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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국영화의 CG가 할리우드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이냐, 따라잡으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그러나 나의 답은 지금 상황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수준의 차이가 엄청나다. 때문에 우리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능력이라는 한계 안에서 그동안 활용되지 않은 것을 활용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기술적 발전을 위해선 결국 영화계가 CG분야의 연구·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받침이 있어야 하드웨어, 고가의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도 확충할 것이며, 할리우드처럼 한편의 영화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를 것이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해선 안된다. 한편의 영화에서 CG에 대한 예산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물론 여기에는 CG계의 책임도 있다. 초창기에 활동했던 선배들이 안 되는 것도 무조건 된다고 하고, 적은 돈으로도 일을 진행하다가 추가비용을 요구하곤 했으니 불신의 장벽이 쌓인 것은
한국 최고의 CG맨 장성호 [2] - 한국영화 CG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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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의 난>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시작부분 까마귀가 하늘을 돌고 돌아 솟대 위로 내려앉는 장면 중 일부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애초 편집본에선 까마귀가 앉는 장면을 넣지 않았다. 나중에 박광수 감독은 이 장면을 다시 넣기로 결정했는데, 불행히도 네거필름이 사라져버렸다. 재촬영을 하려 해도 이미 원본을 찍었던 때와 계절이 달라져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아비드 편집기에 남아 있는 소스 화면을 보고 내가 CG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뒷배경부터 솟대, 까마귀까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3D 애니메이션인 셈이다. 기자 시사회 때 이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곤 절로 어깨가 으쓱했다.
<해피엔드>
근조등이 아파트의 벽을 타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장면도 쉽지 않았다. 촬영 당시 HMI로 야간조명을 했는데, 나중에 현상을 해보니 깜박거리는 플리커가 생겼다. 재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그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해 이마저 실패했다. 결국 CG를 동원
한국 최고의 CG맨 장성호 [3] - 남들은 잘 모르는 나의 CG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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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다들 <공공의 적>이 끝내주게 잘 찍혔다는 소문 들으셨을 겁니다. 그거 다 강우석 감독이 낸 소문이니까 지금부터 믿지 마십시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이 첫 시사회를 가진 지난해 12월28일, 무대인사에 나선 씨네2000 대표 이춘연씨는 그간 영화계에 떠돌던 소문의 진상을 밝히는 폭탄선언(?)을 했다. 아닌게아니라 <공공의 적>이 잘 나왔다는 소문은 영화촬영이 끝나기 전부터 흘러나왔다. 누가 편집실에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다, 무진장 웃긴다, 완성도도 높다 등등. 그 모든 말들이 강 감독이 일부러 퍼트린 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제로 <공공의 적> 촬영현장에서 만난 강 감독은 “이번 영화는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농담조로 던진 얘기였지만 영화계를 떠도는 이런저런 말을 종합해볼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정말 뭔가 대단한 물건이 나오나보다 싶은.
시사회 반응을 종합해보면 &l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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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연표
연출
2002년 <공공의 적>
19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1996년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 제7화
1996년 <투캅스2>
1994년 <마누라 죽이기>
1993년 <투캅스>
1992년 <미스터 맘마>
1991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1991년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1991년 <열아홉 절망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
1990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
19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8년 <달콤한 신부들>
제작·투자·배급
2001년 <킬러들의 수다>
2001년 <봄날은 간다>
2001년 <세이 예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2001년 <신라의 달밤>
2001년 <썸머타임>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2] - 강우석 감독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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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해학, 녹슬지 않았다
90년대 한국영화가 관객을 되찾기 위해 택한 무기는 무엇보다 웃음이었다. 그 웃음의 대표선수가 강 감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93년작 <투캅스>는 99년 <쉬리>와 <주유소 습격사건>이 나오기 전까지 <서편제>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흥행 2위를 지켰다. 96년 <투캅스2>까지 절정의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던 그가 형사액션물의 구도를 가진 <공공의 적>에 불어넣은 생명력도 유머와 해학이다. 경찰서를 드나드는 볼썽사납고 험악한 사내들의 모습에서 강 감독은 웃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순간을 포착한다. <미스터 맘마>나 <마누라 죽이기>에서 보여준 과장의 정도는 조금 심하다 싶지만 <공공의 적>에서 선보이는 코믹함은 품위를 잃지 않는다. 강 감독의 장기인 뛰어난 편집감각을 느낄 수 있는 코미디 장면이 적지 않다.
<공공의 적>의 주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3] - 새 영화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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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채 수북이 쌓여 있는 연하장. 전화기 근처 덕지덕지 붙어 있는 노란 포스트잇. 대니얼 디포의 문고판 <로빈슨 크루소>. 10여년간 제작·감독했던 영화의 포스터 패널들이 사방으로 에워싼 채 촬영현장으로 그의 등을 떠밀었음이 분명한 사무실. “아이고, 이렇게 긴 인터뷰는 처음이네, 목이 다 쉬겠다.” 자고 나니 몇십억 벌었더라는 소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는 회사의 회장 사무실치고는 검소한 공간에서 커다란 생수통 하나를 앞에 두고, 시네마서비스 회장이자 <공공의 적>으로 감독이란 칭호를 다시 찾은 강우석 감독과 나눈 인터뷰는 210분간의 긴 마라톤이었다. 경제지가 아니라 오랜만에 영화지와의 만남이라는 즐거운 비명을 신호탄으로 시작해 신작 <공공의 적>에 대한 이야기와 충무로 부동의 파워1위를 고수하기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반환점을 돌아,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과 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르락내리락, 그렇게 결승점에 도달하고 보니 어느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4] -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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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 강우석에게 묻는다
-한국영화계에서 최고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할 때는 어떤 순간인가.
=캐스팅할 때와 이 영화 해보자 했을 때 주변에서 오는 자신감. 아, 그리고 돈을 집행하는 속도다. 내가 의사결정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번 결정하면 논스톱이다.
-그렇다면 ‘파워1위’라는 위치가 부담스러울 때는 언제인가.
=내가 워낙 지르고 시작하는 놈이니까, 어? 내가 왜 질렀지, 할 때다. 지금이야 돈 집행을 내가 안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욕심이 많아서 돈 날린 게 수십억 된다. 누가 와서 생활비 떨어졌다, 돈 필요하다고 하면 왜 나만 돈버나, 에이 같이 먹고 살자, 했던 적이 많았다. 결국 그것이 워버그핀커스 들어오기 전까지 회사에 돈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집행사항 중 제일 후회되고 마음에 짐으로 남았던 결정은 뭔가.
=후회라고 한다면, 편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을 대기업 하고는 절대 손 안 잡는다는 고집 때문에 삥 돌아서 간 거다. 삼성이나 대우랑 했으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5] -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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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강우석에게 묻는다
-강 감독 어머니가 너도 작품성 있는 영화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공공의 적> 만들게 됐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은 아니었고 야 너 지금 뭐하냐 하는 말이었다. 우리 어머니도 날 오해한 거다. 너 돈이 그렇게 좋아? 돈 그만큼 벌었으면 됐지 뭘 더 벌려고 그러냐, 심지어, 너 그렇게 영화에 자신이 없냐, 그러면서 아주 모멸감을 주셨다. 나는 영화감독 아들이 좋은 거다, 다음 영화만들면 잘 만들어라, 작품성 있는 걸로. 그 말이 나에게는 쇼크였다. 내가 뭐 때문에 돈 때문에 머리 쥐어뜯고 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게 1년 반 전 이야긴데 김정상 사장을 영입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거다. 물론 내가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당신 눈에는 보이는 거였다. 영화 망했을 때 내 표정, 잘됐을 때 내 표정. 명절 때도 그냥 감독이면 안 나가도 되는데 매번 집에 없는 거. 먹고살 만큼 벌면 됐지,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나도
`과욕`의 승부사 강우석 연구 [6] - 인터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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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모두 앉았니? 지금부터 얘기를 시작할게.” 니콜 키드먼의 나직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디 아더스>의 다음 화면은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는 듯한 그림과 그 위에 새겨지는 제작진의 이름. 별 관심없이 지나치려는 관객의 눈에 하나의 이름이 쏙 들어온다. ‘Sunmin Park’, 한국인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는 이 이름의 주인공은 <디 아더스>의 프로듀서 중 한명인 박선민이다.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난 1월4일 한국을 찾은 그녀는 새벽녘 공항에 도착한 이래 오후까지 눈꺼풀을 붙여본 적이 없는 탓에 피곤이 배어 있었지만, 시사회 반응이 좋다는 소식이 뽀빠이의 시금치라도 된다는 듯 시종 즐거운 모습이었다. 재미동포 1.5세인 그녀는 1999년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 10인’ 중 한명으로 뽑혔으며, 같은 해엔 첸 카이거 감독의 <황제와 암살자>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던 인물. 미국 샌타
톰 크루즈와 함께 <디 아더스> 제작한 재미교포 박선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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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시작이 ‘빨간 날’인 건 많은 사람들에게 다행스런 일이다. 미어터졌던 종로 보신각 앞, 술잔을 들며 늦게까지 함께했던 모임들, 가족과의 케이크 파티. 지난날 있었던 저마다의 잔칫상을 치운 뒤, 아직 뭔가가 부족한 듯한 혈기왕성한 이들, 아마도 당신들에게 극장에서 새해 영화파티를 열 하루가 더 있는 것이다.0시부터 매진행렬인 극장이 오후 늦게까지 그렇게 사람들로 가득할 때, 그때 후후 날리는 입김처럼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아쉬워하는 다른 이들이 있으니, 바로 여기 소개하는 영화판의 일꾼들이다. 잠 못 자 빨갛게 충혈된 눈이 색맹이라도 된 양 달력의 ‘빨간 날’을 검게 보는 이들. 그들은 아무도 없는 썰렁한 사무실에 출근을 하기도 하고, 밤새 불 끄지 못한 작업실에서 침대를 ‘그림의 떡’ 보듯 하며 시계 앞에 침마르기도 하고, 고사상 돼지머리에 절하며 신년 촬영운수대통을 기원하기도 한다. 홍보 관계자들에게 관객이 영화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이날은 대박 ‘장사’하기 딱 좋은 날이기도
미치겠다! 우린 1월1일 0시부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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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표 있냐?” “벌써 게임 끝났는데….” 여기저기서 웅성이는 무리들이 눈에 띈다. 차선책을 선택하고자 함이다. 2002년 1월1일 새벽 1시55분 시작될 <반지의 제왕>은 이미 1년 전인 12월31일 10시10분에 현매분까지 표가 동이 난 탓에 설마 이 오밤중에 극장을 찾을까 짐짓 여유를 부렸던 이들은 다른 선택을 내놓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끌어댄다.한편, 상영하는 줄 모르고서 심야극장 나들이에 나섰던 이들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극장의 스탭들을 붙잡고 “표 있냐”고 물어댔고, 이 때문에 매진 상황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모니터가 오히려 민망함을 느낄만한 풍경이 계속됐다. 2002년 새벽 1시20분. “내일 다시 와야 하나”라는 한숨이 극장 로비에서 군데군데 피어오를 무렵, <반지의 제왕> 전 상영이 있었던 1관은 판타지 여행으로 1년의 경계를 훌쩍 넘은 관객을 또다른 비상구로 연이어 토해낸다. 전날 오전 8시부터 가장 큰 488석 규모의 1관에서 6회 상
[00:00] <반지의 제왕> 개봉한 메가박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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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별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지독한 ‘감금’ 생활을 참아내지 못해 누군가는 탈출을 시도했고,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해 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이들의 처소에 멋모르고 찾아들었던 남자들은 심지어 ‘봉변’을 당했다는 등등….두문불출한 지 300일,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세 마녀를 둘러싼 풍문은 그러했다. 침입을 강행하면 거처를 옮기겠다는 위협이 없지 않았지만, 연금술을 행하느라 기진한 이들이 깊은 새벽의 느닷없는 방문을 막아낼 만한 여력은 없었을 터. 특히 쿠앤필름의 험상궂은 남자스탭들(구본한 대표를 포함, 이들은 모두가 거의 밀다시피 한 ‘빠박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에 바리캉을 준비해놓고 조금이라도 웃자라는 머리카락은 가차없이 쳐낼 정도다. 물론 그동안 쿠앤필름이 내놓았거나 현재 갖고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이같은 헤어스타일의 상관관계는 확인된 바 없다)이 휴가를 간 것도 입성을 수월케 했다.그렇게 들여다본 마법의 성은, 그러나
[03:30] 쿠앤필름의 시나리오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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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용 비주얼은 이제 충분히 노출됐으니까 바꾸는 게 어때?”“그냥 쭉 밀고 가죠. 대신 카피를 더 센 걸로 바꿔야겠어요. 개봉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줘야 하니까.” 전날 과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일찌감치 회사를 찾은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와 몸살로 밤새 방바닥을 긁다 겨우 나온 시즈엔터테인먼트의 조성원 대표가 <마리이야기> 광고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사이, 야근으로 인해 잠이 덜 깬 모습의 채상병 실장과 양하영 대리가 오전에 잡혀 있는 비상회의에 합류한다.적어도 현재 확보된 전국 스크린 수 50을 남은 시간 동안 60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인터넷 마케팅을 중심으로 영화 소개가 좀더 필요하다는 보고가 더해지면서, 두 수장의 신경은 꽤나 날카로워졌다. 특히 최 대표로서는 1월11일 개봉하는 <마리이야기>가 청어람의 첫 번째 배급대행 작품인데다, <두사부일체> <바닐라 스카이> <몬스터 주식회사> 등 기존 상영작들의 굳건한 ‘버티
[09:00] <마리 이야기> 배급 준비하는 배급전문회사 청어람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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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장처럼 얼어버린 빙판길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오로지 바빠 간밤에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한 남자가 길가 건물 속에서 벨소리에 놀라 후닥닥 문을 연다. 문 밖 찬 새해 신문들 위로 방안의 훈기가 확 밀려온다. 아침이 훤히 밝은 이제야 막 침대에 몸을 댄 참이라는 맨발의 이 남자는, 그런데 보아하니 세수도 한 것 같고 막 외출할 사람처럼 스웨터까지 입고 있다. 이러다간 독자들이 거짓말하는 줄 알겠군. 밤새 일했다는 유일한 증거는 수염뿐. 그마저 밤샌 ‘티’를 남겨두느라 배려한 본인의 ‘설정’이다.“면도하는 데 몇분 걸리겠어요. 일하면 원래 일주일씩 수염을 안 깎거든요. 기자분들 오신다고 해서 사실 면도를 하려고 했는데, 일하는 모습 보여드리려고 일부러 안 했어요.” 영화음악가 이동준씨. 그는 정확히 23시간 뒤 1월2일 10시면 인천공항을 향해 집이자 작업실인 이 공간을 떠나야 한다. 의 녹음용 모든 악보를 손에 들고. 2일 1시 비행기로 러시아에 가서 합창단 포함 160명 대규
[11:00]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음악감독 이동준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