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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전국 태권도 대회를 휩쓸었던 강호 만세고, 그러나 현재는 예선통과마저 아슬아슬한 삼류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자존심 강한 주장 민규(현빈) 말고는 변변한 선수 하나 없는 태권도부가 와해되기 직전, ‘광안대첩’ 사건이 터진다. 학교 짱인 용객(김동완)과 그의 일당이 우연히 태권도부와 패싸움을 벌이게 되고, 현장에 없었던 민규를 제외한 부원들 전부가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교장 선생님(김갑수)과 태권도부의 매니저 수빈(조안)은 용객 일당에게 태권도부에 입단하여 전국대회 예선만 통과해주면 퇴학시키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일당은 투덜거리면서도 ‘폼나지 않는’ 태권도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어린이 태권도장 사범인 충근(김영호)을 새로운 선생으로 모시고, 발레리노 출신 석봉(이기우)까지 영입하며 새로운 팀을 꾸린 만세고 태권도부, 과연 어떤 성적을 낼까?
기억을 더듬어본다. 2002년 여름 대한민국 전역을 들썩거리게 했던 한국축구대표팀의 황홀한 슛과 <슬램덩크>
긍정문으로 가득찬 전형적 청춘물의 매력,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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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을 중심으로 변주되어온 아더 왕의 서사가 역사적 “사실”이 되는 순간, 마법과 성배와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전쟁 그 자체만 남는다. 신비로운 에피소드들은 떠나고 아군과 적군이 뚜렷해진 현실에는 전장에 내던져져 고뇌하는 인간, 아더가 있다. 때는 서기 5세기 암흑시대의 브리튼. 15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귀향하려는 로마의 장교 아더와 여섯명의 사마시안 기사들에게 로마의 제마누스 주교는 마지막 임무를 전달한다. 브리튼 북쪽에 거주하는 마리우스와 미래의 교황으로 점찍은 그의 아들 알렉토를 색슨족의 위협으로부터 구출하라는 것. 브리튼 북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즈족의 주둔지역을 통과하고 색슨족의 공격에 맞서야만 한다. 기사들은 반발하고 아더는 고민에 빠지지만 결국 그들은 로마 교황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기로 한다. 마리우스의 영지에 도착한 아더 일행은 우연히 알게 된 지하감옥에서 우즈족의 전사인 기네비어를 구출하고 알렉토의 가족들을 하드리안 성으로 무사귀환시
근대적 영웅이 되어 돌아온 아더의 전쟁서사, <킹 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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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다가 불을 꺼버리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처음부터 컴컴하고 어두우면 어둠에 익숙해져서 볼 수 있잖아. 난 괜찮아. 난 괜찮아.” 우리는 때론 길에서 환상을 본다. 대낮의 한산함을 지나 어두운 밤이 내리면 세상은 늑대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고 거리에선 술에 취한 젊음들이 비틀거린다. 그들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리기도 하고 비를 맞으며 영혼의 상처를 달랜다. 공허한 울부짖음이 거리에 메아리친다. 영화 <늑대의 유혹>은 귀여니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 인터넷 소설로 10대뿐 아니라 20대 청춘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원작이 이번엔 스크린으로 걸어들어왔다. 이미 소설을 읽은 사람뿐 아니라 전혀 무지했던 사람이라도 <늑대의 유혹>에 대해 관심을 느낀다면, 이 영화가 두 꽃미남이 출연해 온갖 매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리라.
평범한 느낌을 풍기는 한경(이청아)은 서울에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말 그대로 갓 상경하여 강신고로 전학을 온다. 그러나 그
길 잃은 청춘들의 사랑 판타지, <늑대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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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순정만화, 하이틴 로맨스 문고, 그리고 인터넷 소설로 이어져 내려오는 십대들의 ‘로맨스 탐식’이 그렇다. 로맨스의 주인공들도 달라지는 게 없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평범한 여자주인공에게,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남자(들)이 푹 빠지고 매달리고, 암튼 순정을 다 바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평범한 십대 소녀들의 고달픈 일상을 달래주는 ‘판타지’다.
달라진 게 있다면 화법 정도가 아닐까. “-_-ㅅ-_- 그놈은 이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ㅠㅠ 설마 얘가 걔란 말인가? 쿠궁 ㅜㅜ 잘생겼다고 인정하긴 싫다.” “그놈은 나를 광견병 걸린 개 떼어내듯이 홱 팽개쳐냈다. 헉헉. 이게 뭐야. 이럴 수가…. 지은성은 더 놀란 듯 O_O 이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엉엉엉. ㅜㅜ 난 주그따.” 이모티콘과 한글 파괴, 솔직하고 과감하게 또래들과 교감하는 인터넷 세대들의 이야기에 충무로가 눈독을 들이기
만화적 상상력과 MTV적 스타일, <그놈은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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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궁지에 몰린 영화미학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대안적인 영화형식으로서의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심사위원장이었던 타란티노의 궁색한 변명이야 어찌됐건 <화씨 9/11>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누가 뭐래도 확실히 정치적인 제스처였다고밖에는 달리 판단할 길이 없다. 무어는 화씨 911도가 “자유가 불타는 온도”라고 말했다지만, 생각건대 그것은 영화가 타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온도이기도 한 것 같다. 그는 기꺼이 미학을 찢어발기고 논리를 포기하면서 프로파간다의 길을 선택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화씨 9/11>은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엔 한참 못 미치는 영화이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부시 대통령의 온갖 행태들에 반감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원할 법한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또 들려주는 영화다. 부시 가문과 빈 라덴 가문의 긴밀한 유착관계, 자국민의
안티-부시 프로파간다 영화, <화씨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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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매불망 해적되기를 소원하는 얼치기 동네 해적단이 있다. 그리고 해적 교본을 들고 수칙을 암송하며 무해한 무기로 해적 흉내를 내는 이 철없는 돼지들에게 진짜 위험에 빠진 공주가 나타난다. 하늘에 뜬 공중요새와 동력장치, 공주의 목걸이가 가진 비밀 등 점차로 그들은 진짜 해적과 세계의 운명이 결부된 위험한 모험에 끌려들어간다. 익숙한 모험스토리,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비행정을 타고 다니는 돼지 마테오에게서 이미 <붉은 돼지> 포로코를 떠올렸다면 그 이야기가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 온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의 독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 영화에선 무의미한 일이다. 영감을 미야자키 하야오에 빚지고 있는 것이 비단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이하 <마테오>)의 일만도 아닐 터. 출전을 아예 밝히고 들어가는 바에야 기대할 것은 어차피 새로운 상상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풀 3D로 제작
‘여름방학 특선 만화영화’,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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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로맨스>는 지구상 어느 철학자도 풀지 못할 이 세계의 수수께끼, 사랑을 정의하기 위한 소동이다. 귀여운 격언이다. 익히 들어온 속담이다. 정해진 승패를 두고 속아주는 긴장이다. 부족한 세인들을 위해 마련된 위험하지 않은 ‘환상’이다.
영화 속에는 7년을 사귄 남녀가 있다. 여자는 이 남자의 프로포즈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남자는 7주년 기념일을 기억하는 것에 약할 뿐 아니라 본의 아니게 허술하다. 게다가 7주년 기념일에 선물을 사러가서는 사올 것은 안 사오고 대신 다른 여자와의 로맨스를 들고 온다. 그것도 당대 최고 여배우와의 로맨스를. 그 로맨스, 내 남자의 로맨스를 어떻게 말려야 하는 걸까? 그뒤로 보통 여자 김현주(김정은), 그 여자의 남자 김소훈(김상경), 그 여자의 남자의 또 다른 여자 은다영(오승현)은 “자연의 섭리”의 마지막 선택에 도달하기까지 ‘사랑의 먹이사슬’ 안에서 울고 웃는다.
<단적비연수> <울랄라 씨스터즈>를 지
안전하고 유쾌한 환상들의 잔치, <내 남자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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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새삼스럽지만,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은 관객이 <해리 포터> 영화를 냉정히 판단하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다. 독자의 눈을 가진 관객은 책이 묘사한 수많은 마법과 실물(의 이미지)을 대조 확인하는 일만 해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아이처럼 숨이 벅차다. 거꾸로 <해리 포터>를 읽지 않은 관객이 영화를 온전히 음미하기도 어렵다. ‘포터월드’를 관통하는 복선과 뉘앙스를 암시하는 영화의 윙크에 제때 호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하 <아즈카반의 죄수>)는 원작 독파 여부를 불문하고 더 큰 만족감을 안긴다. J. K. 롤링이 문장으로 쓴 것을 영화로 옮기는 데에 근면했던 1, 2편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달리, 신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롤링이 문장으로 쓰지 않은 것, 어둡고 도발적인 <해리 포터>의 영기(靈氣)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의 연출은
어둡고 도발적인 그림자를 포착하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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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신아리>는 <링>과 흡사하다. 원한을 품고 죽은 여인이 있고, 그 저주는 첨단문명의 이기를 통해 전달된다. 남과 여가, 원한의 수수께끼를 추적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하지만 설정이 비슷한 것은 전혀 흠이 아니다. <착신아리>는 완벽하게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공포를 지니고 있는 공포영화의 수작이다. <착신아리>는 <링>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한다. 무섭게 한다면서 그냥 <링>의 사다코를 베끼는 파렴치함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거장의 졸작은, 종종 평범한 감독의 무난한 영화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미이케 다카시의 작품들도 그렇다. 1998년 <타임>이 ‘21세기에 가장 장래가 주목되는 감독’의 하나로 꼽았고, 해외영화제에 단골로 초청되는 미이케 다카시는 거장이긴 하지만, 약간 해괴한 감독이다.
91년 데뷔한 이래 5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온 미이케 다카시의 필모그래피에는 걸작과 범작,
휴대폰으로 전해지는 섬뜩한 원혼의 저주, <착신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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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사토시는 많은 이들이 <천년여우>를 실사영화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져온 <천년여우>는 실사영화에도 어울리는 이야기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곤 사토시는 그 질문에 “그림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의 공통분모다. 나는 다른 길은 알지 못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그것이 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이다”라고 답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묻는 <천년여우>는 그처럼 만화를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밖에는 모르는 장인이 고집세게 사색해온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 몇장의 그림에서 태어났지만, 치요코가 몸을 싣는 우주선처럼, 2차원의 이미지를 넘어 깊은 공간을 향해 자유롭게 시간을 타고 흐른다. 꼼꼼한 고증을 거친 <천년여우>는 화려한 제목과 어울리는 그림을 층층이 겹쳐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천년여우>는 평생 동안 첫사랑을 찾아 헤맨 어느 여배우의
평생동안 첫사랑을 찾아 헤맨 여배우의 이야기, <천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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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계의 ‘저승사자’ 중태(박중훈)는 카드 빚이 1500만원에 달하지만 못 갚겠다고 버티고 있는 뺀질뺀질한 유흥업소 대리운전자로 일하는 훈(차태현)을 손봐주러 온다. 돈을 안 갚으면 12시간 뒤에 콩팥을 떼겠다고 위협하며 훈이 일하는 장소까지 따라붙는 중태, 그러다가 만취한 외국인 손님의 대리운전을 하게 된 훈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차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 안에 있던 가방을 꼭 찾아오라며 불같이 화를 내는 외국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중태가 남고 훈이 가방을 찾으러 가는데, 이 가방을 노리는 중국인 스파이 조직이 보낸 킬러가 외국인을 살해한다. 얼결에 문제의 가방을 손에 넣은 훈과 중태는 그때부터 중국인 스파이 조직과 국가안전정보국 양쪽 모두에게 쫓기게 되는데….
<투 가이즈>의 장점과 약점은 전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너무나 직접적인 제목과 배우들의 기용은 영화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악질 채무자와 악질 채권자, ‘투-배드-가이즈’가
단순명쾌한 티격태격 버디무비, <투 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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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서울가자>는 <달마야 놀자>의 속편이면서도 아주 다른 영화다. 사실 ‘조폭의 산사 습격 사건’은 그 설정만으로도 임팩트가 있었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조폭들의 버티기와 스님들의 밀어내기 구도가 웃음을 자아냈던 것이다. 코미디의 속편이 대개 그렇듯, 이 경우도 장소를 바꾸고 인물을 불렸다. 공격(스님파)과 수비(조폭파)의 역할이 전편과 바뀌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 그러나 무엇보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정서의 차이다. 전편의 캐릭터와 설정을 이어받아 다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흩어진 염주알을 손 안 대고 주워담으라’는 새로운 화두처럼 풀기 어려운 숙제였을 것이다.
스님들, 서울에 가다. “울어도 서서 울라고 서울”이라는 그 야박한 속세에, 자연과 불심에만 묻혀 살았던 현각(정진영)과 무진(이원종)과 대봉(이문식)이 간다. 큰스님의 유품을 전해주러 가는 길,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즈음 출가한 그들의
성(聖)과 속(俗)의 대결, <달마야, 서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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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결하는 상대와는 닮는 법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둘은 점점 더 비슷해져 거의 차이를 알아볼 수없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오히려 그 때문에) 대립은 격화된다. 영화 <무간도>는 배신과 음모가 도사린 누아르의 음울한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바로 18층 지옥의 최저층부인 ‘무간’(無間), 즉 문자 그대로 양자간의 차이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뜻의 생지옥이다. 하지만 홍콩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이기도 한 이 3부작 프로젝트는 두 스파이의 존재론적 투쟁이었던 1편을 거쳐, 누아르 세계의 연원을 파고드는 전사(前史)이자, 비정한 모자이크인 2편에 들어 아예 지옥의 계보학(genealogy)으로까지 나아갔다. 지옥의 역사를 꿰뚫는 이 계보학적 서사는 일약, <무간도>를 <대부> 3부작과 견주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3편 <종극무간>(終極無間)이 도착했다.
시점은 다시 영인(양조위)이 죽고 난 다음인 2002년, 자신의 정체를
질긴 시간의 폐쇄회로, <무간도3 종극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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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 <스파이더 맨>의 속편에는 제작 초기에 몇 가지 가제가
따라붙었다. 한때는 <스파이더 맨: 노 모어>였고, 또 한때는 <스파이더 맨: 언마스크드>였다. 스파이더 맨의 ‘회의’와 ‘혼돈’을 너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어서일까. 결국 ‘2’를 붙인 무난한 제목이 선택됐지만, 가제가 암시했던 내용물까지 달라지지는 않았다. 1편의 막바지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되뇌던 피터/스파이더 맨은 2편에서 “사회적 책임감과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무엇이 올바른 삶일까 자문하면서.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 맨2>를 “책임감 있는 청년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피터의 여정”이라고 소개한다. 알려진 대로 그 여정에서 피터를 옥죄는 것은 사랑과 우정이다. 소극적인 피터에게 지친 메리 제인은 편집장의 아들인 우주비행사와 연인이 되고, 친구 해리는 스파이더 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오해하
책임감 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기, <스파이더 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