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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들. 만약 당신의 집에 외계인 병사가 침입해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케로로 중사는 지구 침략을 목적으로 케론 성에서 파견한 소대의 지휘 책임자로, 투명 배리어와 전기충격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외계 흡착 괴물과 심해 잠수함까지 불러들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물론 오랜 방첩 교육과 민방위 훈련을 받은 제군들이 즉각 가까운 경찰서나 군부대에 그를 신고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잠깐. 혹시나 방심과 호기심을 섞어 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금하도록. 자칫 케로로 중사의 귀여운 얼굴과 찡긋하는 눈빛을 보았다간, 당신은 신고는커녕 그에게 지구 침략의 전초 기지를 제공하는 이적 행위를 벌일지 모른다. 그래봤자 별 손해는 없겠지만 말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인기가 일본시장을 휘감더니 서서히 국내에도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먼저 소개된 출판 만화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미흡했지만, 최근 투니버스에 TV애니메이션판이 방영되기 시작했고 내년
지구 정복 따위는 관둬버릴까, <개구리 중사 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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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영화의 원작이 아닌 ‘영화소설’이라 하면, 영화스틸로 삽화를 대신하고 장면들을 곧이곧대로 받아쓰기한 조악한 책이 대부분이었다. 동명영화 시나리오를 골격으로 삼아 태어난 김형경의 장편 <외출>은 중견 문인이 쓰고, 한국 순수문학의 둥지로 여겨지는 출판사에서 펴낸 영화소설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허진호 감독도 집필을 결심한 김형경 작가를 촬영현장에서 만났을 때 “대단한 용기이십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김형경의 <외출>은 불륜의 피해자에서 당사자로 옮아가는 인수와 서영의 내면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하면서 유난히 과묵한 허진호의 영화가 비워둔 ‘행간’을 세세히 메운다. 이를테면 서영이 도로변에 주저앉아 울먹이는 장면에 소설은 이렇게 주석을 단다. “그 자세가 더 나쁘다는 것을 서영은 웅크리고 앉은 다음에야 알았다. 그 자세는 오래도록, 깊이 울게 되기 좋은 자세였다.” 키스없이 섹스로 직진한 영화의 흐름이 느닷없다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두
영화의 행간을 메운 소설,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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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시간의 너머를 바라보는 작가다. 그녀는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 소녀>와 태피스트리 <여인과 일각수>의 시대로 거슬러올라가, 여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헝클어져 있던 감정과 사연을 걸작 미술품으로 응축한다. 소실점을 처음 발견한 화가의 시선이 그녀와 같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푸른 바탕 붉은 머리 소녀의 그림이 표지인 <버진 블루>를 보는 이들은 대부분 또 하나의 걸작 아래에서 감정의 그물을 건져올리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슈발리에의 데뷔작인 <버진 블루>는 무명의 성모상과 한장의 푸른 천에 얽힌 이야기다. 또한 불가해한 교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버진 블루>는 중세와 현대가 한장(章)씩 교차하는 소설이다. 어느 날 머리가 붉은색으로 변해버린 이자벨은 종교개혁 시기 프랑스 남부 세벤느에 살았던 위그노 교도다. 그녀는 성모를 부정하는 교리를 믿지만, 청금석을 녹인 성모의 푸른색 옷자락을 볼 때마
그림이 들려주는 두 여자 이야기, <버진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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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지렁이 기어가듯하는 글씨체, 단조로운 배경처리, 어쩐지 당연하게 “내가 그려도 이만큼은 그리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PAPER>의 다른 기사를 다 읽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꼭지가 바로 <PAPER>의 김양수의 카툰판타지였다. 그 만화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되어 <생활의 참견>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카툰은 내용에 따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데, 각장의 도입부에 있는 작가 김양수의 사진에서부터 그의 유머 공력을 실감할 수 있다. <스타워즈>의 로봇 C3PO의 몸에 자신을 얼굴을 갖다붙이는가 하면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 몸에 얼굴을 콜라주한다(배경의 학생들 얼굴도 모두 김양수 자신이다). <일상의 참견>이라는 제목은 ‘일상이 인생에 태클 걸어올 때’쯤으로 해석하면 될 텐데,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김양수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담이다. 학창 시절, 야설을 프린트(씩이나)해서 보던
소소한 일상의 난리블루스,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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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널 기다리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골목길’,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각각 이재민과 김현식의 노래에 나오는 골목길이다. 하지만 그런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 단지 한 모퉁이나 빌딩 사이라면 몰라도. 지난 30여년 동안 서울의 골목 풍경을 담아온 김기찬의 사진과 시인 황인숙의 글을 실은 이 책은 그래서 오늘날 일상의 풍경이라기보다는 먼 과거 기억 속 장면으로 다가온다.
‘처마는 실생활에서 지붕의 가장 낭만적인 부위다. 우리는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때, 처마 끝에서 굵어진 빗방울들이 주룩주룩 치는 수렴(垂廉) 너머의 세상은 가볍게, 깨끗이 부서지고 맺히며 아롱거리는 커다란 빗방울 같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한 처마 밑에서.’
‘축대 계단 담장 벽의 공통점은 쌓아올린다는 것이다. 그 행위에는 사람을 숙연하
그때 그 골목에서는 무슨일이,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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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는 탐정 이야기는 위인전과 맞먹는 감동을 선사한다. 탐정은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해 ‘악인’을 잡고, 억울하게 죽거나 피해를 당한 사람을 구한다. 탐정은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인 동시에 액션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변장의 달인인 경우가 많다. 60년도 더 전에 쓰여져 소년소녀들의 모험심을 자극했던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가 만화화되었다. 현재 3권까지 출간되었는데, 권말부록 형식으로 원작자 에도가와 란포(그는 괴이한 분위기의 공포추리물로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상이라는 추리문학상은 권위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르문학상이다)에 대한 설명과 원작소설이 연재되던 당시의 자료, 어려서 이 책을 읽고 큰 작가들의 추억담이 실려 있다. 소년탐정 수첩이나 BD(Boys Detective) 배지, 괴인이십면상 퍼즐 맞추기 등의 사진은 쏠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만화 <소년탐정단>은 에도가와 란포가 낳은 일본의 대
여름엔 역시 탐정만화!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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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고의 물음은 짧고 분명하다. “헤어진 남자친구 제리와 ‘그냥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눈썹 짙고 팔다리 짧은 3등신의 주인공으로 연애만화를 그린다는 것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그 하나의 멜로디 라인을 변주하면서 독자들을 질리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반복되는 멜로디의 조금씩 틀어지는 부분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그 사소함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감격하게 된다.
<남자친9>는 토마의 첫 만화책이지만, 그녀는 이미 <선생님과 나> <크래커> 등의 인터넷 만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녀가 보여주는 낙서처럼 가볍지만 정갈한 선, 원색에서 한톤 다운된 부드러운 컬러, 신경쓰지 않은 듯 잘 배치된 패션 소품들과 같은 여러 요소들은 최근의 일러스트레이션 경향과 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친근하고 예쁜 이미지만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공감이 소소한 생활의 묘사로부터 우러나오고, 그로 인해 우
그냥 친구와 남자친구 사이, 토마의 <남자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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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으며 히피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후 <연금술사>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 등의 소설을 썼고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오 자히르>는 다른 코엘료의 근작처럼, 영적 체험과 사랑을 찾아 먼길을 떠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런데 분량이 조금 만만치 않다. 400페이지를 넘는 분량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코엘료가 제안하는 신비로운 여행을 접한다.
<오 자히르>는 보르헤스의 단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한다. 책의 서두에서 포부르 생 페르가 인용하는 보르헤스의 정의에 따르면 ‘자히르’는 “이슬람 전통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면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사물 혹은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신성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고, 너 자신이 돼라, <오 자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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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영화 열기가 한껏 뜨거웠던 1990년대 중반에 영화를 공부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질 들뢰즈의 <시네마>는 아스라한 동경의 대상 같은 것이었다. 당시 여기저기서 간간이 소개되던 그것은 막막한 영화이론의 돌파구를 열어줄 매혹적인 구원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그것 자체에 제대로 다가갈 길은 별로 없었으니 한국에서 그 난해하고 복잡한 저작은 대체로 전모를 드러내지 않은 막연한 오해의 대상이요 신비로운 미지의 대상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시네마>로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된 때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시네마2>가 마침내 번역·출간되었는가 하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네마>에 대한 꼼꼼하고 체계적인 해설서인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가 출판되었으니 이제 <시네마>의 실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 <질 들뢰즈의…>로 들어가보면,
들뢰즈의 영화철학에 들어가는 길, <질 들뢰즈의 시간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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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라는 책제목과 사용설명서라는 시리즈 제목을 연결시켜 ‘실전 테크닉 안내서’로 추정하기 쉽지만(물론 독자가 사용하기 나름), ‘성적인 행동에 관한 사실과 일화, 과거와 현재로 이루어진 거대하나 희뿌연 연못에 살짝 한번 몸 담그는 유쾌한 지적 경험’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전해준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밑줄 그으며 읽을 필요도 없으며 심각하게 읽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어떤 내용이기에?
러시아 신비주의자 라스푸틴은 이것의 길이가 31cm였고, 영화배우 에럴 플린은 파티장에서 이것으로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작가 헤밍웨이는 이것이 새끼손가락만 했고, 헤밍웨이 못지않게 이것이 작았던 작가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와 함께 이것의 크기를 재본 적도 있으며,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것이 아무리 길다한들 무슨 소용이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건 아닌데, 예컨대 흰긴수염고래의 이것은 3m에 달한다. ‘이것’이 뭔지는 굳이….
섹스에 관한 잡다하고 세세한 백과사전, <섹스: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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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걸어간다. 단순한 비대남으로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있는 남자는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기침을 해댄다. 감기라도 걸린 걸까? 그는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고, 주변에는 그와 함께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돌연 남자는 두눈, 두 콧구멍, 입… 신체의 모든 구멍으로 피를 스프링클러처럼 뿌려대며 쓰러진다. 주변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피범벅이 된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지금껏 인류에게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화려한 길거리 홍보 행사를 벌이고 있다.
10년 혹은 20년 전만 해도 만화와 영화는 현실의 대재앙을 충분히 앞서갔다. 사람들은 ‘정말로 미래에는 이런 일도 벌어질지 몰라’ 하며 오싹한 불안감을 야릇한 안도감으로 누르며 책장을 덮고 극장을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9·11 테러와 쓰나미와 같은 대재앙이 위성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시대. 게다가 그 파괴의 범위와 사망자 수도 픽
사스의 악몽을 기억한다면, 호카조노 마사야의 <이머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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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소년과 마조히스트 소녀의 기이한 애정행각을 그린 <M과 N의 초상>은 다치바나 히구치의 엽기 순정의 세계에 속한 걸작이었다. 코피를 흘리면서도 황홀경에 젖어 “때려줘, 더 때려줘!”라며 애원하는 여학생과 자신의 모습을 거울이나 유리창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봐버리면 갑자기 주변이 샤방샤방 빛의 제국으로 변하며 쓰러지는 미소년의 어처구니없는 로맨스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의 시작은 그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아이들은 이제 막 취학연령을 넘겨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어리며, 주인공 미캉은 ‘정상’이며 착한 마음씨의 소녀다. 단짝 호타루를 따라 특수학교 앨리스 학원에 입학한 미캉은 그 학교가 요구하는 것이 ‘앨리스’라고 부르는 기이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치바나 히구치의 가느다란 펜터치로 그려진 각기 특이한 앨리스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미캉은 자신이 ‘무효화 앨리스’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이들의
이상한 학원의 앨리스, 다치바나 히구치의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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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서가 나왔지만 절판됐다가 10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우리 도서 시장의 일본 소설 붐을 출판사쪽이 감안했기 때문일까?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뒤졌다고 하니, 재출간이 반갑다. 제목만 보면 일본 야구 해설서 같지만 야구가 사라진 미래 세계에 살고 있는 야구광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음표를 넣은 까닭은 이 작품을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줄거리랄 것도 별로 없고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단편들이 죽 이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놓고 포스트모던 어쩌고저쩌고 한다지만, 그런 얘기는 평론가들에게 맡기고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야구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900편의 야구 시 쓰기와 100편의 포르노 비디오 보기에 도전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다. 야구에 관한 글만 모으는 노인은 카프카의 글이 야구에 관한 글이라고 간주하고, 카프카가 야구에 대단한 열정을 지닌 후보 포수 정도였으리라 추정
이게 소설이라고?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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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불러오는 건전지나 아이디어들을 보관해두는 냉장고가 있다면? 너무나 완벽해서 더이상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글이 있다면 어떨까? 책과 문학에 관한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라면 책에 대해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일흔일곱살의 오동통한 작가지망생 공룡 미텐메츠는 문학적 대부인 단첼로트가 유언으로 남긴 어느 원고를 읽게 된다. 단첼로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너무나 완벽에 가까워서 그 자신의 절필의 원인이 된 작품이다. 미텐메츠는 그 작품을 읽고 감명받아, 부흐하임으로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작가를 찾아나선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만 5천개가 넘는 부흐하임에서 미텐메츠는 책에 둘러싸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먹물 포도주를 마실까 삼류소설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영감이라는 바닐라 밀크 커피를 선택해 마시고, 영감에는 시인의 유혹이라는 단 과자를 같이 먹으며 책을 읽는다. 어느 날 미텐메츠는 수수께끼의 원고를 들고 찾아간
책벌레가 되어라, 그 안에 꿈이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