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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시트콤을 더 좋아한다. 로맨스보다 코미디가, 그중에서도 블랙코미디가 좋다. 사랑에 목숨 거느니 사소한 데 목숨 거는 인간들에 더 감정이입하고, 주인공들이 운명의 거대한 파도와 맞서 싸우는 것보다 일상의 찌질한 순간들에 맞부딪히는 이야기에 끌린다. 물론 이렇게 ‘안 팔리는’ 이야기나 ‘못 나가는’ 사람들을 TV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 시리즈나 tvN <막돼먹은 영애씨> 정도가 드물게 맥을 이을 뿐이었던 국산 페이소스의 공급자로 얼마 전, 또 하나의 ‘진짜’가 나타났다.
MBC에브리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2010년 인터넷을 통해 동명의 인디 시트콤을 공개했던 윤성호 감독의 새 버전 시트콤이다. 번뜩이는 재기와 홀롤로한 감성을 동반한 <은하해방전선>이나 <도약선생> 같은 그의 영화를 미처 예습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윤성호 감독이 직접 밝힌 “위대한 미드 <오피스>가
[최지은의 TVIEW]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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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1998년 <퇴마록>을 기점으로 탄생했다. 15억원이라는 순제작비는 당시 기준으로도 초대형 규모는 아니었으나 과감한 마케팅과 와이드 릴리즈 전략, 현란한 CG 기술의 도입 등으로 이 영화는 개봉 첫주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성공을 거뒀다. ‘더 크게 (만들고), 더 많이 (스크린을 잡고), 더 빨리 (수익을 거둔다)’라는 블록버스터의 원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처음 성공한 <퇴마록> 이후 <유령> <쉬리>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블록버스터의 열기는 충무로를 달궜다. 2000년대 초반 들어 <아 유 레디?> <예스터데이> <내츄럴 시티> 등이 줄줄이 망했고 마침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흥행에서 참패하면서 이 열기가 식는 듯했으나 2003년 말 <실미도>와 2004년 초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따라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다시 부활했다. 특히
[에디토리얼] 블록버스터, 새판을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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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드림’이 ‘하이’라도 꿈꾸는 자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다면 흥미가 당기질 않는다. 차갑던 마음이 슬슬 녹기 시작한 건 결코 싱싱하고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떼로 등장하기 때문이 아니다. KBS2TV 드라마 <드림하이2>는 겨울방학, 십대 취향, K-POP 특수를 노린 기획으로, 첫 시즌이 꽤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드림하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예술인을 육성하는 예술학교인 ‘기린예고’를 무대로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가리고 있던 약점을 극복해가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안경을 쓴 뚱보로 특수분장을 한 아이유가 분장을 벗고 날씬해진다는 설정처럼, 어쨌거나 필드에서 재능을 팔고 있는 연예인이 핸디캡을 연기하는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유치하다 아우성을 치던 게 그저 내가 나이든 탓인 줄 알았더니 그사이 회춘했는가. <드림하이2>의 기린예고 아이들의 고민은 분명 전보다 설득력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유선주의 TVIEW] 꿈꾸는 청춘은 언제나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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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씨네21>도 간략하게 다룬 바 있지만 지난 1월3일 뉴욕의 무가지 <빌리지 보이스>는 영화평론가 짐 호버먼을 해고했다. 여기서 잠깐. <빌리지 보이스>는 1955년 작가 노먼 메일러 같은 이가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만든 주간 무가지로, 한때 뉴욕을 대표하는 진보 독립언론으로 꼽히던 매체다. 그리고 짐 호버먼은 독립영화, 실험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주류 영화에 대한 신랄한 평론으로 유명한 영화평론가다. 그는 1977년부터 이 잡지와 함께해왔고 1988년에는 평론가이자 실험영화감독인 조나스 메카스와 저명한 평론가 앤드루 새리스에 이어 수석 영화칼럼니스트가 됐다. 따지고 보면 뉴욕 바깥 사람들에게 <빌리지 보이스>를 널리 알린 건 호버먼이었다. 그의 원칙주의적이고 정묘한 평론을 읽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무가지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해고는 예견된 바였다. 종이 매체의 전반적인 침체 속
[에디토리얼] 어느 평론가의 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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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폭식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미식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배고프고 힘들 때 생각나는 최고의 만찬이 김밥천국 김밥과 라볶이인 걸 보면 상당히 싸게 먹히는 입을 가진 셈이다. 그럼에도 두어해 전 상하이 여행을 갔을 때 미식가인 친구들 손에 이끌려 별이 몇개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에 발을 들인 적이 있다. 맛은 있으나 장장 세 시간에 걸쳐 먹고 또 먹어도 다음 코스가 나와 호흡 곤란을 유발하던 프렌치 디너에 대한 가장 뚜렷한 기억은 푸아그라를 먹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정도다.
그러니까 사실 그 레스토랑의 대표인 유명 셰프 장 조지가 출연한다는 것 때문에 최근 올리브TV에서 방송 중인 <김치 크로니클>을 보기 시작했던 건 아니다. 라면 물을 맞추는 것 외에 요리라고는 연간 행사에, 그 결과 또한 대재앙에 가까운 내게는 손닿는 화분의 허브 잎을 뚝뚝 따서 팬에 넣는 제이미 올리버든, 유려한 손놀림을 지닌 유학파 훈남 셰프가 주인공이든, 대저 음식 프로그램이란 봐봤자 배만 고프
[최지은의 TVIEW] 한식, 옆에서 볼까? 아래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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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주인공 최익현 역할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가 너무도 절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비굴한 하급 공무원과 거만한 폭력조직의 수뇌부를 오가며 버라이어티한 연기를 펼친다.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 최형배(하정우)에게 자신이 먼 친척이라며 뻐기다 혼쭐이 난 뒤 다시 친척 어른 댁으로 불러들여 기어이 형배의 무릎을 꿇게 하는 장면의 코믹한 모습이나 매거진이 빈 권총을 휘두르다가 얻어맞는 장면의 비애 서린 모습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의 얼굴 위에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제임스 갠돌피니의 얼굴이 겹쳐지기도 했다. 수많은 젊은 ‘수컷’들 사이에서 이 중년배우는 주눅 들기는커녕 영화 전체를 쥐고 흔든다(묵직한 뱃살이 안쓰럽긴 했지만 그게 영화를 위한 설정이라고 굳게 믿어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악마를 보았다>의 그에게 실망했더랬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은 너무 무시무시해 극
[에디토리얼] 최민식,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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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작가의 KBS 새 미니시리즈 <난폭한 로맨스>에 이상한 사무실이 등장했다. 상호명만 봐선 짐작하기 어렵지만 ‘케빈장의 오두막’은 여주인공 유은재(이시영)가 일하는 사설 경호업체 이름이다.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엔 오두막 마크가 그려진 큼지막한 깃발과 대표 케빈 장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고 도로쪽을 향해 있는 작은 유리창엔 사무실 이름을 선팅해놓은 게 얼핏 보인다.
오래된 저층 건물의 유리창 선팅을 구경하다보면 전당포나 대부업체, 기원과 철학관들 사이 ‘평생 늙지 않는 연구소’나 ‘축지법과 비행술’처럼 뭔가 알 수 없는 이름의 간판이 한두개씩 있게 마련이다. 낡고 촌스러운 간판을 품은 오래된 건물은 인근 상권의 풍경과 함께 머릿속에 깊게 남는다. ‘케빈장의 오두막’도 서울 안 적당한 동네를 물색해 건물의 외경을 담는 컷이 있다면 아마 저 엉뚱한 이름의 사무실이 위치한 동네의 분위기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괜한 욕심이 생기는 건 아마 박 작가의 2007년작 <얼
[유선주의 TVIEW] 공릉동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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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설이 빨리 다가온 까닭에 극장가만 부산한 게 아니다. <씨네21> 또한 송년호, 신년호를 만든 지 두주 만에 설 합본호를 내게 됐다. 새해를 맞아 처리해야 할 잡무까지 겹친 탓에 식구들의 피로도 두껍게 쌓여 있는 분위기다. 그래도 일년에 두번 있는 ‘합본호 휴가’에 대한 희망 덕분인지, 합본호를 만드는 동안 모두 힘을 짜내준 듯해 고마운 마음이다.
독자 입장을 헤아려볼 때 합본호는 여러모로 괜찮은 아이템일 법하다. 같은 값에 보다 많은 읽을거리가 있으며 선물까지 주니 말이다. 만드는 입장이지만 나 또한 <씨네21> 합본호가 은근히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그건 이영진 기자가 썼던 한국영화의 회고담 때문이다. 명절 극장가의 풍경이라든가 한국영화 마케팅사, 추석 한국영화 라이벌전 등 옛 충무로의 뒤안길을 여행하게 해주는 이 기사들은 연휴에 볼 만한 쏠쏠한 재미를 줬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최근 몇년 회고담을 싣지 못했는데 여간 섭섭한 게 아니었다.
[에디토리얼] 가족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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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그중에서도 경찰소설을 좋아한다. 영화를 고를 때도 경찰이 주인공이면 ‘일단 볼까’로 마음이 기운다. 대학 졸업반 시절 방황하다 본 <춤추는 대수사선>에 감명받아 경찰공무원의 길을 잠시 상상하기도 했고(비록 두달 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뒀지만), 그리 만듦새가 좋지 않은 영화임에도 <강력3반>은 극장에서 세번이나 봤다. 제일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기괴한 총기난사사건을 풀어나가는 <웃는 경관>이며 가장 공감했던 소설 주인공이 스웨덴의 나이든 워커홀릭 이혼남 발란더 형사인 이 처자, 그러니 <특수본> 같은 제목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물론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홈스 오라버니는 나의 태양이시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찰, 정확히 말하면 경찰들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초인이나 변신 만능의 천재가 아니라 나처럼 조직에서 관계를 맺고 일하는 직장인이라 그런 것 같다. 성향도 취향도 개인사도 모두 다른 타인
[최지은의 TVIEW] 참 영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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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은 과연 화제작다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올해 부산의 최고 발견”이라는 소문을 모았던 것처럼 도발적이고 논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초반부가 좀 느슨하고 산만한 느낌이어서 부산에서 이 영화를 보고 극찬했던 강병진을 저주했지만, 이야기가 풀려나감에 따라 흥미진진해졌고 종반부에는 넋이 빠진 채 보게 됐다. 고지식하고 직선적인 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연기한 안성기, 어딘가 느물느물한 변호사를 연기한 박원상, 오랜만에 카리스마를 선보인 나영희, 그리고 ‘골통보수’ 판사를 연기한 문성근 등 배우의 앙상블도 훌륭했지만,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지점에는 정지영 감독이 있었다. 그 특유의 굵고 힘찬 연출 스타일이 드러나면서도 캐릭터 사이의 균형감이 좋았고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1988년 할리우드 직배 반대 투쟁으로 시작해 영화진흥법 개정 투쟁,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에 이르기까지 영화계의 온갖 ‘투쟁’에 앞장서왔던
[에디토리얼] ‘젊은 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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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 유치원 원장이 울고 있는 아이들을 후려치고 보육교사가 수면제를 먹여 재운다. 다음 장면. 임신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한 워킹맘 선배가 괴성을 지르며 책상을 엎어버린다. 주인공이 승진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부하직원이 가슴골을 보이며 남편을 유혹하고 욕정으로 벌름거리는 남편의 콧구멍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제야 실감이 나네. 열성팬이라 말하기 뭣하던 마의 프로그램. 2009년에 막을 내렸던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이 시즌2로 돌아온 것이다!
미치광이 같은 인간 군상을 욕하면서 보는 <사랑과 전쟁>의 입지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차지했다. 게다 막장 드라마는 <사랑과 전쟁>이 이야기를 스톱하는 그 지점에서 조악하나마 복수의 칼춤을 추며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지 않았던가. 시리즈의 시대착오적인 귀환을 알리는 나도 조금 궁금해진다. 이들은 왜 돌아왔을까? 새 시리즈에서는 신구를 필두로
[유선주의 TVIEW] 콰르릉! 모욕하고 모욕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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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즈음이면 탄생 100주년, 사망 10주기, 20주기, 30주기를 맞은 인물 명단을 뒤지는 게 연례행사처럼 됐다. 처음에는 기획 아이디어나 좀 얻어보려고 시작했는데(실제로 한때 기획기사 여러 개를 낳기도 했다), 어느새 나름의 연말연시 이벤트가 된 셈이다.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요즘처럼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게 쉬운 시대에는 약간만 노력해도 ‘탄생자’와 ‘사망자’의 리스트가 뚝딱 뽑혀 나온다.
2012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이들의 명단은 짱짱하다. 우선 영화인으로는 명배우 진 켈리, 모더니스트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할리우드의 이단아 감독 새뮤얼 풀러, 묵직한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돈 시겔,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척 존스 등이 있다. 문화계 인사로는 미국 포크음악의 대부 우디 거스리, 물감을 마구 뿌리기만 해도 예술과 돈이 됨을 알려준 화가 잭슨 폴록, 현대 음악의 거장인 존 케이지, 거물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세르주 첼리
[에디토리얼] 2012년, 떨리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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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마감으로 하얗게 불태우던 어느 날 밤, 항상 그랬듯 일하기 싫어 미적대다 괜히 방문을 열어보니 거실에서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표정으로 TV를 보고 계셨다. 두어해 전 정년퇴임하신 뒤로 각종 미드며 일드, <나는 가수다>와 <1박2일> <위대한 탄생> 등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나보다 더 꼼꼼히 섭렵하고 계신 아버지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뭔가 달랐다. 평소처럼 소파에 길게 드러누우신 채 심드렁하게 채널을 돌리시는 게 아니라 상체를 앞으로 당겨앉은 채 주먹을 불끈 쥐고 당장이라도 TV 속으로 뛰어들어가실 것 같은 기이한 열기에 나 역시 프로그램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슬쩍 옆에 앉았더니 화면 속에서는 웬 남자 둘이 격투기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방송이 끝나 있었다. 물론, 마감으로부터 도피하려고 일부러 딴짓에 몰입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어쨌든 학창 시절에도 싸움판이라곤 근처에도 가본 적 없었을 것 같은 모범생
[최지은의 TVIEW] 어떤 자기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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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빗 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2월7일
<래빗 홀>의 베카(니콜 키드먼)와 남편 하위(아론 에크하트)는 8개월 전 네살배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집에서 기르는 개를 따라 차도로 갑자기 뛰어든 꼬마를 10대 운전자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멱살 잡고 원망할 가해자가 없으니 <래빗 홀>은 복수극이 될 수 없다. 남은 길은 하나, 지긋지긋한 내출혈의 기록이다. 엄마가 돼본 적 없는 내가 감히 아는 척할 수 없지만, 네살짜리 아이가 남길 수 있는 나쁜 기억이 무엇이 있으랴. 잠시 강림했던 날아간 천사로 영원히 남을 뿐.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핸드 드립 커피를 거르듯 <래빗 홀>의 비탄을 진하게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뜨린다. 관객이 죽은 아이의 성별과 사인을 알게 되는 것도 영화가 한참 흘러간 다음이다. 극중 부부도, 영화도 한방에 이루어지는 치유는 언감생심 바라지 않는다. 영화의 끝에 이르러 둘은 재활을 계획한다. 딱 한뼘씩. 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와의 작은(그러나 공개적인)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