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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멸망한 땅 위에서 목숨이 붙어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징벌일까? 더구나 당신이 어린 아들과 함께라면? 더더군다나 그 어린 아들이 맑은 눈동자로 “우리는 좋은 사람이죠?”라고 수시로 묻는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 코맥 매카시의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 <로드>는 영화 <미스트>의 몸서리쳐지는 마지막 장을 독립된 이야기로 만든 듯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눈을 떠 옆에 누운 아들의 심장이 뛰는지 확인한다. 부자를 둘러싼 것은 식량과 자원이 바닥난 종말의 한가운데 놓인 세상이며 부모 눈앞에서 자식을 잡아먹는 지옥이다. 코맥 매카시는 대담무쌍하게도 소설 전체를 오로지 연명의 기록만으로 채웠다. 남자와 아들은 바퀴를 돌리는 쥐처럼 죽은 땅을 밟으며 무작정 해안을 향해 걷는다. “세상이 날것 그대로의 핵심으로, 앙상한 문법적 뼈대로 쪼그라든 느낌”이라는 구절은 이 소설의 자화상이다. 심신이 모두 벼랑에 매달린 자의 꿈과
종말의 한가운데서 남긴 연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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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발돋움해 옆집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들, 미더덕을 만원 넘게 팔았다며 도둑질한 것처럼 가슴 떨려하는 어머니, 동생들의 끼니를 위해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큰누나. 이 일화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책 앞장으로 달려가 작가의 나이를 재차 확인하고 싶어진다. 1977년생의 만화가 최규석(<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이 자신의 가족들을 인터뷰해 그린 자전적 이야기 <대한민국 원주민>은 1980~90년대의 풍경이라기보다는 “내가 어렸을 적엔…”이라며 운을 떼는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나 존재할 법한 세계다. 하지만 그것은 역으로 우리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말하는 ‘대한민국 원주민’이란 “갑자기, 그리고 너무 늦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미처 제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사람들”. 근대적인 시민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현대사의 페이지에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기록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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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는 날지 못했다. 천적이 없으니 날 필요가 없었다. 날개는 그냥 폼이었다. 16세기 초 모리셔스섬에 당도한 포르투갈 선원들이 도도를 손쉬운 식량으로 여겼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인간들은 개와 고양이 같은 악당들을 항상 데리고 다닌다(고양이가 얼마나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악마들인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그들은 키위새도 아작낼 뻔했다!). 결국 도도는 멸종했다. 그러나 도도만이 유독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건 아니다. 날개 달린 새들마저 매년 멸종해간다. 현재 세계 조류의 1/5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의 새들도 마찬가지다.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이자 생태사진가인 김연수의 <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찾아서>는 사라져가는 한반도 조류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논병아리, 수리부엉이, 박새, 도요새, 소쩍새, 쏙독새, 뱁새, 두루미 등 전래동화에 끊임없이 등장하나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새들의 삶이 담담하게 기록돼 있다. 저자가 전문적인 생태학
참을 수 없는 원죄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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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히데유키는 일본의 인디아나 존스와도 같은 탐험가다. 뼛속까지 ‘어드벤처 마인드’로 무장한 그는 미확인 괴수의 실체를 찾기 위해 콩고와 아마존의 밀림을 누비기도 하고 마약왕 쿤사가 다스리는 미얀마의 오지에 머무르며 현지인들과 함께 아편 재배를 하기도 한 보기 드문 ‘꼴통’ 여행가다. 세계의 오지를 섭렵한 그에게 타이 정도의 나라는 책의 제목처럼 극락과도 같은 곳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길 “타이에 비하면 콩고의 밀림은 오히려 요람”이었단다. 아니 왜?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타이 아니던가. 의문은 그가 20년 가까이 타이에서 체류하며 겪은 타이의 소시민들이 쏟아내는 엽기적이고도 유쾌한 인간 군상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애국심은 제로요, 왕에 대한 충성심은 200%인 서민들, 돈을 벌어 가슴을 사고 싶은 게이들, 교통편이 없어 조직으로 돌아가지 못한 게릴라 반군의 장로, 진심을 담은 고마움을 매춘부와의 하룻밤 접대로 표현하는 친구들…. 그런 타이인들
극락에 사는 인간 군상에 대한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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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단편집.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미스터리를 해결했던 유가와 마나부가 처음 등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경시청 형사인 구사나기는 수사가 미궁에 빠질 때마다 대학동창에게 도움을 구한다. 탐정 갈릴레오로 통하는 유가와 마나부는 물리학과 교수답게 초자연 현상으로만 보이는 기이한 사건을 과학적인 추리를 통해 풀어낸다. 사람의 머리에 불이 붙는다거나 건강한 사람이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의 사건 뒤에 숨은 과학적 추론이 이어진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론을 살인사건의 특정 순간에 대입한 사건들 자체가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게 <탐정 갈릴레오>의 매력이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력이 녹아 있는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다. <탐정 갈릴레오>는 일본에서 지난해 가을,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가와
초자연적 사건에 대한 과학적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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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의 가치는 엽기 장르의 창조에만 있지 않다. 변태스러운 개그의 향연 속에도 사회 비주류들에 대한 세밀하고 관심어린 묘사를 스리슬쩍 끼워넣곤 했던 그는 후속작 <두더지>와 <시가테라>에서 너무나 현실적이라 섬뜩하기까지 한 비주류 청춘들의 우울한 성장기를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그의 장르적 변신을 아쉬워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기작가로서 주류의 반열에 들어설 수도 있었던 그가 선택한 비주류의 길은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마영신의 <뭐 없나?>는 그런 후루야 미노루의 시선과 궤를 같이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우울한 성장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마영신은 이경석, 김수박, 권용득, 앙꼬 등과 함께 기성만화와 사회가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계층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다. 82년생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속에서 마영신과 그의 친구들
88만원 세대의 음습발랄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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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책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육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글의 공포를 맛보게 해준다. 망설이거나 멈추지 않고 내처 달려 인간이 지닌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1년간 출간된 일본 국내외 미스터리 소설 순위를 매겨 1년에 한번 출간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2007년 1위를 한 이 소설집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미스터리, SF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소설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공포물의 기운이 가장 짙다. 첫 작품 <에그맨>부터 마지막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까지 긴장이 쌓여 마지막에 광기가 폭발하는 수록 순서 역시 빼어나다.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슨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의 주인공은 고문기술자 엠시다. 고문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가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꿈속으로 파고드는 그림자는 현실에서 그가 자행하는 극악한 폭력과 번갈아 등장하며 불안을 배가한다.
정신을 넘어 육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소설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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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33살 싱글 뉴요커 제인 헤이즈에게는 민망한 비밀이 있다. 바로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젖은 셔츠 차림의 콜린 퍼스/다아시 환상”이다. 이런 제인을 궤뚫어본 대고모는 18세기를 재현한 영국의 ‘제인 오스틴 테마파크’ 휴가상품권을 유산으로 남기고, 제인은 그곳에서 3주간 ‘어스트와일양’이 되기로 결심한다. 테마파크에서 배우들과 가상이지만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 다아시 환상을 정리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어스트와일양’의 신경을 자극하는 ‘노블리씨’와 가짜 세계에 숨이 막힌 제인 앞에 정원사 마틴이 나타나면서, 환상과 현실에 대한 갈등은 계속된다. “오스틴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평이 어울리는 <오스틴랜드>는 연애의 환상에 대해 발랄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백마 탄 왕자보다도 비현실적인 다아시 환상에서 벗어나려는 제인의 노력은 꽤 현실적이다. 이상형과 현실남 사이의 불공평한 타협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스틴랜드>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바치는 발랄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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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아이가 있다. 갓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도,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를 보고도, 하루 일에 지친 엄마의 길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고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어른을 위한 동화’로 발표한 <눈물상자>는 우리가 무수히 흘려보냈을 눈물의 의미를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짧고 아름다운 우화다. 동네 아이들에게 울보로 놀림받던 아이는 어느 날 ‘순수한 눈물’을 찾아왔다는 한 아저씨의 방문을 받지만 좀처럼 그 앞에서 눈물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이는 결국 아저씨를 따라 여행길에 오르고, 평생 단 한번도 눈물을 흘려본 적 없다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주황빛 눈물,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연보랏빛 눈물,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할 때 흘리는 검붉은 눈물 등 눈물방울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마음을 담는 작가의 따스한 손길을 따르다보면, 상처를 씻어내는
한 문장씩 떼어 기억하고 싶은 맑고 투명한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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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남매를 잡아먹기 위해 분장까지 하는 집념의 사냥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농 아닌 농을 거는 익살스런 무뢰배. 전생의 모친에게 멧돼지를 잡아바치는 의로운 효자로서까지. 우리의 전래동화 속에서 호랑이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 동물이 있을까? <호랭총각뎐>은 그런 설화 속 호랑이 중 가장 선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21세기형 퓨전전래만화’다. 만화는 캐릭터뿐 아니라 내러티브 역시 전래동화의 그것을 차용한다. 주인공 ‘호랭총각’은 악한 마음이라곤 1g도 없는 가난한 나뭇꾼. 어느 날 나무를 베다 하나밖에 없는 도끼를 호수에 빠뜨리고, 소를 닮은 거대로봇 ‘우정가’를 타고 등장한 젊은 산신령은 그의 착한 마음에 감복해 뭐든지 벨 수 있는 광선검에 우정가까지 선물한다. 우정가와 광선검을 얻은 호랭총각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보통 이런 유의 설정을 택한 만화들이 뻔하디뻔한 패러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비해 &l
청국장처럼 맛깔진 한국형 퓨전전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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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작가 아이리스 머독이 1954년 발표한 첫 소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그물을 헤치고>에서 ‘나’는 런던에서 잡문을 팔아 생계를 잇는 제이크 도나휴다. 측근의 묘사를 빌리면 그는 “재사지만 게을러서 일하지 않고, 좌익사상은 있으나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위인. 친구와 애인 집에 더부살이를 일삼는 제이크는 늘 자문자답에 사로잡혀 살아가며 일상에 철저히 무책임하다. 실연의 추억과 친구의 생각을 표절한 첫 책의 실패만이 그의 마음속에 오래 지속되는 기억이다. 어느 날 얹혀살던 여인에게서 쫓겨난 제이크의 생활은 크게 흔들린다. 옛 연인 애너와 재회하고 그녀의 동생인 배우 새디의 집에 머무는가 싶더니 배신한 친구 휴고가 그의 생활에 다시 등장한다. 자기 분열적 사색과 익살스런 모험으로 굽이치는 이야기는, 모든 인물이 상대의 등만 바라보는 사랑의 연쇄로 귀결된다. <그물을 헤치고>라는 제목은, 관념의 그물에 걸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다다르지 못하
가볍게 읽을수록 맛깔스러운 인생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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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낙후, 현대와 과거가 같은 공기를 흐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 베이징은 올림픽 열기가 뜨겁고, 쓰촨은 구호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문화의 복잡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영화들에서 해당 문화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는 관련된 지역, 음식, 사건, 전설 등을 징검다리로 놓아 중국 문화라는 거대한 강을 독자가 한 걸음씩 따라서 건널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계된 책이다. 베이징의 명물 경극은 <패왕별희>로, 자전거가 생활화된 대도시 풍경 속 농공민의 서글픈 하루살이는 <북경 자전거>로 읽는다. 1997년 홍콩 반환 뒤 불안했던 분위기를 <중경삼림>을 통해 들여다보고 <첨밀밀> 속 인연의 매개였던 중화권 최고 인기 가수 등려군이 퇴폐음악으로 규정돼 본토에는 한번도 갈 수 없었다는 웃지 못할 비사도 한 자락 들려준다. 1930년대 상하이를 재현하는 복고풍을 언급하며 <완령옥>과 <색, 계>를 거
한걸음씩 알아가는 중국문화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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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를 위해 외딴섬으로 떠난 일행이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외딴섬 살인사건>은 독자와 공정하게 사건 해결의 단서를 나누고 ‘독자에 대한 도전’을 제시한다. 퍼즐풀이의 매력이 살아 있는 책. <월광게임>에서 이미 선보였던 에이토대학추리소설연구회의 에가미 부장과 아리스는 동아리 친구 마리아의 초청으로 외딴섬으로 향한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숨긴 다이아몬드를 숨긴 곳을 찾는 암호풀이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섬 곳곳에 세워진 25개의 모아이 석상이 단서. 어느 날 마리아의 친척 두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되는데 섬 밖으로의 통신수단은 모두 끊긴 상태다. 책 후반부에 실린 ‘독자에 대한 도전’에 응하기 위해서는 책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기를 권한다. 범인이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고심을 거듭해 완전한 퍼즐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추리소설 팬이라면 추리소설 마니아인 극중 인물들이 나누는
퍼즐을 풀고 나면 당신도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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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애니메이션 마니아라 자부하는 사람도 미국과 일본 외에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접할 기회도 적거니와 그 정보를 얻을 창구가 전무하기 때문. 미국과 일본의 소소한 단편애니메이션 제작 소식까지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못지않은 애니메이션 강국인 프랑스와 체코 등의 신작 정보를 얻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전세계 애니메이션 거장 15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상상에 숨을 불어넣다>는 애니메이션과의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반가운 서적이다.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영국의 닉 파크, <나무를 심는 사람>을 만든 프레데릭 벡같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거장부터 르네 랄루, 폴 그리모, 라울 세르베, 얀 슈반크마이에르, 이지 바르타 등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큰 획을 그은 감독이지만 소통의 제한 탓에 우리에게 생소한 거장들까지. 그들이 어떻게 잠든 이미지를 깨워 숨을 불어넣었는지에 대한 미장센을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친절하고 사려깊은 애니메이션 세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