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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었다, 당신>은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라는 수사가 어울리는 책이지만, 비교적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충격의 강약을 조절하는 치밀하고 계산적인 면도 엿보인다. 사람이 늙으면 모래로 풍화한다는 단편 <이윽고 광원이 없는 맑는 난반사의 표면에서……/TSUNAMI를 위한 32점의 그림 없는 삽화>는 각 페이지 하단에 별도의 시구가 따르는데, 해변을 묘사한 문장들은 모래알을 이야기하는 본편과 아스라한 연결점을 만든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2007년 “변화하는 시대에 소설만이 언제까지나 2세기 이전 스타일을 좇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보수적인 독자와의 작별을 고한 바 있다. 표기된 순서에 따라 책장을 뒤적여야 하는 <어머니와 아들>, 활자로 그림을 그린 <여자의 방>, 한줄 소설 <거울> 등은 그런 맥락에서 독선적이면서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페캉에서>라는 사소설격 중편을 통해서 그의 작품
독특한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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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로렌 아이슬리의 자서전.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은 마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에세이 같다. 개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면서 극적 과장을 더하는 방식의 현대적 자서전이 아니라, 로렌 아이슬리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의 근원을 더듬어가는 산문집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 때문에 어디서 흘러온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자서전이란 늘 폐허를 갖고 짓는 거지만, 고고학자라면 누구나 알 듯, 그 모든 방을 발굴하거나, 묻혀진 길들을 따라가거나, 보물을 찾아 그 모든 저수지를 파볼 방법은 결코 없다. 우리는 그곳에 살던 이가 누구든 그에게 그 폐허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 노력하고, 운이 좋으면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갈 길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자신이 고고학자였던 아이슬리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 있기까지 존재했고 의미있었던 폐허들에 이름을 붙이
시인의 재능을 지닌 과학자-어떤 생의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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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주 작은 균열만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 냉정한 법칙은 일제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만철(만주철도공사) 측량기사 김해연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독립이니 해방이니 하는 말들”보다는 “총독부냐, 만철이냐, 광산이냐 하는 진로문제”가 더 중요했던 청년을 무너뜨린 건 연인 이정희의 자살이다. 여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책을 많이 좋아하던, 누구보다 정숙한 여성이었던(인 줄 알았던) 그녀가 실제로는 열혈 공산주의자이자 중국공산당의 프락치로 활동했던 안나 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김해연의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밤은 노래한다>는 1930년대 초 간도의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500여명의 공산주의자들이 동지를 일제의 간첩으로 몰아 죽고 죽였던 이 드라마틱한 사건을 뒤로한 채 작가 김연수는 의도하지 않게 역사에 휘말린 한 남자의 궤적을 좇는다. 전작을 통해서도 사건보다 개개인의 내면을 비중있게 조명해온 김연수이기에 이러한 접근 방
도저히 알 수 없는, 너무나 알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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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과 전란이 난무하던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그 유명한 ‘호접지몽’을 남겼다. 사람들은 물아일체의 철학을 호들갑 떨며 칭송했으나, 정작 그 자신은 외면하고픈 잔인한 현실을 ‘나’를 버리면서까지 회피하고 싶었음이리라. 아사노 이니오의 <니지가하라 홀로그래프>는 그런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모티브를 딴 무섭도록 음울한 묵시록이다. ‘무지개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작은 마을 니지가하라. 등장인물들은 특별히 모난 데 없고, 튀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지메와 착취와 강간과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진다. 11년 동안 이지메를 당했던 소년은 자라서 살인을 하고, 이지메를 했던 소년은 자라서 경찰이 되고, 그들을 가르치던 선생은 착취를 일삼는 악덕고용주가 된다. 얽히고설킨 인과관계에서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는 없다. 누구나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이상한 세상. 하지만 그 이상한 세계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진
누구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진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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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황홀>은 눈에 보이는 것들의 탄생과 변주를 이야기하는, 시각문화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19세기 중반 철도의 발전으로 차창에 보이던 풍경이 달라진 것에 대해 빅토르 위고가 남긴 문장 때문이었다. “밭 언저리에 핀 꽃은 이미 꽃이 아니라 색채의 반점, 아니 오히려 빨갛고 하얀 띠일 뿐입니다. (중략) 마을도 교회의 탑도 나무들도 춤을 추면서 미친 듯이 곧장 지평선으로 녹아듭니다.” 그러니까 <눈의 황홀>의 출발점은 색이나 모양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분류와 측정, 구분과 같이 두뇌 학습을 거쳐 체화된 눈의 기능인 셈이다. 1장에서 말하는 ‘쌍’의 관념은, 선악과 미추를 나누는 종교에서의 이분법을 예로 들어 우리가 쉽게 짝으로 묶는 것들의 개념적 진화를 이야기한다. 죄수나 하인에게 입히던 복장의 줄무늬가 국기에까지 사용되는 것처럼 기존 이미지에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의미가 담겨져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하는 것을 흥미롭게
눈을 현혹하는 황홀경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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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야말로 커피가 대세다. 하지만 멜라민 파동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뒤흔드는 상황이니, 제아무리 자판기 커피를 사모하는 이라도 일회용잔에 담긴 따끈한 다갈색 액체와는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을 터. <커피홀릭’s 노트>는 커피의 세계에 막 입문하려는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서적이다. ‘커피홀릭’보다는 ‘노트’에 더 힘이 실린, 커피, 특히 원두커피로 잡다하게 놀아본 이의 체험기랄까. 호기심 만점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munge가 글을 쓰고 삽입된 일러스트까지 직접 완성했다. 시작부터 70여 페이지까지는 ‘커피홀릭’s diary’라는 제목 아래 커피와 관련된 가벼운 읽을거리가, 나머지 페이지에는 조금 더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커피홀릭’s manual’이 핸드드립편, 모카포트편으로 나뉘어 실렸다.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만큼 드리퍼며, 필터며, 모카포트며 원두커피 만들기에 필요한 도구들을 소개하면서 그 이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드리퍼 없이 커피 내리는
커피의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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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석의 <좀비의 시간>은 좀비만화다. 좀비영화와 비교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새벽의 저주>보다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쪽에 가깝다. 좀비는 인간을 공격하니 필연적으로 공포물의 분위기를 짙게 풍기지만 그럼에도 수없이 낄낄대게 된다는 뜻이다.
2007년 5월17일. 가족여행을 떠난 준수는 좀비에게 물린다. 바로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잠복기를 거치게 되어 있으므로, 준수는 아직까지 인간의 모습 그대로지만 가족은 물론 세상은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감염자 전원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경찰인 준수의 아버지는 아들을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다. 준수는 그 와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게 되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주를 시작한다. <좀비의 시간>은 소중한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서야 삶에 눈을 뜨는 사람들의 모험담이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시큰둥한 삶에도 사실은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그 무엇이 존재
엽기 좀비의 좌충우돌 모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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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남자가 있다. 세헤라자데의 운명을 타고난 이 남자는 72살의 노작가 오거스트 브릴이며, 그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자 역시 오거스트 브릴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여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며 이름을 떨친 인생이었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이혼한 딸과 남자친구를 이라크 전쟁으로 잃은 손녀딸, 그리고 자동차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어 온전치 못한 육신뿐이다. 매일 밤 죽음의 충동을 이겨내며 노작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오늘의 주인공은 오언 브릭이라는 스물아홉살의 젊은이로, 작가에 의해 미국 내전의 한복판으로 내몰린 그는 전쟁의 주범인 한 남자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그 남자가 누구냐고? 오거스트 브릴이다. 결국 <어둠 속의 남자>는 한 남자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과정이며, 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쏟아지는 생각 속에서 남자가 감추어놓은 진짜 트라우마를 발견하는 데에 있다. 현실과 비현실을 자
삶에 눈뜬 노장의 마술 같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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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근교에 사는 루카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 남들과의 소통이 서투른 소녀.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수족관에서 깊은 바닷속에서 듀공의 손에 자랐다는 신비의 두 소년(우미와 소라)을 만난다. 한편 전세계의 수족관에서는 원인 모를 물고기들의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사라진 물고기들의 공통점은 모두 몸에 흰 점박이 무늬가 있는 종이라는 것. 연이어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거대한 심해어들이 해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루카는 두 소년과 함께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바다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도입부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긴 했지만 <해수(海獸)의 아이>는 “줄거리가 이러이러하다”라고 쉽게 단언할 수 없는 작품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몽환적이기만 한 해양판타지로, 어떤 이에게는 인류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느껴질 수 있는 이 만화는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열린 만화다.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이렇듯 ‘쉽사리 언어로 정의내리
최고의 작화력이 창조한 매력적인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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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11일. 칠레의 봄은 졌다. 국민선거로 이룩한 칠레의 민주사회주의 실험은 CIA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짓밟혀 사라졌다. ‘대통령 동지’ 아옌데는 기관총을 들고 대통령궁을 사수하다 총에 맞아 죽음으로써 칠레 혁명의 아이콘이 됐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또 한명의 아이콘이 있다. 노래를 통한 사회의 변혁을 주창했던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의 기수, 칠레 민중가요의 아버지인 빅토르 하라다. <씨네21> 독자라면 영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에 등장한 빅토르 하라의 재연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잡아들인 시민들로 가득한 스타디움. 한 젊은이가 일어나서 민중가요 <벤세레모스>를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 그는 곧 끌려나가 기타 치고 장단 맞추던 손과 팔이 뭉개진 채 총살당했다. 저자 조안 하라는 남편의 시체를 뒤로하고 칠레를 탈출한 뒤 1983년에 <
2008년! 그와 함께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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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 한 남자가 메마른 눈빛으로 공터를 응시하고 있다. “가슴에 구멍이 났다”고 말하는 이 남자에게 구원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소설은 또 한명의 남자를 조명한다. 경찰청 수뇌부에서도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는 사에키 경시는 유아 실종사건을 맡아 고군분투한다. <통곡>이 유괴 살인사건에 대한 소설이란 점을 상기하면 전자는 유력한 살인범, 후자는 그를 뒤쫓는 추적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 두 인물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 발자국씩 앞으로 전진한다. 용의자가 신흥 종교에 빠져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추적자가 경찰 간부인 아내와 별거하며 르포라이터 출신 애인과 사랑을 나눌 때까지, 평행선을 그리던 두 인물의 삶은 만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통곡>은 소설 내내 억눌러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데, 그 파장이 꽤 크다. 이 소설은 트루먼 카포티의 문체로 서술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물 같다. 다시 말해
건조하게 조여드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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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영화화해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존 어빙처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의 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라세 할스트롬의 <사이더 하우스>의 원작인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는 낙태가 불법이던 시대에 낙태를 전문으로 했던 의사와 그의 고아원이 키워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사람이라도 책과 사랑에 빠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테고,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책 첫장을 펴면서 밤새 읽을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의사 윌버 라치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주님의 일’의 기술자인 동시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어머니들을 구제하는 ‘악마의 일’을 마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하는 고아원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고 가는 여자들과 아이를 지우려는 여자들의 유일한 피난처로, 몇번이고 파양되어 고아원에 돌아온 호머 웰즈는 라치의 아들 같은 존재로 자란다. 웰즈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모든 기술을 전수받지만 낙태에는 반대한다. 웰즈는 낙태를 위해 찾아
선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드는 존 어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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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만화를 보기 전 절대 식사를 하지 마시오! 경고문을 보고 <차이니즈 봉봉클럽>이 구토를 유발할 만큼 엽기적이고 잔인한 만화라고 오해를 할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만화를 보기 전 식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이 만화를 보고 또 식욕이 동해 과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아무리 포만감에 가득 차 만화를 보더라도 책장을 덮는 순간 강렬한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무시무시한 음식만화다.
편의점 삼각김밥에서조차 맛의 ‘오의’를 찾는 식도락 여고생 은영은 우연한 기회에 ‘차이니즈 봉봉클럽’이라는 정체불명의 서클에 가입한다. 이 서클은 전국 273개 초중고등학교에 지부를 갖고 있으며 전국의 유명한 중국집을 찾아 식도락을 즐기는 비밀클럽이다. 은영이 가입한 청송고등학교의 클럽 멤버들은 자장면 비빌 때 나는 소리에 황홀경을 느낄 정도로 진정한 중화요리 마니아들. 덮밥류의 전문가이며 초밥왕 쇼타를 똑 닮은 쇼타, 밀가루 음식의 전문가이
넌 이미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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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놓기가 정말 힘든 책이다. 468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도, 법정스릴러다운 차가운 속도감에, 결함이 많아 인간적인 캐릭터, 빈 곳 없이 채워진 꼼꼼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주인공 마이클 할러는 정의와 도덕은 다르며, 죄의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수임료 지불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력 15년의 닳고 닳은 형사변호사다. 사무실처럼 쓰는 링컨 리무진 뒷좌석에서 여느 때와 같이 시간을 보내던 그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줄기차게 돈을 댈 수 있는 이른바 ‘대박 고객’을 만난다. 의뢰인 루이스 룰레는 강간 미수, 신체 상해로 기소됐는데 할러는 룰레를 만나는 순간 그가 기다려온 무고한 의뢰인일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변호를 준비하는 동안, 2년 전 의뢰인의 무죄 주장에도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받자고 유도한 지저스 사건과 룰레의 사건에서 유사함을 발견하고 두 사건의 진짜 범인은 룰레임을 깨닫는다. 심지어 룰레는 할러가 지저스의 변호사였단 사실을 알고 고약하게도 일부러 그를 고용했던 것. 너무
묵직하면서도 꼼꼼한 법정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