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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의 순수
프로젝트6-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Pinocchio 제작 멜람포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치, 카를로 지우프레 개봉예정 2002년
로베르토 베니니는 블록버스터 감독이라기보다 순진하고 작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대작 감독들만큼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탈리아영화 제2전성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감독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이제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베니니표 영화’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의 새 영화 <피노키오>가 현재 이탈리아에서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영화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5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피노키오를 연기하겠다는 그의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의 피노키오 역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20년 전부터 어쩌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내 코가 길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결국 하루는 침대에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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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살인사건
프로젝트8-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Dirty Pretty Things 제작 미라맥스, BBC Films, Celador Films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오드리 토투, 체트윌 에지포, 세르지 로페즈, 소피 오코네도, 베네딕트 웡
감독경력 20여년간 대서양을 넘나들며 크고 작은 영화들을 만들어온 영국감독, 스티븐 프리어즈가 2002년 내놓을 영화는, 런던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영화 <더티 프리티 싱즈>다.
다양한 규모와 주제, 톤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온 프리어즈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원래는 TV영화로 만들어진 1985년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990년 그를 아카데미 최고 감독상 후보에 오르게 한 네오 누아르영화 <그리프터스>, 그리고 가장 최근 영화로는, <그리프터스>에 출연한 바 있는 존 쿠색과 다시 한번 힘을 합친 로맨틱코미디 <사랑도 리콜이 되나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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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그녀의 것
프로젝트10-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Kill Bill 제작 어 밴드 어파트 배급 미라맥스 출연 우마 서먼, 워런 비티, 소니 치바
<재키 브라운>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감독 의자에 앉기까지, 무려 5년이 흘렀다. 그동안 다른 영화의 프로듀서 및 연기자로 외도(?)를 즐기던 타란티노가 모처럼 메가폰을 잡은 새 영화는 한 여성 킬러의 복수를 다룬 필름 누아르. 일급 여성 암살단의 일원이었던 ‘브라이드’는 보스인 빌과 동료들이 난사한 총에 맞고 쓰러진다. 혼수상태로 죽은 듯 누워 있던 ‘브라이드’가 고통스럽게 깨어난 것은 5년 뒤. 보너스처럼 연장된 생의 목적은, 자신을 배신하고 파괴한 이들에 대한 응징이다. 빌을 마지막 복수극의 주연으로 남겨두고, ‘브라이드’는 한때는 동료였던 적들을 차례로 제거해나간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야기란 점에서는 <재키 브라운>의 맥을 잇지만,<킬 빌>은 <재키 브라운&g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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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금수들의 얼음나라 대모험
프로젝트14- 폭스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Ice Age 제작 폭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 목소리 출연 데니스 리어리, 존 레기자모
셀 기법의 <아나스타샤>, 셀과 일부 3D를 결합한 SF물 <타이탄 A.E.>의 실험을 지나온 20세기폭스가,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로 100% 3D 컴퓨터애니메이션 대열에 합류한다. 때는 지구상의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빙하기. 냉소적인 성격의 거대한 매머드 맨프레드, 방정맞은 나무늘보 시드,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 디에고 일행은 부모를 잃어버린 인간의 아기와 마주친다. 이 뜻하지 않은 동행을 돌려보내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나서는 위험을 무릅쓰지만, 디에고는 뭔가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 <토이 스토리>부터 포토 리얼리즘에 가까운 정교함으로 자연을 살려낸 <다이너소어>, 실사배우 같은 인물을 선보인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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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의 파트너_김기덕의 독백
“나는, 이제부터 그를 아껴야 한다”
악어…. 그는 고단한 사람인 것 같다. 영화 밖에서 일상을 사는 데 길들여진 게 아니라 영화 안에서 사는 데 길들여진 사람으로 보인다. <피아노>를 보면, 마치 그가 자신의 가족한테 진심을 고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나의 영화 안에서 그는 욕망을 꿈꾸고 또 해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삶은 불안하고 또 위험하다.
나는 그가 우는 걸 딱 한번 보고 싶다. 영화 안에서야 많이 울었지만 실제로 그가 우는 걸 보고 싶다. 어제 <피아노>를 보고 나는 울었다. 수아가 칼국수를 끓여주니 그가 우는 걸 보며. 그건, 드라마 속 이야기로 운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자신의 심연의 외로움을 보고 울었다. 나는 그가 우는 걸 보고 싶다. 남자인 내 앞에서는 울지 않겠지만.
파리,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 나는 그를 여행시키고 있다. 그는 전에 한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를
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3] - 김기덕, 오종록, 장진이 말하는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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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중과는 사이가 멀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일반 관객과 나는 별개라고.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면 편안하고 자유롭기도 했지만, 음… 열등감 같은 것도 있었죠. 어쨌거나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그런 ‘네’가 다가와 ‘내’ 손을 살포시 잡은 거예요.”
“<나쁜 남자>에서처럼, ‘내’가 휙 돌아서서 ‘너’를 갑자기 안아버린 게 아니구요?”
“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강제로 키스했는데 혀가 쑥 들어온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조재현이, 웃는다. 요즈음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강제로 키스했는데 혀가 쑥 들어온 거라는 다분히 그다운 비유를 들면서 미소 한번, “좋으시죠?”라는 간지럼태우는 듯한 물음에 “그럼요. 기분 무지하게 좋아요” 하며 입이 귓가에 걸리기를 또 한번.
그도 그럴 것이 조재현은 요즘 12여년 연기생활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악어>나 <야생동물보호구역>은 물론, <섬&g
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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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 인생, 연극 따라 양지로
열심히 연극을 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조재현은 “올바른 생활을 하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스물넷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대학 방송반 아나운서였던 지금의 아내와. 그해 1989년, 그는 KBS 13기 공채 탤런트가 됐고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출연하며 대외적인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야망의 세월>에서 그의 역은 유인촌의 막내 동생이었다. 연극은 계속 그의 주무대였다. 친구들과 극단 ‘종각’을 만들고 <세발 자전거>(1989),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1990), <우묵배미의 사랑>(1990) 등을 무대에 올렸다. 방송에서는 웨이터 등 단역을 전전하던 그를 인정한 건, 연극판이 먼저였다. <에쿠우스>로 1991년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받은 것이다. <에쿠우스>를 공연할 때 조재현은 세살 난 아들의 아빠였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노는 아이를 보
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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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눈뜰 때 Hin Helgu Ve감독 흐라픈 군라프슨 출연 알다 사귀다도티, 스테인 마티에이슨 제작연도 1993년 출시사 SKC사랑이라는 로맨틱한 베일 뒤에 숨어 있는 은밀한 성적 유희는 어린이들에게는 괴이한 악마적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어쨌거나 이 7살짜리 남자아이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 표현법은 참으로 감미롭다. 그는 그녀의 그림을 그리고 그녀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야수의 변태적인 농간에서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바이킹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다만 그는 아이일 뿐이다. 그녀가 야수의 농간을 즐긴다는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분명히 사랑에 빠져 있지만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그의 사랑은 유아적인 것으로 홀대받는다. 주인공 게스터의 여자친구 콜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겨우 9살쯤 됐을까 싶은 이 아이의 오르가슴 패러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멕 라이언을 능가할 정도로 놀랍다. 그러나 그녀가 부끄러워하지
part3 손원평이 사랑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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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 이노센스 The Loss of Sexual Innocence감독 마이크 피기스 주연 줄리언 샌즈, 새프론 버로즈 제작연도 1999년 출시사 크림마이크 피기스의 영화를 볼 때엔, 조금쯤은 의혹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영화는 뭔가 실험적인 것 같기는 한데 어딘지 모르게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아마 이런 느낌이 가장 덜한 영화는 <브라우닝 버전>이었을 테지만 그건 또 지나치게 평범하고 점잖은 이야기였다.라틴어를 가르치는 노교사와 그의 어린 제자간의 따뜻한 우정. 짐작건대 스스로의 유년 시절에서 소재를 끌어온 것인 듯한 <섹슈얼 이노센스>는 아예 거의 스토리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이미지들의 흐름을 따라 자유로이 전개되는 영화다. 성적 모험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한편, 아담과 이브의 우화가 지극히 탐미적인 영상을 통해 재구성된다. 결국 신화의 인물들은 점점 현실적 공간으로 이동해오고 현실의 인물들은
part2 유운성이 건진 아까운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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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휘황한 개봉작에 열광할 때, 동네 비디오숍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나만의 영화를 발굴해내는 작은 기쁨은 진짜 영화광들만이 누리는 즐거움일 것이다. 여기 3인의 필자가 각자의 개성으로 고른 비디오 목록을 공개한다. B급영화가 건드리는 짜릿한 쾌락의 코드에 전율하며, 아깝게 잊혀진 명작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며, 삶의 질곡을 따라가는 드라마에 울고 웃으며 긴 겨울밤을 함께 하자. 편집자 part1 김봉석이 뽑은 B급영화싸구려, 즐겁고 정정당당한 소위 말하는 B급영화들을 제일 많이 봤던 때는, 80년대 후반이다. 딱히 좋아해서 본 건 아니다. 당시는 메이저 영화들이 별로 없었다. CIC나 워너에서 한달에 큰 영화를 기껏해야 3, 4편 정도 출시하던 시절이다. 그걸 다 보고 나면, 비디오가게 순례가 시작된다. 일단 한 가게에 들어가 가게 전체를 샅샅이 뒤지면서 제목을 보고, 재킷을 본다. 감독이나 배우 중에서 혹시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있다면 좀 쉽다. 낯익은 이름이 어디에도 없
뛰는 개봉작 나는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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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엄숙한 가짜가 너무 많아”뜻밖에도 그는, 영화와의 친연성을 부인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시나리오를 쓴 것도 이재한 감독이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그는 “모든 인간은 그가 읽은 책의 총체”라고 믿을 만큼 책을 좋아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동서, 고금, 장르를 망라한 수십개의 저서들을 입에 올렸다. <난중일기>에서 <발레이야기>까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유하까지. 그는 영락없는 인문주의자, 고전주의자였다. 미술도 현대미술보다 르네상스나 중세 화가들의 회화를 좋아했다. 예컨대 <나는 나를…>은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의 그림 <마라의 죽음>에서 시작해 들라크루아의 <사루나디팔의 죽음>으로 끝난다. 반면 그는 만화나 무협지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무협학생운동>을 썼다. 역설의 연속. 우리가 특정인에 대해 피상적으로 갖는 이미지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확인하는
쾌락주의자 김영하와의 잡담, 농담, 진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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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당신의 나무>란 소설을 읽은 다음부터 필자는 자주 어둡고 흐린 하늘 아래, 거대한 나무와 뒤엉킨 채 서서히 퇴락해가는 앙코르와트의 사원을 상상했다. 그 소설에서 “거대한 석조 불상의 틈새에 뿌리를 밀어넣어 수백년간 서서히 바수어온 나무”를 본 다음이었다. 이 나무는 사원을 허물어뜨리는 동시에 지탱해왔다고 했다. 이 나무가 아니었다면 부서지기 쉬운 돌로 된 사원은 진작에 흙이 되었을 거라고, 나무와 사원은 이렇게 서로 얽혀 900년을 버티어왔다고도 했다. 그뒤 대체 어떤 극중인물이, 왜 그곳에 갔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나무만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비장한 이미지로 고정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 글은 이미지로 남았다.이 나무의 주선으로 소설가 김영하(33)를 만났다. 흔히 얘기되듯 그는 확실히 우리 문학에 없는 이야기를 풀어냈고,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읽는 재미가 유별났다. 그리고 그는 올 초 <씨네21>에 ‘이창’이라는 이
쾌락주의자 김영하와의 잡담, 농담, 진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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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스터스 컷을 만들어보고 싶다”
지난 95년부터 <반지의 제왕>의 영화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감독 피터 잭슨이 이제 3부작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그 1부의 뚜껑을 열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개봉에 즈음해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유럽 미주지역 투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피터 잭슨과 서면으로나마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 인터뷰는 <씨네21>과의 서면 인터뷰, <팡고리아>와의 인터뷰 기사를 종합 정리한 것이다.
-당신은 원래 <반지의 제왕>의 팬이었다고 하던데, 처음 책을 읽은 것은 언제였나. <반지의 제왕>이 처음 당신에게 주었던 느낌이나 감동은 무엇인가.
=18살에 처음 원작소설을 읽은 뒤로, 나는 그 책을 항상 내 방 가까이 간직해뒀다. 그건 현실인 동시에 환상이었고,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였다. 처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난 늘 흥분이 된다. 하지만 이걸
피터 잭슨의 영화세계 [3] - 피터 잭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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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키튼. 나의 영웅은 버스터 키튼이다. <데드 얼라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건 피범벅이 된 버스터 키튼이니까. 버스터 키튼의 영향은 <포가튼 실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코미디영화를 찍다가 실수로 수상에게 파이를 던지고, 경찰들에게 몰매를 맞는 코미디언의 원조는 버스터 키튼이다.
1933년의 <킹콩>. 어린 시절에 공룡, 거대한 뱀과 싸우는 킹콩을 본 적이 있다면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보더라도 도시를 누비는 킹콩의 모습은 경이적이다. 피터 잭슨의 <킹콩>이 나오지 않은 것은, 할리우드의 영화사에 남을 만한 실책이다.
레이 해리하우젠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모험> <신밧드의 대모험>. 레이 해리하우젠은 괴물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개봉한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몬스터들이 최고로 꼽는 ‘해리하우젠’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나
피터 잭슨의 영화세계 [2] - 피터 잭슨을 키운 영화,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