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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여행기를 드로잉으로 읽는다. 한달여 동안 후쿠오카에서 시작, 도쿄에서 끝나는 여정. 기차 여행에 관심있는 초보 여행자라면 여행 루트나 전반적인 여행 요령을 익히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꽤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다. 철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철도 여행의 운치에 대한 감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달여 동안 일본을 여행하면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드로잉으로 정리했다. 기차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의 경우, 일본 각지의 특산품과 개성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은데, 인기 있는 에키벤을 모아 소개한 코너가 특히 눈길을 끈다.
특히, 구간별로 독특한 모양의 기차를 타게 되고 지역 특색을 느낄 만한 도시락을 맛보는 일본 철도 여행 특유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행정보서라기보다는 드로잉 에세이라고 볼 만한데 여행의 정취를 전하는 데나 정보를 전하는 데나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는 점은 아쉬
[도서] 그림 보고 기차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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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로 유명한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잡지 <Raw>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찰스 번즈의 걸작 그래픽 노블. 1970년대 중반 시애틀 근교의 한 고등학교에서 신체가 기묘하게 훼손되는 ‘벌레병’이 퍼진다. 증상은 다양하다. 어떤 소녀는 피부가 계속해서 벗겨지고, 어떤 소년은 쇄골 위에 작은 입이 생겨나고, 어떤 소녀는 꼬리가 자라난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변화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는 것 같지 않다. 신체가 훼손된 친구들은 숲에 모여서 숨어 살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저 감염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 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떤 의미에서 <블랙홀>의 벌레병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은유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환각제와 섹스와 자기혐오로 비틀거리고, 찰스 번즈는 그 모든 고등학생들의 지옥도를 독자의 신경이 끊어질 듯한 예민함으로 차갑게 그려낸다. <블랙홀>은 펼친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히는 그래픽 노블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도서] 고등학생의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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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영화 같은 편집과 진행이 흥미로운 이응준의 신작 소설이다. 남북이 통일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으로 이응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30대라면 깜짝 놀랄 만큼 어둡고 날선 책이다.
2016년 4월. 통일된 한국은 잔뜩 곪아 있다. 갑작스러운 통일만큼이나 깜짝 놀랄 많은 문제들이 통일된 한국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조선노동당 최고위층의 고운 딸은 창녀가 되었고 조선인민군의 자랑스러운 최정예 전사는 깡패가 되었다. 공화국 군대의 무기 회수와 그 관리가 허술했던 탓에 이제 한국에서 총기사고는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북한 인민의 주민등록화에 실패, 적없는 ‘대포 인간’이 양산된다. 게다가 한국은 엄청난 통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망없는 3등 국가로 망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근미래라고는 하지만 처절한 지옥도 같은 상황 속, 인민군 출신들이 결정한 폭력 조직 내부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도서] 어떤 누아르적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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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가 쓰고 유진 리처즈의 사진이 함께 실린 <아메리카>는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이 대표하는 현대성을 읽는 책이다. 뉴욕과 같은 도시를 다루기도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미국의 사막에 대한 담론이다. 사막은 도시들, 관계들, 매체들이 모두 삭제된 비전을 창출하기 때문에 보드리야르의 관심을 끄는데, 그 비전은 기호들과 인간들의 사막화, 즉 문명의 사업들이 좌초하게 되는 정신적 변경을 구성한다. 유럽인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도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심이 없는 곳이다. 특히 사막과 사막 사이에 있는 도시들에서 문화의 유일한 요소, 유일한 움직이는 요소는 자동차뿐이다.
사막과 그 끝에 있는 도시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통찰은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의 이미지나 이야기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어쩌면 유럽인이 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수는 그 사막, 혹은 사막과 사막(정신적인 것이든 실제 지표로 존재하는 장소이건)을 연결짓는 길 위에 있
[도서] 사막에서 발견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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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베르토 음악을 듣고 싶다 지수 ★★★★★
라틴 음악에 대한 정보 지수 ★★★★
2003년 조앙 질베르토의 도쿄 콘서트. <행복>을 마친 그는 품에 안은 기타 위로 몸을 기대듯, 오른손을 입 언저리에 댄 채로 고개를 숙였다. 몇분이 그렇게 지나고도 그가 좀처럼 일어날 기색이 없자, 관객은 박수를 쳤다. 그는 미동도 없이 앉아 있을 뿐이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그는 그렇게 20분여를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나이 든 외국인이 맨발로 걸어나와 부드럽게 질베르토의 어깨를 감싸안고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환호성. 질베르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빔의 곡 <코르코바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질베르토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로 관객의 박수 소리 하나하나에 마음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런 관객을 찾고 있었다.”
작사가이자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의 주말 DJ인 박창학이 쓴 &l
[도서] 라틴의 영혼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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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밥 먹여주냐.” 예술혼을 불태우겠다며 부모와 대거리를 해본 예술가 지망생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그러나 아트페어가 활발하게 열리고, 예술작품이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는 요즘 시대의 지망생들은 댈 만한 핑계도 많다. 데미안 허스트, 백남준, 요시토모 나라… 아버지. 예술은 밥 먹여준답니다.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는 부와 명예의 환상으로 뒤덮인 예술계의 가짜 거품을 걷어내는 책이다. 전직 경제학자이자 예술가인 저자 한스 애빙은 당신이 데미안 허스트가 되기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고 말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지극히 한정된 예술가들만 지원하는 정부와 기업의 후원 시스템, 그리고 예술은 신성한 것이자 평생 추구해야 할 진리라 믿으며 자신의 청춘을 예술계에 투신하는 젊은이들의 맹목성. 즉, 소수의 승자가 독식하는 예술계의 구조는 신화를 좇는 이들과 그 신화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들의 필요성에 따라 돌아간다는 것이다.
비교대상
[도서] 밥 굶기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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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궁리에서 ‘잭 런던 걸작선’을 냈다. <강철군화>와 <비포 아담> <버닝 데이라이트> 등 세권의 장편이 먼저 출간되었고, 2011년 초에 전체 일곱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비포 아담>은 원시시대 인류의 삶을 상상한 작품이며, <강철군화>는 전설의 ‘강철군화’ 혁명가의 일대기로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다룬다. 체제 유지의 도구가 된 사법부나 언론, 노조를 비판하는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한 울림을 갖는다.
잭 런던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삶이 유명했다. 1876년생인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육체노동을 하며 소년 시절을 보냈고, 쓰는 글마다 출판사들로부터 수백번 퇴짜를 맞았다. 다양한 일을 전전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썼고, 1903년 <야성이 부르는 소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 마흔살에 죽을 때까지 19편의 장편소설과 200여편의 단편,
[도서] 잭 런던 걸작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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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경사로 지어져 “기울어진 저택”이라 불리는 유빙관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대부호 하마모토 고자부로가 소유한 이 별장에는 그가 초대한 손님들과 고용인들, 딸 에이코와 친구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묵던 중이었다. 모두 모인 첫날 밤 손님 중 하나가 “흉터가 있는 얼굴”을 3층 창문 밖에서 봤다며 소리를 지르는데, 다음날 아침 운전사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다. 흔적없는 처녀설 위에 뉘여진, 사람 크기의 목없는 인형이 기이함을 더한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러 형사 세명이 출동한 날, 또 한번의 밀실 살인이 일어난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는 1982년 일본에서 출간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목의 “기울어진 저택”은 살인의 배경이자 미스터리를 푸는 거대한 열쇠. 지하와 2층은 이어졌지만 1층에서 2층으로 바로 갈 수 없고, 어떤 방은 건물 밖에서만 출입이 가능한 수수께끼 같은 건물이다. 소설은 건물의 투시도, 시체가 발견된 방의 평면도 등을 제시하는데, 형사
[도서] 이상한 저택의 살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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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한 학생이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몰라, 이력서 100개는 쓴 것 같아….”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다니는 친척 동생들은 이대로는 힘들다며 유학 준비와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스물여섯살인 옆자리 후배는 대학 동기들이 취업이 안되는 통에 채플 과목만 수강하는 식으로 가능한 한 졸업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한다. 호객꾼들이 모두 일본말로 소리치는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는, 일본 남자의 가이드부터 밤일까지 패키지로 하는 여자들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경기 불황과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일반명사화되어가는 이런 시점에 읽는 <퍼킹 베를린>은 국경을 넘어 오싹함을 안긴다.
<퍼킹 베를린>은 저자 소니아 로시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베를린대학으로 진학한 뒤 가난한 고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인터넷 채팅, 안마시술소를 비롯한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를 쓴 책이다. 베를
[도서] 1천유로 세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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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조승희 프로파일’이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노력한 논픽션이다.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 사건 직후부터 현장취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2007년 4월16일 새벽 4시59분부터 오전 9시51분까지 조승희의 행적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가장 눈에 띈다. 조승희의 첫 번째 살인을 일별한 뒤, 총기난사사건을 막을 수 있는 지점은 없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시종일관 강조되는 것은 조승희가 대화 상대가 없는 외톨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승희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버지니아공대 노리스홀에서 한 말은 단지 “안녕, 잘지내?”(Hi, how are you?)가 전부였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그 한마디가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오싹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설명도 변명도 아닌, 일정한 거리를 지키는 르포타주 특유의 서술 방식은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 중 하나. 또한 이 책은 미국에서 사는
[도서] 조승희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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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연상시키는 <마담 보베리>는, 영국 작가 포지 시먼스가 그리고 쓴 ‘그래픽 노블’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래픽+노블’이 맞겠다. 말풍선이 등장하는 만화와 줄글이 한 페이지 안에 뒤섞여 전개되기 때문이다. 제목이 말하듯 <마담 보베리>는 <보바리 부인>의 줄거리에 상당 부분 기대어 간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이야기라서 패러디나 각색, 그 어떤 말로도 완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패러디+각색+오리지널’이라고 하면 또 모를까.
이야기는 젬마 보베리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화자는 주베르라는 이웃 남자다. 평소 젬마를 흠모했던 주베르는 유품에서 일기장을 훔쳐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일기문, 주베르의 독백, 몹쓸 상상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얼핏 젬마의 삶은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엠마의 삶과 복사판이다. 영국인 젬마는 찰스 보베리라는 이혼남과 결혼해 프랑스 노르망디로 건너왔다. 노르망디에서 젬마는
[도서] 보바리 부인 아니죠, 보베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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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를 알면 더 재밌다 지수 ★★★★
하드보일드가 좋다 지수 ★★★★
요 몇년 새 재밌는 소설을 쓰는 미국 소설가들을 새로 꽤 발견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주노 디아즈,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 <유대인 경찰연합>의 마이클 셰이본도 그중 하나다.
대체역사소설인 <유대인 경찰연합>은 SF와 판타지 소설에 수상하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이 건설되었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가 진행된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박해받는 유대인들을 위해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알래스카 싯카 특별구에 유대인들이 자리를 잡는데, 60년 뒤에 미국 본토에 땅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주인공인 형사 랜즈먼은 싯카 특별구에
[도서] 코언 형제의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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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공룡을 다시 지구 위로 불러내기 위해 공룡의 DNA를 복구했다. 누군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났다. 전자 <쥬라기 공원>은 서스펜스와 액션, 스릴러였고, 후자 로버트 J. 소여의 <멸종>은 SF와 액션, 멜로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판단 불가. 둘 다 꼭 읽으라고 할 수밖에. 로버트 J. 소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발상, 속도감, 구성력을 온전히 SF적으로 풀어낸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의 스펙터클을 시각적으로 느낄 만한 묘사가 뛰어나다.
타임머신이 개발된 2013년, 캐나다의 고생물학자 브랜디와 지질학자 클릭스가 공룡 멸종의 이유를 밝히려고 백악기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곧 티라노사우루스가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두 사람은 공룡의 멸종에 관련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브랜디의 전처 테스를 가운데 둔 브랜디와 클릭스의 신경전, 백악기, 미래, 근과거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뒤섞인다
[도서] 공룡 멸종의 진짜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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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이클 케인의 이론에 따른다면, 요즘 배우들이 취미랍시고 사진책과 요리책을 내는 건 말도 안되는 외도다. 명배우가 되기 위한 케인의 요점은 딴 거 없다. 한눈팔지 말고 연기에만 매진할 것. 관객이 그의 연기에 압도될 수 있었던 건 그가 무슨 대단한 기술을 타고나서가 아니다. 바로 그가 온전히 연기만을 생각하고, 연기만을 위해 노력하는 순결한 영혼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파트타임으로 할 수 없다. 24시간 강박증에 사로잡혀 몰입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 무시무시한 말을 그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며 유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십대 이후, 무시무시하게도 평생 실천해왔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연극판에서 연기를 영화 촬영장에 묻혀와 촬영장 물 흐리는 배우, 연기 말고 다른 일까지 겸업하는 배우 모두 영 꽝이다. 오랜 경험 끝에 카메라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터득한 그는 카메라 앞에 한점 거짓없는 연기로 그 자신, 명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이 노인, 실천하기에는 결코 쉽지
[도서] 배우는 24시간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