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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계와 주식시장의 인연은 끝이 나는 모양이다. 2005년부터 충무로를 광풍에 휩싸이게 한 우회상장 붐은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8월19일 공시를 통해 정태원 대표의 지분 17.36%를 비롯해 정 대표의 우호 투자사 파이어웍스 인터내셔널의 지분 34.73%와 카니자로 아시아 마스터 펀드의 지분 17.24%를 조모씨와 에이치씨파트너스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액면만 놓고 보면 정태원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다른 기업에 팔아넘긴 것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정태원 대표는 일단 태원 프로덕션이라는 비상장기업을 차려서 양윤호 감독의 <개미지옥> 등의 영화, 이병헌 주연의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 원화평 감독의 <스파게티 vs 누들>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또 현재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9월5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회사명을 주식회사 엠플러스아이로 변경하면 기존
[문석의 취재파일] 충무로 상장시대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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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때는 세종 30년인 1448년.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화약을 연구하던 아버지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은 뒤 나랏일에는 관심을 끊은 채, 장사에 재미를 붙이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인연을 맺은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이 그를 찾아온다. 창강은 설주에게 별다른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묘령의 여인 홍리(한은정)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설주는 홍리의 미모에 반해 그녀의 안위를 살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의심을 품는다. 집에서 가져올 게 있다는 홍리를 따라나선 설주의 무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들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그 일로 설주는 홍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홍리는 세종의 명으로 신기전을 개발하던 도중 명나라 무사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도감 해산의 딸이었으며,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신무기인 신기전을 개발중이었던 것. 한편, 조선을 찾은 중국의 사신은 신
신무기 개발을 둘러싼 액션오락물, 영화 <신기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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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49번째는 고 이만희 감독의 차녀인 영화배우 이혜영이 기증한 이만희 감독의 유품입니다.
1931년 서울 왕십리에서 출생한 이만희는 집 근처의 광무극장, 동화극장, 동도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보며 유년 시절을 보냈고 <자유만세>(1946)를 보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1955년 군 제대 뒤 배우 수업과 함께 연극무대에서 활동했으며, 안종화 감독의 조감독 황학봉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 것을 계기로 안종화, 박구, 김명제 감독의 문하에서 5년 가까이 연출 수업을 받았다. 1961년 데뷔작 <주마등>을 시작으로 1962년 뛰어난 연출역량을 보여준 스릴러영화이자 출세작인 <다이얼 112를 돌려라>를 내놓았다. 이어 1963년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해였다. 장동휘, 최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50] 이만희 감독의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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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정/ 애니메이션 감독
달궈진 아스팔트 열로 벌겋게 익어가던 다리를 교차하며, 서둘러 낙원상가쪽으로 향했다. ‘서울아트시네마 애니충격 감독열전’이라는 타이틀로 장형윤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로 살아가기는 참 힘들다(물론 쉬운 게 어디 있겠냐마는). 이른바 돈 안 되는 단편영화를 누가 상영하고, 홍보없이 정보없이 어느 관객이 나서서 보겠는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서울아트시네마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거대한 멀티상영관들 사이에서 서울아트시네마 같은 공간이 굳건히 버텨주기를 바라며 나도 언제 한번 이곳에 포스터를 한장 붙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ㅎㅎㅎ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29] 권미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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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박스오피스 연간 최고수익 눈앞에
중국 박스오피스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은 2008년 중국영화계가 새로운 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우삼 감독의 중국 복귀작인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과 <쿵푸팬더>의 호조 덕분으로, 올해 말까지 전망되는 극장수익은 총 40억위안. 2007년 연간 총수입인 33억위안을 크게 웃돈다. <쿵푸팬더>는 개봉 첫주에 1억위안을 벌어들이며 중국 개봉 애니메이션 중 최고수익을 기록했고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중국영화 최초로 3억위안의 수익을 달성했다. 한편 베이징의 새영화연합(New Film Association)은 올림픽 기간 동안 극장수익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코폴라의 <도청>, TV시리즈로 제작된다
TV시리즈 <매드맨>(2007)을 방영하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AMC>가 프랜시스
[해외단신] 중국 박스오피스 연간 최고수익 눈앞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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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드는 세 번째 배트맨 영화에 대한 루머는 새로울 게 없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감독과 배우들의 미적지근한 대답에도 놀란표 <배트맨3>에 대한 추측과 네티즌의 바람은 끊인 적이 없었다. 지난 1월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부터는 3편에 대한 루머의 초점이 ‘어떤 악당이 조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물음표로 모아졌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고 한달이 지나도록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는 지금, 3편에 대한 팬들의 갈망은 ‘팬 메이드 포스터’로 탄생하기에 이른다. 어설프고 조악한 그림장난부터 배경에 깔린 신문의 제호를 <The Gotham Times>로 맞추고 하비 덴트에 대한 기사까지 배치한 수준급까지 다양하다. 팬들이 지은 3편의 타이틀은 <The Dark Knight Returns> <Gotham Knights> <Shadow of the Bat> 등으로 악당으로
[what’s up] 배트맨의 세 번째 악당, 누가누가 더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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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으로 중국은 우리 일상의 한복판에 다가와 있다. 영화 역시 거기에 한몫을 하긴 하지만 아직 이 ‘중앙의 제국’을 정면에서 다루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오늘의 중국은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스크린을 통해서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많은 영화 제작을 주문한 게 사실이다. 그 예로 전세계 영화감독들이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패치워크 작품 <비전 베이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볼 만한 작품은 유위강 감독이 요리를 주제로 해 만든 영화 한편뿐이다. 열정을 가지고 편집한 온갖 음식재료들이 화면에서 튕겨나와 대형 프라이팬 속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소스 안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빈대떡 속에 돌돌 말려들어가기도 하면서…. 출연배우 역시 입맛 돋우는 스타들, 때론 양조위가, 때론 서기가, 군침을 흘려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에 비하면 다른 영화들은 정말이지 싱겁다.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
[외신기자클럽]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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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40대면 손주를 얻기도 했지만 이제는 40대에 첫아이를 갖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제 나이 든다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지 않게 유럽에선 60대 어른들이 록음악과 청바지를 즐기는 것이 흉이 되지 않는다. 68세대가 6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며 생긴 현상이다.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든 ‘영원히 젊은 마음’에 머물러 있어 철이 덜 든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독일에서 40, 50대 중년 여성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베른트 뵐리히감독의 독일영화 <달과 딴 애인>(Der Mond und der andere Liebhaber)의 한나는 50대 여성이다. 그런데도 붉은 립스틱에 가죽점퍼를 입고 록 콘서트에서 극성팬처럼 가수들과 하룻밤을 즐기기도 한다. 그녀는 19살 딸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부터 고통을 남성 편력에 기대어 덜고자 한다. 자비네 데르플링어 감독의 오스트리
[베를린] 독일 중년 여성들은 새로운 사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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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풉무비(Spoof Movie).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단어로 바꾸자면 패러디영화(Parody Movie)다. 말 그대로 잘 알려진 영화들을 비틀고 풍자해서 만드는 코미디영화라는 의미다. 8월21일 개봉하는 <슈퍼히어로>가 바로 그런 영화다. 그런데 스풉무비들이 사용하는 기법은 아주 간단하고도 뻔하다. 다른 영화의 유명한 장면을 뒤틀어서 재현하거나 아이콘적인 캐릭터를 천하에 쓸모없는 멍청이로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토록 뻔한데도 이런 바보 같은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뭐냐고? 스풉무비의 빛나는 역사와 재능을 모르시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1. 스풉무비의 못 말리는 대가들
세명의 역사적인 대가들이 있다. 먼저 서부극 장르를 패러디한 <불타는 안장>(1974)으로 스풉무비 장르를 창조한 멜 브룩스다. 그는 이후 고전 호러영화를 패러디한 <영 프랑켄슈타인>(1974), 앨프리드 히치콕의 세계를 마음대로 재조합한 <고소공포증>
[알고 봅시다] 비틀기와 뒤집기, 멍청함과 뻔뻔함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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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과 제주코리아극장에서 열리는 제주영화제는 올해로 7회를 맞이한다. 시기와 장소를 감안하면, 제주라는 이름의 영향력에 기댄 단순한 휴양영화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영화제는 관광지의 특성을 영화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한편, 우수한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다양한 시각과 상상력을 담아내는 독립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영상발전에 대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영화제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영화제쪽에선 2011년인 10회 영화제부터 국제영화제로 변신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다른 국제영화제의 형식을 모델로 삼아 베끼기보다는 제주의 지역색이 살아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주영화제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영화로 지새는 제주도의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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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 <최후의 유혹>으로 데뷔한 정창화 감독은 1960년, 정릉에 2만평 규모의 오픈세트를 지어 중국의 어느 소도시를 만들고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61년 초에 개봉한 이 작품의 제목은 <지평선>. 이른바 ‘대륙물’, ‘만주활극’으로 불리게 될 새로운 장르의 효시였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 우리는 만주를 배경으로 한 두편의 ‘활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만나고 있다. 냉전기의 한반도, 분출하는 4·19 혁명의 에너지 속에서 나타난 이 새로운 상상력은 그 오랜 세월을 뚫고도 다시 새로움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번 만주웨스턴 특별전은 그 역사를 돌아보기 위한 자리다. 아쉽게도 <지평선>은 필름이 유실되었지만 이야기는 그 이듬해부터 다시 이어진다. 정창화 감독 아래에서 조감독으로 연출 수업을 쌓은 임권택 감독은 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
만주활극의 쾌감을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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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파리의 한 극장. 루이스 브뉘엘이 연출한 <황금시대>의 첫 공개 시사는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파시즘과 지배계급의 위선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 모호하고 초현실적인 영화의 구조. 종교와 성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외설스런 장면을 연출한 이 영화의 남녀주인공은 곧 모순덩어리인 파리 지식인 사회에 가하는 쓴소리였다. 당혹스러움에 몸을 떨던 관객의 참을성이 바닥난 건 난잡한 파티에 참석하는 예수의 장면이 나오던 순간이었다. 뿔난 관객은 스크린에 산과 잉크를 던져 분노를 표출했고, 영화관은 곧 브뉘엘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욕설로 난장판이 됐다. 필름은 즉각 압수되었고 영화는 상영금지 처분을 당했다. 살바도르 달리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데뷔작이자 초현실주의 대표작 <안달루시아의 개>로 충격을 안겨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였다.
브뉘엘만큼 기구한 바이오그래피를 가진 감독이 또 있을까. 지금이야 초현실주의 영화의 개척자이자, 스필버그와 히치콕이 인정한 최고
세상의 전복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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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7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내년 2월에 열리는 제81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크로싱>을 선택했다. 영진위가 선정한 일곱명의 심사위원(한상준, 김형준, 윤용아, 이동진, 조혜정, 전찬일, 달시 파켓)은 “작품의 완성도, 배급능력, 감독 및 출품작의 인지도”를 고려해 다섯편의 지원작 중 “큰 이견없이” <크로싱>을 출품작으로 결정했다.
경쟁작 네편이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추격자>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곳에>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로싱>이 선택된 게 의아하다. 다른 네편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나 인지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단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을 뽑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지만,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
[포커스] 아카데미 입맛에 맞는 영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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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음란서생> <너는 내 운명> 등의 스토리보드를 그린 콘티작가 강숙이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의 제목은 <명랑콘티작가 강숙의 일.만.프.레.임.전>이다. 지난 8월2일부터 서교동 그문화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강숙의 작품들은 요즘 콘티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유명 코스가 되고 있다. 그 동안 강숙이 그린 약 2만5천컷의 프레임(작가의 추정치) 중에서 “정이 가고 느낌 가는 대로” 선별한 스케치를 비롯해 콘티와 실제 영상을 대입해 만든 영상물, 그리고 강숙이 만난 영화인들과 전시장을 찾아온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눈여겨볼 것 하나는 그녀의 작업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공간이다. 실제 쓰고 있던 컴퓨터와 스케치들을 쌓고, 붙여서 만든 이곳은 전시회를 찾는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 됐다고. 이미 순수미술회화로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가졌던 강숙은 “스토리보드는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전시를 한다는
영화 콘티 구경하고, 방명록도 꼭 쓰고!