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팬더> 시리즈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피터 셀러스 콤비의 <핑크 팬더> 시리즈는 우연히 탄생했다. 첫 작품인 <핑크 팬더>는 1963년 만들어졌는데, 애초 주인공은 클루조 형사가 아니라 도둑 찰스 리튼경(데이비드 니븐)이었다. 사실, 클루조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맡을 예정이었는데, 촬영 1주일을 남기고 그가 돌연 출연을 거절하는 바람에 에드워즈 감독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셀러스를 기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탁월했다. <로렐과 하디> 시리즈의 스탠 로렐을 좋아했던 셀러스는 탁월한 코믹연기와 감각적인 애드리브를 구사했고,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이 되자 이 영화의 주연은 당연히 셀러스의 클루조 형사로 바뀌었다. 둘째 시리즈인 <핑크 팬더2: 어둠 속에 총성이>는 월터 매토가 주연한 연극을 원작으로 삼은 심각한 드라마였다. 형사 역을 맡기로 했던 셀러스나 연출을 하게 된 에드워즈나 이 영화를 하기 싫었고, 결국 제작자를 설득해 클루조 형사의 코미디로 내용을 바꿨다. 이후 <핑크 팬더4: 핑크 팬더의 역습> <핑크 팬더5: 핑크 팬더의 복수> <핑크 팬더6: 핑크 팬더의 추적> 등 시리즈가 나왔고, 대부분 큰 성공을 거뒀다. 병적인 성격의 셀러스는 항상 에드워즈 감독과 사이가 나빴지만, 1980년 사망한 뒤 <핑크 팬더6: 핑크 팬더의 추적>(1982)에 사전에 촬영된 화면으로 등장하며 '유작'으로 기록했다.
만화 캐릭터의 등장 또한 우연이다. <핑크 팬더>를 다 찍은 에드워즈는 애니메이터인 데이비드 패티에게 연락해 영화 제목인 핑크빛 팬더를 캐릭터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이렇게 제작된 캐릭터는 고작 편지지와 명함에만 사용됐지만, 다시 몇 달 뒤엔 오프닝 시퀀스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 캐릭터는 결국 영화만큼이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100편이 넘는 단편애니메니션으로 제작돼 현재까지도 헨리 맨시니의 주제음악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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