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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켈리는 19세기 호주의 전설적인 대강도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그는 로빈후드, 윌리엄 텔 그리고 우리의 홍길동처럼 지배층에 맞서 싸우며 민초들을 도왔던 영웅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할리우드의 스타 공급지로 각광받는 호주 영화계가 이 흥미진진한 인물을 가만히 놔두고 있을 리는 없었다. <네드 켈리>는 자국산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획된 호주 영화계의 야심적인 웨스턴 프로젝트다. 네드 켈리에 대한 소설 <아워 선샤인>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그가 체포되기 직전의 5년간이다. 이 짧은 기간에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가 발을 딛고 있었던 대지에 대한 통찰력이다. 영화는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가 묘사하는 궁핍한 이민자들의 삶은 생생하다. 호주의 대지를 메마르고 척박하게 묘사하는 미술과 촬영은 가끔 너무 과장되어 있기는 해도 적절한 박진감이 있다.
영화는 자칫 ‘영웅담’으로 빠져들기 쉬웠
소영웅의 투박한 선전포고, <네드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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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바꾸지 않고도, 오래된 연인 사이로도, 그 사랑이 매일 새로울 수 있을까. 매일 사랑에 빠지고, 매일 첫 키스를 나누는 기쁨에 취할 수 있을까. <첫키스만 50번째>의 연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루만 지나면 전날 기억을 까맣게 잊는 여자, 수많은 여성들과 하루 동안의 ‘시한부 로맨스’ 만들기에 열중하던 남자가 만나 눈이 맞아버린 것이다.
아내의 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사진과 문신으로 기록하는 <메멘토>의 레너드, 동네 미아 찾기에 동참해 ‘내가 누구지?’를 연발하는 <니모를 찾아서>의 파란 물고기 도리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루시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1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루시가 인지하는 시점은 사고 이전과 사고 당일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헨리는 루시에게 접근하고 사랑을 예감하지만, 루시에겐 바로 전날 데이트한 헨리를, 다음날 소 닭 보듯 하는 망각의 일상이 반복된다. 헨리는 그런
매일 새로 시작하는 오래된 연인, <첫키스만 50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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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영화가 도시의 불안을 먹고 자란 장르라면 사기극은 자본주의의 허영심이 키운 장르일 것이다. 돈은 모든 사기극의 원점이요 귀결이며 인간은 화폐의 잔인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연기할 뿐이다. 적어도 이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선 그렇다. 김 선생(백윤식)이 어느 기업 연수원에서 이라크 화폐에 대해 일장연설을 할 때 그 말엔 정말 큰 사기는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큰 건이 있다면 패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런 욕망이 아니라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범죄의 재구성>은 간단히 말하면 한국은행을 속인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일군의 전문가 집단이 의기투합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한다. 짐작하겠지만 여기까지는 <오션스 일레븐>과 크게 다르지 않다. 11명이 필요했던 <오션스 일레븐>과 달리 <범죄의 재구성>은 5명으로 팀을 구성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건 이 영화가
한국은행을 속인 사기꾼들의 이야기, <범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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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도 슈퍼맨이 있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들이 판을 치는 나라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어쨌든 다리를 짓고, 빌딩을 올리는 이 슈퍼맨은 오리지널보다 (어떤 의미에서) 훨씬 ‘슈퍼’했다. 물론, 이 슈퍼맨이 한국 현대사에서 ‘슈퍼’가 되기를 강요받고 동원되었던 우리 모두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뛰는 슈퍼맨이라니, 아무리 푸른 타이즈에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익살을 떤다 해도 좀 직설적인 은유다. 영화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굽힐 줄 모르고 ‘실화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것도 물론 그 때문이다.
슈퍼맨이 정체성 위기에 빠지고, 다시 ‘짝퉁’ 루이 뷔통을 맨 ‘짝퉁’ 루이스를 만나 자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의 이야기인 <신동양 수-퍼맨>은, 말하자면 대한민국 근대화에 관한 풍자적 보고서다. 저마다 ‘난 특별하다’는 슈퍼맨 신드롬에 빠져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것이, 조국 근대화의 동력이었다는 (사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대한민국 근대화에 관한 풍자적 보고서, <신동양 수-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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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의식에 미제 영웅들이 끼친 영향은 크다. 이번엔 <헐크>, 그리고 수용자는 겁 많은 초등학생 풍이다. 동네 강아지에게도 쩔쩔매고 힘센 학교 덩치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 순정을 가져간 야채가게 딸 랑에게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는 일. TV 속 헐크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구름다리에서 떨어진 뒤 풍이는 정말 강한 힘을 얻게 된다.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소리도 없이 쫓아다니는 엄마가 발없는 귀신처럼 묘사되고 TV가 삶의 모든 유효한 가르침을 주는 이 나이 또래의 세계가 만화경처럼 그려지면, 이 아이들의 세계만큼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용기와 힘이 대접받는 곳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을 얻게 된 뒤 강아지도, 덩치들도, 사랑도 더이상 문제될 것 없게 된 풍이가 더 큰 힘을 가지려 시도하는 것도, 때문에 자연스레 이해된다. 그러니까 이 소년 헐크의 이야기는 ‘억압된 무의식의 폭주’라는 헐크 자체의 이미지와는 어
초등학교 버전 ‘인간과 권력’,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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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살아남기 위해 죽여야 하는 무자비한 서바이벌 게임 배틀로얄 최후의 우승자 나나하라 슈야. 그는 “필사적으로 싸워 가치있는 어른이 되라”던 기타노 선생의 살인 혐의로 수배됐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무기력한 피해자에 불과했던 슈야는 배틀로얄법을 시행한 어른들에게 선전 포고를 하고 테러단체 와일드세븐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어른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테러집단 소탕의 미션을 내리고 전쟁터로 내몬다. “사람 목숨은 평등하지 않다. 세상엔 승자와 패자뿐이다. 패배는 악이다.” 저격수도 타깃도 돼야 하는 아이들끼리의 싸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죽음인지, 아이들은 회의한다.
<배틀로얄 2: 레퀴엠>은 <배틀로얄>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잇고는 있지만, 번지수가 한참 다르다. 크랭크인 직후 쓰러진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결국 운명을 달리했고, 그의 장남이자, 각본가 겸 프로듀서인 후카사쿠 겐타가 속편의 운전대를 잡았
비디오게임 스타일의 전쟁영화, <배틀로얄2: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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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작가 마코토 세가와(마쓰다 류헤이)는 3년 전 헤어져 뉴욕으로 떠난 여자친구 시즈루 사토나카(히로스에 료코)에게서 어느 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그녀가 곧 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쓰여져 있다. 그러나 동창회에서 만난 한 친구는 그녀가 이미 1년 전 뉴욕에서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마코토는 시즈루가 보내준 사진 한장만을 들고 무작정 뉴욕으로 향한다. <연애사진>은 향수가 가득 담긴 로맨스로 영화의 길을 연다. 마코토의 보이스 오버가 안내하는 회상장면은 시즈루와의 만남, 동거, 그리고 이별의 과정을 보여주며 신기루 같은 그녀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든다. 천재 같았던, 또는 백치 같았던 시즈루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러나 뉴욕에 도착한 마코토는 쉽사리 시즈루를 만나지 못한다. 그녀의 현재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정말 그녀는 소문처럼 뉴욕 귀퉁이 어딘가에서 죽어간 것일까? <연애사진>은 미스터리의 구조를 선택한다.
아름다운 현대판 괴담, <연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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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에서 7살의 지능을 가진 아버지 샘(숀 펜)은 자신보다 똑똑한 7살의 딸 때문에 혹독한 곤경에 처한다. <저지걸>의 아버지 올리(벤 애플렉)도 7살이 된 딸 거티와 함께 인생 역전극을 꿈꾸다 ‘구원’받는다. 지능이 7살에 머문다 해도 샘의 몸은 건장한 어른이다. <아이 엠 샘>은 위대한 부성애에 몰두하느라 그랬는지 그에게 성욕의 문제를 제거했다. 올리는 좀 다르다. 거티와 함께 비디오점에 간 그는 딸이 아동용을 고르는 사이 자신은 성인용을 집어드는 남자 어른의 솔직함을 보여준다. 딸과 함께 포르노를 빌리러 온 아버지를 흥미롭게 본 점원 마야(리브 타일러)가 마지막으로 섹스한 게 언제인지 묻는다. “7년 동안 안 했는데요….” 연민에 빠진 마야가 즉각 “당신 집으로 가자”고 한다. 섹스하러. 딸을 낳는 순간 저 세상으로 가버린 아내(제니퍼 로페즈)를 잊지 못해 홀아비를 고집하던 그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순간이다. 좀 기가 막히지만 이런
딸과 엮어가는 설교조의 인생 구원극, <저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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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여인. 거대한 푸른 손가락의 추격에 지쳐 쓰러지고 만다. 홀로 살아남은 아기는 푸른 거인의 애완동물로 입양된다. 거인들의 선진 문명 속에서 자라난 그는 주인의 학습 헤드폰을 동족들의 품에 안기면서, 다 함께 힘을 합쳐 거인들에게 대항하자고 설득한다. 다른 별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인 종족은 ‘옴’(homme: 사람, 남자)으로 불리고, 스스로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거인 종족 트라그는 다른 생명체를 탄압한다. 지식도 권력도 나눌 수 없는 트라그가 옴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심오한’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기계 문명과 매스 미디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충돌, 냉전시대의 공포까지. 체코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애니메이터 르네 랄루의 배경으로 보면, 소련의 체코 침공에 대한 비유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판타스틱
초현실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SF판타지의 고전, <판타스틱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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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영화’ 하면 흔히 연상되는 스토리가 있다. 춤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 갖은 어려움을 뚫고 댄스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하거나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 <플래시 댄스> <더티 댄싱> <댄싱 히어로> 등 수많은 영화로 익숙한 이 패턴은 춤을 구애의 방식으로, 흥겨운 축제로, 직업으로, 스포츠로 이해했던 서구영화의 전통을 보여준다. <바람의 전설>은 그와 반대다. 철저하게 한국적 맥락에 서 있는 이 영화는 ‘춤’ 하면 ‘제비’를 떠올리는 오랜 습관에 기댄다. 우연히 춤의 세계에 뛰어들어 최고의 제비로 인정받았던 한 사내, 그의 성공과 쇠락이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서 제목에 등장하는 ‘바람’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불륜’을 뜻하는 ‘바람’이자 ‘춤바람’의 그 ‘바람’이다.
처음엔 순전히 춤바람에서 시작됐다. 주인공 박풍식(이성재)은 제비짓을 해서 먹고사는 친구 송만수(김수로)의 권유로 춤을 배운다. 첫 스텝을 밟는 순간, 온몸에
희망과 냉소의 상반된 테마가 뒤엉킨 춤곡, <바람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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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는 <체인지>라는 한국영화부터 멀게는 <존 말코비치 되기>의 재기발랄함까지, ‘몸 바꾸기’의 판타지는 코미디영화의 오랜 소재 중 하나다. <프리키 프라이데이> 역시 이 오래된 아이디어를 웃음의 도구로 끌어낸다. 엄마인 테스와 딸인 애나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커리어우먼 엄마’와 ‘반항기로 똘똘 뭉친 틴에이저 딸’의 관습적인 구도를 형성한다. 테스의 재혼을 앞두고 으르렁거리던 그들은 중국 레스토랑에서 받은 포천쿠키의 마력으로 서로의 몸을 바꿔쓰게 된다. 모녀는 몸이 되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서로의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동시에 몸을 되찾을 해결책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서로를 흉내내기에 둘은 너무도 다르다는 거다.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웃음은 바로 이 ‘다름’의 묘약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심리치료사인 엄마가 딸의 몸을 하고, 자유분방한 록밴드 멤버인 딸이 엄마의 몸을 하고 서로의 입장을 역동적으로 파괴하는 그 혼란스런
다름의 묘약이 주는 웃음, <프리키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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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호소에서 범죄자들의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미란다(할리 베리)는 악마에게 강간당한다고 주장하는 환자 클로이(페넬로페 크루즈)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미란다는 도로가 끊기는 바람에 원래 가던 길이 아닌 우회로를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우회로 한복판에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흐느끼고 있는 피투성이 소녀를 보게 된다. 그녀를 만난 직후, 미란다는 집이 아닌 감호소의 독방에서 깨어난다. 사랑하는 남편이자 감호소장 더그의 살해범으로 3일 동안 구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녀에게 있어 3일 동안의 기억은 송두리째 사라진 상태다.
마티외 카소비츠의 신작 <고티카>를 보고 있노라면 <스크림>에서 공포영화의 규칙들을 열거하며 농담 따먹기를 즐기던 주인공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오컬트 무비에서 사이코스릴러로, 그리고 동양적 한을 접목시키는 데 골몰한 듯한 최근
공포영화의 종합선물세트, <고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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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자 <폴리와 함께>의 주인공 루벤 페퍼(벤 스틸러)는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아내의 이름은 ‘폴리’(제니퍼 애니스톤)가 아니라 ‘리사’이다. 신혼의 꿈은 아내가 신혼여행지에서 만난 스쿠버다이버와 바람을 피우면서 순식간에 파경에 이른다. 그것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두 번째 만나게 되는 여자의 이름이 비로소 폴리이다. <폴리와 함께>는 한번의 가짜 이후에야 진정한 진짜를 찾게 된다는 다소 계몽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서사를 끌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자기 변화의 감동적인 모티브와 실수 연발의 웃음 코드들이 배치되어 있다. 우선은 그 캐릭터들의 상충되는 면이 호기심을 자아내고, 그 성격차가 웃음을 유발하는 촉진제가 되며, 다시 진지한 사건의 갈등에 이른 뒤에, 중요한 일생일대의 감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도착하게 된다.
말하자면, 루벤은 삶을 위험도의 확률로 계산하며 살아가야 하는 손해보험사정사이고, 조금만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
평이한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 <폴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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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제도에 대한 독한 회의(懷疑)가 그 주제만 아니라면, 결혼제도의 인위적 성격은 로맨틱코미디가 꽃피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따라서 아무리 극단적으로 다른 커플이라도 결혼반지라는 절대반지의 구속에 스스로를 변모해내게 마련인 것이다. 이처럼 결말이 이미 내장되어 있는 바에야 그 설정이란 여하간 상관없는 편이다. 여기, 24살의 바람기 다분한 청년 상민(김래원)과 16살의 보은의 결혼도 그렇다. 건강이 악화된 할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하기 싫은 결혼을 ‘어쩌다 보니’ 했지만 그 다음은 모두 진짜 부부가 되기 위한 도상일 뿐인 것이다.
여기서 개화기도 아닌 요즘 세상에 정혼 같은 것이 도대체 가능한 것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포인트는 ‘정혼’을 통해 파격적으로 삭감된 신부의 ‘나이’이다. 그러니까 ‘낭랑 18세’가 아니라 ‘낭랑 16세’ 정도랄까. 그러나 이 ‘두살’의 의미는 적지 않다.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가 이 사이에 놓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TV드라마와
깜찍함으로 승부하는 얄팍한 결혼 이야기, <어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