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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령 - 인츠닷컴 영상사업부 사업부장친구들과 술집에 가듯, 그곳에 가면 즐겁다영화에 관한 한 다중인격인 나로선 다양한 취향의 영화를 고루 좋아하지만 결코 비디오로 혼자 보는 풍의 영화보기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비디오도 여러 명이 함께 보면 더 재미있다). 그래서 밖에선 꼭 개봉작들을 극장에서 챙겨보고(1회에 관객과 함께 줄서서 기다리며 선물도 받고 흐흐…. 마지막회를 여자변태처럼 맨 뒤에서 보는 맛도 꽤나 재미있다) 심각하고 슬픈 영화에서 슬쩍 울기도 하고 우울하고 철학적인 영화에선 밖에 나와 “으! 살기 싫다”를 다연발하며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한 영화일 땐 극장 앞 떡볶이집에서 떡복이를 집어먹으며 눈물나게 웃을 때도 있다. 난 이런 전염되는 ‘공감대’를 좋아한다. 술마시고 음악들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처럼 시네마테크에서도 잘 보면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영화 같은 무언가에 미쳐서 지금은 예전 친구들이 없어진 외로운 영혼들이나 혼자서도 잘 노는 친구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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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 영화감독좋은 영화는 나를 깨어나게 한다1995년 여름에 나는 영화 편집일로 뉴욕에 몇개월간 있었다. 어느날 한 시네마테크에서 무성영화시대의 거장 에른스트 루비치의 회고전이 있었는데, 사실 그전까진 그의 이름을 영화사 책에서나 본 듯한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그중 1919년 작품 <굴 공주>(Oyster Princess)를 보았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성영화 코미디이고 폴라 네그리라는 여배우가 나왔으며 무척 재미있었고 기술로나 표현기법이 지금 보아도 별로 낡지 않게 매우 뛰어났다.그 영화를 보고나서 무엇보다 ‘우리가 대한독립 만세를 부를 때 그들은 벌써 영화의 완성을 이루고 있었구나. 우리는 1927년에야 비로소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만들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는 한해에 꼽을 만한 수작이 한두편 나올까 말까 했고 과연 한국영화에도 르네상스가 올까 하고 나 스스로 의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출발선이 너무나 다르구나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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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수시로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하이퍼텍 나다, 아트선재센터, 씨네큐브 등 3군데 극장은 문화사업에 뜻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척박한 영화문화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동숭아트센터(대표 김옥랑)에서 지난해 8월 개관한 하이퍼텍 나다는 최근 1주년을 맞아 그간 상영했던 영화들 가운데 주요 작품을 뽑아 ‘나다 베스트컬렉션’이라는 제목으로 재상영했다. <키즈 리턴> <하나 그리고 둘> <구멍> <동경의 주먹> <제7의 봉인> <히로시마 내사랑> <차례로 익사시키기> 등을 틀었는데 주최쪽 집계에 따르면 평균 좌석점유율이 70%에 달했다. 특히 8월21일 <하나 그리고 둘> 상영은 매진을 기록하며 걸작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는 관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동숭은 1995년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과 함께 예술영화전용관을 출범시킨 경험이 있다. 그러나 프로
영화에 물주기, 숨통터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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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XXXX, 근거지: 서울시 동작구 사당2동 148-12, 혐의점: 테이프 불법복사 및 밀반입 수천건, 활동시작: 1991년 5월10일, 특이점: 유사조직들과 달리 지난 10년 동안 탄탄한 조직체계, 방대한 지지세력 과시, 최근 동향: 생소한 외국감독들의 영화를 대사관과 연계, 프린트를 국내로 직접 반입하여 상영하는 등 대담한 행태를 보이고 있음문화학교 서울은 실정법상 명백한 범죄집단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들의 지난 10년이 있었기에 우린, 조악한 비디오 화질로나마 고다르를 만날 수 있었고, 파졸리니에 경악할 수 있었다. 문화학교 서울을 거쳐간 3500명의 회원들 모두 가난한 공범이었고, 어수선한 사당동 어귀를 돌아 한번이라도 혜민국 한의원 3층 시사실의 문턱을 넘은 이들 또한 행복한 수혜자였다. 문화학교 서울의 김노경(30) 사무국장 역시 이곳을 처음 찾은 날 “그동안 내가 무엇인가를 박탈당해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처음부터 문화학교 서울
3500명의 `공범`이 만든 시네필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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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시네마테크를 허하라’는 기치를 높이 세우고 지난해 출범한 서울시네마테크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시네마테크’라 하면 다만 몇십명이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지칭하는 것일 텐데, 114에 문의하거나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그 소재는 묘연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유령의 이름은 ‘서울시네마테크, 무슨무슨 영화제 개최’라는 언론의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해왔다. 실제로 이곳은 지난해 11월 오슨 웰스 회고전을 시작으로, 올해 1월 말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3월엔 필름누아르 걸작선, 5월에는 알랭 레네 회고전, 7월엔 마뇰 드 올리베이라 걸작선 및 포르투갈영화 특집을 개최했으며, 최근에도 고전걸작영화를 묶어 상영하고 작품들의 영화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영화사 강의라는 이름의 행사를 끝마쳤다.이같은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네마테크가 유령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시네마테크 없는 시네마테크’라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이
영화 유학, 이제 갈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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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디어센터 설립추진소위원회가 마련한 설립운영 안에 따르면, 영상미디어센터의 목표는 대안미디어의 창출 및 활성화다. 독립영화 제작, 배급의 활성화, 미디어교육의 강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개발, 디지털 영상제작 지원, 정책연구 등을 위한 세부 기능들이 나열돼 있는데, 정리하자면 비전문가들에게 영상제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독립영화 배급 차원에서 마련될 예정인 전용관 사업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의 경우, 현재 시네마테크가 처한 안정적인 상영공간 확보, 필름아카이브 마련 등의 문제와 연계점이 있다. 설립 추진소위에서 활동해온 이주훈씨는 “전용관과 지향점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시네마테크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독립영화 전용관의 프로그램을 큰 틀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시네마테크가 처한 운영상의 난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직 협약서 서명이 끝나지 않았지만, 일단은 한독협
함께 둥지 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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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영화문화의 수준은 갑자기 높아졌다. 오슨 웰스, 루이스 브뉘엘, 오즈 야스지로, 잉마르 베리만,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알랭 레네, 마뇰 드 올리베이라, 에릭 로메르 등 말로만 듣던 거장들의 영화가 한 묶음씩 서울 시내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됐다. 지난 8월25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영화제는 하워드 혹스의 <빅 슬립>,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 미조구치 겐지의 <오하루의 일생>,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 자크 타티의 <윌로씨의 휴가> 등 영화사가 공히 걸작 목록에 포함시킨 작품 12편을 선보였다. 각종 영화 관련 서적을 통해 귀에 익은 이름들이지만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없는 영화들이다.말로만 듣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확인이런 영화를 필름으로 보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1년 전만 해도 여러 번 복사해서 화면이 뭉개진 비디오를 구해 보는 게 고작이었다. 1995년
싹은 틔웠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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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가 개봉 33일 만인 지난 8월28일, 전국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안 잡으면 죽어!” 하던 ‘그녀’의 대사가 안 보면 안 된다는 주문이라도 된 듯 말이다. PC통신 소설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린 원작에다 전지현, 차태현이란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관객을 유인하는 기본 주문은 이미 갖추고 출발한 터. 하지만 <쥬라기 공원3> <슈렉> <A.I.>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새에서 이같은 흥행성적을 올린 한국영화는 흔치 않다. 태생에 걸맞게 젊은 관객을 겨냥한 청춘스타와 코믹한 멜로드라마의 아기자기함이 눈에 보이는 이유라면, 배후의 힘은 그러한 관객의 의표를 가늠하며 구미가 당길 만한 상품으로 포장해내는 마케팅일 것이다. <결혼 이야기> <편지> <약속> 등으로 멜로드라마의 유행을 한발 앞서 끌어온 제작사 신씨네의 기획과 마케팅은 이번에도 영화시장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
아무나 대박치나여? 죽는 줄 알았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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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이후 1년이 훌쩍 넘도록 신철 대표는 말을 아껴왔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쉽게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이후 몰려든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사양해왔다. “400만명이 들었다”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을 때도 짧게 “고맙다”고 했을 뿐이다. 사진 촬영도 싫다며, 자신의 이야기는 적게 써달라고 부탁했다.<엽기적인 그녀>를 시작할 무렵 <거짓말> 개봉과 맞물려 있었는데.판권 계약하고, 시나리오 나온 게 지난해 초 겨울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새 영화 하겠다고 한 게 따뜻한 봄이었다고 생각되는 걸 보면, 머릿속이 복잡했긴 복잡했던 모양이다.얼마나 복잡했기에 그런가.그땐 뉴스나 신문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등급보류 두번 먹고, 불법 CD는 돌 만큼 돈 상황에서 하루빨리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날짜를 잡아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음대협(음란폭력성조장매체시민대책협의회)에서 또 시비를 걸어왔고,
“잘되는 구멍가게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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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해머영화사는 50년대 검열제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고어와 섹스를 미끼로 내건 공포영화를 양산하며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번 영국 해머공포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7편. 70년대 정점에 올랐던 ‘해머 스타일’의 전모를 훑어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 선정됐다.<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Quatermass Xperiment, 감독 발 게스트, 1955)는 50년대 유행했던 ‘외계의 공포’를 다룬 SF공포물이다. 실험을 위해 발사된 우주선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두명의 승무원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승무원은 신체가 변형되고 살인을 저지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괴물이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은 것은,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의 큰 약점.이번 해머영화제에서는 ‘해머 스타일’을 만든 대표주자 테렌스 피셔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의 저주>(Curse of Frankenstein, 1957), <드라큐라>(
일곱 색깔 공포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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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해머를 패러디하다역시 테렌스 피셔가 연출한 <드라큘라의 공포>와 <늑대인간의 저주>(1961)는 이른바 ‘고딕호러’라 명명되는 해머영화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예산상으로 볼 때 해머영화들은 분명히 저예산의 B급영화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일년에 네댓편의 영화들을 찍어냈으며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같은 배역에 같은 스탭, 그리고 같은 세트를 사용해서 찍어낸 것들도 꽤 있었다 - 비교적 공들인 분장과 화려한 색감의 화면들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전략을 채택했다. 불길하게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보름달, 첨탑이 있는 성의 안뜰에 은은히 흐르는 안개, 어두운 숲 사이로 가로질러 달려가는 마차 등의 이미지와 더불어 관객을 섹슈얼한 암시로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해가는 것이다. <늑대인간의 저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주의 희생자가 되어 괴물로 변해가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
무섭거나, 우습거나 촌티괴물 구경가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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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고향 영국 해머필름스 영화들, 9월5일부터아트선재센터에서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이 성공을 거둔 이후, 부활한 십대 슬래셔무비들이 여름이면 심심찮게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귀환이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0여년 동안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 몇편을 떠올려보자. <드라큘라>(1992), <프랑켄슈타인>(1994),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메리 라일리>(1996), 그리고 <슬리피 할로우>(1999). 이 영화들은 30년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공포물이나 60, 70년대 미국 공포영화 전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고딕호러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들이었다. 특히 코폴라는 고딕호러의 부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드라큘라>를 연출한 것말고도 <프랑켄슈타인>과 <슬리피 할로우>의 제작을 맡기도 했다. <슬리
무섭거나, 우습거나 촌티괴물 구경가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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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부르나 오브 러브랜드의 추억
“너무 좋아해서…”
-영화 속에서 연애를 하는 기회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아쉬움은 없는지요.
=연애영화에는 왜 느끼한 게 있잖아. 난 그렇게 여자를 보는 게 너무 쑥스러워. 그쪽 연기에 좀 약한 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본다든가, 어떤 욕정을 표현하는 게 쑥스러워서. 그런 식의 접근도 있지만 다른 데 매력을 느껴. <쇼생크 탈출>에 나온 모건 프리먼 같은 배우는 나이가 들어서 묘한 매력을 주거든. 그건 일반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고. 일반적인 러브신은 편하지가 않아.
-배역에 빠져서 미쳤었나보다, 한 적이 있나요? 늘 연기에 안정된 이성의 틀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후배배우들은 카메라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움직이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연기하는 분이라 감탄스럽다고들 하고요.
=좋은 의미에서의 광기, 그런 게 나한테는 좀 모자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연기하고 그런 편이거든. 나의 습관 같기도 하고, 또 카메라 메커
안성기 시시콜콜 Q&A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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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무사>
“나는 날마다 웃었다”
-오늘부터 <흑수선> 3일 밤샘 촬영인데, 체력은 괜찮나요.
=문제없어. 배우로서 기본이기도 하고. 아침에 집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오면 되니까…. 괜찮아요.
-<무사> 촬영장에서도 제일 부지런하셨다고요. 끝나고는 좀 쉬셨나요.
=후반작업이 한 4개월 걸려서, 그동안 잘 쉬었어요. 1주일에 세번 헬스클럽에 나가서 그동안 못한 운동 하고. 그것도 하다보면 욕심이 나서 거울에 근육 확인하고, 웃긴다고. 그렇게 쉬었더니 지금은 일할 때가 맞는 것 같아.
-<무사>는 정말 강행군이었죠.
=정말 지독했지. 마지막 한달은 날마다 주야로 촬영했어. 밤 11시까지 촬영하고 새벽 4시까지 자고, 또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아주 강행군을 했어요. 그래도 체력에는 정말 문제가 없었어. 중국사람들이 놀라더라고. 날마다 웃는 얼굴인 게 신기한가봐. 난 현장에서 즐거운 맘으로 하는 게 편하다는 걸 체질적으로 알
안성기 시시콜콜 Q&A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