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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에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기자님께 딱 어울릴 거 같은 책이 하나 나와서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출판사 직원이 제목을 말하는 순간 전화기 밖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제목이 <독신남 이야기>라면서 기자님께 딱 어울릴 거 같다고? 되묻고 싶었다. 이거 혹시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고 팔도 방구석에서 비빔면만 비벼먹는 삼십대 백수 이야기 아닌가요? 진짜로 그럴까봐 묻지는 못했고 며칠 뒤에 조용히 책을 받았다. 73년생인 저자 키키봉(조한웅)은 카피라이터를 하다가 (대한민국 삼십대 문화직종 남자 대부분이 꿈꾸는) 홍대 앞 카페 창업을 이룩해낸 남자다. 부러워서 속이 뒤틀리는 창업 과정이 그의 전작 <낭만적 밥벌이>에 실려 있다면, <독신남 이야기>에는 낭만적으로 밥벌어먹고 살게 되기까지의 생존기가 스물두 챕터로 이어진다. 물론 그는 말한다. 독신으로 사는 거 찌질하고 힘들다고. 근데 같은 독신남에게 이 책은 역시나 능청능청한 독신남 예찬기다. 말
독신남이 낭만적으로 밥벌어먹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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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남의 첫 문장은 언제나 ‘어느 날 문득’이다. 시인이었던 글쓴이가 방랑의 유혹 혹은 부랑의 순례에 빠져든 것도 다르지 않다. 그는 “내 앞에 버려진 검은색 비닐봉지가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을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너머’의 삶(들)이 그냥 궁금해졌고, ‘너머’의 감정(들)에 유혹을 느꼈다고 말한다. 라오스, 베트남, 아일랜드, 터키 등 10개국 23개의 풍경들에 관한 짧은 여행일기 형식의 책은, 정보욕에 사로잡힌 ‘무박 3일’ 도깨비 여행객에겐 무용하다. 근사한 풍광을 담은 사진에세이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시시한 잡담 메모로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직 ‘그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발바닥에 언제나 땀띠 날 준비가 되어 있는, 일상의 그물에서 어서 도망가고 싶은 욕구로 충만한 이들 말이다. 그들이라면 능히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공감할 것이다. “공간의 이동이 아닌 시간의 이동을 극명하게 경험케 해주는” 야간열차의 궤적, 난감한 백지 오선지 위에 외로움의
발바닥에 땀띠 날 준비가 된 이들을 위한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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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섬에 고립된 듯 고독하게 살아가는, 고장난 기계 같기도 하고 치명상을 입은 짐승과도 같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옛 사건이 놓여 있다. 형사 오코우치는 두 여자가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그는 슬픔에 잠긴 피해자의 남편의 눈에서 흉포함을 읽는다.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두 여자가 만난 곳인 ‘범죄 피해자 가족의 모임’에 19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자가 이제 변호사가 되어 번듯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태도가 꺼림칙했던 피해자의 남편은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다. 형사 오코우치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아내를 잃은 남자는 복수를 준비한다. <제물의 야회>에는 실제 있었던(한국에도 잘 알려진) 1997년 일본 고베 사건을 연상시키는 설정이 등장한다. 한 중학교 정문에서 초등학생의 절단된 머리가 발견된 이 사건의 범
법의 펜스에서 벗어난 짐승같은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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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허쉬> 제프 로브, 짐 리, 스콧 윌리엄스 외 /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 조지 프랫 외 / 세미콜론 펴냄
공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 신작 <다크 나이트>의 개봉을 앞두고 DC 코믹스와 정식 계약을 맺은 <배트맨> 원작 만화가 출간되었다. 첫선을 보인 작품은 <배트맨: 허쉬>와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 두편. <배트맨> 만화가 약 70년 전인 1939년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인기리에 연재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오랜 역사 속에 다층적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로 대단히 다른 성격의 두 작품이 동시에 선보였다는 사실은 자못 시선을 끈다. 재미동포 아티스트 짐 리가 참여하였고, 미국에서 출간 뒤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허쉬>는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왔던 <배트맨&
영화만큼 매력적인 만화 속 배트맨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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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이 펜대와 마우스를 집어던지고 ‘골방’을 탈출했다! 사실 만화가들의 화실이야말로 밤낮이 바뀌는 것조차 모른 채 주야장천 원고에만 몰입하던 골방 중의 골방이 아니던가. 그 골방탈출기에 동참한 이들은 메가쇼킹만화가, 조석, 곽백수, 강호진 등을 비롯한 신세대 만화가 16인. <골방 탈출기>는 이들이 일상을 탈출해 부산 광안리, 인천 오이도, 파주 헤이리, 밀양 사자평, 담양 소쇄원 등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만든 여행기를 모은 만화에세이다. 형식의 변주를 즐기는 만화가들이니만큼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여행기들이 가득하다. 풍경 속에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한 만화캐릭터는 평면적인 풍경을 입체적으로 바꿔주고, 말풍선 속에 바글대는 대사와 의성어들은 정적인 공간을 현장감 넘치는 동적인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남들과 다른 눈과 뇌를 가졌음이 분명한 만화가들의 관찰력도 독특한 여행기가 탄생하는 데 한몫 한다. 온몸에 문신을 한 조폭과 같은 탕에 몸을 담그며 부산 광안리의 ‘매콤
시공간을 뛰어넘는 만화가들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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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젊은 스릴러 작가 막심 샤탕의 소설로, 전작인 <악의 영혼> <악의 심연>에 이은 ‘악의 3부작’을 매듭짓는 작품이다. 포틀랜드의 시체 공시소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부검 중에 갑자기 살아난다. 그리고 1년 뒤 오리건주의 산에서 환경 보호국 직원이 비명을 지르는 표정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기이한 연쇄사건이 발생한다. 커다란 거미 고치에 싸인 채 발견되는 시체들은 내장과 피가 몽땅 빠져나가 있으며, 목구멍에 작은 흉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절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악’ 시리즈의 주인공인 FBI 프로파일러 출신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과 <악의 심연>에서 동료 관계를 맺었던 뉴욕 경찰국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2002년 <악의 영혼>을 발표하면서 일약 프랑스 문단의 스타작가로 떠오른 샤탕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속도감있는 전개, 치밀한 디테일과 캐릭터 묘사의 재능을 유감없이
웰메이드 스릴러영화를 보는듯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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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 조각상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실물을 보고 제작 뒷이야기를 공부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원했던 크기와 색조 그대로, 어떤 왜곡도 없이. 그런 직접 감상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은 가능한 실재에 가까운 재현을 감상하는 일일 텐데, <파워 오브 아트>는 시원한 판형(253x192mm)으로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는 점(해설을 읽고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꽤 만족스런 책이다. <파워 오브 아트>는 ‘예술의 위대한 힘에 관한 여덟편의 감동의 드라마’라는 부제대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여덟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저자 사이언 샤마는 잡지 <뉴요커>의 문화예술 섹션 고정 필진으로 활동한 미술사학자로, 이 책은 그가 기획·취재한 영국 <BBC>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잘 만든 TV 교양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극적 구성과 매끈함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이 다루는 예술가
찬양일변도의 미술서적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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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떠올릴 만한 작품은 오로지 <솔라리스>뿐이다. 하지만 종종 형이상학적으로 철학적인 원작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질려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들을 멀리하는 건 실수다. 렘은 우주적인 철학가인 동시에 맛깔스러운 문학가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사이버리아드>(사이버시대의 ‘일리아드’라는 의미다)를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창조자 로봇인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가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벌이는 열다섯 가지 모험을 실은 블랙코미디 단편 모음집이다. 신처럼 전능한 두 마리 로봇이 이런저런 은하계의 괴상한 장소와 인물들을 섭렵하며 따먹는 농담들을 보노라면 키득거림을 멈출 수가 없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좋아했던 팬들이 무작정 좋아할 만한 유머는 아니지만 SF와 슬랩스틱의 지적인 결합을 <사이버리아드>만큼 잘해낸 작품은 거의 없다.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시장
SF와 슬랩스틱 코미디의 지적인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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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면증 환자에 카페인 중독증 환자다. 온갖 불면증 치료법과 수면제가 무력하다는 것을 지겹도록 체험한 빌 헤이스는 잠 못 이루던 밤을 이용해 수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잠의 실마리를 찾아 부나방처럼 날아다니던 그의 노력은 <불면증과의 동침>을 통해 훌륭한 과학 교양서이자 흥미진진한 에세이로 탄생했다. 헤이스는 현대 수면과학의 창시자였던 너새니얼 클레이트먼, 렘수면의 발견자인 유진 아제린스키, 잠자리와 집안일의 개혁을 통해 여성 해방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메리 스톱스, 몽유병과 잠꼬대의 비밀에 맞선 에드워드 빈스 등 수면의 비밀을 밝히고자 고투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이며 생생한 에피소드를 통해 제시한다. 동시에 그는 다소 딱딱한 과학적 명제들을 놀랍도록 절묘한 바느질 솜씨로 자신의 삶에 꿰매어 넣는다. 몽유병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의 경험부터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감춰야 했던 아슬아슬한 기억까지, <불면증과의 동침>은 잘 정리된 교양 상식
불면의 고통으로 얻은 불면의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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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철콘 근크리트>를 만났다면 꼭 만화 원작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을 정도로 만화가 마쓰모토 다이요의 세계는 매혹적이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독창적인 그림체와 파격적인 연출, 그리고 감각적인 캐릭터 덕분에 만화제국 일본에서도 그는 거의 숭배의 대상이다. 최근 국내에 발매된 <제로>는 1991년에 집필한 그의 초기작으로 ‘대양(大洋: 다이요)의 전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만화는 너무나 거대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나머지 그 재능을 산화시킬 수밖에 없었던 복서 고시마의 처절한 숙명을 담고 있다. <철콘 근크리트> <핑퐁> <하나오> 등 그의 후속작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성장통을 겪을지언정 어떻게든 타고난 재능을 개화시키는 것과는 달리 <제로>의 고시마는 그 재능에 잘근잘근 씹혀가며 ‘산화’라는 비극적인 정점을 맞이하고 만다. 작품 전반을 통해 마쓰모토 자신처럼 타고난 천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복싱의 폭력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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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중에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간에 손가락질당할 만한 일을 저지릅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때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중략) 잘라내버려라. 누군가를 잘라내지 않으면, 배제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행복이 있다.” 낳아준 부모가 목숨을 앗아간 도이자키 아카네는 가출을 핑계로 부재가 숨겨지는 문제아였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마루 아래 16년 동안 묻혀 있었다. 아카네의 죽음은 부모의 자수로 드러나는데, 시효가 만료되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잊혀진다. 미야베 미유키는 <모방범>의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의 9년 뒤를 <낙원>으로 불러들였다. 시게코는 죽은 아들이 예지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중년 부인의 의뢰로 그 흔적을 조사하다 아카네 사건까지 손이 닿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모방범>의 그림자와도 마주치게 된다. <낙원>은 아카네의 죽음을 조사하는 이야기와 표면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
16년간의 고통과 바꾼 찰나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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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A. 하인라인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소설계의 “빅 스리”(Big Three)로 불린다. 그러나 글쟁이로서의 재능에 있어서라면 그는 나머지 둘을 성큼 넘어선다. 그를 군국적 파시스트라고 몰아붙이는 몇몇 장르팬들이야 순결한 학자 타입의 아시모프와 클라크가 좋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라인이 훨씬 뛰어난 문학가라는 걸 거부하기는 힘들 게다. 오랜만에 새로(그리고 제대로!) 번역된 <낯선 땅 이방인>은 하인라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화성인들 사이에서 자란 주인공 마이클이 지구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핍박을 무릅쓰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제 몸을 바친다. 하인라인의 의도는 간단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현인 마이클을 통해 60년대 서구사회의 종교와 윤리, 사회제도에 맹렬한 폭격을 퍼붓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대화는 때때로 소피스트의 설법 같고 때로는 68세대의 로망 같다. 60년대 히피세대 사이에서 경전처럼 읽힌 <낯선 땅 이방인>
60년대 서구사회에 대한 맹렬한 SF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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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고 싶다. <골든 슬럼버>를 다 읽고 나니 주인공 아오야기 마사하루를 만나고 싶어졌다. 반듯하고 성실하지만 도저히 혼자 힘으로 벗을 수 없는 누명을 쓴 남자. 일본의 총리가 암살된다. 고향 센다이시에서 퍼레이드를 하던 중 폭탄으로 암살된다. 2년 전 연쇄살인사건 이후 정보감시구역 모델도시로 지정된 센다이시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수집이 이루어지고, 하루 만에 용의자가 발표된다. 2년 전 여배우 강도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배우를 도운 전직 택배기사 아오야기 마사하루. 집요한 추적을 받은 하루 뒤, 범인은 인질을 잡고 매스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사건의 시작, 사건의 시청자, 사건 20년 뒤, 사건 석달 뒤로 구성된다. 사건이 보여진 방식, 진실, 남은 이야기를 시간 순서를 섞어 보여준다. 사건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등장하는 사건 20년 뒤 상황은 독자를 낚는 구실을 톡톡히 한다. 아오야기 마사하루나 총리 살해와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줄줄이 사
매력적인 스릴러 히어로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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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을 금기로 여기던 시대는 정말 지났을까?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의 성은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들과 예술의 소재가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공연하게 떠들 수 있을 만큼 쉬운 것도 아니다. 치과의사로 경력을 시작해 의료활동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가로, 대중을 위한 의학서적 저술가로 활동 중인 위르겐 브라터의 <실용연애백서>는 <실용 ‘성생활’ 백서>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책이다. 책은 사랑과 결혼, 몸, 사랑의 기술, 섹스, 성의학, 임신과 출산, 성교육, 성적 소수자, 금기된 욕망들, 성문화까지 10개 주제로 나눠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서비스에서 성인인증을 받고나서야 알려줄 만한 이야기들을 의학지식과 통계에 근거해 담백하게 설명한다. 플라토닉 러브는 사실 성숙한 남자와 그가 좋아하는 어린 남자의 친밀한 관계에서 유래한 말이라거나, 한번 사정해 나오는 정자를 한줄로 세우면 축구장을 30바퀴 돌 수 있는 길이가 된다는 잡학부터 남자와 여자
유익하기 그지없는 실용 성생활 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