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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손예진.김민선, 당찬 그녀들의 배역고르기>
2008-10-20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충무로에서 여배우는 "그래도 여배우인데"라는 수식어가 바로 따라붙는 존재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주인공들은 곱고 예쁜 이미지로 그려지고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괜찮겠어?"라는 질문을 듣게 되니 많은 여배우들이 변신을 고민하면서도 틀을 깨지 못한다.

그런 여배우들이 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미운 오리새끼, 극도로 이기적인 자유연애주의자, 사내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남장여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한 배역들을 20대 여배우들이 자신 있게 집어들었다.

◇공효진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있나요?"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은 캐릭터 위주로 코믹한 상황이 벌어지는 영화다. '삽질의 여왕' 양미숙의 '삽질'에 영화 완성도의 성패가 달려있다.

주연배우 공효진(28)의 '진상' 캐릭터는 어설프게 흉내 낸 정도가 아니다. 촌스러운 머리 스타일에 화장을 챙겨하기는 커녕 안면홍조증 설정 때문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얼굴에 빨간색이 입혀진다. 말도, 행동도 팍팍해 미워 보이기 십상이고 잘 해봐야 "불쌍해 보인다"는 평가가 전부다.

공효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미 지겹도록 들었을 이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듯이 "나는 원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이라는 것.

공효진은 "제일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진정성"이라며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좋은 영화라면 살인자 역이든 바보 역이든 괜찮다"고 설명했다.

◇손예진 "예쁜 건 시상식 때 하면 돼요."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인아는 외형상 예쁘기는 하지만 내놓는 언행마다 기가 찰 정도의 캐릭터다. 남자주인공 덕훈이 "어쩌면 말 같지 않은 걸 말 같이 하느냐"고 탄식할 정도. 손예진(26)은 뻔뻔스러운 이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해 냈다.

'아내가 결혼했다'와 '미쓰 홍당무' 모두 예전에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렵던 여성 캐릭터여서 최근 손예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아 같은 특이한 여자도 연기했는데 양미숙 같은 캐릭터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바로 "외형적으로 이상한 분장을 해야 한대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손예진은 "스포트라이트 할 때도 메이크업 너무 안 한 거 아니냐, 머리숱이 너무 적어 보인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캐릭터의 현실성을 유지하려 바꾸지 않았다"며 "예쁜 모습은 행사나 시상식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격적인 정사신도 영화에서 필요한 부분이라 소화했다면서 "내가 이미 이혼녀 역도 하고 유부녀 역도 해보지 않았느냐"며 웃었다.

◇김민선 "남자 역할요? 정말 좋은 기회잖아요?"

'보이시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남자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이 여성임을 감추고 살았다는 설정의 영화 '미인도'에서 신윤복을 연기한 김민선(29)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남자가 돼 남자배우들 틈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김민선은 인터뷰에서 남장여자 역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왜요, 좋은 기회잖아요?"라고 되물었다. "쉽지 않은 만큼 도전해 볼 만한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 역을 따내기 위해 전윤수 감독에게 삼고초려 이상을 했다. 그가 먼저 "이번에 이 역을 주지 않으면 멀리 유학가 버리겠다"고 전 감독을 '협박'했고, 전 감독이 오케이 하기 전에 먼저 준비에 들어갔다. 전 감독이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 보여 결정했다"고 말할 정도.

게다가 신윤복이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여서 꽤 파격적인 정사신이 나온다. 김민선이 "친구들에게 '나는 괜찮은데 너희들이 영화를 본 뒤에 나를 보면 민망해질걸?'이라는 농담도 한다"고 말할 정도.

이에 대해서도 김민선은 "숨긴다고 숨겨질 것도 아니고 윤복의 삶 속에 그런 장면도 필요한 것이니 연기했다"면서 "내가 가장 예쁜 시절의 모습을 남긴다는 점도 좋다"고 당차게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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