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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로 가는 길? ‘3번 버스나 지하철 3, 4호선을 타라’ 같은 명쾌한 답이 어디 있으면 좋으련만, 수많은 감독지망생에게 그곳을 향한 길은, 시작도 끝도 안 보이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뚜렷한 정답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턱대고 영화이론서만 잡고 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서 영화판에 아는 사람도 없고, 훌쩍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게 방법일까? 즐비한 학원을 다니는 게 길일까? 아니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단편을 찍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영화사에 찾아가서 ‘무슨 일이든 시켜주십쇼’ 하는 게 방법일까?물론 최근엔 각종 단편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거나 외국유학 이후 데뷔하는 감독의 숫자가 전보다 늘어가는 추세다. 흥행신기록을 달성한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뉴욕대(NYU)를 졸업하고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영창이야기>로 우수작품상을 타면서 연출부 생활 없이 데뷔작 <억수탕>을 찍었고, 임순례 감독 역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로
충무로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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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TheFalls), 1980근 미래, 지구에는 VUE(Violent UnknownEvent)라는 신종 전염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종 언어를 구사하게 되고 이상하게도새와 연관된 것에 집착한다. 또한 이들은 모두 이름 안에 fall이라는철자를 가지고 있다. 92명의 VUE환자에 대한 의사 다큐멘터리인 <몰락>은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나스>처럼 기이한 SF영화이다.환자들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이야기를 웅얼거리고 화면에는 끊임없이 무의미한 철자들이 굴러다닌다. 이미지와 사운드는 불화하고 화면에 등장하지않는 내레이터의 목소리, 극도로 차가운 도시의 외관이나 시골풍경, 자주 등장하는 새와 연관된 이미지들은 전작인 <H를통한 산책>이나 <수직영화 속편> 등을 연상케 한다. 일설에 의하면 전위예술가 존 케인즈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는 <몰락>은전 영국에 그의 이름을 새겨넣으며 영국영화로는 30년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 미리보는 상영작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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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6월16일부터 7월13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우리나라에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로 먼저 알려지기 시작하여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한컬트감독처럼 인식되어버린 피터 그리너웨이는 실상 5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다작감독이자 온갖 영화형식을 모의해보았던 실험정신이 투철한 감독이기도했다.<`H를 통과한 산책`>부터 시작하여 <몰락> <필로우 북>에 이르기까지, 그는 글자를 하나의 시각적 장치나미장센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거대한 상징과 기호학의 커튼 속에 끼워넣음으로써 필름을 하나의 책처럼 만든다. 또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의 한축을이루었던 구조주의와 기호학이 세계 지성계에서 쇠퇴하자 80년대 후반부터 아날로그와 결별하고 소니사의 지원을 받아 HD-TV 기술로 영화를 찍어내기도했다. 실상 88년의 그의 모든 영화제목이 <센 강에서의 죽음> <익사에 대한 공포> <차례로 익
지성과 실험의 신세계, 피터 그리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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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전략적 신작, 액션어드벤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을 찾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도시, 로스엔젤레스. 그곳에서 여행객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없는 택시기사나 호텔 레스토랑의 점원, 교민들이 ‘별다방’이라 부르는 ‘스타벅스’의 캐셔들 중 백인은 거의 없다. 한낮, 테마파크인 유니버셜스튜디오는 더욱 그랬다. 백인의 블론디 헤어부터 동양인의 인공적인 금발 머리, 인도인의 굽이치는 검은 머리, 어둠을 다 흡수하고 있는 듯한흑인의 까만 머리까지, 뜨거운 햇빛 속에는 또 하나의 빛의 스펙트럼이 있다. 찬란하기보다는 어딘가 부유하는 빛깔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지,아님 며칠 몇주 여행하는 외국인인지, 그건 아주 작은 표정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가 이방인이었거나 이방인인 나라. ‘아메리카’가 이 시대의‘제국’이라는 소문 속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충족되지 않는 아메리칸 드림을 지닌 듯 보인다. 아틀란티스를 찾아 떠났다가 길을 잃어버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LA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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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감독커크 와이즈 & 게리 트라우스데일 인터뷰“연기로감정을 표현해야 했다”둘 다 칼아츠에서 공부했고 오래 작업을 함께했다. 둘의 관계는?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 일하기 쉬웠다. 하지만 우리는 데이트하는 사이는 아니다(웃음). 역할분담은 스토리와 프로덕션, 편집은 같이하고, 애니메이터관리와 클린업은 커크가, 레이아웃과 특수효과는 나 게리가 나눠 한다.뮤지컬이 아니다. 스토리텔링 방식도 많이 다른데.그것은 도전이었다. 뮤지컬에서는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지만 여기서는 연기가 등장인물들의 꿈과 욕망을 표현한다. 그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를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더 긴 시간에 걸쳐 더 여러 장면을 요했다.마이클 제이 폭스가 마일로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어떻게 캐스팅했나.캐릭터의 성격이 목소리 연기자 선정의 기준이었다. 캐릭터 그림만 보고 연기자들의 얼굴은 안 본 채 목소리를 듣고 결정했다. 마일로 그림에는마이클 제이 폭스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렸다.2D와 3D의 접목은 어떻게 했나.
아틀란티스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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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시사회에서 공개된 게임원작영화 <툼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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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툼레이더] 정보 ▶ [툼레이더]공식
홈 ▶ 예고편
LA 근교에는 왁스 뮤지엄이 있다, 고 한다. 가본 적은 없다. 그 존재를 안 것은 움베르토 에코가 쓴 글 속에서였다. 유명인사들의 모습을
밀랍으로 재현한 그 박물관을 움베르토 에코는 미국인의 ‘사실’에 대한 집착으로 해석했다. 백인의 역사가 없는 신대륙에서, 풍요로운 ‘물질’로
모든 것을 충족시키고 있는 미국, 그들은 강박적으로 ‘사실’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파리, 심지어 뉴욕까지 전세계의 풍경을 재현한
라스베이거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그 분석의 정합성은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고, 어쨌거나 미국사회가 ‘사실성’에 집착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건 미국인의 정신건강을 주로 책임지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LA에 몇번씩이나 들렀지만, 왁스 뮤지엄에 들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건
이미 할리우드영화에서 수없이 확인했기 때문이 아
<툼 레이더> 월드 프리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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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3일, 86살의 나이로 굴곡 많은 영화인생을 접다지난6월3일 일요일, 앤서니 퀸이 65년 넘는 연기생활을 접고 미국 보스톤에서 영면했다. 향년 86. 가난한 멕시코 이민으로 로스앤젤레스 빈민가에서자라난 이 거대한 배우는 영화보다 굴곡많은 삶을 돌파해낸 힘과 생명력을 스크린을 통해 세계 사람들과 나누어 주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독특한존재였다. 땅은, 또는 천상은 이런 사람을 품어가며 더 풍성해지겠지만, 그의 시간을 마지막까지 소유하는 곳은 영화의 공간이 될 것이다.우리들은 종종 영화 속 캐릭터와 자연인으로서의 배우를 혼동한다. 스타를 향한 열광엔 그런 혼동이 배합돼 있다. 멕시코 반군들이 앤서니 퀸을‘토르티야 벨트’라고 불리는 미국과의 접경지대 너머로 불러냈을 때, 그때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배우 앤서니 퀸은 영화 속의 캐릭터들과 공통점이정말로 많았으니까. 미국 원주민, 즉 인디언부터 멕시코인, 그리스인, 아니면 떠돌이 차력사, 곱사등이 종지기 등 영화 속 앤서니 퀸은
추모 기획 앤서니 퀸 191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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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이전프랑스에서 그림을 공부하다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였다. 우연히 신문에서 쪽기사 하나를 봤다. 영진공 시나리오 공모 기사였다. 내 얘기가 나름대로는 기구해서 시나리오를 하나 썼다. 스스로를 완성해서 승리하는 드라마로,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무명화가가 프랑스에 가서 르 살롱에 당선되는 이야기다. 여지없이 떨어졌다. 그 아듬엔 <흙바람의 아들>이라고 아버지 이야기를 썼다.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두려우하고 살았지만 아버지를 측은하게 생각했고, 아버지한테 인정받는 아들 이야기. 이것 역시 주인공이 국내화가로 성공해서 아버지가 아들의 전시회에 오는 이야기. 또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이것저것 쓰다가 어느날부터 '구상'시나리오 대신 '반추상'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중노출>이라는 시나리오가 영진공 시나리오 공모 본선에 올랐다. 그게 계기가 됐다. 그때 작가교육원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조금 했다. 거기서 프랑스에서 그림 그리는 한국인 이야기
김기덕 | 김기덕이 말하는 `영화만들기 199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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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은 네티즌들에게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접하면서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씨네21> 사이트에 올려달라고 청했습니다. 게시판에올라온 질문을 10개로 재정리하여 감독에게 물었습니다.하나. 제가 본 영화들은대부분 영상에서 감독들의 전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습니다. 문학, 연극, 음악, 드라마 등 각자의 수련과정에 따라 영상도 차이를 보이곤 했거든요.김기덕 감독의 영상감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이었나요?두 가지인데, 먼저 하나는 농촌에서의 성장, 농촌정서다. 사람들은 내 영화에서 회화성을 말하는데, 내가 정작 구사한건 서정성이다. 9살 때 경상도에서 일산으로 이사와 오랫동안 농사를 지었다. 그 정서는 <수취인불명>에 물씬 담겨 있다. 농사짓는 정서는 한국에서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뿌리깊은 정체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모를 심고, 벼가 자라나고, 쌀알이 하나하나 부풀면서 여물어가고, 서서히 노래지면서고개를 숙이고, 그리하여 황톳
김기덕 | 네티즌과 김기덕 감독이 나눈 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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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물이 아름다운 충실한 죽음의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만이 아름다움을 보호하면서 잠잘 수 있으며,또 미의 반영을 보호하면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죽을 수가 있는 것이다.”(가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물과 관련된 두개의 이미지.떠나간 신부를 그리워하다 반쯤 미쳐버린 사내는 그만 물 속에 텀벙 뛰어들고 만다. 강물 속을 유영하던 그의 눈앞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모습이 환영처럼 나타난다. 실성한 사내의 얼굴에 떠오르는 환한 웃음. 요절한 영화작가 장 비고의 유일한 장편영화 <라탈랑트>(1934)는 물이가지는 음울한 죽음의 이미지가 강렬한 매혹일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아주 상투적인 멜로드라마의 내러티브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몇몇 인상적인 물의 이미지와 기이한 인물 설정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김기덕의 <악어>(1996)는 <라탈랑트>의 연장선상에놓인다. 하지만 그 두 영화가 직접적인 영향관계에 있
김기덕 | 상처와 고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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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취인불명>으로 ‘비로소’ 폭넓은 지지 획득한 김기덕 감독의 잔혹미학“어차피이 땅에서 나는 부작용이나 이물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작용이 작용하게 해보고 싶었다.” 어떤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김기덕 감독은 이질적인존재였다. 그는 자기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대체로 주류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섬>이 베니스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뒤로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김기덕 영화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그의 영화가 주류를 향해 움직였다고 보긴 힘들다. 음지나 사막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듯 김기덕영화는 빛과 수분이 부족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번번이 스쳐지나던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6번째 영화 <수취인불명>은 지금까지김기덕 영화 가운데 가장 폭넓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먼 길을 돌아 결국 김기덕은 주류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도록 설득해냈다. 김기덕영화 각각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겠지만 그의 말대로 “부작용
김기덕, 한국영화의 낯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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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 마지막날. GOD는 남녀의 형상을 뜬 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영혼을 불어넣기 전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한 GOD는 천사다방에 연락을 한다. 배달온 섹시걸 미스 천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끼는 GOD. 급기야 미스 천을 유혹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여자 인간의 입술에 떨어지고, 인간의 형상에 순수한 영혼을 불어넣으려 했던 GOD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간다.“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 과연 최선을 다했던가?” <`GOD`>는 발상부터 튀는 영화다. 인류탄생, 천지창조의 마침표를 찍는 대사(大事)를 앞두고, 멜빵바지를 입은 코믹한 차림새의 GOD가 벌이는 행각은 진지함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사과를 골프공 삼아 필드를 누비고, 사이버틱한 패션으로 섹시함을 과시하는 천사다방 종업원을 꼬시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신의 나태가 빚어낸 ‘불량품’ 이상은 아니다. 이 황당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설정의 프로젝트는 지난해 인디포럼 사전제작지원을 받아
인디포럼 | <`GOD`>의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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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여자는 그동안 사귀던 남자에게 그만 만나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다. 여자가 진정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자신의 친구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선배. 친구로만 남기를 원하는 선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여자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고, 결국 선배에게선 연락조차 없다. 그러던 중 여자의 친구는 실연당한 남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고, 이 모든 혼란을 돌이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지 않다.<나는 날아가고…>(16mm, 46분20초)는 ‘홍상수표’ 영화? 캐릭터는 물론이고 상황 설정이나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유사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달리 일상은 파편적이지 않고, 인물들의 냉소적인 시선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헤어진 두 남녀의 감정선을 또렷이 드러내기 위해 번갈아 병렬식으로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드라마의 시간적·감정적 줄기 또한 서로 상
인디포럼 |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의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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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호수에 안겨 있는 작은 시골마을. 할머니와 사는 어린 남매는 외롭고 무료한 일상을 함께 나눈다. 이들의 유희라면, 정성스레 미꾸라지를 키우고, 어린애 간 빼먹는다는 문둥이네를 기웃거리는 것 정도. 문둥이네 집이라고 소문난 폐쇄적인 집에서 남매는 낯선 청년을 만나고, 그가 보여주는 동전 마술에 넋을 잃는다. 함께 소풍을 떠난 숲 속에서 누나는 청년에게 강간당하고, 그날 저녁, 누나가 좋아하던 달은 하늘에서 사라져버린다. 미꾸라지는 천둥치는 날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누나의 말을 믿지 않았던 동생은, 비오던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미꾸라지를 발견한다.<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는 나이들면서 잃어가는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을 서정적인 화폭에 담아낸 성장영화다. 재기발랄한 요즘 단편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고전적이고 내성적이다. 일례로, 순박한 남매는 그들의 유년을 할퀴고 간 상처 앞에서도 의연하다. 박혜민(24) 감독은 아픈 남매를 침묵하게 하는 대신, 그들을 둘러싸
인디포럼 | <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의 박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