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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내려오라고 그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이춘연 대표, 몰려든 지우들과 취재진을 기다리게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어서 고사를 시작하자며 채근한다. 하지만 김진성 감독이 말을 번복, “슛 다시 간답니다”라는 우렁찬 전갈이 이내 계단을 통해 내려온다.이화여대 정문에 자리한 4층 규모의 미용실은 이렇게 새해 첫날부터 1년6개월 만에 현장에 나온 제작자의 설렘과 데뷔작을 찍는 신인감독의 신중함이 여러 번 교차하고 있었다. 결국, 예정시간보다 늦게 치러진 고사. “1만원 이상이 든 봉투는 받지 않겠다”는 이 대표의 엄포성 멘트를 시작으로 <서프라이즈>의 순탄한 항해를 기원하는 행렬이 이어졌다.극중에서 자신의 애인 정우(신하균)를 친한 친구인 하영(이요원)에게 뺏길 위기에 처하는 미령 역의 김민희는 신하균, 공형진 두 선배가 절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만,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이요원, 공효진에게 “언니, 절 할거예요? 난 하기 싫은데…”라며
[12:40] <서프라이즈> 크랭크인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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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명지빌딩 4층.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씨는 사무실 한쪽 벽에 밀어붙여진 간이침대에서 화들짝 눈을 떴다.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 보통 때에 비해 서너 시간이나 빨리 일어난 것이다. CG는 지금 당장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 아니지만, 예정보다 2배가량 늘어난 <예스터데이> CG분량은 확실히 부담이다. 개봉예정인 3월에 맞추려면 꽤 빠듯한데…. 자꾸 다시 감기려는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올린다.어젯밤에도 술을 댓잔 걸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새해 신새벽을 컴퓨터 앞에서 맞이했고, 간이침대에서 잠든 시간이 7시쯤. 반쯤 눈을 뜨고 시계를 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내려 감기는 눈꺼풀을 허락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 조금만 더…, 하는데 어떤 사람이 인터뷰하겠다고 달려드는 악몽 때문에 벌떡 일어났어요.” 김석민씨는 허허, 호방하게 웃는다. 새해 첫날 그가 처음 입에 댄 음식물은 캔커피 한 모금. 아니, 그 전에 맛있
[14:00] <예스터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김석민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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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터졌어요. 도우미들이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LJ필름 윤동희씨가 발을 동동 구른다. “반지 있어요, 반지.” “두사부 두사부.” 암표상들까지 대거 출현한 1월1일 오후 서울극장 앞. 북적대는 이곳 한켠에 열흘 뒤 개봉하는 영화 <나쁜 남자>의 제작사 LJ필름의 홍보팀인 한성호, 윤동희, 진희원씨와 투자사 튜브엔터테인먼트의 김지은씨가 서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틈을 타 기습 이벤트 홍보를 하려는 것.덕분에 어젯밤 “섣달그믐 밤 늦게까지”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정작 디데이, 진행을 도울 도우미 ‘언니’들이 감감 무소식인 것이다. “실패한 홍보담 쓰시려는 거 아니에요?” 한성호씨의 농담에도 불안이 스친다. 포스터와 설문판을 설치하니 서서히 사람들은 몰려들고…. 기다리다 못해 튜브의 김지은씨가 마이크를 잡는다. “스티커를 붙이시면 손거울을 드려요. 예쁜 손거울이에요.”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기습 키스를 퍼붓고 그녀를 갖기 위해 창녀로 만들어버린 이 남자. 나쁜 남
[15:30] 서울극장 <나쁜 남자> 이벤트 홍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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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보단 웅크려 있던 한기가 더 오싹하다. 끓기 시작한 커피메이커의 수증기도, 틀어놓은 지 꽤 된 것 같은 온풍기도 별반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새해 첫날 오후부터 홀로 회사에 나와 이것저것 둘러보는 하성근 이사의 얼굴은 왕성한 원기, 혈색 가득이다. 금연을 다시 시도한 지 채 하루가 안 됐으니 그 때문은 아니고. 7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운동 덕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마음고생 심했던 신사해를 뒤로 젖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약 180억원을 10편의 영화에 투자했지만, 개봉한 6편 중 충족감을 안겨준 건 <번지점프를 하다> 한편. <무사>의 경우, 본전은 찾았지만 품었던 기대가 컸던 터라 남는 아쉬움을 지우기도 수월치 않았고, <눈물> <소름> <베사메무쵸>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관객의 외면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영화들에 투자심사를 맡았던 이로서의 부담감도 심심치 않았
[17:50] KTB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하성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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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은 “2002년은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제를 누비는 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임권택, 홍상수, 이창동, 장선우, 박광수, 김기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올해 일제히 신작을 쏟아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재입성이 기대되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현재 촬영을 90% 정도 마무리지은 상태. 화가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조선 말기라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려내는 이 작품에 대해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촬영을 하면서 편집도 함께하고 있는데 우선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고 소개한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은 한 남성이 춘천과 경주를 여행하며 두 여자와 교감을 나누는, 제목만큼 ‘이상한’ 사랑이야기. 홍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 없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중이다. 역시 각국 영화제 관계자의 시선을 끌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오아시스>는 전과자 남성과 장애인 여
주목! 2002년 기대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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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썸딩>이 세기말에 대한 영화였다면 <테슬라>는 지나간 것보다 채워넣을 것이 많은 21세기에 관한 영화다.” 1999년 <텔미썸딩> 이후 2년 넘게 장윤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프로젝트는 SF영화 <테슬라>였다. SF영화라는,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에 도전하면서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렸다. 비슷한 시기에 준비를 시작한 SF영화들이 이미 촬영을 마친 것에 비하면 지극히 더딘 발걸음이지만 장윤현 감독은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말한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제작비 4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하고 그런 조건에서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스펙터클을 만들자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시나리오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그는 확실한 뭔가를 잡은 듯 그간 밝히기 꺼리던 <테슬라>의 탄생배경을 소상히 설명한다.
<테슬라>를 구상한 것은 기인으로 알려진 에디슨 시대의 과학자 니콜라스 테슬
주목! 2002년 기대작 [2] -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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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개봉된 뒤 윤종찬 감독은 호서대 영화과 교수직을 내놓았다. 안정된 수입을 생각하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지만 “벼랑 끝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1주일에 3번만 나가 수업을 진행하면 되지만 작품 활동과 병행하다보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거라는 생각도 컸다. <소름> 이후 5개월 만에 만난 그는 조금은 느긋할 만도 한데 여전히 치열하다. 그는 “첫 영화보다 더 어렵다”고 운을 뗀다. “<소름>이 흥행에 실패하는 걸 보면서 스타 캐스팅도 염두에 두고 메이저가 배급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런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크다. 어느 순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가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윤종찬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씨앤필름(대표 장윤현)에서 제작하는 작품이다. 씨앤필름은 자체 개발하던 시나리오를 <소름> 개봉 무렵 윤종찬 감독에게 전했다. 당시 <그녀의 아침>이라는 제
주목! 2002년 기대작 [3] -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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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 하는 연애인데, 성공해야죠.”
변영주 감독이 목하 ‘열애’중이다. 그런데 상대가 바뀌었다. 서너달 전만 하더라도 유괴를 소재로 한 <피크닉>이었는데, 지금은 ‘멜로’영화 <밀회>에 빠져 있다. 사실, 동지이자 단짝인 신혜은 프로듀서가 “이거 한번 해보자”고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일언지하에 싫다고 거절했다. 원작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99년 다큐멘터리 <숨결>을 완성할 무렵, 읽고서 “영화 하면 죽이겠다”고 호언한 소설이었지만, 아무래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도 그렇고, 내가 찍어온 다큐 속 할머니들도 다들 뿜어내는 발산적인 캐릭터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정반대로 삭이고 수렴하는 인물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렇다면, <피크닉>을 연기하고, <밀회>를 즐기기로 맘먹은 이유는 뭘까. 그의 ‘변심’은 어쩌다 나간 동창회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하고
주목! 2002년 기대작 [4] - 변영주 감독의 <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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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는 김상진 감독이 5년 전에 단돈 100원을 주고 사들인 아이디어다.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하기 전, 그는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보다 조연으로 나오는 ‘띨띨하고 얼빵한’ 두 탈옥수 캐릭터를 부풀려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했다. 그러던 차에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를 찾아갔고, “이런 저런 뻐꾸기를 날리던 차에” 그는 자신의 화두였던, ‘탈옥’과 ‘투명인간’ 아이템을 풀어놨다.
<광복절 특사>의 골조가 완성된 건 가만히 듣고 있던 김형준 대표가 “언젠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혹 그 두 죄수가 사면대상이라는 걸 모르고서 탈옥을 감행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달아주면서부터. 이건 된다 싶어 장난으로 100원을 주고, 김 대표로부터 아이디어를 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광복절 특사>는 머릿 속에 쟁여두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끝내고 난 뒤
주목! 2002년 기대작 [5] -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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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내 사랑의 원죄
프로젝트5- 곽재용 감독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엽기적인 그녀>로 8년 만에 관객과의 재회에 성공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 <데이지>(에그필름 제작)는 오해가 낳은 사랑, 그리고 원치 않는 운명에 끌려다니는 세 영혼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멜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06년에서 현재인 2002년까지 시간을 거슬러온다. 킬러 박의, 경찰 정우, 화가 혜영, 세 사람이 번갈아 1인칭 내레이션을 들려주며 각각의 진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된다. 박의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골 마을에 숨어든 킬러. 그가 숨어든 집 창 밖으로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 혜영이 보인다. 그림을 그리러 가는 혜영은 매일 기찻길을 건너다닌다. 냇물을 건너면 안전하지만 다리가 놓여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기찻길을 지나는 것. 어느날 밤 박의는 그녀를 위해 몰래 냇물에 다리를 놓아주고 다음날 그녀는 다리를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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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연가
프로젝트7- 김정권 감독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동감>이 같은 공간이되 다른 시간이어서 공유할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였다면, <화성으로 간 사나이>(강제규필름, 디토엔터테인먼트 제작)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임에도 공감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톤도 <동감>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억지로 울리지 않는 멜로, 무엇보다 동화처럼 따뜻한 판타지로 갈 예정이기 때문. 고향 진안에서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아이디어는 시작되었다. <동감>을 끝낸 뒤 여행을 떠났던 김정권 감독은 호남지구에서 가장 큰 댐이라는 용담댐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 ‘고향’이 수몰지구가 되어 있는 황량한 풍경 앞을 만났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달라지다니…. 그곳을 본 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나갈까 생각하면서 수몰지구에 관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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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Episode II-Attack of the Clones
제작 루카스필름 출연 헤이든 크리스텐센, 내털리 포트먼, 이완 맥그리거
2001년 겨울 박스오피스의 거물 트리오 <몬스터 주식회사>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공통점은? 털북숭이 괴물의 열연? 그것도 틀리지 않지만, 세편은 모두 미국 개봉 당시 본편에 앞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의 예고편을 상영했다. 애써 예매한 표로 예고편만 보고 극장을 뛰쳐나와 인터넷에 뜨거운 ‘목격담’을 올린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반응은 아미달라 여왕의 새 스타일에 대한 예찬부터,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하기에는 박력이 모자란 것 같다는 근심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구체적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제2막에 해당하는 <에피소드2>의 연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의 나부 행성 침공이 있은 지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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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백하다!
프로젝트2-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제작 20세기폭스, 드림웍스 출연 톰 크루즈, 캐스린 모리스
2002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전자 양의 꿈’에서 한동안 깨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A.I.>가 뚜껑을 연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오는 6월28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될 그의 신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무대는 서기 2080년의 워싱턴DC. 미래의 경찰은 진보한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예지력에 근거해, 범행이 저질러지기도 전에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자신이 아직 범하지도 않은 죄에 대한 고발과 응징을 순순히 수용할 수 있을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의 씨앗을 발본색원하는 특수수사과 형사로 활동하던 존 앤더튼이 본인에게 씌워진 혐의를 발견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를 추적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은 SF영화의 교범인 <블레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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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용사들, 다시 뭉쳤다
프로젝트4-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Men in Black2 제작 소니 픽처스 출연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라라 플린 보일
“같은 행성, 새로운 말종.”(Same Planet, New Scum)
단순의 극치를 달리는 주인공들의 패션만큼이나 무뚝뚝한 카피를 단 <맨 인 블랙2>는 1997년 소니 픽처스에 화려한 여름을 선사했던 전편의 행운을 반드시 재현하겠다는 듯, 주연과 감독은 물론 ILM의 특수효과 전문가 존 버튼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릭 베이커, 갑각류 곤충을 닮은 주책바가지 외계인까지 원년 멤버들을 몽땅 다시 소집했다. 다시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검시관 역의 린다 피오렌티노 정도.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예고하는 <맨 인 블랙2>의 드라마적 재미는 <투캅스>나 <리쎌 웨폰> 같은 형사 버디무비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1편에서 어리둥절한 신참이었던 윌 스미스가 과연 MIB 조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