 되었다.
여고생 소라미는 단둘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대학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어느
코믹 미스터리! 철도’관’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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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손가락> 피터 앳킨스 지음/ 이레 펴냄
<갈릴레오의 손가락>은 유머러스한 과학교양서다. 옥스퍼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피터 앳킨스가 쓴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과학의 10가지 위대한 착상들’을 다룬다. 수학과 과학 과목들에 능숙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과학’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려버릴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전문적인 설명과 유머를 적절하게 혼합했다. 응용이라는 거대한 참나무로 자라는 착상의 도토리 10알을 모아 책으로 써낸 것이다. 진화·DNA·에너지·엔트로피·원자·대칭성·양자·우주론·시공간·산술은 각기 분리된 장으로도 읽히지만 생물학에서 수학까지의 순서는 산등성이를 오르듯 점진적인 이해를 돕는다. “시공간을 가로질러, 추상화의 극치인 수학이라는 산마루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에서 시작, 익숙한 개념, 그리고 개념들간의 상호관계에 이르는 설명은 전문적이지만 또한 이해하기 쉽다. 앳킨스가 비유에
낄낄 웃다 보니 과학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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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맨> 안노 모요코 지음/ 학산문화사 펴냄
잡지쟁이로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야근이나 밤샘 마감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일도 있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문제들을 발빠르게 따라잡는 기획거리를 찾아내는 일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워킹맨>은 일본어로 ‘시대’라는 뜻의 주간지 <JIDAI>에서 일하는 스물여덟살 여기자 히로코를 주인공으로 그 정신없는 세계를 그려낸다. 히로코는 상사에게는 인정받지만 동료들에게는 경원시되는 일중독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게 다가 아니라 남들이 흐리멍텅하게 일하는 꼴을 참지도 못한다. 동료나 후배들은 히로코가 일할 때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 같다며 ‘워킹맨’이라고 부를 정도다.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한 지 3개월이나 지났지만 일하느라 지쳐서 신경쓸 여력도 없다. “워킹맨이 되면 혈액 속의 남성호르몬이 증가해서 평소의 3배 빠르기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침
바쁘다 바빠, 잡지사 워커홀릭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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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요네하라 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베를린의 벽은 무너졌고, 프라하에는 봄이 왔다. 게다가 그 모든 게 지난 세기의 일이다. TV 오락프로에서는 ‘반공’이라는 말을 몰라서 그 뜻을 문의하는 학생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런 시대에, 1960년대 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던 초등학생 소녀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유고슬라비아라는 국가명이 존재하고, 중국 공산당과 소련 공산당은 부분적 핵실험 정지조약을 두고 삐걱거린다. 유럽 각국의, 혹은 모국의 공산주의에 관련한 화제들은 마치 새로 나온 초콜릿 이름처럼 소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다. 요네하라 마리는 열 살이던 1960년부터 64년까지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다. 일본인이던 그녀가 프라하에 살게 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공산주의 운동 이론지인 <평화와 사회주의 제문
찬란했던 공산주의의 마지막, 소녀들의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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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의 고양이> 조안 스파르 지음/ 세미콜론 펴냄
<랍비의 고양이>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말하는 고양이에 관한 만화다. 말하는 고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주인인 랍비의 딸 즐라비야 아가씨를 사랑하기 때문. 유대인이 되면 아가씨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이 말하는 고양이는 유대의 율법을 배우고 유대식 의식을 치르고자 하지만 주인 랍비의 반대에 부딪힌다. 랍비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마치 <탈무드>를 만화로 읽는 듯한 끝없는 문답과 문제제기가 이어지는데, 고양이가 주인공이자 화자이기 때문에 느슨한 듯하면서도 함축적인 대사들이 <랍비의 고양이>를 상징적인 이야기로 만든다. 말하는 고양이는 율법을 따른다고 자처하는 자들의 허위의식을 알고 있지만, 즐라비야 아가씨 곁에 있기 위해서는 절대 아가씨 앞에서 말을 하지 말라는 주인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생
인생이, 삶이 뭘까?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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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판 키드의 추억> 신현준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파일로 저장돼 액정화면 숫자로 표기되는 요즈음 음악은, 간혹 들을 수는 있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유령 같다. “소프트웨어가 보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면서 음악의 물성(物性)은 희미해졌다. 묵직한 포터블 라디오를 져나르느라 어깨가 처지고, LP판의 소리골을 닦고, 손수 녹음한 카세트테이프에 곡목을 꼭꼭 눌러쓰던 세대가 기억하는 음악의 촉감과 무게는 멀어져가고 있다(물론 컬러링과 MP3로 음악을 습득한 세대의 몸은 나름의 방식으로 음악을 새길 것이다).
<빽판 키드의 추억>은 촉감과 노이즈가 살아 있는, 한 40대 평론가의 음악 편력기다. 팬에서 출발해 애호가를 거쳐 평론과 연구를 업으로 삼은 저자는 다시 ‘팬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경지에 이르러 이 책을 썼다. <쇼쇼쇼> 무대에 매혹되고, 식구들의 비협조와 싸우며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녹음하고, 통과의례처럼 통기타를 독학한 저자의
촉감과 노이즈가 숨쉬는 음악 편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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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니 타워> 존 파울스 지음 | 정영문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에보니 타워>는 <콜렉터> <프랑스 중위의 여자>의 존 파울스가 중편과 단편을 엮어 1974년 발표한 단편집이다. 1926년에 태어난 파울스는 전후(戰後)에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대표작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1969년에 발표됐다. 그런 연표를 떠올리며 예술과 소설과 창작에의 질문이 어른대는 <에보니 타워>를 읽는다면 이 소설들이 품고 있는 긴장을 좀더 밀접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울스가 애초 <변주>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했던 <에보니 타워>는 개별 작품의 줄거리를 나열하는 행위가 부질없게 느껴지는 소설집이다. 예를 들면 타이틀작인, 상아탑인 아이보리 타워와 대비되는 용어인 <에보니 타워>는, 노화가를 방문한 젊은 화가 겸 작가가 겪는 이틀과 에필로그 비슷한 찰나의 느낌이 전부인 소설이다. <
무너질 듯 위태롭게, 행간은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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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출간된 뒤 절판되었던 <핑퐁>은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스포츠물 중 하나인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성장물이다. 무대는 가타세 고교. 페코라고 불리는 호시노는 탁구에 재능이 있지만 노력을 하지 않고, 스마일이라고 불리는 츠키모토는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승부근성이 없다. 어려서부터 친구인 둘은 같이 탁구를 하지만, 스마일은 페코를 격려할 뿐 나서서 실력을 키울 생각이 없다. 스마일의 재능을 알아차린 탁구부 코이즈미 선생은 ‘언젠가 그 애는 괴물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스마일을 다그치고 다그쳐 연습을 시킨다. 전국 고등학교 체육대회가 다가오고, 둘은 나란히 출전한다. 스포츠는 이기는 게 전부인 세계다. 진 선수는 실력뿐 아니라 인격까지 부정당할 수도 있고, 결국 좌절로 이어진다. 절대 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이기는 것뿐이니, 승부근성이야말로 재능만큼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천재적 재능은 있지만 탁구에 목숨을 걸고 덤비겠다는 마음이 없는 스마일은 탁구에 대해 “
인생은 탁구 플레이처럼,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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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는 19세기 말은 기계문명의 기적과 눈앞에 다가온 20세기에 흥분한, 모두가 앞으로 달리고 있는 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제롬 K. 제롬과 그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진정 바쁘게 살기 시작한 시대에 게으른 자로 남아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증기선을 미워하고, 성미 급한 갑문지기를 비판하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따기 위해서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한 게으른 녀석에 대한 게으른 생각>으로 작가가 된 제롬 K. 제롬은 세 게으른 녀석과 게으른 개 한마리에 대한 이야기 <보트 위의 세 남자>로 많은 이들에게 마음껏 게을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여유를 주고 있다.
화자인 J는 폭스테리어 몽모렌시와 두 친구와 함께 휴식을 위한 2주간의 템스강 보트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조지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은행에서 잠을 자다가 오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시 말하면 은행원이고, 해리스는 어느 지방에 가도 괜찮은 위스키를 파는 모퉁이 술집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닌 남자다. 첫
게으르게, 어설프게 여행해보면 어때? <보트 위의 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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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이 <파라다이스> 이후 5년 만에 쓴 <러브>는 시점과 시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노래처럼 써내려간 소설이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아우르는 <러브>는 이미 죽은 요리사의 회상과 혼잣말로라도 진심을 발설하지 않는 여인들의 이야기와 트럭에 발가락에 뭉개지면서 마음도 함께 무너진 소녀의 사연을, 차가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어조로 들려준다. 부유한 흑인으로 호텔을 소유하고 있던 빌 코지의 미망인 히드와 손녀 크리스틴은 저택에 은둔해 살면서 서로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다. 이제 노인이 된 그들은 같은 또래다. 유배지나 마찬가지인 이 집에 구인광고를 보고 흑인 소녀 주니어가 찾아온다. 어릴 적에 가출해 소년원을 전전했던 주니어는 영악하고 야성적이고 생존본능이 강한 아이다. 세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된 <러브>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토막토막 들려주면서 마지막 순간에야 진실을 드러낸다.
<빌러비드>
증오로도 덮어지지 않는 ‘사랑’,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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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아하고 감상적인 레즈비언 통속소설이다. 비밀과 거짓말, 음모가 곳곳에 숨어 있고 책의 1/3 지점에서 깜짝 놀랄 반전이 등장하기 때문에 추리소설로도 읽을 수 있지만, 연속극을 보는 듯한 드라마로서의 매력 또한 대단하다. 나쁜 피의 망령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이 운명의 장난과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가는 이야기의 힘이 책장을 절로 넘기게 한다.
고아인 수는 살인죄로 교수형당한 어머니 대신 석스비 부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런던 뒷골목에서 아이들을 매매하는 석스비 부인은 수를 팔아치우지도 않고 험한 일을 시키지도 않으며 유달리 보호한다. 어느 날 젠틀먼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석스비 부인의 집을 찾아와 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을 귀족 상속녀 모드를 손에 넣기 위해 수를 모드의 몸종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것. 일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액수의 사례금을 수에게 주는 것은 물론이다. 수는 하녀로서의 행동가짐
우아하고 감상적인 빅토리아 시대 스릴러, <핑거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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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줘.” 한 아티스트의 신실한 팬이라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씌어진 예술가의 전기를 덮으며 실망을 느낀 적이 더러 있을 것이다. <에곤 실레-세상의 하이페리온>과 <에곤 실레를 회상하며>는 그런 경지에 닿은 애호가들이 반색할 법한 책이다. 1인 출판사 미디어 아르떼의 김기태 편집자는 실레가 성장하고 활동한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직접 방문해 전문가와 관련 인사를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해 이 책들을 펴냈다. 특히 편집자는 도판만큼은 세계 수준을 고집했다고 자부한다. 과연 흔히 못 보던 그림도 많고 상태도 훌륭하다. <에곤 실레-세상의 하이페리온>은 두개의 장에 걸쳐 유년기의 원체험을 포함한 화가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정리했다. 3장은 1912년 유아유괴와 포르노그래피 제작 혐의로 수감된 실레가 쓰고 그린 옥중일기와 작품, 편집자의 노이렝박 구치소 방문기로 구성됐다. 감방 실내풍경, 수의를 입은 자화상, 실제 구치소 사진을 볼
연약하고도 예리한, 그 타락의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