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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황여래(이하늬)는 SF영화에서 ‘발연기’를 선보인 이후 얼굴과 발이 합성된 사진으로 조롱받는다. ‘콸라섬’의 부동산 재벌 조나단(이선균)은 태권도복을 입고 손날 목치기로 적을 응징한다. 이원석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를 본 관객이라면 특유의 B급 코미디가 낯설지는 않을 터. 포스터에서 풍기는 범상치 않은 감성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킬링 로맨스>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개연성을 가뿐히 뛰어넘는 상상력, 혼종을 장르로 내세운 영화가 낯설 수 있다. 그런 당신을 위해 이원석 감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킬링 로맨스> 사용설명서를 준비했다.
관람 전 주의사항
“시사회를 본 뒤 딸은 재미있다고, 와이프는 재미없다고 했다. 같이 밥 먹으면서 ‘뭐가 재미없냐’는 딸과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아내의 말다툼을 보면서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순 없다. 모두가 좋아
[기획] 이원석 감독이 말하는 ‘킬링 로맨스’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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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서로의 연기 스타일을 보면서 받은 인상은 어땠나. 극 중 인물들만큼 각기 뚜렷한 개성이 있지 않았을까 예상되는데.
문소리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희애 선배님은 정말로 완벽하게 준비해 오신다. 그리고 현장에서 한치의 흔들림이 없다. 존경스럽다.
김희애 그건 내가 그렇게밖에 못해서지. 일하러 왔으면 일을 잘해내는 게 상대를 위한 최선의 배려이기도 하잖나. 내가 잘해야 스탭들에게도 피해가 안 간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방식이 몸에 뱄다. 어떤 면에선 현장에서 중간중간 수다 떨거나 여유 부리는 유형이 못 된다. 그에 비하면 소리씨는 IQ가 정말 높은 사람 같다. (웃음) 놀라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이라든가, 팀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이라든가. 여러모로 자기 자신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우린 연기할 땐 무척 다르지만 또 재밌는 게 자연인으로선 교집합이 많다.
문소리 맞다. 서로 집중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사적인
[인터뷰] 배우 김희애 X 문소리, 양자경의 시대에 우리라고 뭔들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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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그림, 약간 비현실적이다. 캐스팅 발표 단계부터 쏟아진 호응을 실감했는지.
김희애 몰라요 잘…. (웃음) 일 없으면 주로 집에 있고, 기대감에 들뜨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런 반응 보이는 걸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옆에 있는 (문)소리씨만 해도 그렇다.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쏟아붓는 모습을 보았다.
문소리 아이, 참 선배님 또….
- 오진석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이야기의 뼈대를 세울 때 우선 <델마와 루이스>(1991) 같은 여성 버디물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정치 드라마가 된 건 이후 살이 붙으면서라고.
김희애 안 그래도 아까 대기실에서 우리끼리 이어서 ‘스몰토크’를 했는데, <델마와 루이스>가 마지막에 어떤 미지수를 남겨놓았다면 <퀸메이커>는 그보다 선명하고 통쾌한 면을 살린 게 아닌가 싶다.
문소리 시작은 <델마와 루이스>였으나 끝은 다르게 갔
[인터뷰] 배우 김희애 X 문소리, 서로를 알아본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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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와 문소리, 문소리와 김희애. 두 이름이 서로를 끌고 밀어주면서 검은돈으로 물든 대한민국 정치판에 역전의 드라마를 쓴다. 이 이야기,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퀸메이커>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두 배우가 작품 공개를 앞두고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눴다. 기획과 캐스팅을 향한 대중의 뜨거운 환영 속에서 여성배우 주연작에 대한 달라진 바로미터를 살피고, 6부까지 미리 확인한 작품 내용도 소개한다.
4월1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11부작 시리즈 <퀸메이커>는 선거판으로 걸어들어간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여자들은 자기 알을 깨고 나왔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퀸메이커>의 두 여걸 주인공이 뛰어든 곳은 모뉴먼트 밸리보다 험난한 대한민국 선거판. <퀸메이커>의 결정적 재미는 사실 ‘김희애가 문소리를 서울시장 만드는 드라마’라고 다소 부박하게 압축해도 좋을 만큼 적나라하게 짜릿한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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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퀸메이커’로 만난 김희애와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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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멜로 감성으로, 경기 장면은 생생하고 선명하게
<리바운드>의 촬영 컨셉은 정직함이었다. “실화가 바탕인 만큼 카메라도 힘을 빼고 정직하게 다가갔다. 인물을 센터에 배치하고 배우들의 시선도 카메라에 가깝게 닿도록 설계해 인물의 감정을 잘 전달하려고 했다.”(문용군 촬영감독) 아리 알렉사 SXT, 알렉사 미니 두 기종으로 촬영했고 마스터프라임 단렌즈 세트를 조합해 따뜻하고 소프트한 느낌을 연출했다. “강 코치가 팀을 꾸리고 훈련하는 전반부는 스포츠영화지만 멜로 감성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나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분위기를 참고했다. 소프트 필터를 사용했고 헐레이션과 스모그를 활용하기도 했다.”(문용군 촬영감독)
경기가 주를 이루는 후반부는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높여 선명하고 강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배우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빠르게 쫓을 수 있도록 사이드 트래킹과 퀵줌을 활용했고 짐벌을 통해 화려한 개인기
[기획] 완벽한 싱크로율, ‘리바운드’ 제작 비하인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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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 농구부가 이루어낸 기적을 담은 <리바운드>는 2012년 부산중앙고등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영화다. 실화와 스포츠, 제작진은 이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했다. 당시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상황을 실제같이 구현하는 것, 그리고 관객이 마치 직관하듯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진이 머리를 맞댔다. “실제 선수들이 촬영장을 찾으면 의상, 분장, 미술팀뿐 아니라 배우들도 눈을 반짝거리며 달려가 질문했다. ‘그 경기할 때는 어땠어요? 어떤 신발 신었어요? 어떤 양말 신었어요?’”(이미경 미술감독) “실제 지명이 남아 있는 곳이라면 최대한 그 장소에서 촬영하기로 했다.”(박윤호 프로듀서) 그 원칙대로 영화는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2012년 5월 경기가 열린 강원도 원주치악체육관처럼 지명은 있지만 용도가 변경돼 당시의 모습을 구현할 수 없는 경우 대안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 영화 속 공간
[기획] 2012년의 실제같은 현장감, ‘리바운드’ 제작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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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1 레드 서클 급습
<존 윅> 시리즈의 근본이자 핵심인 장면이며 관객이 이 시리즈를 보는 이유다. 거듭된 영화들은 이 장면의 반복이자 변주에 불과하다. 복수하러 찾아간 러시아 갱단 두목의 아들이 있는 클럽 레드 서클 지하 목욕탕에서 존 윅은 칼레이더의 <Think>가 흘리는 우아한 선율에 맞춰 건푸(Gun fu)로 명명됐으며 시리즈의 인장인 총기 격투 액션을 선보인다. 연이어 클럽 격투 시퀀스에서도 르 캐슬 바니아의 <LED Spirals>와 <Short Fired>가 지닌 심장 박동에 가까운 전자음악 리듬에 맞춰 건푸 액션을 펼친다. 두 시퀀스는 액션영화를 논할 때 오래도록 불릴 장면이다.
명장면2 연필 신공
소문과 전언으로만 짐작했던, 존 윅이 3 대 1 상황에서 연필로 상대를 무찌른 일화를 팬서비스 차원에서 농담처럼 재현한 장면이다. 2편에서 누나를 죽여 빚진 표식을 갚으라던 산티노 디안토니오가 황당하게도 누나의 원수를
[기획] 그의 액션의 알파요 오메가, '존 윅'시리즈의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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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편의 영화에서 존 윅은 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암살자 세계를 관장하는 최고회의를 향해 복수를 다짐한 터다. 그의 차를 훔치고, 죽은 아내가 남긴 강아지를 해친 뉴욕 러시아 갱단의 아들을 혼내주고 끝내려 했던 일은 어느새 암살자 집단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변질됐다. 그만큼 존 윅이 서 있는 세계는 확장해왔다고 할 만한데, <존 윅> 시리즈뿐 아니라 암살자들이 머무는 호텔을 다룬 시리즈 <더 콘티넨탈>과 배우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하는 스핀오프 영화도 제작되는 상황을 보자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우리는 존 윅 유니버스의 탄생과 성장을 목격하고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돌아온 존 윅을 온전히 환대하려면 그간의 사정과 <존 윅> 시리즈의 세계를 되짚어볼 필요성을 느낀다. 이 시리즈의 개성을 재확인한다면 4편을 감상하는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금기가 지배하는 세상: 이계의 매혹
<존 윅>
[기획] '존 윅', 스스로 설정한 금기와 제약을 깨부수며 느끼는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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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포기해라. 이제 왕이 돌아왔으니!” 단테의 <신곡-지옥편>을 인용해 소리치던 바워리 킹이 웃으며 뒤를 돌아본다. “준비됐어?” 나무 기둥에 주먹을 내리꽂던 존 윅이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래.” 최고회의에 “열 좀 받았냐”는 바워리 킹의 질문에 바닥에 널브러진 존이 “그래”라고 답했던 <존 윅3: 파라벨룸>의 결말을 상기해보자. 그 끝을 그대로 이으며 마침내, 존 윅이 귀환한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가 주지하듯 <존 윅4>는 최고회의에 가열차게 반격을 가하는 존 윅을 좇는다. 세계관이 확장됨에 따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로케이션도 다양해졌고 각 나라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독특한 액션 신들이 펼쳐진다. 액션에 힘을 싣는 시리즈의 특성을 강화하되 선악 구도의 인물들을 새로이 배치해 존 윅의 주변 관계를 다변화했다. “팬들을 위해 넘치도록 채워진 선물”(<버라이어티>)과 다름없는 이 영화는 현재까지 총 2억
[기획] '존 윅4'를 계기로 돌아보는 '존 윅' 시리즈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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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하 이사는 번역 과정에 자기만의 철칙을 두는 것으로 안다. 작품이 영원히 남기 때문에 특정 세대의 유행어를 지양하고, 일본 관객은 웃지만 한국 관객은 웃지 않는 번역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민하 번역가로서나 통역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명확한 의미 전달이다. 한 작품이 관객에게 잘 수용되기 위해 자연스러운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 철칙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은 10대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에 세대적으로 사어가 된 말을 피하려 했다. 유행어와 줄임말을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된 느낌의 말은 고등학생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스즈메의 문단속> 엔딩곡에 ‘천변지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게 천재지변과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천재지변이 자연현상에서 비롯한 재난을 말한다면 천변지이는 자연적인 변화를 이른다. 그런데 내부 시사 중 세대별로 이
[기획]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관객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강상욱, 김민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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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이 누적 관객수 390만명에 이르며 역대 국내 개봉 일본영화 흥행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현재 441만명을 기록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대 1, 2위를 앞다투는 두 작품의 전면전을 실시간으로 보는 지금, 문득 근원적인 질문이 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떻게 한국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었을까. 뛰어난 스토리와 아름다운 표현 기법 등 감독의 고유 영역을 잠시 차치하고, 문화와 정서, 감수성이 서로 다른 국가에서 공감과 환호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을 탐색하기 위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국내에 소개한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을 찾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일찍이 알아보고 그의 작품을 수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전략적 모색을 꾀한 강상욱 대표와 신카이 마코토를 포함한 다양한 일본영화를 번역한 강민하 이사를 만났다. 이들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고공행진할 줄 예상했을까.
- (4월6일 기준) <스즈메의
[기획] “신카이 마코토에겐 형식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강상욱, 강민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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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에 따른 올바른 표기는 '하라 게이이치'가 맞으나 영화사의 요청으로 '하라 케이이치'로 표기한다.”
하라 케이이치 감독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연출자다. 특히 9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2001)은 어른들을 울리는 동화로 정평나 있다. 그 밖에도 연출작마다 일본 아카데미 우수상을 놓치지 않고 수상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이 또 한번 가슴을 울릴 동화를 들고 찾아왔다. 국내 개봉을 앞둔 <거울 속 외딴 성>은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함께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등교를 거부한 학생 문제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하라 케이이치가 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지를 증명한다. 그에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매력과 저력에 대해 물었다.
- 일본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기획] ‘거울 속 외딴 성’ 하라 케이이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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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관객수 439만명에 이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2023년 1월4일 개봉 이후, 벚꽃이 다 저문 지금까지 장기 상영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열광적인 신드롬이다. 실제로 원작 <슬램덩크>의 신장재편판은 100만부를 달성했고, 농놀(농구 놀이)을 위해 공터와 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공식 굿즈를 쟁취하기 위한 클릭 전쟁과 아이맥스 버전 개봉 등 새로운 현상이 펼쳐지는 와중에 엔딩곡 <第ゼロ感>(제ZERO감)을 작곡하고 부른 3인조 밴드 텐피트(10-FEET)가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第ゼロ感>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의 이유라면 텐피트의 내한은 흥행의 결과다. 인과관계 사이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라이브 공연 전 텐피트 멤버를 만났다. 보컬과 기타 연주를 맡은 다쿠마, 드럼 연주와 코러스의 고이치, 베이스 연주와 보컬의 나오키와의 대담이다.
[기획] 텐피트 내한공연, 라이브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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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일본 애니메이션은 한국의 극장가를 석권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시작하여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를 거쳐,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이어진 애니메이션 붐은 4월 현재도 쉬이 꺼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다면 일본의 현지 상황은 어떨까?
지난 2022년,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흥행은 700억엔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해에 개봉한 100여개의 작품들 중 흥행 수익이 10억엔을 넘긴 것은 열 작품 남짓하며, 실제로는 100억엔 클럽에 들어간 <원피스 필름 레드> <극장판 주술회전 0> <스즈메의 문단속>이 대부분의 수익을 독점했다.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생태계는 실사영화와 마찬가지로 작품들이 놓인 여건에 따라 여러 계층으로 나뉜다. 그 최상위에 존재하는 그룹이 바로 <명탐정 코난>이나 <짱구는 못말려> <도라에몽&g
[기획] 2022~2023년 일본 애니메이션 경향과 시장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