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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1903년 일본 유학을 떠나는 중국 청년이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왜 일본이 불로장생의 영약이 있는 신산(神山)이었을까? 1895년 청일전쟁 패전으로 중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쓰나미의 충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본을 배워 일본을 이기고 말리라!’ 이런 그들의 각오와 청나라를 회유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19세기 말부터 일본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중화사상에 젖어 있는 엘리트 청년들이 유학 생활에 연착륙했을 리 없다. 중국인을 업신여기는 태도에 분개해 자살한 유학생이 있는가 하면, 1903년 오사카 박람회에서 주최쪽이 인도, 중국, 조선, 자바, 오키나와, 아이누인의 풍속을 전시하려는 것을 알고 항의하여 계획을 철회시킨 유학생들도 있었다. 수치심, 자존심, 사명감, 애국심, 일본에 대한 경계심, 이런 것들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이었다.
문화적 차이는 또 어떤가? 침대없는 다다미방, 국 한 그릇, 밥 한 공기에 채소 반찬만 나오
중국인 일본유학 1세대의 ‘청춘 군상’, <신산을 찾아 동쪽으로 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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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시나리오 작가가 적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정도의 일이다. 1980년대 만화방 만화에 대량 생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작화와 스토리의 분업이 시도됐고, 유명한 만화방 히트작에는 이름 모를 시나리오 작가가 숨어 있었다. 그들은 90년대가 되어 김세영, 야설록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표기하기 시작했고, 야설록처럼 시나리오 작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역전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는 만화에 있어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만화의 완성도에 있어 시나리오가 차지하는 부분은 30% 정도라고 보면 된다(어느 유명 작가의 인터뷰에서 본 내용이다). 그렇게 시나리오는 만화의 한 부분으로만 조립되어 있었다. 궁극적으로 이야기 만화에서 독자들에게 공명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등장인물의 감정을 감염시키는 것이, 한회 한회 독자를 붙들어놓아야 하는 서스펜스를 구조화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힘’이라는 사실은 무
시나리오의 힘, 윤인완의 프로젝트 단편집 <데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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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모든 나라에는 저마다의 ‘청춘 상경기’가 있나보다. 한국에서는 순진무구한 갑순이가 첫사랑 갑돌이를 찾아 서울역에 내리면, 아저씨 을이 보따리를 훔쳐가고 이어 아저씨 병이 나타나 성매매 업종에 취업시켜버린다. 일본에서는 꿈 많은 소년 이치로가 도쿄 우에노 역에 내리면 되바라진 소녀 마루꼬가 가방을 훔쳐가고, 이치로는 자동차 정비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폭주족의 바이크에 매달린 마루꼬를 발견한 뒤 그 역시 모터바이크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CB感. Reborn>(학산문화사 펴냄)은 바로 이 일본판 청춘 상경기를 미래로 옮겨간 작품이다.
서기 2XX4년. 열다섯살의 소년 쥰은 지구에서 가장 먼 콜로니, 달리 말하면 우주 촌구석인 야마타이에서 대학 입시 학원을 다니기 위해 지구로 유학을 온다. 그가 찾아가는 곳은 형이 살고 있는 도쿄로, 고향에 비하면 엄청난 도회지이지만 지구에서는 집값 싼 변두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미 지구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통일된 정치 체제로
미래의 지구, 일본판 청춘 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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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피조물인 쥐와 만물의 영장인 인간, 두 생물의 아주 오래된 공존의 역사.’ 이 긴 부제목을 다시 부연하면 ‘뉴욕에서 인간과 시궁쥐가 벌인 갈등과 공생의 역사’가 된다. 저자는 야간투시경을 쓰고 맨해튼 뒷골목을 뒤지며 ‘라투스 노르베기쿠스’라는 학명을 지닌 시궁쥐를 관찰했다. 뉴욕 시궁쥐들은 꼬리까지 포함 50cm가 넘는 것도 있고 고양이까지 잡아먹는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온 국민이 쥐약 놓는 날까지 있었던 게 언제였더라? 쥐잡기 캠페인, 쥐잡기 포스터까지 등장했었다. 그러나 독약이나 덫 같은 퇴치법은 살아남은 쥐들의 생존 환경만 호전시켜 더욱 크고 강한 쥐를 득세시킨다. 쥐들의 생존 환경에 압박을 가하는 것, 그래서 먹을 게 없어진 쥐들이 서로 잡아먹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하는 게 지름길이다. 시궁쥐는 영국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고, 엄청난 번식력으로 곰쥐를 몰아낸 뒤 1926년쯤 북미 대륙을 장악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
쥐구멍에서 발견한 인간의 역사, <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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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월13일은 고종 황제의 허가를 받아 하와이의 농장으로 이민을 떠난 한인들이 하와이에 도착한 날이다. 어느새 10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많을 때는 연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지금도 매년 5천명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데릭 커크 김은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 청년. 그가 그린 만화는 그의 정체성답게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아시안 청년의 일상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표제작이자 가장 긴 장편인 <다르면서 같은>은 국내 만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우디 앨런식 말장난 개그’다. 윌 아이스너가 자신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말풍선의 고리를 타고 화자를 넘나드는 연출은 흥미롭게 두 화자의 대화를 재현했다. 단순해 보이는 연출이지만, 만화에서 ‘말풍선’이라는 새로운 발명이 얼마나 상황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했는지를 금방 증명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다르면서 같은>(same difference)이라는 제목
두 아시안 청년의 성장과 변화, 데릭 커크 김 <다르면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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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옷가지나 향기로운 요리에 홀릴 때처럼, 참을 수 없는 소유욕을 발동시키는 책들이 있다. 번역 소식이 들려온 지 약 4년 만에 한국어판이 출간된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도 그렇다. 영화 탄생 100주년에 즈음한 199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이 책은 방대하고 미덥다. 영화사에 대한 균형 있는- 논쟁을 거쳐 어느 정도 공인된- 지식과 신중한 견해들을 연대와 지역 순서로 정리한 서랍을 연상하면 비슷하다. “이 책만 독파하면 영화사는 완전 정복”이라는 무모한 야심으로 장만할 법한 책이지만,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의 실제 쓰임새는 1만개에 달하는 필요한 항목을 그때그때 뒤적이는 참고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식 검색용 사전식 구성 대신 ‘스토리텔링’을 고집한다. 영화사의 기술적 발명, 산업과 제도, 장르와 작가가 어떻게 등장하고 진화하고 때로 도태되었는지, 여러 장의 흐름을 연결해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80명의 필진
미학을 넘어 테크놀로지까지 영화사 총망라,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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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거대한 농담 같은 소설이다. 파렴치에 가까운 상상력을 가진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는 구두가게가 너무 많아 파산한 행성이 있고, 살아남은 몇몇 주민들은 다시는 신발을 신고 싶지 않아서 새가 되었다는 따위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이것을 SF라고 부를 수나 있는 걸까? 그러나 <은하수를…>은 이상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우주를 지배하는 존재와 빅뱅과 지구의 탄생이 술 한잔 안줏거리로 전락하는 쾌감. 그러니까 인간이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그 사실이 서글프다기보다 재미있기만 하다.
아서 덴트는 지구가 초공간 우회로 건설 때문에 파괴되기 몇분 전 친구 포드 프리펙터와 함께 지나가던 우주선에 올라탄다. 포드는 <은하수를…>의 조사원이었지만, 우주선이 지나가지 않아, 산간벽지 지구에서 15년 동안 살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무렵 은하계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는 그가 데려온 지구인 여자 트릴리언과 함께 최신
거대한 농담같은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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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아키하바라는 서울의 용산 전자상가와도 자주 비교되곤 하는 ‘전자 제품의 천국’이다. 세계 최첨단의 제품들이 늘어서 있는 화려한 빌딩들을 돌아다니다보면, 누구든 그 이름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상가들 사이의 좁은 골목과 대형 빌딩의 어지러운 계단을 헤집고 들어가다보면,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이 떠오른다. 오타쿠의 파라다이스. 그렇다. 이곳은 지구라는 행성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마니아들의 예루살렘인 것이다.
동인지 계열의 미소년 캐릭터 소타군은 명랑 쾌활하고 인덕도 좋은 고등학생이다. 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예쁜 여자친구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모두로부터 숨겨야 할 비밀이 있다. 그것은 그가 초등학생용 애니메이션 캐릭터 ‘빠삐코’에 대한 애호의 감정을 숭배의 수준으로 간직하고 있는 제대로 된 오타쿠라는 사실이다. 아키하바라 전철역에 내리기만 해도 행복감에 빠져드는 소년, 그러나 ‘오타쿠 왕국’이라는 수상한 가게에 들어
미소년 오타쿠의 왕국, <소타군의 아키하바라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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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프랑스나 미국의 서점에 일본 만화가 그득하다. 일본 만화는 프랑스나 미국 만화의 고유한 출간 형태를 무시하고 일본식으로 출간되어 새로운 서가에 꼽힌다. 인기작들은 몇달의 시차로 소개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서구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다니구치 지로다. 우리에게는 낯선 다니구치 지로는 가장 문학적인 만화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은 2권이다. 시공사의 <K>, 샘터사의 <열네살>. <K>는 절판되었고, <열네살>은 2004년에 출간되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다니구치 지로의 책은 작은 판형에 수십권씩 이어지는 시리즈가 아니라 넉넉한 크기에 한두권으로 끝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산악 만화인 <K>를 제외하면 <열네살>이나 이번에 출간될 <아버지>(애니북스 펴냄)나 모두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는 일본의 30∼40대가 어느 날 자신을 되
영혼을 움직이는 꽉 찬 만화, 다니구치 지로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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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영웅과 구직활동, 살인병기와 코알라, 필사의 대결과 BGM, 기억조작과 녹차밭…. 이들의 공통점은? 눈을 열개쯤 뜨고 보아도 서로의 공통점이라곤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공통점이겠지. 그렇지만 SF판타지만화의 한 외곽에는 이러한 모든 것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우주경찰이 일급범죄자를 쫓아다니고 지옥 너머의 괴수가 소환되는 긴박한 상황이지만, 그 열혈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구차한 일상의 냄새들이다. <니아 언더 세븐> <아시아라이 저택의 주민들>의 우주물질 나노 청국장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경제 불황 속에 취업 전선에 나섰다가 낙오된 20살 청년 스즈오는 길거리에서 만난 소녀 우주인으로부터 변신 벨트의 모니터 요원이 되기를 요청받는다. 단지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한 벨트.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은하연방 경찰의 신형 장비 후보인 ‘특수 범용 파워드 슈트 돗코이다’
황당하고 일상적인 나노 청국장의 맛,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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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만들 때였다. 한겨울에 제작비가 없어 중단되었던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촬영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산등성이를 넘으면서 갑자기 눈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만희 감독은 대사 한마디를 넣었다. “이 전쟁터에도 봄이 왔구나.” 195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우리 영화의 대표적인 편집기사였던 김희수의 증언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출간한 두권의 책 <한국영화를 말한다: 1950년대 한국영화>와 <한국영화사 공부: 1960-1979>는 한국영화사 연구에 봄을 왔음을 알리고 있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은 변하고 있다. 자료원 로고도 변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변신했고, 매달 그저 의무적으로 상영되던 영화들도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선”으로 탈바꿈하여 좀더 다양한 테마전과 기록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지난해부터 자료원 내부에 “연구팀”이 신설된 것이다. 이 두권의
한국영화사 재구성, <한국영화를 말한다: 1950년대 한국영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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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구조조정이라는 지진 해일급 풍랑에 폐간되고 만 월간지 <오후>를 사서 제일 먼저 찾아 읽는 만화가 있었다. 달랑 4칸으로 이루어진 만화 몇편이지만 4칸이 주는 엑기스의 재미를 주는 만화였다. 말랑말랑한 ‘떡’들이 주인공으로 여러 해프닝을 전달한 만화. 석동연의 <말랑말랑>이 바로 그 문제의 작품이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떡’의 캐릭터화를 통해 그 캐릭터에 걸맞은, 예를 들어 꿀떡이 흘리는 콧물이 꿀이고, 시루떡은 부슬부슬 고물이 떨어지며,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이지만 네모공주인 백설기 공주, 미끈하게 빠진 외모의 아이돌 스타 가래떡 군이라는 설정과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그 빈 틈바구니에서 튀어나와 만화가 되어버린, 그래서 만화의 빛나는 상상력을 보여주는 <말랑말랑>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작가 석동연은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한 만화전공 1세대 작가. 1998년 <우리는 만화과>로 데뷔하여
4칸으로 완성된 떡들의 세계, 석동연의 <말랑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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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바셀미의 <백설공주>는 그림 형제가 음침하게 묘사한 슈바르츠발트의 컴컴한 숲속 대신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바셀미의 백설공주는 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했고 따분하고 산문적인 현실에 진저리를 치는 지식인이고 백설공주와 함께 사는 일곱 난쟁이들은 빌딩 유리창을 닦고 이유식을 만들어 파는 왜소하고 건조한 현실주의자들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백설공주를 갈망하는 포고, 못된 새엄마 역의 제인, 백설공주를 구해주는 왕자여야 마땅하지만 야심도 희망도 없는 폴은 모두 그림 동화의 고전적인 세계 대신 1960대 미국 현대사회에 속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기계적으로 이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내려는 원작의 그림자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통제력을 잃는다.
최근에 유행하는 ‘정치적으로 공정한 동화책’류의 패러디 동화를 기대하고 바셀미의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것이다. 적어도 그런 책들처럼 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아니다. 바셀미의 <백설공주&g
해체적 시각으로 백설공주를 재구성하라, <백설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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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편의점, 2층은 노래방, 3층은 탁구장인 어느 빌딩. 지나치게 번화하지도, 그렇다고 한산하지도 않은, 도시 외곽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무대다. 주인이 젊은 야쿠자라는 사실도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다든지, 노래방에서 낯뜨거운 짓을 벌인다든지, 쓸데없이 이 구역을 침범하려고 어슬렁거린다든지 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그때는 3층의 썰렁한 탁구장 창밖으로 가당치도 않은 말이 들려온다. “모든 트러블은 볼과 라켓으로 결정한다.”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도시의 탁구 무협 드라마. 불을 뿜는 스매싱, 살을 잘라내는 커트, 간교한 이질 러버의 서비스, 돌연 판을 엎어버리는 난동… 같은 것들을 기대할 법한 시작이지만, 다시 한번 만화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더이상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말해두자. 이 만화는 탁구를 살짜쿵 매개로 한 청춘물, 혹은 조금 비껴 친 로맨스코미디다.
남학생 히로미는 1년 전 사소한 도둑질로 붙잡힌
탁구를 매개로 한 청춘물, 이누가미 스쿠네의 <러버즈 세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