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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정신분열을 겪는다. 만나는 사람이 예술가이다 보니 자신이 기자인지 예술가인지 헤맨다. 뒤늦게 작가가 되려 해도, 작가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업시대는 길고 혹독하다. 옆에 앉은 동료들도 같이 정신분열을 미약하게나마 겪는 수밖에 없다. 정신분열이라는 수업시대를 마치고 작가로 4년 전에 등장한 조선희의 첫 소설집은 몇 군데서 매우 햇빛 찬란하다. 작가의 삶 또한 분열적인 것인지 그는 서사에의 열망, 에세이스트로서의 정열, 자기 죄를 속죄하고픈 몸부림 사이를(그의 연배들의 배를 가르면 죄의식이 군내를 풍긴다) 진자 운동한다.
그를 사석에서 한두번 봤을 뿐이지만, 소설집을 쓴 작가가 누구인지는 정말 알기 어렵다. 작품마다 어조와 문체와 화자의 세계관이 판이하다. 그의 머릿속에선 한타 넘는 개성있는 군상이 기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군상의 출처는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작가가 서사에의 열망에 전적으로 자기를 던졌을 때, 작가는 놀라운 수확을 거둔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발랄한 발자크, <햇빛 찬란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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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다보면 귓가에 BGM이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야가미 유의 <고-웨스트!>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펫 숍 보이즈의 <고 웨스트>가 등 뒤에서 쾅쾅 울려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강약없는 선이 그려내는 시원한 서부의 풍광, 빠른 호흡으로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들 그리고 꼬여 있지 않고 거침없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펫 숍 보이즈의 시원한 노래와 함께 한바탕 소동극을 만든다.
주인공 나오미는 영국에서 자란 일본인 고아 소녀. 부모가 신대륙의 서부에 있다는 단서 하나만 가지고 신대륙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열여덟 소녀가 혼자 여행하기에 서부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비정하고 이유없는 총격전이 난무하고, 때로는 사막이 때로는 백인 카우보이를 증오하는 인디언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런 나오미의 길을 만들어주는 것은 서쪽만을 향해 전진하는 말 ‘레드’, 그리고 나오미의 오빠라고 우기는 흑인이며 현상
서부시대 가족의 탄생, <고-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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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우리는 또 다른 히치콕 책을 필요로 하는가? 최근 들어 서구의 영화 관련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많은 책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는 히치콕 서가에 또 한권의 책이 추가될 때마다 그렇게 자문하곤 한다. 히치콕은 영화 자체를 정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혹은 단연코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이었기 때문에, 영화 서적의 주제로 가장 많이 다뤄진 인물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여전히 영화서적 출판이 활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국내의 경우를 서구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도 히치콕에 대한 인터뷰집, 전기, 비평서를 몇종 가지고 있기에 <히치콕>이란 제목을 단 책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같은 질문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히치콕 책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 이에 대해 패트릭 맥길리건이 쓴 책은 긍정적인 대답을 마련해놓는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 먼저 지적하자면, 맥길리건의 <히치콕>은 히치콕이 스크린 위에
인간 히치콕에 대하여,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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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리라는 도시가 이국과 모던함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있는 대로 혀를 굴려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을 읊조리고, 대사 하나 없는 프랑스영화를 꼿꼿이 앉아 보는 것이 로맨티스트의 증거였다.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우리는 비교적 빨리 털어버린 듯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그 기운이 적지 않게 남아 있나보다. 그들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프랑수아즈 사강을 기억하고, 시부야케이의 음악에서 프렌치 팝의 리듬을 되새기고, 하라주쿠 라포레 백화점에서 로코코풍의 프릴 드레스를 쇼핑한다. 나카노 시즈카의 <별을 새기다>는 그렇게 잔존하고 있는 프랑스풍 모던함의 만화 버전이다.
나는 처음 나카노의 만화를 보고 당연히 1980년대의 작품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스타일이 촌스럽다거나 고루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날카로운 세련미, 한 획의 허점도 찾을 수 없는 정교함, 쿨한 척하면서도 로맨틱한 정서는 자꾸만
아닌 밤중에 칼로 새긴 별똥별, <별을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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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에 들어가 ‘소심’이라는 단어를 한번 입력해보라. 소심한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 소심지수 테스트를 측정해주는 사이트마저 있다. 세상에 나만 소심한 성격인 줄 알고 고민했더니,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세상엔 이렇게 소심한 인간들이 많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의 일상이 늘 불안감에 쪼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냉소로 자신의 소심함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는 1cm의 행복을 느끼며 나름의 행복론을 펼친다. <씨네21> 온라인에서 <올드독의 TV 감상실>을 연재 중인 정우열의 일기장 혹은 낙서장 같은 만화 <올드독>은 소심한 사람들의 이런 희로애락이 아주 ‘아티스틱’하게 그려져 있다.
<올드독>의 화자 올드독은 도시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늙은 개. 그는 도서관 옆자리에 앉은 메뚜기족에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방귀라는 단어에만 적용되
어느 늙은 도시 개의 일기장,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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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뉴욕>을 읽으니 추억 속 뉴욕이 말을 걸었다. 첫 방문이었음에도 모든 게 낯익었던 도시 뉴욕. 시선을 들어 어딜 보아도, 영화 속에서 본 건물, 뒷골목, 사람들을 둘러싼 공기가 나를 사로잡았던.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이라는 부제가 달린 <안녕 뉴욕>은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인으로 살면서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풀어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영화들을 통해 수십, 수백번 보았던 메트로폴리탄의 사람살이를 오랜 친구의 수다처럼 들려준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골목골목이, 뉴욕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문화적 체험이 살갑게 다가온다.
<유령신부> 개봉을 앞두고 ‘팀 버튼과의 만남’ 행사에 참여한 일화나 클레어 데인즈, 에단 호크 같은 배우를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일상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짐을 싸 뉴욕으로 떠나고 싶어져 곤란할 지경이다. 만일 뉴욕행을 앞둔 당신이 <인 굿 컴퍼니>에 나온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려면 지하
영화광을 위한 뉴욕 가이드, <안녕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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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라는 이름은 두 가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아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고 유망한 신랑감을 떠올릴 테고,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품위있고 지적이며 냉철한 논리로 무장한 다아시 경을 떠올릴 것이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후자, 그러니까 다아시 경 시리즈의 유일한 장편이다. 다아시 경 시리즈는 SF 미스터리물로, 과학적 마법 문명을 영위하는 가상의 영불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귀족 탐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아시 경 시리즈의 특별한 점은, 마술사들이 공식 인정을 받고 마술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아시 경 역시 마술사인 마스터 숀 오 로클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마술적 재능, 즉 탤런트가 없는 다아시 경은 논리로 수수께끼를 풀고 마스터 숀이 마술을 사용해서 사건을 증명한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영불제국의 마술사 컨벤션이 열린 호텔 객실에서 런던 후작의 주임 법정 마술
마술과 추리의 행복한 만남, <마술사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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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지만 낙천적이고, 예민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늙은 개가 있다면 어떨까. 지은이에 따르면 개는 나이가 들수록 영리해져서 사람에게 수다를 떠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작가가 늙은 개 ‘올드독’ 행세를 하며 전하는 세상사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일단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엘리제를 위하여>가 음식점에서 점원 부를 때와 트럭 후진할 때, 동네 쓰레기차 올 때 쓰인다는 소식을 베토벤 아저씨에게 전하는 장면, <영웅본색>에서 ‘윤발 형님’이 군데군데 화분 속에 총을 숨기듯 앞으로 있을 보고 싶은 공연표를 미리 예매해 미래를 대비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블로그에 연재한 글답게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곧장 휘발된다. 그래도 이런 따뜻하고 웃기는 강아지는 알고 지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유머가 뭔지를 아는 강아지를 소개합니다,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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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에 ‘수’ 이외의 기록은 있어본 적도, 있을 수도 없는 초등학생에게 학원 보강수업도 없이 여름방학을 보내야 하는 것만한 고문이 또 있을까. 게다가 그 여름방학엔 나이 서른에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아버지와 함께 곤충채집이나 캐치볼 따위(!)를 하느라 자습도 제대로 못한다면, 그야말로 하드보일드한 악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오늘은 물론, 내일도 걱정하는, 성적은 우수하나 협조성 제로인 시게오는 방학 동안 아빠와 지내라는 엄마의 말에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어처구니없이 활기찬’ 하나오와 함께 방학을 보내게 된다. 당연히 매사가 순조로울 리 없는데, 시게오는 어느새 하나오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방학이 끝나고 난 뒤 시게오는 예전의 시게오가 아니다. 그렇다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아이가 되었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200% 현실주의자였던 시게오는 어느새 하나오처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아이로 변해 있다. 오토모 가쓰히로 이후 가장 독창적인 작가
어느 영악한 초딩의 하드보일드 여름일기, <하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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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중독된다. 늦은 밤 남산 소월길을 ‘목숨 내놓은 것’처럼 달리는 자동차들이나, 용인 레이싱 서킷을 돌고 도는 레이서들이나 속도에 중독된 것에는 차이가 없다.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는 속도에 대한 만화는 아니지만, 속도가 주는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레이싱 만화다.
키도 스즈카는 생명보험 영업사원이며 동시에 250cc 바이크를 모는 여성 레이서다. 늘 동경하던 천재 레이서 오사무가 경기 도중 사고로 죽자, 스즈카는 오사무의 헬멧을 쓰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서킷에 나간다. 그때 헬멧에서 들려오는 오사무의 목소리. 스즈카는 그 목소리가 일러주는 대로 바이크를 몬다. 스즈카는 보통의 만화 주인공처럼 타고난 ‘열혈’이 아니다. 바이크에 대한 열정보다는 짝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애정으로 레이서가 되고, 속도의 쾌감보다 사고의 공포에 더 시달리며 속도보다는 보험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스즈카가 오사무의 코치에 따라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달리며 속도가 주는
Run! 스즈카, RUN!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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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코는 2년 만에 만난 동생 하루에게 사랑을 느끼고 <빨강머리 앤>의 매슈와 마릴라처럼 평생 함께하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이런 에리코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하는 에리코의 첫 남자친구 이즈미는 그녀에게 다시 연애감정을 느끼고, 하루의 친구 이케가미는 농구부 선배인 이즈미를 좋아한다. 한편 여자 농구부의 스마는 이케가미를 좋아하지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스마의 단짝친구 교코는 스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길까봐 안절부절못한다. 이렇게 써놓고보면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12각 관계 에피소드가 떠오르겠지만, <회전은하>의 이 정리 안 되는 다각관계에는 커플마다 나름의 맑은 진심이 담겨 있다. 남들이 하면 스캔들이지만, 내가 하면 순수한 사랑이라 했던가. 그 수많은 순수한 사랑을 각각 주인공의 입장에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회전은하>는 말간 그림체와 연출이 어우러진 깔끔하고 다정한 ‘순정만화’다.
12개의 진심, <회전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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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의 괴짜 작가 앤디 라일리의 새로운 거짓말 모듬.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그림을 곁들인 진지한 이야기 묶음처럼 보이지만 모두 해괴망측하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뿐이다. 그런데 이 거짓말의 세계는 빠져들면 웃다가 죽을 정도로 무자비하며, 다시 그 이야기를 반복해 듣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악마적이다. 라일리의 말투를 흉내내서 말하자면, 사실 우리가 이 책을 읽는 것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책 안에 강력한 특수자석이 있어서 우리 몸에 있는 쇠붙이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햄을 썰어서 DVD 안에 넣으면 돼지영화가 나오고, 치즈 조각을 넣으면 젖소영화가 나온다거나, 자기 전에 기도를 하고 창문을 열고 올가미를 걸어놓으면 천사를 붙잡게 된다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진공청소기처럼 우리의 호기심을 빨아들인다. 전에 살던 집에 전화하면 과거의 나와 통화를 할 수 있고, 가끔 집에 잘못 걸려온 전화는 미래의 나한테 온 전화 얘기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정
경고! 웃다가 죽을 수 있는 책, <양치기 아빠의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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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감독은 낭만적 천재 유형의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6·25 전쟁터에서 국방부 소속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이후, 2000년 <침향>까지 40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동안 ‘한국의 안토니오니’라는 찬사를 들었고, 흥행기록을 새로 썼으며, 홍콩에서 영화를 찍었고, 검열과 싸웠다. 때로 대중의 취향과 조우하고 때로는 대중의 취향을 앞서갔지만 영화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안개>를 찍을 무렵 “한국영화도 스토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유학파들이 역설했을 때 김수용 감독은 이렇게 속엣말을 했다고 추억한다. “누가 그걸 몰라서 지금처럼 헤맨 줄 아느냐.”
수십권의 일기를 초록으로 삼아 쓰여진 <나의 사랑 씨네마>는 파란만장하다. 반공영화 <고발>을 만들었더니 2년 뒤 주인공 이수근이 위장간첩으로 판명된 촌극, “가위질된 편이 낫다”는 <야행>의 악평을 긴 논문으로 반박한 일화, 상복에 따라 울고 웃었던 기억,
어느 노장의 진귀한 기록, <나의 사랑 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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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중경삼림>의 실연한 경찰 양조위는 비누나 수건 등에게 말을 건다. 다정도 병이라고 하니, 외로움이 병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걸까.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로움의 도가 지나치’게 느껴지던 어느 날, 좁은 옥탑방에 자기 이외의 또 다른 생명체, 즉 바퀴벌레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와의 동거. 주인공은 바퀴벌레의 온기에 잠시 외로움을 잊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인간과 곤충의 동거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친구도 사실은 교미하기 위해 나온 여왕개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장경섭의 이 장편은 10년 전 웹진 <화끈>에서 연재를 시작했지만, 연재를 시작한 지 3회 만에 웹진이 문을 닫으면서 무려 10년 만에 겨우 책으로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냉소적이지만 유머가 느껴지는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후반으로 갈 수록 무거운 주제가 도드라지지만 읽기에 답답한 느낌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