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림트와 카라바조의 그림으로 유명해진 유디트라는 여인이 있다. 구약성서 외경에는 이스라엘의 과부였던 그녀가 침략자인 신바빌론의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유혹하여 목을 벤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르네상스 이후 수많은 화가들이 ‘영웅’ 유디트를 화폭에 담았다. 그중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바로크 시대의 여류화가도 있다.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고 원치 않은 결혼을 하는 등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유디트는 ‘영웅’보다는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살아 있는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나쁜 남자’에 대한 복수와 증오가 선연히 드러난다. <프리즈미>는 아르테미시아의 불행했던 삶과 유디트의 이야기를 겹쳐놓은 듯한 복수극이다.
눈오는 밤 불량배들에게 여주인공 치히로는 윤간을 당한다. 그녀가 고향을 떠나 도쿄로 와서 직장생활을 한 지도 5년이 흘렀다. 남자친구인 노가미와 결혼을 앞둔 치히로. 출근을 서두르던 아침, 5년 전 그녀에
섹스와 폭력으로 가득 찬 냉장고, <프리즈 미>
-
우리는 코끼리 한 마리를 거실에 둔 채로 살아간다. 밖으로 내보낼 방도가 없으니 그냥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샌가 코끼리의 존재에 익숙해졌다. ‘거실의 코끼리.’ 내부의 커다란 문제를 의미하는 서양의 우화다. 너무 거대한 내부의 문제들은, 손쓸 새도 없이 우리 삶의 무감각한 일부분이 되어버린다. 가끔은 코끼리가 몸을 움직여 집을 흔들기도 한다. 99년 미국의 컬럼바인 고등학교. 2명의 고등학생이 12명의 급우와 1명의 선생을 총살하고 자살했다. 코끼리가 움직인 순간이었다. 구스 반 산트는 바로 그 순간으로 숨어든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가진 존, 급우들의 사진을 찍는 일라이, 축구선수 네이던과 여자친구, 왕따 알렉스와 친구 에릭, 몸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미셸, ‘먹고 토하는’ 다이어트 중독증 치어리더들. 카메라는 아이들의 행보를 교차시키며 학교의 지형도를 관객에게 인지시키듯이 복도를 헤매고 다닌다. <엘리펀트>는 멋지게 조율된 관전기다.
‘미국 고등학교’라는 코끼리의 관전기, <엘리펀트>
-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올드보이>의 유명한 경구는 이제, 자신이 개그맨 출신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도마 안중근> 그 자체를 감상해달라는 ‘감독’ 서세원에게 보내는 관객의 대답이 된다. <조폭마누라>의 빅히트만으로 가능성 있는 제작자로 불릴 만했던 서세원. 그러나 그는 지금 세상과 함께 웃는 것이 아닌 외롭게 진지해지는 길을 택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도마 안중근>을 보면서 함께 울어줄 관객은 한명도 없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907년 독립군 기지에서 일본군이 우리 민족에게 학살을 자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단도직입적으로 이토 히로부미(윤주상) 암살에 성공한 안중근(유오성)이 일본 형사(정성모)에게 취조를 받는 장면으로 뛰어든다. 이후 보여지는 도마 안중근의 과거(삼흥학교 설립, 의병운동 참가, 단지동맹 결성, 그리고 1909년 하얼빈 거사)는 대략 이 시점에서
홍콩누아르의 주인공으로 부활한 안중근 의사, <도마 안중근>
-
“웰컴 투 아메리카, 올모스트!”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코르코지아 출신 빅토르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지독히도 운이 없는 남자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동안 쿠데타가 일어나 그의 고국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졸지에 국적을 잃은 그는 미국에 들어가지도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공항 터미널 환승 라운지에서 출입관리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혼란에 휩싸인 고국의 소식에 황망해하다가 공항에서 내준 식권까지 잃어버린 그는 대기석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이번엔 의자 사이로 엉덩이가 빠져버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이 우스꽝스럽고 가련한 남자가 관객을 웃기고 울릴 <터미널>의 ‘히어로’다. 못 미더워도 어쩔 수 없다.
나보스키의 단순명쾌한 캐릭터는 공항 사람들의 의혹과 오해 속에서 크고 작은 소동을 빚는다. 그는 공항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규칙을 양순하게 지키면서, 언어별 여행 가이드 책자를 대조해 영어를 배우고, 카트를 회수하는 노동의 대가로 푼돈을 챙기는 등 나름의 생존방
휴머니즘의 엔터테인먼트, <터미널>
-
-
주유소에서 일하는 마사키(오노 마사히코)는 동네 야구팀의 멤버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 후보선수, 가끔 삼진아웃이고, 피나는 노력 끝에 날린 홈런조차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한편, 그는 주유소에서 손님 야쿠자와 가벼운 싸움을 하고, 이를 빌미로 야쿠자는 마사키와 그 친구들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돕겠다고 나선 친구 이구치(이구치 다카히토)가 폭행을 당하고, 그는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마사키는 카즈오(이이즈카 미노루)와 함께 권총을 입수하기 위해 오키나와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금을 횡령한 죄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야쿠자 우에하라(비트 다케시)와 타마키를 만난다. 그들의 흉포함을 견디며 가까스로 무기를 구한 그들은 도쿄로 돌아오지만 습격은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 마사키는 다시 유조차를 몰고 야쿠자 사무실로 향한다.
스크린은 잠시 까맣게 되지만, 곧 첫 장면이 반복된다. 마사키가 야구장 간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영화는 부감숏으로 먼지가 뿌옇게 이는 야구장을 보여준다.
다케시 영화의 원형, 〈3-4X10월〉
-
여기, 세상에서 제일 게으르고 거만한 고양이가 있다. 먹기 좋아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탓에 몸은 눈사람처럼 비대하고 눈은 반쯤 감겨 있다. 주인 무릎에 안겨 재롱 떨 줄도 모른다. 그런 애완동물은 그의 눈에 “왕재수 아부덩어리”로 비칠 뿐이다. “가서 쥐 잡아!”라는 주인의 명령 따위는 “네가 잡아!”로 응수하면 그만이다. 스누피와 쌍벽을 이루는 ‘자의식 만땅’의 애완 동물 가필드가 카툰 박스에서 걸어나와 스크린에 재림했다. 그것도 실사로!
26년 전 카툰 캐릭터로 태어나 TV애니메이션으로 수차례 만들어졌지만, 극장용 실사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극장판 <가필드>는 ‘귀차니즘’을 온몸으로 웅변하는 가필드의 캐릭터, TV 보고 남 괴롭히고 라자니아에 집착하는 그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야기의 큰 줄기로 가필드 집에 입양된 강아지 오디의 실종 사건을 꾸려넣었다. 아름다운 수의사 리즈, 위선적인 TV쇼 진행자 해피가 얽혀드는 ‘오디 찾아 삼만리’ 사건을 통해 가필드
세상에서 제일 게으르고 거만한 고양이, <가필드>
-
1944년, 2차대전에서의 패망을 예감한 나치는 흑마술을 이용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려 한다. 연합군은 초자연 현상의 권위자인 브룸 박사와 함께 악마 의식이 진행 중인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을 급습하고, 끔찍한 지옥의 문이 열리는 순간, 가까스로 세상이 멸망할 뻔한 위기를 막는 데 성공한다. 브룸 박사는 지옥문이 열렸던 그 잠깐 동안 인간 세계에 도착하게 된 악마 소년, 즉 헬보이(론 펄먼)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60년 뒤, 대외비공개조직인 ‘초자연현상 조사 처리국’의 주요 요원으로 활동 중인 헬보이는 강렬한 붉은색 피부와 정수리에 달린 뿔, 기다란 꼬리 등 악마의 자식임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다. 어느 날 맨해튼 박물관에 끔찍한 괴물 사마엘이 등장하고 헬보이는 격렬한 사투 끝에 사마엘을 처치한다(혹은 처치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브룸 박사는 이 사건의 배후에 헬보이를 불러냈던 나치의 협력자, 즉 러시아 흑마술사 라스푸틴과 그의 충실한 수
스스로 뿔을 꺾은 악마 소년의 외침, <헬보이>
-
프랑스 여성감독 카트린 브레이야의 스크린은, 이를테면, 포르노적 복음서다. 단단하게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거침없이 들이대고, 여성의 몸을 유린하고서야 ‘복음’을 외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구원, 아니 해방될 수 있다고. 마치 물에 기름을 들이붓고 불을 질러서 물의 순수성을 증명하려는 듯 그의 영화는 양립불가능의 재료로 뭉쳐진 세계처럼 보인다. 우리를 처음 도발했던 <로망스>(1999)와 제한상영관 공식 1호 상영작이 된 <지옥의 해부>(2004)만 놓고보면 그렇다. 게다가 <로망스>는 대단히 교훈적으로, <지옥의 해부>는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기에 그의 복음은 가짜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면 그의 필모그래피 중간쯤에 있는 <팻 걸>이야말로 그와 그의 복음을 이해하기에 적당하다. 바캉스 떠난 10대 소녀의 첫 경험 체험기를 통해 그의 정신적, 육체적 기원이 온전히 드러나는데, 이건 <로망스&
아담하고 흉포한 성지침서, <팻 걸>
-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희귀한 첩보원이다. 그가 찾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진실이다. 그에겐 지령도 임무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데에는 2년 전 <본 아이덴티티>로 거슬러올라가는 사연이 있다. 총상을 입고 지중해에서 구조된 본은, 기억은 백지상태인데 육체는 가공할 반사신경과 첩보기술, 전투력을 암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본의 정체는 CIA 암살단 트래드스톤 최정예. 그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길 원치 않는 과거의 상사로부터 목숨을 지키는 싸움에서 본은 마리(프랭카 포텐테)를 우연한 동행으로 만나고 결국 은둔 생활의 반려자로 맞이한다. <본 아이덴티티>의 말미에서 본때를 보여준 본은 “이제 건드리지 말라”고 적에게 통고했지만 그 정중한 부탁이 받아들여질 거라고는 CIA도 관객도 유니버설픽처스 관계자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6500만달러로 찍은 1편이 1억2100만달러를 벌어들인 뒤에는 말이다. <본 슈프리머시>에서 인도에 정착한 본에
유럽을 종횡하는 복수와 속죄의 질주, <본 슈프리머시>
-
50달러를 벌고 싶어서 집에 돌아가지 못한 어린 병사가 말한다. “50달러면 소가 한 마리인데… 어머니께 소 한 마리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카메라 한대, 딸아이를 데리고 창경궁에 가겠다는 소망, 소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돈. <알포인트>는 그처럼 아주 작은 욕심을 가지고 있었던 젊은 군인들이 수십년 쌓인 원한에 먹히고 마는 서글픈 공포영화다. 가난하고 못 배운 그들은 자신들이 들어간 땅에 누가 피를 뿌렸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집에 가고 싶을 뿐이지만, 피를 먹고 자란 밀림은 죽은 영혼까지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72년 베트남, 여섯달 전에 실종된 병사들이 도움을 청하는 무전을 보낸다. 유일하게 살아남아 본대로 돌아온 병사는 자기 소대원들이 모두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마지막 흔적을 남긴 장소는 오래전 프랑스 점령군이 몰살당했던 로미오 포인트. 최태인 중위(감우성)와 여덟명의 소대원들은 알포인트라고도 불리는 그곳으로 들어가 일주일 기
죽은 영혼조차 놓아주지 않는 죽음의 전쟁, <알 포인트>
-
동아시아 3국의 프로젝트 <쓰리>가 기대만큼 큰 반향이나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물러간 지금, 후속 프로젝트인 <쓰리, 몬스터>가 도착했다. 전작이 ‘호러’라는 큰 틀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각국 감독들에게 자율권을 넘겨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여기에 ‘귀신 없는 호러’라는 다소 좁혀진 공통과제가 대신 제출되었다. 룰은 같고, 참여 국가가 하나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좀 달라질 수 있을까?적어도 국내에 관한 한, 이번에는 그 모든 키를 <올드보이>의 영광을 안은 박찬욱 감독이 쥐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억할 만한 인용구를 남겼는데 그것은 “등장인물들에게는 고통을, 투자자들에게는 기쁨을”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쓰리, 몬스터>는 라인업에 누가 들어가고 빠지는가를 세심하게 단속한 흔적이 보인다.최근에 개봉한 <몬스터>에서 보듯, 한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것은 그 조건이 사회의 구조적 압력이든 갑작스레 찾아온 충격이
우리 안에 웅크린 몬스터의 소환, <쓰리, 몬스터>
-
그 여름의 바다가 조용한 까닭은, 그 청년의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시게루(마키 구로코)는 청소용역 회사에서 일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던 어느 여름날 그는 부러지고 버려진 서핑보드에 마음을 뺏긴다. 어설프게 보드를 수리한 시게루는 그날부터 홀린 듯 해변으로 나가 무턱대고 서핑을 연습한다. 그는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똑같은 청각장애를 지닌 여자친구 다카코는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킨다. 시게루의 열의는 그를 놀리던 동네 젊은이들까지 서핑을 기웃거리게 만들고 왕년에 훌륭한 선수였던 서핑숍 주인도 감복시킨다.
언뜻 약골 소년이 수련 끝에 경기에서 우승하고 사랑도 얻는 캘리포니아 청춘영화 줄거리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세 번째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5년 뒤에 만들어진 <키즈 리턴>과 달리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 시게루는 젊은 날의 경험을 발판삼아 장차 괜찮은 어른이 되어보겠다는 ‘아이
담담하고 정적인 서핑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먼 훗날, 네크로몬거라는 악의 종족이 있단다. 이들의 목적은 우주의 모든 행성을 돌아다니며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 다스 베이더처럼, 그들의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행성은 그야말로 잔혹하게 씨를 말려버렸다 한다. 그리고 헬리온이라는 행성이 있었다. 고도의 문명(그리고 페르시아 스타일의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이 ‘빛의 행성’은 네크로몬거들의 침략을 받고 존립의 위기에 빠졌다. 예언에 따르자면, 당연히 구원자가 나타날 것이니라. 리딕이라는 이름을 가진 죄수(빈 디젤)는 전사 퓨리언족(族)의 마지막 생존자일지니. 과연 은하계의 운명은 이 단단한 근육질 남자의 두손에 달려 있는 것일까. <스타워즈>를 흉내내듯, 낮게 드리워진 마녀 에레온(주디 덴치)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은 오랜만에 보는 거대한 우주 활극(스페이스 오페라)의 세계다.
데이비드 토이 감독이 15살짜리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 혼성 모방의 우주에서 리딕은 “우주는 언젠가는 끝이 나게 되
키치적 향취의 액션 활극, <리딕-헬리온 최후의 빛>
-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도주하던 석태(권오중)는 교통사고로 인해 평화로운 산골 시실리로 흘러든다. 그러나 곧 예기치 않은 사고로 질식사하고, 그의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석태를 벽에 묻는다. 한편, 양이(임창정)는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로 석태의 행방을 찾아 ‘동생들’을 이끌고 시실리에 온다. 이제 이 조용한 마을은 ‘석태’, 다른 말로 ‘다이아몬드’를 들키지 않으려는 마을 주민들과 석태를 기어코 찾고야 말겠다는 양이파의 격전지로 변한다. 영화는 마을 주민들과 양이파를 교차편집함으로써 공포와 유머, 긴장과 이완 사이를 우아하게 오간다. 화면분할 또한 욕망의 이상동몽, 또는 동상이몽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곳에 분노는커녕 한도 모르는 어리버리한 처녀귀신 송이(임은경)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혼미해진다. 영화는 후반부, ‘시실리’로부터 다시 2km 떨어진 ‘천사의 집’으로 무대를 옮긴다(오프닝에서 언뜻 보여지는 표지판에는 ‘시실
스테레오 타입의 깜찍하고 능청스러운 전복, <시실리 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