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상위원회가 창립 25주년을 맞은 올해. 부산영상위원회가 의장을 맡고 있는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역시 20주년을 맞이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이를 기념하는 세미나와 리셉션이 열렸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기간 중 마켓 행사장 내에서 진행한 이번 행사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프로덕션의 환경과 AI 시대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 부산과 해외 영화인들이 만나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거듭났다. ACFM 현장, 그리고 세미나를 전체적으로 기획한 강성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과 AI 세션을 준비한 양종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의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부산영상위원회가 AFCNet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7일 오전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6일부터 부산 벡스코 제2시전시장에서 문을 연 ACFM의 일환이다. AFCNet은 아시아 내 필름 커미션 및 촬영 지원 기구로 이뤄진 국제 네트워크로, 현재 19개국 49개 기관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장을 맡은 부산영상위원회가 주도해 꾸린 이번 특별 세미나에선 변화하는 글로벌 영상 분야의 전망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영국 미디어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스버그·SPI의 레온 포드 대표이사가 ‘변화를 앞서가기: 영상위원회 미래에 대한 통찰’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맡았다. 레온 포드는 세계 각국 영화산업 분야의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시행해온 전문가이자,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기자로 15년간 활동했다. 기조 발제는 인센티브 유인책이 세계적 추세인 점을 주목했다. 인센티브제도는 특정 지역에서 영화나 영상을 촬영하며 쓴 제작비의 일부를 해당 도시가 현금 형태로 제작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레온 포드 대표이사는 부산 또한 글로벌 콘텐츠가 공략할 현지화 작품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영화 로케이션 인센티브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밝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프로덕션 인텐티브 비율 현황에 따르면, 한국이 20~25%, 일본이 50%로 각각 최저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캐나다 앨버트주 캘거리시의 성공적인 사례도 소개됐다. 캘거리경제개발공사 창조산업 부사장 루크 아제베도는 캘거리 지역에 촬영한 영화의 사례를 토대로 필름 커미션의 역할과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HBO>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의 촬영 유치로 1800억원이 넘는 지역 경제효과를 얻은 캘거리시는 이를 계기로 1천만달러의 인센티브 상한선을 없애고 지역 인력 창출 및 물품 구입 등 조건을 충족하면 소비 금액의 22%를 금액 제한 없이 돌려주는 전략을 세웠다. 루크 아제베도 부사장은 인센티브 금액 외에도 인프라 홍보가 중요하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산을 찾는 해외 관계자들과 시 차원에서 도시의 특징적 경관을 소개하는 팸투어 등을 적극 유치하고 숙박 및 레스토랑 산업과 연계한 서비를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스버그·SPI는 OTT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숏폼 등의 증가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현지화한 제작 전략을 세워 글로벌 스크린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는 중남미, 사하라사막 이남 이프리카, 중동 및 동유럽 등이 콘텐츠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이들이 발표한 전세계 영화,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제작 부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성공적 정책의 7가지 원칙은 (1) 프로덕션 인센티브 (2) 지역 인력 수용 능력 (3) 인프라 개발 (4) 영화 친화성 (5)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6) 지속 가능성 (7) 파트너십이다.
아시아 주요 촬영 지원 기관에서 모인 5명의 패널이 ‘변화에 대한 적응: 영상위원회 전략의 다양하고 선제적인 접근’이라는 주제로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은 레온 포드 대표이사가 맡고, 양종곤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 세키네 루리코 일본영상위원회 사무총장, 모한나드 알 바크리 요르단왕립영상위원회 대표이사, 텐진 겔첸 부탄국립영상위원회 프로그램 오피서, 캘거리경제개발공사 창조산업의 루크 아제베도 부사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세액공제와 행정 지원책 등 각국이 집중하는 촬영 유치 강점 및 현실적인 고민이 다양하게 거론됐다.
양종곤 사무처장은 “상대적으로 인센티브는 약하지만 부산영상위원회만이 주력할 수 있는 지역 로케이션 유치의 강점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작가 지원, 부산 지역 자체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부산 지역 제작사를 지원해 지역 스토리텔링을 보강”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를 통한 프로듀서 배출, 디지털 로케이션의 최전선으로서 갖춘 촬영 시설 경쟁력에도 방점을 찍었다. 또 양종곤 사무처장은 K콘텐츠 열풍을 바라보는 해외 패널의 질문에 한국영화 산업의 명과 암을 두루 짚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자국 영화 비율이 높지만 제작 작품 수가 코로나19 이후 급감했고 신규 투자도 동결됐다. 이에 프로듀서들은 해외 공동제작 전망을 적극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 “규모에 상관없이 여러 나라의 합작 프로젝트, 아시아 지역의 국제 공동제작 비즈니스 미팅에 부산 역시 활발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세미나가 마무리된 이후 부산영상위원회는 25주년을 맞이한 부산 로케이션 이니셔티브(BLI)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