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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2007년 11월8일 옛 중앙극장에 자리를 잡았던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30일 ‘잠정 휴관’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당시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새롭게 공모한다고 발표했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노선인 ‘좌파 문화단체 배제’를 위한 것임을 알아챈 인디스페이스는 이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들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 성과가 바로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 새로 열게 된 인디스페이스다.
5월29일 열린 인디스페이스 개관식의 분위기가 흥겨웠던 이유는 뺏기다시피 한 공간을 되찾았다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설립추진모임을 이끌어온 공동대표 세명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안정숙 선배, 아니 인디스페이스 관장의 얼굴에는 시종 웃음이 맺혀 있었고, 김동원 감독의 목소리는 유난히
[에디토리얼] 헬로, 인디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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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하던 3월에 그곳에 갔다. 덕수궁 돌담길 대한문 옆에 차려진 분향소. 향을 하나 피우고 한동안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분향소 플래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눈물과 죽음,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아직 새잎을 틔우지 못한 두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플래카드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불현듯 그 나무들이 고마웠다. 간간이 걸음을 멈춰 분향하고 가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22번째 죽음. 무심코 이렇게 말했다가 깜짝 놀라 도리질쳤다. 이 일련의 죽음들에 대해 자본과 정부의 태도는 막장이다. 막장의 삼박자는 이렇다. 악덕한 회사는 사람을 ‘사용’하다가 입맛대로 잘라버린다. 정부 공권력은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해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짓밟는다. 2009년 쌍용차 공장 옥상에서 벌어진 끔찍한 진압에 대해 당시 경찰청장은 진압의 모범사례라고 자랑한다. 대통령 칭찬까지 받는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실종된 이런 ‘막돼먹은’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23번째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희망은, 지키는 자들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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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마찰이 있을 때 부부나 부모 자식간의 언쟁은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똥고집 배틀이 되곤 한다. 후련하게 잘 싸우고 금방 화해한다고 믿는 관계도 실은 한쪽이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KBS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가족이나 연인, 동료나 친구 사이에서 이런 패턴의 감정싸움을 수도 없이 반복했을 법한 이들이 고민을 유발했던 사람과 함께 출연한다. 신동엽, 이영자, 정찬우, 김태균 입담 좋은 네 MC는 사연을 읽어주고 출연자의 하소연과 해명을 듣는다. 그리고 150명의 고민평가단은 해당 사연이 고민이라 생각하면 버튼을 눌러 그주의 우승자를 뽑는다. 객석 이곳저곳에서 다다다닥 버튼을 누르는 소리는 흡사 <TV쇼 진품명품>의 감정가 숫자 올라갈 때 같은 스릴이 있다. ‘조류 공포증’ 등의 심리적 고민이나 엄청나게 많은 머리숱 등 신체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지만 역시 흥미를 끄는 건 가까운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다.
청국장 샐러드,
[유선주의 TVIEW] 똥고집보다 소통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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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은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으로 향한다. 그 아름다운 해안에 자리한 도시 칸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관심이 쏠린다는 얘기다. 딱 한번 가봤을 뿐이지만, 칸의 5월은 찬란했다. 동공을 최대치로 열게 하는 햇살과 낮은 습도가 지중해풍 풍경과 어우러져 기분을 들뜨게 했다.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만 한껏 즐기다 왔다는 사람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영화제에 초청받아 참가하는 영화인이며 마켓에서 영화를 팔고 사려는 업자들과 이곳을 취재하는 기자들로 칸영화제는 전쟁터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영화인 입장에서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사와 인터뷰가, 업자 입장에서는 무한대로 펼쳐지는 경쟁이, 기자로서는 봐도 봐도 끝이 없는 영화와 영화, 그리고 또 다른 영화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칸을 다녀온 사람들이 매년 5월 그곳을 그리워하는 건 프랑스 코타주르 지방의 초여름 정취가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올해는 영화제 초반 무려 나흘이나 강풍을
[에디토리얼] 칸의 날씨가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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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에 화장을 하고 남색질을 뽐내고 다니는 소년들에게 ‘몸에 꼭 달라붙은 짧은 상의’를 입게 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 옷은 조그만 천으로 앞뒤로 배꼽과 허리까지만 덮었기 때문에 생살을 거의 다 남색자들에게 드러낼 정도다. 그들은 천조각은 아끼고 살은 소모하고 있구나!”
이 연설의 주인공은 15세기 피렌체의 연설가 베르나르디노. 동성애의 악취로 피렌체가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으로 거대한 군중을 이끌고 다니면서 시의회의 후원 아래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전설적 인물이었다. 그의 설교 덕에 적지 않은 동성애자들이 부대에 담긴 채 바다에 던져져 익사했다.
하지만 베르나르디노는 600년이 지난 지금,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그의 후예들이 청소년들을 향해 살을 소모하지 말라고 협박하리라 예상했을까? 당시 교회와 시 당국이 밤이 되면 동성애 타락의 위험이 있다며 학교 수업을 일몰 전에 끝내는 법을 제정했던 것처럼,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학생들에게 순결 사탕을 나눠주고 ‘학생인권조례’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누가 한국을 근대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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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정한 ‘그루브’라는 것을 느껴본 적은 홍대 클럽에서도 록페스티벌에서도 아닌 중학생 시절 경주 수학여행에서였다. 학급별 장기자랑 때, 전교에서 좀 논다 하는 아이들 넷이 나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춤을 췄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경주 어느 여관의 지하 강당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신했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천사를 찾아 샤바 샵사바 천사를 찾아 샤바 샵사바”에 맞춰 미친 듯이 엉덩이를 두드리는 수백명의 중2들이라니, 밖에서 보았다면 실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룰라, 그리고 이상민 인생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길지는 않았다. 이후 <3! 4!>를 비롯한 히트곡이 있었지만 <천상유애> 표절에 이은 이상민의 자살 시도 소동, 이혼, 스캔들, 사업 실패, 불법 도박 등 보는 사람이 지칠 정도의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태어난 뒤 2년 동안 이름이 없이 ‘애기’라 불렸다”는 고
[최지은의 TVIEW] 98%의 허세에 2%의 비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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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듯한 한주였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나란히, 게다가 칸영화제보다도 먼저 봤기 때문이다. 마음이 부듯한 가장 큰 이유는 두편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감독다운 영화였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전작인 <북촌방향>이나 <옥희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밝은 영화다. 잘 알려져 있듯 프랑스의 국보급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고 유준상, 권해효, 문성근, 윤여정, 정유미, 문소리 등이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이야기를 전한다. 홍 감독의 최근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또한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 줄거리를 세세하게 정리하면 할수록 외려 그 영화의 본질과 멀어지는 것 같다. 여튼 이 영화는 정유미가 쓰는 세편의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세명의 안느에 관한 드라마이며, 부안의 모항해수욕장 인근이라는 공간에 관
[에디토리얼] 홍상수와 임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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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동안 진행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한마디로 ‘공포’였다. 작은 휴대폰 액정 앞에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는 누구의 말이 맞냐를 떠나 그 자체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줄담배를 피우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해봤지만 이미 머리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간신히 진정용 주문을 되뇌며 잠을 청했다. ‘세상에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따위는 없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하루가 지나니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잔뜩 술에 취한 운동권 간부 선배가 학생회관 자판기를 부셔 동전을 꺼내 라면을 사먹으러 가면서 했던 말은 “괜찮아, 어차피 다 우리 거잖아, 학생들이 주인이지”였다. 물론 진지한 어투의 말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선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선배와 같이 먹던 라면은 계속해서 목에 걸렸다.
또 다른 장면도 떠올랐다. 난생처음 가입한 학회의 첫 세미나에서 한 학년 위의 선배가 책 한권을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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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완성은 요리프로그램. 적어도 내겐 고기 반찬 같은 존재다. 눈앞에 놓인 음식과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식사예절이겠지만 혼자 혹은 단둘만의 간소한 밥상에 어제 먹은 반찬을 두고 뭐 그리 신통한 대화가 오가겠는가. 그렇다고 아무거나 보자고 TV를 틀면 각종 보험, 상조, 사금융 광고를 피해 채널을 헤집어야 한다. 그렇게 찾은 프로그램도 5분 만에 끝나고 다시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광고 폭격이 이어진다. 혹은 밥숟가락을 던지고 싶은 면상의 그 양반이 뉴스에 나온다거나!
아무것도 안 보느니만 못한 사태를 피하려면 평소 좋아하는 음식프로그램을 녹화해두거나 다시보기하는 것이 좋다. 일드 <심야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 등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한 이이지마 나미가 간단한 레시피의 일본 가정요리를 소개하는 <시네마 쿡>도 괜찮고 일전에 소개한 <한국인의 밥상>은 제철 재료를 쓴 각 지역의 소박한 밥상에 마음의 숟가
[유선주의 TVIEW] 진짜 달인들이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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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직업적 위기의식을 느꼈는데 그건 정치 때문이었다. 1년 내내 정치가 화두가 될 거라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뜻밖의 상황은 ‘나꼼수’ 열풍이었다. 이 변종 방송에 힘입어 정치가 엔터테인먼트화하는 분위기가 뚜렷했기에 다른 엔터테인먼트는 대중의 관심 바깥으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치 자체가 스타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흥행전략을 주 노선으로 삼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나. 어쨌거나 <씨네21>의 ‘밥줄’은 영화인 까닭에 사람들이 온통 정치에만 신경을 쓰고 영화를 나 몰라라 한다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눈치 빠른 이들이라면 이번 우리의 지면 개편에서 이런 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극장은 사람들로 들어차 있고 TV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프로야구장은 뜨겁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심지어 총선이 있었던 4월 극장 관객 수는 1197만명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59.2%나 늘었다. 이런
[에디토리얼] 충무로 호황의 숨은 공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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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속 없는 김밥을 먹는다. 바쁜 스케줄 사이에 짬을 내어 끼니를 해결할 때, 채식을 하는 내게는 김밥이나 떡볶이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 김밥집에 들를 때면 가장 기본적인 원조김밥을 주문하고는 햄과 달걀, 단무지는 빼달라고 한다. 채식을 하는 터라 햄과 달걀은 빼는 것이고, 짜지 않게 먹으려고 단무지까지 빼달라 한다. 어김없이 김밥집 아주머니의 웃음 섞인 핀잔이 돌아온다. “그러려면 김밥을 왜 먹누?” 설명하기엔 길고 복잡하기에 그냥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지만 당근 몇개만 송송 박힌 김밥을 먹을라치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진정한 육식광이었다. 소, 돼지, 닭, 오리 등등 개고기 빼고는 모든 고기를 다 좋아했다. 머리, 껍데기, 발, 내장 등 부위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러던 내가 김밥 속 햄 한줄까지 발라내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이면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하나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기에 나 자신을 잘 타이른다. TV에 나와 동
[이효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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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건 뭘까요? 솔직히 잘생긴 외모는 절대 아닌데 일주일 이상 그 사람을 못 보면 가슴이 답답해요. 그렇다고 성격이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초면에도 막말에 사생활이며 재산이며 예의 없는 질문은 어찌나 많이 하는지. 그런데 그 사람,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진 거고 예전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게 심한 말도 정말 많이 했어요. 아마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 용서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만은 버리기가 힘드네요. 머리로는 나쁜 놈이라 생각하면서도 다음 순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여 웃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 제가 너무 개념이 없는 걸까요?”
-염창동에서 최모양
그렇다. 김구라 얘기다. 정확히 말하면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이하 <라디오 스타>)의 김구라 말이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는 안된다. 경찰의 집창촌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타고 국
[최지은의 TVIEW]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이 사람, 어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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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흐드러진 4월 초, 문정현 신부님이 강정마을 방파제 7m 아래로 떨어졌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분께 임종이 닥쳤다고 생각했다. 그때 강정마을을 새까맣게 포위하고 있던 경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죽음을 또 어떻게 축소 은폐해야 하나, 설마 그런 생각을 하지야 않았겠지. 다행히 신부님은 그런 높이에서 추락하고서 어떻게 그 정도밖에 다치지 않았는지 모두 신기해할 정도로 입원 13일 만에 퇴원해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사고가 난 그날, 포구에서 기도할 때 쓰던 깔개가 바람에 날려 방파제 밑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70노구의 사제를 받아낸 그 기도용 깔개에 대해 생각한다. 고마워해야 할 것들은 대개 이렇게 바닥에 있는 것들이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이른바 ‘강정앓이’ 중이다.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그곳이 염려되고, 밤새 별일 없었는지 안부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앓이’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앓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상태다. 사랑의 에너지는 삶에 ‘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아름다움에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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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도 비굴함도 괜한 말치레도 없는 단정한 성품이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남자. 그가 친구라면 어쩐지 상상 속의 목돈이나마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알량한 통장 잔고를 한탄하며 포털 사이트 인물정보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쓰고 엔터키를 탁 쳤더니 사진 속 그는 도리어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갚아도 돼’라고… 아아 환청이 들린다! 배우 이야길 하면서 가상의 돈거래를 떠올리다니 뭔가 크게 잘못된 기분이 들지만 아무튼, 엄태웅을 보면서 금전거래에도 탁해지지 않는 희귀한 우정을 상상하곤 한다. 그런 남자의 신의를 저버리면 저절로 몹쓸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정이나 신뢰에서 출발하는 복수극에 엄태웅이 등장하면 진폭이 커진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공소시효 따위 아랑곳않고 반드시 돌아온다.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는 그의 세 번째 복수극이다. 자살로 위장된 아버지의 죽음을 의심하는 선우(엄태웅)는 아버지가 진 회장(김영철)을 만나러 갔던 것을 알게 되고 재수사를 청하는
[유선주의 TVIEW] 이만하면 지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