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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 대한 혐오가 <장미의 이름>의 사건을 낳았다면, <세상을 삼킨 책>은 제목 그대로 세상을 삼킬지도 모르는, 새로운 사상에 대한 두려움이 낳은 이야기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한입에 삼키기엔 다소 묵직해 보이는 소재로 보이지만,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는 비밀단체, 스파이, 예술, 문학을 철학에 버무려낸다. 1780년, 많은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있던 어수선한 독일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수사하던 의사 니콜라이는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의 이름이 사건과 연관되었음을 알게 되지만 조사 중단을 명령받는다. 그즈음 니콜라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장미십자회와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 이 책에서 정말 재미있는 것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태어나던 당시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눈이다. <순수이성비판>이 가졌던 파급력의 실체를 좀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
꿀꺽, <순수이성비판>이 삼켰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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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행복한책읽기 펴냄
단편의 명수, 아토다 다카시의 블랙유머란 그런 것이다. 툭툭 던져진 문장의 미로를 헤매다 어느새 촌철살인의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는 것. 아찔하면서도 매혹적인 그 맛에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시소게임>으로 국내에 알려진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도 같은 매력을 가진 책이다. 표제작은 사업에 실패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야기. 산책하며 만난 남자의 조언에 따라 새로 시작한 냉장고 사업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에 이르면 독자는 그때까지 맞춘 퍼즐이 흩어져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 것은 아니다. 간절한 염원이 분신으로 나타나는 <미지의 여행>은 애잔하고, 시체의 양분으로 자라는 <기묘한 나무>는 예상 가능하면서도 웃기다. <취미를 가진 여자>는 영리한 이중구조로 독자를 교란하고, <
반전부터 유머까지, 짧은 즐거움 몇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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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푸른역사 펴냄
잘 쓴 미시사 책은 열 팩션 안 부럽게 재미있다. 라우로 마르티네스가 쓴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거의 팩션처럼 느껴지는(다시 말해 허구라고 느껴질 정도의) 극적 사실(史實)을 이야기한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 그리고 르네상스가 있게한 큰손 메디치가의 이야기를 정치적 관점에서 풀어간다. 1488년 4월, 한 백작이 살해당한다. 이 사건은 10년 전 있었던 암살 음모에 대한 메디치가의 수장 로렌초의 기나긴 복수극의 마침표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1478년 ‘피의 4월’로 넘어간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은 ‘피의 4월’에 연루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양한 사진과 르네상스 시대 회화 작품을 자료로 제시한다. 보티첼리의 그림 속에 숨은 당시 정치세력들에 관한 암시는 꽤 흥미롭다. 인본주의 문화 현상으로 두
허구보다 더 극적인 ‘피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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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더> 글·그림 야마카와 나오토/ 세미콜론 펴냄
비단 커피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쪼르록 커피 따르는 소리와 함께 음미하는 그 고소한 향기를 마다할 사람은 없으리라. “그 쓴맛은 인생을 가르쳐주고 그 단맛은 인생을 위로해준다”는 누군가의 멋들어진 찬사처럼 커피는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공기 같은 존재다. <커피 한잔 더>는 그런 커피를 둘러싼 작은 이야기들을 모은 옴니버스 만화집이다. 당신을 바리스타로 만들어주고자 자세한 매뉴얼을 담은 여느 커피 만화와는 다르게 소소하고 잔잔한 커피와 함께하는 일상을 따뜻한 필체로 풀어낸다.
진정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하는 작가가 그린 작품 속에서 커피 한잔의 따뜻함은 상처를 받은 이를 치료하는 약이 되고, 커피 한잔의 여유는 타인을 배려하는 관용이 되고, 함께 나누는 커피 한잔은 사람과 사람을 묶어주는 끈이 된다. 그러고 보니 제목을 기막히게 뽑아냈다. 커피의 미덕이 오롯이 담겨 있는 12편의 에피소드를 다 보고
일상 속 커피 한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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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만화 수용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유럽은 여전히 우리에게 만화 변방이나 다름없다. 일본 ‘망가’에 길들여져 유럽 만화의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자들의 편식증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기준을 한참 뛰어넘는 선정적인 표현도 유럽 만화가 소개되지 못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서서히 불고 있는 유럽 만화의 출간 붐은 균형있는 만화섭식을 위한 반가운 소식이다. 세기의 모험가 ‘코르테 말테제’ 시리즈로 유명한 위고 프라트가 글을 쓰고 에로틱 만화의 거장 밀로 마나라가 그림을 그린 <인디안 서머>는 적당히 야하면서도 유럽, 특히 이탈리아 만화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 유럽 만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특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 밀로 마나라의 에로티시즘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인디안 서머>가 밀로 마나라의 작품 중 가장 점잖은(?) 작품이라니 아쉬울 따름. 혹 말초적인 자극만 가득하리라 예단하는 독자들이 있을
이탈리아 아트 카툰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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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으로 ‘미학’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저자가 이번에는 강의안을 토대로 서양미술사를 개관했다. 단호하고 투명한 글투는 여전하고, 잔잔한 시야에 이미지부터 냅다 던져 논의에 시동을 거는 화법도 변함없다. <서양미술사I>은 걸작들의 면면을 시대순으로 열거하고 예술제도의 변화를 부언하는 양식사를 배제한다. “피상적 사실의 홍수”로 독자를 헛배 불리기 싫어서다. 물론 겉보기에 이 책은 고대부터 모더니즘까지 차근히 순차 편집된 통사다. 그러나 내용은 형태와 색채, 투시법 등의 조형 원리와 역사적 헤게모니를 번갈아 장악한 이질적 예술 충동에 대한 해명이다. 저자는 각 장의 화두와 관점을 과거 연구자들로부터 빌려왔는데 이는 <서양미술사I>을 미술에 관한 책인 동시에 미술사관(史觀)의 역사로 읽게 한다. 예컨대 파노프스키는 비례론과 원근법, 아순토는 중세인의 미감을, 알베르티는 <회화론>을 ‘제공’
동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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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의 가장 도발적이며 아름다운 재해석.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영국의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한국을 비롯한 33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신화총서>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사고>로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스코틀랜드 작가 알리 스미스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이피스 신화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소녀를 사랑한 소녀가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소년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이피스 신화는 <소녀, 소년을 만나다>에서 영국의 레즈비언 커플, 앤시아와 로빈에게 투영된다. 실제 레즈비언으로 반려자인 새라 우드와 20년간 함께 살아온 알리 스미스는 성적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일상적 억압들을 꼬집는 한편, 스코틀랜드 지역의 민간 신화와 설화를 접목해 신비롭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 너, 우리, 그들로 이어지는 시선의 교차는 사려 깊고, 고대 신화를 현대인의 삶속에
심장을 떨리게 할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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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상황의 마스터키. 키보드 맨 왼쪽 위에 위치한 [Esc] 버튼은 영어단어 Escape(도망, 탈출, 벗어나기)의 줄임말이다. 한겨레 매거진 <Esc>의 콘텐츠를 엮어 만든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은 유난하지 않게, 그러나 특별하게 놀기를 권하는 책이다. 트렌디한 카페나 클럽을 즐기라는 뻔한 제안이 아니다. 재미없인 못산다는 <Esc> 필자들이 까다로운 감각의 체로 걸러낸 실용정보의 정수다. 일상에서 재미찾기가 이 책의 골자인 만큼 소재도 일상적이다. 공항, 테마파크, 동물원, 홍대 앞, 레지던스, 파티, 문방구, 노트북, 부엌, ‘세컨드 라이프’, 속옷, 카메라, 와인 등.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코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방법 7가지와 일상 속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방법 7가지가 차례로 펼쳐진다. 공항에서 잠자기, 세계의 폭탄주 만들기, 안전운전을 위한 수칙,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제과제빵 용어사전 등은 14가지 제안에 따라오
특별하게 놀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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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교향곡1> 이경석, <속좁은 여학생1> 토마, <트레이스1> 고영훈 / 팝툰 펴냄
최근 창간 일주년을 맞이한 만화 격주간지 <팝툰>이 세편의 단행본 컬렉션을 선보였다. 인디만화계의 대부인 이경석의 <전원교향곡>, 신감각 순정작가 토마의 <속좁은 여학생>, 장편서사 웹툰계의 주목할 만한 신인 고영훈의 <트레이스>가 그 주인공들. <전원교향곡>과 <속좁은 여학생>은 <팝툰> 창간호부터 호평 속에 연재 중인 인기작이며, <트레이스>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네티즌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기폭발 웹툰이다. ‘팝툰 컬렉션’이란 이름을 달고 첫 탄생한 단행본 삼남매에는 저마다의 맛깔스러움이 가득하다. 이경석의 <전원교향곡>은 오지 마을에서 벌어지는 유쾌발랄한 농촌시트콤이다. <전원일기>적인 서정적 배경에 <이나중 탁구부>스러운 엽기
색다른 만화와의 만남, 팝툰 단행본 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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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오시이 마모루 / 황금가지 펴냄
<공각기동대> <인랑>을 연출한 오시이 마모루가 쓴 장편소설. 이연걸 주연의 <키스 오브 드래곤>의 크리스 나혼이 감독하고 전지현이 주연 사야를 맡은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미와 레이(이 이름은 오시이 마모루의 대학 시절 필명이기도 하다). 전공투 활동이 극에 달했던 1969년 4월28일, 고등학생 활동가 레이는 시위 대열을 이탈했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전형적인 여고생의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커다란 일본도를 들고, 형형한 눈빛을 빛내고 서 있었던 것. 외국인 남자 두명이 사야라고 불린 여고생과 같이 있었는데, 레이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구급차에서 깨어난다. 그날 이후, 레이는 피를 빨린 채 죽음을 맞는 학생들의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전공투 세대였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젊은 날을 배경으로 하는
오시이 마모루의 살아 있는 시체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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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잡>
크리스토퍼 무어/ 민음사 펴냄
죽음 앞에서 크게 한번 웃어보시라. <더티 잡>은 한 전형적인 소시민이 우연찮게 죽음의 사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유머로 조리해낸 작품이다. 찰리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중고품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 하지만 아내가 딸 소피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숨을 거둔 뒤, 그의 삶은 불길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노트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저절로 나타나는가 하면, 그 사람들이 하나같이 며칠 뒤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 찰리는 자신이 죽어가는 이들의 영혼을 수거해 원활한 윤회를 돕는 “더티 잡”에 채용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료품 점원이 뱀파이어에게 반하는가 하면, 예수의 어릴 적 친구가 부활해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그간 허무맹랑해 보이는 설정을 솜씨있는 유머로 가공해냈던 크리스토퍼 무어는 <더티 잡>에서도 특유의 장기를 발휘한다. 하수구에서 은밀히 지상 진출을 도모하는 죽음
윤회를 돕는 유쾌한 데스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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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 이레 펴냄
이런 상자가 정말 있다면 좋겠다.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는 일본의 유명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가 인터넷 신문 <호보일간 이토이 신문>에 연재한 코너를 묶은 책으로 아이, 주부, 학생, 소설가, 연예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낸 질문에 대한 다니카와의 대답으로 구성됐다. “모든 나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고 싶은 시인의 소망으로 시작하는 책 속 다채로운 질문들은 걸작 대답들과 짝을 이뤘다. 사람은 왜 죽냐는 어린 딸의 질문에 막막했던 엄마에게는 의미심장한 질문에는 말과 몸으로 함께 답해주라며 안아주기를 권하고, 부담없는 대화가 어렵다는 고민에 그 또한 개성이라고 위로한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로 걱정인 아내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는 충고를 건넨다. 질문자와 독자를 모두 고려한 현답은 지혜롭고, 사인회 때 다른 사람 생
척척선생 다니카와씨에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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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 호미 펴냄
<파리는 여자였다> 안드레아 와이스 지음 / 에디션더블류 펴냄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은, 왜 재능이 뛰어난 여성에 대한 역사 기록이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적은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된다. 남자의 헌신적인 조력자일 때 여자의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창작의 주체이기보다 영감의 대상이 될 때, 권력의 집행자보다는 우아한 내조자가 될 때 여자의 존재는 기록되고 숭배받을 수 있었다. 김현아의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와 안드레아 와이스의 <파리는 여자였다>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여성의 기록을 담은 책들이다. 두 책 모두 사료 조사라는 역사적 충실함에서나 사진자료를 통한 생생한 이야기 전달력이라는 면에서나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는 절반쯤 여행서이고 절반쯤 에세이다. 저자는 경주에서는 신라 여성들의
우리가 몰랐던 여자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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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발행된 <점석재화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심을 공유하는 학자들이 펴낸 <중국 근대의 풍경>은 ‘유리거울의 시대’에 비친 ‘구리거울의 시대’의 풍경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점석재화보>는 서구(타자)가 더이상 은유적 외부가 아니라 실재적 외부로, 머나먼 타자가 아니라 중국의 일상을 위협하는 직접적 육체성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표상이다. 중국 근대의 비극은 상상 속의 타자와 현실 속의 타자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간극에서 비롯된다. 그들에게 세계는 탐미적 나르시시즘의 코드로 읽혔기에, 그 어떤 아름다운 타자가 노크를 해도 중국인의 구리거울에 비친 자아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구리거울에 비친 자아(전통) vs 유리거울에 비친 타자(근대)의 대결에서 승리는 점점 유리거울쪽으로 기울었다.
유리거울은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보잘것없는 나와의 투명한 대면을 매개하는, 잔인한 미디어다. 중화주의·화이론적 세계관이 구리거울의 이미지라면, 만천하에 중
타인을 비추는 끔찍한 거울, <중국 근대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