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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정한 ‘그루브’라는 것을 느껴본 적은 홍대 클럽에서도 록페스티벌에서도 아닌 중학생 시절 경주 수학여행에서였다. 학급별 장기자랑 때, 전교에서 좀 논다 하는 아이들 넷이 나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춤을 췄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경주 어느 여관의 지하 강당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신했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천사를 찾아 샤바 샵사바 천사를 찾아 샤바 샵사바”에 맞춰 미친 듯이 엉덩이를 두드리는 수백명의 중2들이라니, 밖에서 보았다면 실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룰라, 그리고 이상민 인생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길지는 않았다. 이후 <3! 4!>를 비롯한 히트곡이 있었지만 <천상유애> 표절에 이은 이상민의 자살 시도 소동, 이혼, 스캔들, 사업 실패, 불법 도박 등 보는 사람이 지칠 정도의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태어난 뒤 2년 동안 이름이 없이 ‘애기’라 불렸다”는 고
[최지은의 TVIEW] 98%의 허세에 2%의 비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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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듯한 한주였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나란히, 게다가 칸영화제보다도 먼저 봤기 때문이다. 마음이 부듯한 가장 큰 이유는 두편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감독다운 영화였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전작인 <북촌방향>이나 <옥희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밝은 영화다. 잘 알려져 있듯 프랑스의 국보급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고 유준상, 권해효, 문성근, 윤여정, 정유미, 문소리 등이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이야기를 전한다. 홍 감독의 최근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또한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 줄거리를 세세하게 정리하면 할수록 외려 그 영화의 본질과 멀어지는 것 같다. 여튼 이 영화는 정유미가 쓰는 세편의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세명의 안느에 관한 드라마이며, 부안의 모항해수욕장 인근이라는 공간에 관
[에디토리얼] 홍상수와 임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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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동안 진행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한마디로 ‘공포’였다. 작은 휴대폰 액정 앞에 펼쳐지는 장면 하나하나는 누구의 말이 맞냐를 떠나 그 자체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줄담배를 피우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해봤지만 이미 머리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간신히 진정용 주문을 되뇌며 잠을 청했다. ‘세상에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따위는 없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하루가 지나니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잔뜩 술에 취한 운동권 간부 선배가 학생회관 자판기를 부셔 동전을 꺼내 라면을 사먹으러 가면서 했던 말은 “괜찮아, 어차피 다 우리 거잖아, 학생들이 주인이지”였다. 물론 진지한 어투의 말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선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선배와 같이 먹던 라면은 계속해서 목에 걸렸다.
또 다른 장면도 떠올랐다. 난생처음 가입한 학회의 첫 세미나에서 한 학년 위의 선배가 책 한권을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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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완성은 요리프로그램. 적어도 내겐 고기 반찬 같은 존재다. 눈앞에 놓인 음식과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식사예절이겠지만 혼자 혹은 단둘만의 간소한 밥상에 어제 먹은 반찬을 두고 뭐 그리 신통한 대화가 오가겠는가. 그렇다고 아무거나 보자고 TV를 틀면 각종 보험, 상조, 사금융 광고를 피해 채널을 헤집어야 한다. 그렇게 찾은 프로그램도 5분 만에 끝나고 다시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광고 폭격이 이어진다. 혹은 밥숟가락을 던지고 싶은 면상의 그 양반이 뉴스에 나온다거나!
아무것도 안 보느니만 못한 사태를 피하려면 평소 좋아하는 음식프로그램을 녹화해두거나 다시보기하는 것이 좋다. 일드 <심야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 등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한 이이지마 나미가 간단한 레시피의 일본 가정요리를 소개하는 <시네마 쿡>도 괜찮고 일전에 소개한 <한국인의 밥상>은 제철 재료를 쓴 각 지역의 소박한 밥상에 마음의 숟가
[유선주의 TVIEW] 진짜 달인들이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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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직업적 위기의식을 느꼈는데 그건 정치 때문이었다. 1년 내내 정치가 화두가 될 거라는 사실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뜻밖의 상황은 ‘나꼼수’ 열풍이었다. 이 변종 방송에 힘입어 정치가 엔터테인먼트화하는 분위기가 뚜렷했기에 다른 엔터테인먼트는 대중의 관심 바깥으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치 자체가 스타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흥행전략을 주 노선으로 삼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나. 어쨌거나 <씨네21>의 ‘밥줄’은 영화인 까닭에 사람들이 온통 정치에만 신경을 쓰고 영화를 나 몰라라 한다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눈치 빠른 이들이라면 이번 우리의 지면 개편에서 이런 점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극장은 사람들로 들어차 있고 TV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프로야구장은 뜨겁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심지어 총선이 있었던 4월 극장 관객 수는 1197만명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59.2%나 늘었다. 이런
[에디토리얼] 충무로 호황의 숨은 공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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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속 없는 김밥을 먹는다. 바쁜 스케줄 사이에 짬을 내어 끼니를 해결할 때, 채식을 하는 내게는 김밥이나 떡볶이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 김밥집에 들를 때면 가장 기본적인 원조김밥을 주문하고는 햄과 달걀, 단무지는 빼달라고 한다. 채식을 하는 터라 햄과 달걀은 빼는 것이고, 짜지 않게 먹으려고 단무지까지 빼달라 한다. 어김없이 김밥집 아주머니의 웃음 섞인 핀잔이 돌아온다. “그러려면 김밥을 왜 먹누?” 설명하기엔 길고 복잡하기에 그냥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지만 당근 몇개만 송송 박힌 김밥을 먹을라치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진정한 육식광이었다. 소, 돼지, 닭, 오리 등등 개고기 빼고는 모든 고기를 다 좋아했다. 머리, 껍데기, 발, 내장 등 부위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러던 내가 김밥 속 햄 한줄까지 발라내고 있는 걸 깨닫는 순간이면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하나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기에 나 자신을 잘 타이른다. TV에 나와 동
[이효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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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건 뭘까요? 솔직히 잘생긴 외모는 절대 아닌데 일주일 이상 그 사람을 못 보면 가슴이 답답해요. 그렇다고 성격이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초면에도 막말에 사생활이며 재산이며 예의 없는 질문은 어찌나 많이 하는지. 그런데 그 사람,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진 거고 예전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게 심한 말도 정말 많이 했어요. 아마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 용서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만은 버리기가 힘드네요. 머리로는 나쁜 놈이라 생각하면서도 다음 순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여 웃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 제가 너무 개념이 없는 걸까요?”
-염창동에서 최모양
그렇다. 김구라 얘기다. 정확히 말하면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이하 <라디오 스타>)의 김구라 말이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는 안된다. 경찰의 집창촌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타고 국
[최지은의 TVIEW]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이 사람, 어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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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흐드러진 4월 초, 문정현 신부님이 강정마을 방파제 7m 아래로 떨어졌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분께 임종이 닥쳤다고 생각했다. 그때 강정마을을 새까맣게 포위하고 있던 경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죽음을 또 어떻게 축소 은폐해야 하나, 설마 그런 생각을 하지야 않았겠지. 다행히 신부님은 그런 높이에서 추락하고서 어떻게 그 정도밖에 다치지 않았는지 모두 신기해할 정도로 입원 13일 만에 퇴원해 강정마을로 돌아왔다. 사고가 난 그날, 포구에서 기도할 때 쓰던 깔개가 바람에 날려 방파제 밑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70노구의 사제를 받아낸 그 기도용 깔개에 대해 생각한다. 고마워해야 할 것들은 대개 이렇게 바닥에 있는 것들이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이른바 ‘강정앓이’ 중이다.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그곳이 염려되고, 밤새 별일 없었는지 안부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앓이’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앓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상태다. 사랑의 에너지는 삶에 ‘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아름다움에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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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도 비굴함도 괜한 말치레도 없는 단정한 성품이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남자. 그가 친구라면 어쩐지 상상 속의 목돈이나마 맡겨도 좋을 것 같다. 알량한 통장 잔고를 한탄하며 포털 사이트 인물정보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쓰고 엔터키를 탁 쳤더니 사진 속 그는 도리어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갚아도 돼’라고… 아아 환청이 들린다! 배우 이야길 하면서 가상의 돈거래를 떠올리다니 뭔가 크게 잘못된 기분이 들지만 아무튼, 엄태웅을 보면서 금전거래에도 탁해지지 않는 희귀한 우정을 상상하곤 한다. 그런 남자의 신의를 저버리면 저절로 몹쓸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정이나 신뢰에서 출발하는 복수극에 엄태웅이 등장하면 진폭이 커진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공소시효 따위 아랑곳않고 반드시 돌아온다.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는 그의 세 번째 복수극이다. 자살로 위장된 아버지의 죽음을 의심하는 선우(엄태웅)는 아버지가 진 회장(김영철)을 만나러 갔던 것을 알게 되고 재수사를 청하는
[유선주의 TVIEW] 이만하면 지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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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1960년대 초반부터 ‘바보상자’(boob tube)나 ‘정신을 위한 껌’(chewing gum for the mind)으로 불려왔다. 1961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뉴턴 미노는 TV프로그램을 “거대한 황무지”라고 일컬었을 정도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TV는 달라졌을까. 이와 관련해 과학 저술가인 스티브 존슨의 <바보상자의 역습>은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는 이 책에서 TV를 비롯한 비디오게임, 인터넷, 영화 같은 대중문화가 인간의 두뇌를 급속도로 발전시켰다며 <소프라노스> 같은 현대의 드라마가 얼마나 지적인 구조로 짜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TV드라마가 독서 못지않은 지적 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드깨나 보신 분들이라면 <로스트> <24> <CSI>의 이야기를 쫓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빠른 두뇌 회전이 필요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에디토리얼] 바보상자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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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멋진 악몽>의 홍보차 한국에 온 미타니 고키 감독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이후 그의 팬이 된 나는 항상 궁금했다. 무리하지 않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도무지 ‘각’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이야기로 그토록 잘 완성된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뭔가 명답을 내놓지 않을까. 하지만 미타니 고키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평범했다. “어떤 이야기를 쓰든 처음에는 무리투성이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것을 계속 만지고 다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날 이후, 좋은 코미디란 그저 반짝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끊임없는 고민에서 비롯된다는 진리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 상당히 좋은 코미디를 만났다.
MBC의 새 시트콤 <스탠바이>는 가상의 방송사를 중심으로 <시사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아나운서, 그 가족들
[최지은의 TVIEW] 캐릭터의 화학작용, 이만큼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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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K> 사태가 이명세 감독의 하차로 일단락됐다. 10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가 무산되지 않고 촬영을 재개할 수 있게 된 것 자체는 다행이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4월 초 제작사인 JK필름이 해외와 국내 11회 촬영분의 1차 편집본을 보고 이명세 감독에게 ‘제작 진행 점검’ 차원에서 촬영 중단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JK필름 윤제균 감독은 이명세 감독에게 “(편집본에) 내러티브는 없고 이미지만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억지스럽다”면서 “우리가 처음 의도했던 영화와는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이명세 감독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주위에 JK와 투자사 CJ가 자신의 창작권을 침해한다고 알렸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성훈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명세 감독과 JK의 입장 차이는 매우 크다. 과연 양자가 어떤 식으로 영화를 찍기로 합의했는지, 촬영분이 그 합의에 걸맞은 것
[에디토리얼] 감독의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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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동안의 입원이었을 뿐인데 아주 오랫동안 아주 멀리 다녀온 것 같다. 회사 오는 길이 그렇게 낯설 수 없었고,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하기 짝이 없으며, 매주 했던 마감이 거의 불가능으로 느껴진다(특히 지금 이 글이야말로…). 약간의 수술 후유증보다는 가장 극렬하다는 4일째의 니코틴 금단 증상이 온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건지도 모른다. 시시한 수술이라 해도 신경이 안 쓰일 리 없으며 수술 뒤 통증도 아예 없지는 않았고 퇴원 즈음에는 병원비도 은근히 걱정됐던 탓에 아무리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들여다본다 해도 바깥세상에 진지한 관심을 쏟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미스터 K> 이명세 감독 하차설’ 기사를 봤을 때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그런 탓이었겠지만 막상 출근해서 보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 충무로에서 ‘감독 하차’ 또는 ‘감독 교체’가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니다. 얼마 전 <
[에디토리얼] 그저 금단 증상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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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작 KBS 드라마 <웨딩>을 되돌아보자. 맞선으로 결혼한 부잣집 고명딸 세나(장나라)는 남편의 오랜 친구며 첫사랑인 윤수(명세빈)로 인해 속을 태운다. 자기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혼으로 도피하려는 세나는 열쇠를 돌려주러 간 남편의 아파트에서 윤수의 방문을 받는다. 이미 들어왔으면서 “들어가도 돼요?”라고 묻는 윤수는 “그럼요 들어오세요. 우리집도 아니고…” 말꼬리를 흐리는 세나에게 굳이 “네…”라고 대답한다. 전작들에서 운명적인 첫사랑의 신화를 써내려간 오수연 작가지만 보다시피 <웨딩>에선 운명론의 비호를 받던 청초하고 순수한 첫사랑 그녀의 균열을 알렸으며 또 성장시켰다. 이쯤 되면 첫사랑 신화가 무슨 힘이 있을까 싶은데… 한류 타깃인지 KBS <사랑비>는 첫사랑을 다시 호출했다. 윤석호 감독은 매 순간을 아름답게 박제하려 애쓰며 극본은 데칼코마니와 도돌이표 같은 극 구조로 운명이라는 리듬을 부여한다.
70년
[유선주의 TIVEW] 첫사랑은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