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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무슨 일이건 매사를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무슨 일이건 매사를 긍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녀가 만났다. 세상에 절망한 남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가지에 목을 매지만 소녀는 그를 끌어내리며 “키를 쭉 늘이려는 거였죠?”라고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도산하고 빚더미에 올랐을 때 그처럼 “키를 늘이려”했다며.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각자의 절망/낙관의 안드로메다에 사는 주인공들이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이름의 학교 선생이고, 소녀는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후우라 카후카였다. <안녕, 절망선생>은 그런 엉뚱한 인물들이 제각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담임 선생이 절망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진로 희망 조사는 진로 ‘절망’ 조사로 둔갑한다. 될 리 없는 것을 쓰는 식이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실력을 충분하지 않은
절망과 낙관의 안드로메다에서, <안녕! 절망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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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테이션>의 찰리 카우프먼은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시나리오가 써지지 않아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영혼을 쥐어짜며 집필에 몰두하는 찰리와 달리 동생 도널드는 ‘성공을 보장하는 시나리오 쓰기’ 따위의 세미나에 관심을 갖는다. 찰리는 코웃음을 치며 잘라 말한다. “글을 쓰는 법을 어떻게 가르치겠어. 시나리오는 뭔가를 창조하는 예술이야. 교과서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고.”
<시나리오 마스터>를 쓴 데이비드 하워드는, 찰리의 외침을 반만 믿는다. 교과서대로 따라한다고 꼭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교과서를 따르면 최소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오류는 피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시나리오 가이드>(1999, 한겨레출판)로 시나리오 쓰기의 기본기를 알려줬던 데이비드 하워드는 이 책에서 드디어 심화학습에 들어간다. ‘필름 스토리텔링의 건축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책답게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리듯 시나리오를 축조해나가는 기술을
교과서대로 따라해도 될까? <시나리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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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마녀>는 독자를 공감각적 경험으로 몰아넣는 단편만화들을 묶은 책이다. 그 체험은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이루어진다. 작화에 볼펜을 사용했다는 <마녀>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게 꿈틀거린다. 글을 읽는다고 해서 머리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악몽처럼 읽는 이를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진다. <마녀>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소개되는 책으로, 2004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한국판에는 일본판에서 빠진 컬러 일러스트 페이지가 실려 있다. <마녀>는 오컬트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기이한 존재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복수를 원하는 마녀 니콜라와 그녀 앞에 나타난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스핀들>, 파괴자들에 맞서 숲을 지키고자 했던 인간과 정령들의 이야기 <쿠아루푸>. <페트라 게니탈릭스>는 우주에서
깨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악몽,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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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TV에서는 한때 최절정 인기를 구가했던, 지금은 잊혀진 스타들의 근황을 보여주곤 한다. ‘미달이’라는, 소녀에게는 다소 가혹했던 극중 이름으로 유명했던 아역배우는 유명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시청자의 열광은 채널 돌리는 일처럼 금세 사그라들고 TV가 꺼진 뒤에도 삶은 계속되지만, 인기의 거품이 꺼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현실을 어린 스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19살의 나이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와타야 리사의 <꿈을 주다>는 그런 어린 소녀 스타의 삶을 그린다.
갓난아이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유코는 유치원에 다니던 때 광고 모델로 발탁된 뒤 내내 승승장구한다. 아버지에게 숨겨놓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된 뒤, 유코에게 연예계 생활은 차라리 도피처에 가까웠다. 그렇게 연예계 생활이 길어지자 온과 오프의 구분도 사라졌다. 10년 넘게 해 온 치즈 광고와 사
지금은 잊혀진 아이돌을 위하여, <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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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은 지구인들의 기억을 지배하는 종족이다. 로버트 카파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무어 등과 함께 설립한 보도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은 지난 60년간 전세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빠른 손길로 문명의 발전과 퇴행, 탄생과 소멸을 담아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르망디상륙작전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으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얼굴은 라구 라이의 사진으로, 일본 미나마타병의 참상은 유진 스미스의 사진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그처럼 지구의 근대사를 민첩하게 담아온 매그넘의 사진들로 20세기를 정리한 사진집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의 상징적인 사건과 인물의 초상을 보여주는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어쩌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매그넘이 다시 앞으로의 60년 동안 보도사진계의 최강집단으로 군림하기 위한 포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시대를 기록한다는 개념에 충실한 책의 구성은 나름의
<현장에서 만난 20th C> 카메라로 기록한 지구의 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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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소설은 왜 쓸까? 진실로, 왜!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도리스 레싱은 <황금 노트북>이 최초 출간된 지 약 십년 뒤인 1971년에 서문을 추가한 <황금 노트북> 판본에서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소설에 쏟아진 수많은 말에 대한 답변인 그 글에서 레싱은 사회가 겪고 있는 대변동 속에서 여성 해방이 얼마나 달성하기 힘든 목표인가에 대해 말한다. 안나 울프라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안나가 쓰는 이야기를 담은 <황금 노트북>은 안나와 안나를 둘러싼 세상의 균열을 의식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황금 노트북>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바라보는, 그리고 기록하는 한 여자의 의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안나는 꽤 성공한 작가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그녀가 친구 몰리와 한 방에 있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하는데,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
여자로 살아가는 것, <황금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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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당한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라고 불렸던 그녀, 아테나의 죽음 뒤, 한 사람이 그녀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만나 그녀에 대한 증언을 받는다. 아테나는 셰린 칼릴이었고, 루마니아 집시의 딸이었고, 레바논 사업가의 양녀였고,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고, 한 남자의 아내였고, 한 아이의 어머니였고… 마녀라고 불렸다. 완전하고 끝없는 쾌락을 모색하는 길에서 자기 존재의 근거를 찾는 인물, 마녀.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아테나의 죽음 뒤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의 증언으로 그녀의 삶을 재구성한다. 하지만 아테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녀의 삶은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방황하고 사랑하는 일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고아였다가, 독실한 믿음을 가졌던 성당에서 영성체를 모실 수 없는 이혼녀가 되었다가, 가난을 딛고 부유한 사업가가 되었다가, 마침내는 영적 지도자로 거듭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과 지
마녀 혹은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 <포르토벨로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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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펴냄
가을은 책을 읽기에 최악의 계절이다.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고, 집에서는 WOW를 할 수 있으며, 정 할 일이 없으면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운 계절이니. 하지만 올 가을만큼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멋진 한국 소설들이 최근 연달아 서점에 등장했다. 그중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서로 꽤나 닮지 않은 소설들이다. 전자는 89학번인 화자 ‘나’를 통해 그의 세대를 여러 개인사를 통해 복원한다. 후자는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그러니까 마리사와 토마스, 그리고 존이 등장하는 다소 이색적인 소설들을 ‘지금, 여기’를 그리는 소설들과 함께 묶어낸 소설집이다.
최근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화자
외로운 가을엔 유쾌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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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멀비가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라는 유명한 논문을 <스크린>이란 잡지에 발표한 것은 1975년의 일이었다. 이로부터 거의 3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멀비라고 하면 우선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읽히고 있는 그 논문부터 자동적으로 떠올린다. 비록 그동안 멀비가 그 논문으로 계속 돌아와 수정하고 확장하는 작업을 했지만 한편으론 이것 또한 부당한 일로 여겨진다. <1초에 24번의 죽음>이란 멀비의 최근 저서는 이런 생각부터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굳이 ‘남성적 응시’에 대한 가혹한 이론 안에만 갇혀져 있지 않은 멀비, 그러면서 도발의 목소리보다는 성찰의 목소리를 내는 멀비를 보게 된다.
<1초에 24번의 죽음>이란 책은 우선 그 흥미진진한 제목부터 눈길이 가게 한다. 이것은 시네필이라면 대략 짐작하겠지만 장 뤽 고다르의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작은 병정>(1960)에서 고다르는 ‘영화란
지금,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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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괴소소설> <독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바움 펴냄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작가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나오키상을 받은 <용의자 X의 헌신>, 영화화된 <비밀> <호숫가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한국에서 영화화가 진행 중인 <백야행> 등 어느 것 하나를 대표작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지닌 장점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성실함과 진지함.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블랙유머 단편집 3권을 처음 봤을 때, ‘설마 히가시노 게이고가 웃길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변함없이 진지하다, 그래서 웃긴다.
<흑소소설>은 ‘쓴웃음 소설’을 모은 단편집이다. 유명한 문학상을 둘러싼 작가와 편집자의 동상이몽은 상의 종류가 많아 수많은 신인 작가가 태어나고 또 잊혀지는 일본의 문단 현실을 풍자한다. 이 이야
소시민의 뇌를 강타하는 괴이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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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아르테 펴냄
학력 위조를 해서라도 똑똑해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달리, 어떻게든 지성을 숨기려는 한 여자가 있다. 54살의 못생긴 과부인 르네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에서 수위로 일한다. 르네는 학교는 가보지도 못했고 항상 가난하게 살아왔지만 사실 문화귀족이다. 그녀는 오즈 야스지로와 톨스토이를 사랑면서도 그 사실을 한번도 남에게 알린 적이 없다. 부유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나이들고 못 배운, TV나 보는 관리인 여자라고 낙인찍힌 채 혼자만의 낙원을 즐기는 게 그녀의 낙이다. 겉보기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고슴도치처럼.
‘30주 연속 프랑스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지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파트 관리인 르네와 그 아파트에 사는 열두살 소녀 팔로마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두 사람은 꽤 흡사하다. 팔로마
바보 가면을 쓴 지성인들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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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리셋> 쓰쓰이 테쓰야 지음/ 학산문화사 펴냄
“당신의 인생은 실패했습니다, 리셋하십시오.” 실패했다고 리셋하는 건 게임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쓰쓰이 데쓰야의 만화 <리셋>에는 실제 상황에서 눈앞에 그런 문구를 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플레이어 자신이 죽는 것뿐이다. 하지만 게임을 벗어난 실제상황에서 죽는다면 결론은 리셋 불가, 오직 죽음뿐이다. <리셋>은 게임에 빠져 살다 자살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연속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린다.
쓰쓰이 테쓰야의 <맨홀> 1, 2, 3권과 <리셋>이 박스 세트로 함께 출간되었다. ‘테츠야 츠츠이 공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나왔지만 이토 준지풍의 만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특별히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림체가 주는 잔혹함보다는 쓰레기만도 못한 최악의 인간을 보는 공포쪽이 훨씬 강렬하다.
<맨홀>은 벌거벗은
인간쓰레기 폐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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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하진 지음 | 시공사 펴냄
만약 사랑과 마음의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하진의 <기다림>은 20년 가까이 선택을 피하고 기다림을 택했던 남자 쿵린과 그의 두 여자들 이야기다.
1983년 중국. 육군병원에서 내과의로 일하는 쿵린은 해마다 여름이면 이혼 청원서를 들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딸을 낳은 뒤 17년간 사실상 별거하고 있는 아내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서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떠밀리듯 한 결혼이었는데, 수위는 시대에 맞지 않게 전족을 한 박색이었다. 린이 이혼을 원한 이유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린은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간호사 만나와 오랫동안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20대 중반이던 만나는 린의 이혼을 기다리다 40대가 되었다. 그래서 린은 여름이면 고향으로 가 아내에게 이혼을 청한다. 수위는 이혼에 동의하지만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고 마음을 돌린다. 린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병수발을 끔
기다림에 대한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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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대니얼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 북하우스 펴냄
전혀 몰랐던 아이슬란드 언어를 4일 만에 습득해 아이슬란드의 TV토크쇼에 출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행복할까. 5시간9분 동안 한번의 실수도 없이 파이(원주율)의 소수점 이하 숫자 2만2514개를 암송할 수 있다면 명예로울까. 대니얼 타멧은 10개 언어를 구사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 줄 알며, 만나자마자 당신의 60살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 계산해낼 줄 아는 ‘브레인맨’이다. 그렇지만 신은 그에게 처음부터 행복과 명예를 안겨주지 않았다. 타멧은 고기능 자폐서번트다. 아스퍼거 장애를 갖고 태어났고, 네살 때 심한 간질 발작을 일으킨 뇌기능 장애를 갖고 있다.
<레인맨>이나 <말아톤>에서 보여주듯,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한 자폐증은 철의 장막을 두른 인격을 선사받았다. “말을 할 때면 거의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고, 눈을 맞춰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자폐의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