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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뉴스제작단(이하 노뉴단)의 김명준 대표는 영화제를 앞두고 특송업체인 페덱스(Fedex)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외초청작들 중 몇몇 작품이 아직 국내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어쩌나…. 이러다 작품 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 김 대표는 다급한 마음에 몇번 전화를 돌렸지만 그곳 사정을 더 들었을 뿐 마냥 기다리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게 노동자들에게 더 중한 일이니 할 수 없지요”
노동자들의 든든한 메아리로 자리매김한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올해로 다섯돌을 맞아 11월20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다. 규모는 작지만 노동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적극적인 결합을 모색하겠다는 뜻만은 오롯하다. 영상기기 업체인 바코 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디지털 프로젝터 6R로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상경 파업투쟁을 그린 <투쟁이 끝났다고 말하지 마라!>를 개막작으로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 비정규직
참평등 그 길로, 전진 또 전진, 서울국제노동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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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적의 영화를, 그것도 아직 따끈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보는 일은 우리에게 여전히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영화제를 열어, 매진에 가까운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던 유럽영화축제 메가필름 페스티벌(주최 메가박스, 주관 미로비전)이 오는 11월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삼성동 코엑스 몰에 자리한 메가박스 3개관에서, 2회 행사를 개최한다.게스트나 부대행사 없이 상영 중심으로 진행되는 메가필름 페스티벌 2001이 올해 소개할 영화는 모두 31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독일, 덴마크 등 10여개국의 국적을 단 이 작품들은 심야상영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포함한 4개 부문으로 나뉘어 관객과 만난다. 2001년 들어 세계 각국에서 자국영화의 점유율이 약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국 흥행기록을 갱신한 유럽 대박영화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부문은 ‘핫 브레이커스’. 실제로 미국에서 행해진 감옥 심리실험을 소재로 한 독일의 흥행작 <엑스페리먼
반갑다, 유럽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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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을 동반한 헌팅-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2000. 11.12) 혜나와 유진 그리고 새로 알게 된 고등학교 1학년인 영화 찍는 소녀 유소라와 함께 남해를 거쳐 3박4일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유소라는 중학교 때 이미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라는 단편을 만들었던 소녀였다. 내가 생각한 혜나와는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그녀는 혼자서 카메라에 일기를 쓰는 재미있는 삶을 사는 친구였다. 나는 적극적으로 카메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소라의 행동들을 가지고 왔으면 했다. 내가 자랐던 것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기적에 관한 상상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찍을 수 있는 마법의 카메라가 있다면…. 예를 들자면 귀신이나 슬픔이나 사랑이나 기쁨이나 거짓말이나 하는 것들이 어떤 형체로서 카메라에 담긴다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비밀에 대한 해답들을 찾는 길잡이가 될
상처받은 영혼들, 세상 끝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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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단편 <소풍>의 칸영화제 수상이 젊은 감독 송일곤을 일찍부터 주목할 대상으로 점찍게 만들었지만 장편데뷔작이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아주 쉽게 데뷔할 수 있는 환경을 그는 함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년여 매달리던 <칼>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뒤로 하고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꽃섬>이 보여주는 송일곤 감독의 엄격하고 견고한 미학이 치열한 고민과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누구나 납득할 것이다. 감독이 남긴 이 기록은 그 과정을 짐작게 하는 또다른 증거이며 슬픔과 불행을 잊게 해준다는 미지의 공간, 꽃섬으로 가는 길잡이다. 편집자주시나리오 쓰기- 떠도는 이미지를 따라(2001. 10.)예전부터 로드무비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그것은 단편 <플러쉬>로부터 배운 디지털카메라의 매혹적인 부분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는 몇개의 큰 이미지들을 따라 시나리오를 쓰
상처받은 영혼들, 세상 끝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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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섭렵
-<악야>는 볼 기회가 없었는데 <지옥화>와 유사한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사회물이지. 일제시대에는 <임자없는 나룻배>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해방 뒤 작품으로는 처음이었을 거야. 원작은 이런 거야. 어떤 작가가 술먹고 가다가 지프차에 치었는데, 자기가 과외하던 여학생이 나중에 보니 양갈보고. <백민>이라는 소설잡지가 해방 뒤에 있었어. 33인의 신예작가들 단편모음이 거기서 나왔는데, 거기 실려 있었거든. 줄거리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그때 사회상을 다 집어넣었지. 타협을 안 했어. 오히려 <지옥화>에선 타협을 했지만. 오락성을 겸하고 여자가 주인공이 아니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악야>는 최 여사(영화배우 겸 부인 최은희 여사 지칭) 만나기 전인데, 나중에 들어보니 최 여사는 <악야>를 보고 혹평했다더구만. 35mm 아니면 영화가 아닌 줄 알던 때인데다 <새로운 맹서>
신상옥 감독의 영화인생 50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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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영화 못 찍게 했으면 내 발로 북한 갔을 거야”
지난 11월5일, 안정숙 <씨네21> 편집장과 영화평론가 김소희씨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리는 회고전에 앞서 신상옥 감독을 만났다. 1949년 데뷔작 <악야>로 시작해 국내 유일의 메이저영화사 신필림을 거쳐 검열로 고통받고 북한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거장에게, 잊혀진 반세기 한국영화사의 진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회고록 집필은 마치셨는지요. 언제 출간하십니까.
=직접 쓰다보니 자화자찬하는 것밖에 안 될 것 같아서 쓰기 싫어졌어. 다른 사람에게 집필을 의뢰했는데 내년 뉴욕 근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릴 무렵에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부산영화제에서도 회고전이 드디어 열리게 되었네요.
=부산영화제쪽에 ‘김정일이 와도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해서 성사된 것이야. 그동안 회고전을 하면 밤낮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벙어리 삼룡이>만 틀거든. 내가 60년대에
신상옥 감독의 영화인생 50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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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영화사 제1호 신필림 흥망사
1960년대 충무로의 패왕으로 군림했던 신필림의 등장은 한국영화 중흥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로맨스 빠빠>(1960)는 그 서곡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김승호, 최은희, 김진규, 도금봉, 남궁원, 엄앵란 등 당시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총동원, 흥행에 성공하면서 신필림의 전신이랄 수 있는 ‘신상옥 푸로덕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다. 신상옥 감독은 1952년 <악야>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작사를 차린 뒤, 1급 배우 최은희와 함께 15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해 제작자로서의 능력은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로맨스 빠빠>가 제작자 신상옥의 이름을 부각시켰다면, 1961년 <성춘향>은 신필림이 메이저 제작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해 1월28일 개봉, 서울에서만 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탄탄한 제작사로서의 물적 기반을 갖추게 됐기 때문. 같은 해 9월, 일정
신상옥 감독의 영화인생 50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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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은 거대한 미궁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영화가 걸어온 길을 추적하기 위해 굴려놓은 실타래는 언제나 신상옥이라는 존재 앞에서 뒤엉키곤했다. 고유의 스타일을 모색한 작가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장인이며 국내 유일의 메이저 영화사를 만든 제작자였던 그는, 아직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는 거장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를 `시대의 욕망을 연출한 한국영화의 거인`이라 일컬으며 회고전을 기획했다. <지옥화> <연산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다정불심> <내시> <이조여인잔혹사> <천년호> <소금> <증발> 등 9편을 소개하는 이번 회고전은 감독 신상옥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는 것임과 동시에 잊혀진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복원하는 시도이다. <씨네21>은 이번 회고전에 앞서 신상옥 갘독을 만났고 그의 영화세계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그의 필름과 육성의 도움을 받
신상옥 감독의 영화인생 50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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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몇시간 앞둔 11월9일 1시,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기자, 평론가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프린트는 이미 완성돼 있었지만 영화제 쪽의 요청으로 개막일까지 시사를 미룬 것. 이날 시사회는 개막작 상영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도 객석은 가득 찼고 외국 기자들과 피에르 리시앙 등 해외영화제 관계자들도 눈에 띠었다. 아마도 자신의 영화 인생에서 가장 흥분된 날을 보내고 있을 배창호 감독을 현장에서 만났다.부산영화제 예매 개시 직후에 매진돼 화제가 됐다. 감회가 새로울 텐데.기분 좋지만, 좀 우려가 된다. ‘재미’만을 추구한 영화는 아닌데, 관객이 그것만 기대하는 건 아닐까 해서. 미스터리스릴러라는 장르적 운반수단을 통해서 조금 진지한 얘기를 전달하고자 했다.영화의 어떤 요인이 관객의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하나.마케팅적인 요소겠지. 스타가 나왔다는 것, 그리고 볼거리가 화려하다는 것이 부각됐으니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종합문제를 푸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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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영화 선언과 함께 돌아온 배창호의 영화, 부산이 선택한 개막작. 두 요인이 상승효과를 내며 <흑수선>에 관한 기대와 호기심을 발효시켜왔다. “이건 <박하사탕>이 아니다. 감독이 거듭 밝혔듯 관객과 교감을 염두에 둔 영화다.” 첫 대면을 앞둔 이들에게 영화제 관계자들이 마지막으로 강조했듯이 스릴러와 멜로드라마와 전쟁 액션에 혈연을 댄 복합장르영화 <흑수선>은 배창호적 개성을 품이 넓은 대중성 속에 용해하려는 시도였다. 반응과 평가의 스펙트럼도 그만큼 넓었다.“배창호 감독의 역량이 결집된 영화다. 예술성도 있고, 재미도 있다. 사랑도 곁들인 배창호 스타일이다. 아주 좋다. 안 그랬으면 개막작으로 선정했겠나.”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극찬이다. 한국전쟁기를 드라마의 발원지로 삼겠다는 결단을 도와준 영화로 배 감독이 거명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자 이은 감독은 “굉장히 열심히, 고생해서 찍은 것이 화면에 보여서 좋았다”고 감상
찬사에서 비난까지, 100인 100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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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이 시네마서비스와 손잡고 대작영화 <흑수선>을 만든다는 소식은 듣는 이들에게 일종의 설렘을 불러일으켰었다. 90년대부터 급격한 세대 단절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80년대 한국영화 중흥의 기수였던 감독과 오늘날 영화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조직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 의미있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한동안 주류 영화계와 적조한 관계에 있었음에도 최근작 <정>을 통해 무뎌지기는커녕 한결 농익은 연출력의 묘미와 함께 독립영화 정신에 가까운 근성마저 보여주었던 감독이, 풍부한 물적 조건과 시스템까지 얻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라는 홍보 문구나 부산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초청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를 반영한다.<흑수선>이 첫 뚜껑을 연 부산 현장의 반응은 상당히 미묘하다. 그것은 ‘배창호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는 말로 요약됨직하다. 배창호적인 것의 실체를 이해하
카오스의 꽃이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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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김소영 교수와 김혜준 실장이 <씨네21>에 기고한 글에서 최소상영일수 보장 등 몇 가지 제안을 했다. 그들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 <와이키키…> 하면서 핵심적으로 생각했던 문제가 최소상영일수 보장이다. <고양이…>도 같을 거다. 관객이 좋아하는데 보여주고 싶은 거다. 극장에 부탁하면서 3, 4주를 간신히 끌고 가는데 이 극장, 저 극장 끌고 다니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극장을 대관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어떤 영화든 상영일수를 보장해 영화만드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관객에게도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김소영 교수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별로 내가 기다린 영화를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정보가 있다면 일주일만 최소상영이 보장되어도 그 안에 정보를 전달하고 나름의 시장 경쟁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갖게 된다.⇒ 최: 최소상영일수가 법제화되면 극장에서도 스크린쿼터처럼 지키긴 할 것이다.
“마이너리그 없으면 한국영화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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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고양이를 부탁해> 제작이은 명필름 이사·<와이키키 브라더스> 제작·영화진흥위원회 위원최용배 시네마서비스 이사·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 위원장장소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일시 11월7일 오후 4시과연 비주류 영화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없는가? <고양이를 부탁해>와 <나비>의 흥행참패에 이어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라이방>이 거둔 흥행성적이 냉혹한 시장의 논리를 다시 확인시킨 가운데 <씨네21>은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김소영(영상원 교수)씨와 김혜준(영진위 정책실장)씨의 제언을 연재했다. 긴급제언을 통해 김소영 교수는 한국영화 최소상영일수 보장을, 김혜준 실장은 전용관 설립 등 각종 저예산영화 지원책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를 만든 제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극장의 이해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메이저 영화사의 배급 담당자는 어떤
“마이너리그 없으면 한국영화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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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에 대해: <WR…>에서 우리가 시도했던 생각 가운데 하나는 자유롭게 하는 함정(a liberating trap)이라는 것이었다. 만일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를 따라가고, 그 자신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식으로 일련의 숏들과 사건들과 감정들을 조직한다면, 그 영화는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코 가지 않는 지점에 사람들을 데려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영화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을 해방하는 함정에 빠지게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빌헬름 라이히에 대해: 그는 정신분석학이 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20세기의 드문 사회주의적 몽상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내게 그는 위대한 예언자요 또 위대한 과학자이다. 그는 세상에서 과학적 행위, 인간적인 행위, 사랑의 행위, 그리고 시적인 행위를 분리해낼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사회주의적 이상에 대해: 젊었을 때 나
자유롭게 하는 함정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