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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수목이 우거진 저 공원은 어딘지, 자매처럼 붙어다니는 코믹한 느낌의 트리오는 누굴지, 극중에 등장하는 고운 선의 만화는 따로 출신이 있는 건지 등등. ‘고양이 감성’이란 말로 묶일 만한 이 카테고리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궁금한 몇 가지들.
1. 원작자 _ 오시마 유미코
<구구는 고양이다>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만화는 24년조(쇼와 24년(1949년) 앞뒤로 태어난 소녀만화를 주로 그리는 만화작가를 가리킴)라 불리는 소녀만화의 대가 오시마 유미코의 작품인데 이누도 잇신은 오시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표해왔다. 이누도 감독의 대학 시절 연출작 <빨간 수박, 노란 수박>과 2000년작 <금발의 초원> 역시 오시마의 만화가 원작이며, 이누도 감독은 <메종 드 히미코>의 출발점도
[알고봅시다] 아기 고양이 구구와 함께 하는 삶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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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물들이 또 한번 사고를 친다. 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 그리고 펭귄들이 이번엔 아프리카로 떠난다. 사고의 시작은 역시 펭귄들이다. 부서진 비행기를 고쳐서 마다가스카를 떠나려는 시도를 한 것. 우여곡절과 우연이 만나 비행기가 뜨기는 떴는데, 안락한 동물원이 있는 그리운 뉴욕 대신 아프리카의 너른 들판에 그들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아프리카는 동물들의 고향. 알렉스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헤어져 지냈던 가족들과 조우하지만, 역시나 도시 맛 좀 본 동물원 식구들은 야생의 맛을 아는 옛 가족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충돌을 빚는다. 대사와 상황으로 관객을 웃기는 만큼 목소리 캐스팅은 전편보다 화려하다.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벤 스틸러, 크리스 록, 사샤 바론 코언에 허스키한 알렉 볼드윈까지 가세했다. 귀기울여 들을 부분은 사자 가족들의 목소리다. 벤 스틸러가 연기하는 알렉스의 누나인 니타는 실제 스틸러의 누나인 코미디언 에이미
[what’s up] 오 마이 스위트 홈,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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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로 기념하는 독립영화계의 겹경사다.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1주년과 이달 문을 연 독립영화 배급사 ‘키노아이’의 창립 기념을 맞이하여 ‘인디스페이스+키노아이 디지털영화제’(줄여서 DiEx)가 10월10일부터 닷새간 열린다. 장소는 인디스페이스, 씨너스 이체 AT9, 대전아트시네마, 부산국도&가람예술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고 영회진흥위원회가 후원하는 이 영화제는 90분에서 100분 내외 7편의 독립장편영화(<슬리핑 뷰티> <하늘을 걷는 소년> <가벼운 잠> <사람을 찾습니다> <도화지> <딱정벌레> <아메리칸 좀비>)를 상영한다. 출품작에서 여성감독의 강세가 눈에 띈다. <슬리핑 뷰티>로 ‘여자 김기덕’이라 불린 이한나, <도화지>의 김선희, <딱정벌레>를 만든 김은희. 여기에 한국계 미국 여성인 <아메리칸 좀비>의 그레이스 리를 포함하여 7편의
‘여자 김기덕’이 만든 영화 개봉 전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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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영화에 대해 듣는 이야기(특히 외국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영화의 많은 수가 멜로드라마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이 모두 할리우드의 복제품은 아니지 않은가. 첫 번째 얘기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건 지나친 단순화인데다가 멜로드라마는 열등한 싸구려 장르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영화의 많은 걸작들은 결국 멜로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들에 일말의 진실이 없는 건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 개념 자체를 생각해보면 꽤나 의미심장하다. 멜로드라마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음악을 의미하는 ‘멜로스’(melos)에서 왔다. 한국 감독들은 특정한 장면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음악을 과다하게 사용한다.
[외신기자클럽] 음악, 눈물, 그리고 순수에 대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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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설, 새로운 영화를 만나자. 일련의 실험적인 프랑스 작가를 일컫기 위해 ‘누보로망’이라는 표현이 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50년대 중반이므로, ‘새롭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지적 작가의 위치를 전제하는 전통적인 문학에 반기를 들고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려던 누보로망의 시도는 지금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오는 10월14일부터 11월9일까지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 시네마 특별전’을 통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소개되는 24편의 영화는 누보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는 작가 세명의 대표작이다.
이론가이자 소설가로 누보로망의 대표적 기수였으며 이후 시나리오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알랭 로브그리예와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들과 함께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여든살이 넘은 현재까지 한결같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알랭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 등 몇번씩 소개됐던 고전부터 로브그리
알랭 레네, 로브그리예, 뒤라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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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10월, 차가워진 바람에 핫한 영화 한편이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월1일부터 시작해 15일까지 진행될 팝몬트리올 페스티벌은 지금 현재의 영화와 음악을 다루는 축제로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눈에 띄는 영화들이 프리미어로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예술 전반에 걸친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트리샤 시카와 마이크 와퍼 공동감독의 <로커빌리 514> (Rockabilly 514)라는 다큐멘터리(혹은 로큐멘터리(rockumentary))는 올해 팝몬트리올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영화다.
로커빌리는 초기 로큰롤 스타일로 1950년대에 크게 유행했는데 록과 컨트리 뮤직을 섞은 듯한 흥겨운 리듬이 특징이며, 하위문화로서 미국에서 꾸준히 발전해온 장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지난 3년간 몬트리올의 로커빌리 문화를 사랑하는 인물들을 인터뷰했고 특히 1950년대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몬트리올] 50년대 로큰롤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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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텔레그래프>가 전하는 2008년 여름 영국 극장가 호황의 원인은 “경기 침체”다. 불황이어도 기분전환을 위한 재밋거리는 찾게 마련이고, 그중 저렴한 영화관람이 혜택을 봤다는 뜻이다. 영국영화배급자연합(FD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가 경제 난항을 겪은 지난 3개월 동안, 영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1969년 이래로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영국 극장가는 5360만명의 입장객을 맞이했고, 총 5억9890만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이는 2007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장객은 5%, 극장수입은 14% 상승한 수치다. FDA 대표인 마크 베이티는 영화는 경기변동과 반비례하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라며, “저녁에 3시간 외출한다면 술집이나 경기장보다 극장에 가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날씨마저 우중충한 영국의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들이 <아이언맨>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l
불경기 덕? 다양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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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에 몰두하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는 사람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상상마당 6월 우수작인 유승환 감독의 <히말라야>는 그렇게 외롭고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여자와 작가 지망생인 남자는 히말라야를 여행하다 만난 사이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바다를 구경하고, 술을 마시며 서로의 근황을 얘기한다. 줄거리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고, 너무 단조로운 영화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 가지 정서를 끝까지 밀고가는 감독의 우직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히말라야. 유승환 감독은 2001년 3월 혼자서 히말라야 트래킹을 했다. 14박15일. “그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이상과 현실이 하나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번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유승환 감독.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된 스물여덟의 남
[이달의 단편] 외롭고 두려운 사람들, 히말라야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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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의 영상투자조합 출자 사업이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지만 정작 영진위쪽에선 적극적인 해명이 나오지 않아 영화계 안팎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10월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영진위의 해당 사업에 공정성 시비를 제기했다. 진 의원은 “MK픽처스의 이모 대표가 ‘영화 다양성을 위한 전문 투자조합’ 심사위원장이었고, 그의 부인인 MK픽처스의 심모 이사가 영진위가 출자한 영상전문투자조합의 진단,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며, “투자조합이 특정 관계조합원의 사금고로 전락될 여지가 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진 의원은 더 나아가 영진위가 2000년에서 2007년까지 출자한 32개 영상전문투자조합 중 현재 운용 중인 23개 조합의 수익률은 평균 -10.1%’에 불과하다며, 영진위 내부의 실책이 한국영화 침체를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영진위는 이 사안에 대해 10월9일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진 의원이 지목한 MK픽처스의 이은
[포커스] 강한섭 위원장과 영화계, 정면충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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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강아지, <베버리힐스 치와와>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드류 배리모어와 앤디 가르시아,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 목소리를 빌려준 동물들이 출연하는 가족영화는, 개봉 첫주 가족관객을 사로잡은 데 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러셀 크로가 출연한 <바디 오브 라이즈>, 데니스 퀘이드의 <익스프레스>를 제치고 연이어 왕좌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베버리힐스 치와와>의 2주 째 수입은 1750만달러로, <AP>는 "심각하고 진중한 드라마가 넘치는 가운데, <베버리힐스 치와와>만이 유일하게 가벼운 영화"라는 디즈니 배급 담당의 말로 2주차 흥행요인 분석을 대신했다. 한편, 대규모 테러사건에 투입된 CIA요원 둘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두뇌싸움을 그려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주말 1312만달러를 벌어들였으나 3위에 그쳐 정상을 탈환하는 데 실패했다.
2위는 공포영화
<베버리힐스 치와와>, 리들리 스콧 신작 이기고 2주 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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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57번째는 김충남이 기증한 고 김학성 촬영감독의 유품 중 1937년 단성사 프로그램 북입니다.
지난 9월 단성사의 최종 부도 뉴스가 많은 영화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1907년 설립되어 한 세기 동안 서민과 함께 웃고 울었던 대중문화의 장이자 한국영화 역사의 현장인 단성사는 상류층이 드나들던 연희오락장으로 시작하여 1917년 흥행사 박승필이 경영하면서 영화전용관으로 자리잡게 된다. 전통연희공연장 광무대의 경영자이기도 했던 박승필은 천부적인 흥행사 기질을 발휘해 단성사 재개관을 위해 대대적인 보수를 하는 한편, 일본 천활영화사와의 공급계약을 통해 유니버설, 고몽영화사 등의 외화를 수입해 일주일에 두편씩 신작을 걸고 인기 변사를 고용하며 조선 극장가를 압도했다. 특히 문필가를 두어 광고문구를 쓰게 하고 관객 설문,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57] 단성사 프로그램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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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하우스 중앙, 스폰지 올스타전 개최
스폰지하우스 중앙이 개관 1주년을 맞아 ‘스폰지 올스타전’을 준비했다. 10월2일부터 15일까지 스폰지하우스 중앙에서 열리는 이번 상영회는 그동안 관객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21편의 작품을 재상영한다. ‘일본 올스타’ 부문에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황색눈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9편의 일본영화와 <키사라즈 캐츠아이-월드 시리즈>를 특별상영하며, ‘월드 올스타’ 부문에서는 <수면의 과학> <귀향> 등 세계 여러 나라 9편의 작품과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를 특별상영한다. 관람료는 편당 6천원이며, 자세한 시간표는 홈페이지(www.spongehous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상자료원, 한국와 일본의 선전영화 상영
한국영상자료원은 10월17일부터 26일까지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1960·70년대 한국과
[국내단신] 스폰지하우스 중앙, 스폰지 올스타전 개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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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관/ 영화감독
친구란 무엇일까? 평생을 같이 지내온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나는 왜 얘랑 친구가 된 거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무도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다는 우주. 그 속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 그 조그마한 지구 속 한 귀퉁이 작은 학교에서, 단지 키가 비슷해 옆에 앉아 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같이 지내게 된 친구. 만약 내가 여기가 아니라 미국에서 혹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 우리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더라도 얘랑 친구하고 있었을까? 내게 영화를 본다는 것은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친구들 중에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거짓말만 하는 친구도 있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대는 친구도 있으며,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말하는 친구도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어 지겨워진다면 시네마테크에 가라. 그곳에 어쩌면 내 마음을 잘 아는, 말이 통하는 진짜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36] 강이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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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역대 최대 규모인 315편이 상영됐습니다.
거장의 작품도 있고, 듣도 보도 못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부산에 오길 잘했다 싶었을 만큼 놀라운 영화,
무엇이었나요?
<똥파리>가 올해의 발견 같다. 상당히 파워풀하고 감정의 극단까지 치닫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익준 감독의 작품인데,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해서 그런지, 더 직접적으로 감정이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 배우들의 에너지가 정말 많이 분출되는 영화였다. 이게 감독이 전셋방까지 빼서 만든 영화라고 하던데,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감독이랑 스탭들이 단편 DVD를 팔더라고. 술값을 벌겠다고 말이다. (웃음)
_ 사실, 다른 영화는 많이 보지 못했다는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좋아해서 <걸어도 걸어도>를 많이 기대했다. 지난해 <하나>에 약간 실망했는데, 그런 우려를 뛰어넘는 작품이더라. 오즈 야스지로나 나루세 미키오의
[이주의 영화인] 올해 부산의 발견, 어떤 영화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