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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대를 배신한다. 최선을 다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아무리 거스르려 해도 휩쓸리게 되는 파도가 있다. 그러다 어디로 가는 건지 둘러볼 때는 이미 늦었다.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벌써 지났다. <하류인생>의 주인공 태웅은 자존심 센 건달이지만 배고픔 앞에선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의리를 믿고 살았지만 대신 감옥에 간다고 영웅이 되는 건 아니었다. 정치를 몰랐지만 그런다고 정치가 그를 피해갈 리 만무했다. 적당히 더러워지고 은근슬쩍 타협하면서 오욕의 세월을 살아낸 남자, 그는 결국 정보부 요원들에게 쫓겨 전경과 시위대가 대치한 한복판에 떨어진다. 10여년 전 폭력조직간의 싸움에서 그랬듯 태웅은 간신히 몸을 숨겨 어쩔 수 없이 다시 살아갈 내일을 맞는다.
단적으로 물어보자. 이것은 비극인가? 자유당 정권 말기부터 유신시대까지 건달로, 영화제작자로, 군납업자로 살았던 사내의 인생에서 비참하고 서글픈 심정을 경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하사탕>의 영
한국 현대사의 격랑에 떠밀린 한 남자의 젊은 날, <하류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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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먼지가 트로이의 성벽만큼 쌓이기를 수십번, 버려진 무수한 주검에 목구멍이 메었던 강의 신 크산토스마저 전쟁을 잊었을 이 즈음에, 장려했던 도시의 낙일(落日)을 노래하는 거대한 영화가 다시 완성되었으니 위대한 것은 옛 시인의 영감이요, 생생한 것은 4년 전 서사극 <글래디에이터>의 영광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전쟁의 기원은 터무니없다. 기원전 1200년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무력을 앞세워 그리스 세계 통합을 꾀하는 동안 동생인 스파르타 왕 메넬라우스는 트로이와 강화를 맺는다. 형 헥토르를 따라 트로이의 사절로 스파르타 궁을 방문한 왕자 파리스는 메넬라우스의 비(妃) 헬렌과 갑작스런 사랑에 빠지고 귀향하는 배에 그녀를 숨긴다. 고귀한 헥토르는 아우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나, 이미 불붙은 메넬라우스의 분노에 동생이 죽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무모한 연인들을 데리고 귀국한다. 그렇지 않아도 트로이의 주권을 넘보다 핑계를 얻은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을 소집하고, 무적 장군
장려했던 도시의 낙일을 노래하다,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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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을 가능하게 했던 초안자는 다름 아닌 마틴 스코시즈였다. 스코시즈는 6명의 감독에게 블루스 음악의 발자취를 뒤좇아보는 <더 블루스> 시리즈를 제안했고, 빔 벤더스의 <소울 오브 맨>(이 영화의 원제이며,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동명타이틀 곡)을 포함해 <고향에 가고 싶다>(마틴 스코시즈), <피아노 블루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레드, 화이트 그리고 블루스>(마이크 피기스), <아버지와 아들>(마크 레빈), <악마의 불꽃에 휩싸여>(찰스 버넷), <멤피스로 가는 길>(리처드 피어스)이 스코시즈의 지휘 아래 만들어져 TV에서 연작으로 상영되었다. 90여분 내외로 완성된 그 작품들 중 처음으로 빔 벤더스의 영화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이 스크린에서 선보이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20세기 초 블루스의 숨겨진 명인을 찾아 떠나는 빔 벤더스의 음악
블루스 음악의 발자취,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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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만원이면 죽은 자들이 다시 돌아온다. 간호원 안나(사라 폴리)가 어느 날 새벽 잠을 깼을 때, 세상은 그녀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옆집 소녀에게 물어뜯긴 남편은 다시 살아나 안나를 공격하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해 집 밖으로 도망친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이었다. 죽은 이들은 살아나 산 자를 먹고, 먹힌 자는 다시 살아나 산 자들을 공격한다. 우연히 만난 일행과 안나가 생존을 위한 성채로 선택한 장소는 교외의 쇼핑몰. 언제 그들에게 함락될지 모르는 성채에서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살아남는 것. 익숙한 기시감. 이 지옥은 이미 한번 우리를 찾아온 적이 있지 않던가. 공포영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 기시감은 알아차리기 쉬운 종류의 것이다. 과연 <새벽의 저주>의 원제는 ‘Dawn of the Dead’이며 여기서 이 영화가 공포영화의 대가 조지 로메로의 1979년작 <시체들의 새벽>의 리메이크라는 것은 분명해진다.
시체들을 20여년
스피드광 좀비들과의 아비규환, <새벽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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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박한 영화 한편이 조용히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형영화의 홍수 속에서 한주 동안 단관개봉으로 만족하는 작은 영화를 만나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5억원의 예산과 26회의 촬영일정만으로 완성된 영화 <풀리쉬 게임>은 다소 이색적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성현 감독의 본업은 안과의사. 대학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개업의 생활 20년 만인 2003년 장편 데뷔작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리고 사비를 털고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선배를 통해 충무로 스탭들을 모아, 김태연(<거짓말> <그녀에게 잠들다>), 이동규(<욕망>) 등의 배우들과 함께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영화를 완성했다.
흥미로운 제작배경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쉽게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희재(김태연)와 관계를 믿지 않는 현태(이동규)의 사랑이 한축이라면, 현태의 오랜 친구인 구본(공정환)과 재철(박재현), 그리고 각각의 여
관객과도 소통 불가능, <풀리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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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는 “70년대는 영화의 진정한 황금기였다”고 말하는 감독이다. 그 무렵 영화를 향한 그의 애정을 매혹적으로 반영했던 <킬 빌 Vol.1>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과 무협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사무라이 영화를 모두 모아 한 여인의 복수를 위해 바친 영화였다. 뱃속에 아기를 가진 채 총알을 맞은, 그 자신도 킬러였던 신부. 교회로 쳐들어온 다섯명의 킬러에게 신랑과 하객 모두를 잃은 그녀는 5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둘을 죽였고, 남은 셋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다와 사막을 가로지른다.
명인 하토리 한조의 검을 지닌 브라이드(우마 서먼)는 일본에서 첫 번째 표적 오렌을 죽인 뒤 버드(마이클 매드슨)를 찾아 텍사스로 온다. 보스 빌(데이비드 캐러딘)의 동생인 버드는 작은 술집에서 어깨 노릇을 하며 나태하게 사는 건달이 되었고, 또 한명의 킬러 엘르(대릴 한나)는 아직도 브라이드를 증오하고 있다. 브라이드는 그들을 거쳐 한때 연인이자 스승과도 같았던 빌에게 이른다.
70년대 영화를 향한 타란티노의 애정, <킬빌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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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아일랜드에는 일명 ‘막달레나 세탁소’로 불리는 가톨릭 교회가 후원하는 여성 수용시설이 있었다. 모든 죄지은 여자들의 어머니인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을 딴 이 기관은 교회의 견지에서 타락한 여자는 물론 타락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자들을 감금하고 안식일도 없이 세탁부로 부려먹었다. 피터 멀랜 감독은 막달레나의 ‘자매’들 가운데 아버지의 묵인과 교회 신부의 주도로, 같은 날 유괴된 세명의 10대 소녀를 주시한다. 그들은 무슨 짓을 했던가. 마가렛은 사촌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발설했다는 죄를, 버나뎃은 남다른 미모가 동네 사내애들을 자극했다는 죄를, 로즈는 처녀 몸으로 아기를 낳았다는 죄를 지었다. 처음 얼마간 마가렛은 자신의 감금을 착오라고 믿고 로즈는 슬픔으로 말을 잃고 버나뎃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탈출한 동료가 가족의 품에 안기기는커녕 아비에게 붙들려 도로 끌려온 날, 그들의 절망은 딱딱한 암종이 된다.
믿기지 않는 실화지만, 최후의 막달레나 세탁소는 19
죄없는 소녀들의 탈출기, <막달레나 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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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모욕을 참아야 했다. 참지 않으면 먹고살 길이 없었다. 아버지는 울분과 설움을 삼켜야 했다. 삼키지 않으면 가족을 지킬 도리가 없었다. <효자동 이발사>의 주인공 성한모(송강호)는 그런 아버지다. 깎쇠라고, 두부 한모라고 놀림받아도 얼굴 붉힌 적 없는 착한 남자라서 그랬다. 권력자가 무슨 짓을 하든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믿는 어수룩한 사내라서 그랬다. <효자동 이발사>는 바보 같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통에 가슴에 피멍이 들었던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한국의 현대사는 이 못난 인간을 가차없이 내동댕이쳤지만 영화는 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효자동 이발사>는 뒤틀린 역사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던 아버지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다.
1950년대 자유당 정권 시대부터 1980년 전두환 정권 수립까지 30여년 세월을 배경으로 영화는 한때 대통령의 머리를 깎았던 성한모의 일대기를 그린다. 대통령이 사는 동네 효자동에서
따뜻했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헌사, <효자동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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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에서 감=감이 아니다. 그는 기표가 곧 기의와 일치하는 것에 몹시 불안증을 느낀다. 그가 보기에 이 세계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태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 수정>의 수정과 재훈이 똑같이 동의하는 “우리 어디 좋은 데 가요!”의 ‘좋은 데’는 서로 공통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의미이다. 또 <생활의 발견>에서의 똑같이 남겨진 기차시간 ‘15’분은 한 여자와 일말의 여지없이 헤어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여자와의 며칠간의 만남이 시작될 단초일 수도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제목은 ‘여자는 남자의 과거다’라는 이 영화의 내용을 배신하는 표현이다.
스토리 라인은 간단하다. 겨울 어느 날 미국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영화감독 지망생 헌준(김태우)과 서울 유명대학에서 미술 강사를 하고 있는 문호(유지태)가 만난다. 그들은 중국집에서 낮술을 마시다 갑자기 둘 모두의 옛사랑으로 기억에 남아
솔직한 플래시백으로 만들어진 홍상수의 질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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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비-두2: 몬스터 대소동>은 1969년 시작된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실사로 만든 영화다. 사람 네 명과 개 한 마리가 이끄는 이 시리즈는 겁 많고 말 많은, 그래서 인기도 많은 개 스쿠비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2002년 제작되었던 전편은 3D 기술에서 그 답을 찾았고, 속편은 훨씬 더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스쿠비를 날렵하고 유연한 디스코 킹에 등극시키기에 이르렀다. 60년대풍 펑크가발을 쓰고 사람들 틈에 섞여 스테이지를 휩쓰는 스쿠비는 알록달록한 사탕 같은 이 영화에 또 하나의 색을 보태는 존재다. 프로듀서 리처드 서클은 “필요에 따라서 개처럼 행동하다가도 사람처럼 말을 걸어주는 스쿠비는 최고의 애완동물”이라고 말하면서 이 장수 시리즈가 가지는 매력의 핵심을 지적했다.
프레드와 다프네, 벨마, 단짝인 섀기와 스쿠비는 여전히 몬스터를 퇴치하는 미스터리 주식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그들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정체불명의 마스크맨이 나타나 도시
겁 많은 개 스쿠비, 드디어 영웅 되다, <스쿠비-두2: 몬스터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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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 미국에서 방영됐던 <스타스키와 허치>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형사물 시리즈다. 두 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했던 배한성, 양지운이라는 성우 스타까지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통쾌한 액션이나 정교한 줄거리, 사건해결보다는 서로 승강이를 벌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던 두 사람의 코믹한 모습에 집중했다.
이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 <스타스키와 허치>는 시대배경부터 이야기까지 텔레비전 드라마가 방영되던 70년대를 그대로 따라간다. 꼬불꼬불 파마머리와 꼭 끼는 청바지의 스타스키와 넓은 깃 셔츠를 입는 허치의 옷차림이나 사사건건 아웅다웅하는 둘의 모습도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대로다.
7달러가 든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차 몇대를 거덜내는 ‘오바’형 인간 스타스키(벤 스틸러)와 도시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안위를 위해 노력하는 ‘수동’형 인간 허치(오언 윌슨)는 경찰서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같은 팀을 이루게 된다. 이들이 파트너를 이룬 첫날
향수를 자극하는 70년대 인기 형사극의 재탕, <스타스키와 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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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엔가 하늘 끝엔 언제나 푸른 꿈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의 작은 별 하나가 있단다/ 맑은 미소 고운 눈빛 뛰노는 아이들처럼/ 오래전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오래전 가요 중엔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 있으면 이 가사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러면 ‘라퓨타’가 작은 별?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실체가 달라진다. 어른들 시선, 그것도 탐욕스런 어른의 시선으로 보는 라퓨타는 권력과 무력의 상징이다. 온갖 전투무기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라퓨타는 다르다. 새들이 노래하고 아늑한 평화가 존재하는 곳. 그래서 라퓨타는 각기 다른 상징과 비유로서 작품에서 기능하며 읽히기도 한다.
기계 견습공인 소년 파즈는 어느 날, 빛이 나는 목걸이를 한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소녀를 구해준다. 소녀는 목걸이, 즉 비행석으로 인해
무던하지만 결정적 감동을 주는 아스라한 판타지, <천공의 성 라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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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여성 프래니(멕 라이언)는 학교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가르치는 한편, 흑인 속어집을 만들기 위해 제자 코넬리우스로부터 외설적인 비속어들을 수집하고 있다. 코넬리우스를 만나기 위해 들렀던 ‘레드 터틀’ 바에서 한 남녀의 오럴섹스 장면을 목격한 프래니는 야릇한 충격을 받는다. 얼마 뒤,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가 그녀를 찾아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끔찍하게 살해됐음을 알려주며 이것저것 캐묻는다. 프래니는 말로이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오럴섹스를 즐기던 남자의 팔에 똑같은 문신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살해당한 이웃집 여자가 바로 그 바에서 남자와 함께 있던 그녀임을 알게 된다. 말로이와 격렬한 섹스를 나누며 쾌락의 절정을 느끼는 프래니는 점점 불안해진다. 말로이가 정말, 여자들의 목을 도려내고 장기까지 들어내는, 그리고 그녀들의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끼워두는 그 살인범일까?
수수께끼 같은 제목, <인 더 컷>(In The Cut). ‘베기, 벤 상처
초현실적 공간 속 여성의 불안한 욕망에 관한 보고서, <인 더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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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 <간장선생>에 이어 한국에서 개봉되는 네 번째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거칠게 비교해 마치 <우나기>의 속편처럼 보인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 요스케와 사에코 역을 맡고 있는 야쿠쇼 고지와 시미즈 미사가 <우나기>에 이어 다시 한번 연인으로 등장한다. 주제적으로는 근래 들어 이마무라 쇼헤이가 추구하고 있는 화해와 합일의 세계관을 한눈에 긍정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아내의 불륜장면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른 뒤 감옥을 갔다와서 한 마을에 정착해 이발사로 살아가는 남자가 그 마을에 자살하러 들어온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의 <우나기>는 이마무라 쇼헤이가 자신의 전작들을 참조하면서 암암리에 긍정적인 성찰의 그림자를 드리운 영화였다.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의 요스케는 그와 비슷한 서사구조로 복제된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그 성찰의
세상에서 가장 요상한 사랑 이야기,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